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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양희, 〈A Hedonist〉: ‘가속되는 춤의 자장’
    REVIEW/Dance 2022. 2. 5. 00:08

    이양희, 〈A Hedonist〉 포스터[이미지 제공=신촌극장]

    이양희 안무가의 〈A Hedonist〉[각주:1]는 음반 《Hail》의 트랙들에 맞춘 오롯한 춤의 정렬이다. “훵크와 트로피칼 하우스를 기본으로” 한 ‘모과(Mogwaa)’의 “특유의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트랜스의 각 장르의 음악”은 공연 중 두 번의 쉼(‘순수한’ 막간)을 포함해 두 번의 변주 섞인 반복(?)으로 춤에 의해 변주된다. ‘향락주의자’라는 뜻의 “A Hedonist”라는 제목에 걸맞게 음악과 춤 이외의 것은 무대에 주어지지 않는다. 두 번의 휴식 시간에 작위적인 자리바꿈의 순환하는 배치가 관객의 시선 차이에 따른 무대 변환을 가져올 뿐이다. 양발을 오가는 두 박자 스텝의 기조 아래 팔의 움직임이 따라붙는 식으로, 춤은 살며시 발을 뻗는 동작으로부터 시작한다. 간소하고 밝은 하우스의 멜로디의 출발에 드럼 앤 베이스의 무게감과 타격감의 리듬이 빠르게 실리는 가운데, 트랜스의 전자음 속성이 무아지경의 경계로 확장하는 음악[각주:2]을 이양희는 2진법의 기본적인 리듬으로 분쇄하고, 뒤따르던 팔의 장식적인 움직임은 점차 확장되며 메트로놈의 형태를 띠며 명상을 유도하기에 이른다.

     

    이양희는 춤을 무대로 소환한다. 안무는 이 춤의 단위를 발명하고 춤‘들’을 추는 방식을 조직하며, 그 춤을 하나의 시간 단위로 엮어내는 데 그친다. 춤의 단위는 주요하게는 음악에 따라, 하나의 음악에서는 크게는 스텝과 작게는 팔의 변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단위들의 솔기는 미세한 간극과 거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솔기는 춤‘들’의 커다란 시간적 조직으로서 안무가 불안정해지는 지점이라기보다는 춤들의 이어짐에서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안무적 역량이 움직임 간의 시차를 생산하는 생생한 경험의 것으로 인지되는 데 가깝다.

    실제 연주가 아닌 음반을 트는 하나의 디스코텍을 생각해 보자―실제 모과는 디제이가 그렇듯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음반을 튼다. 커다란 스펀지를 대강 기다란 모양으로 잘라놓은 결과적으로 비정형적인 입체로 구체화된, 어느 정도 신체 무게를 견디며 그럼에도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는 의자는, 어느 정도 관객을 반쯤 선 모습으로 앉혀 놓는데, 이는 어떤 하나의 방향으로 정위되지는 않지만, 가장 뛰어난 역량의 퍼포머-주체를 향한 몸, 또는 빛의 기울기를 따른 몸을 형상화한다. 이 주변을 돌며 스텝을 밟는 이양희는 디스코텍의 가장 ‘핫/힙/쿨’한 주체로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의자는 음악의 진동과 스텝의 진동을 체감할 수 있는 의사-바닥의 연장으로 설계되었다. 관객은 그 신체로부터 헐겁고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퍼포머는 충분히 가깝고 또 너무 가깝다. 무대는 앞에 따로 있지 않다. 관객의 빈틈, 사이에 일시적으로 현존한다.

     

    관객의 빈틈을 구성하는 이양희의 춤은 무엇보다 음악과의 빈틈을 완전히 좁히려는 어떤 필사적인 노력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디스코텍에서 우리는 음악에 몸을 싣는다. 완전히 음악과 한 몸이 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가 뒤따른다. 반면 춤을 음악의 단위에 맞춰 절합하는 시도로는 아카이브된 음악의 끊임없는 새로움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힘들다. 여기서는 《Hail》의 어느 정도 일정한 스타일과 서사적 흐름이 간직되는 것 역시 기대하기는 힘들다. 반면 어느 정도 시대적인 양식의 통일성, 더 정확히는 미학적 취미의 수용할 수 있는 동시대적 기준점을 가져갈 수 있는 음악의 공통성이 거기에서 추출될 수 있다. 마치 《Hail》이 복고적이면서 그 복고의 재변주가 어느 정도 유의미할 수 있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한편, 음악의 절편들을 완전히 춤의 세부의 변용과 결합하는 방식 역시 쉽지 않다. 거기서 어떤 분절들이 일어난다. 동작의 솔기가 하나의 춤을 지속하려는 열망 속에 자리하게 된다. 이양희는 춤들의 연속체를 만들기 위한 안무를 한다. 이는 춤의 변주가 즉흥적이고 임시적인 차원이라는 속성을 부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춤의 솔기는 안무의 부족분이라기보다 춤의 무한 동력적 또는 소진적 충족의 작은 균열에 불과하다. 여기에 어떤 안무의 사유하는 법칙이 소거된다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우리는 춤을 추면서 안무를 생각한다.

     

    우리는 음악을 온전히 우리의 춤으로 소화하지 않는다. 이곳이 무대임은 끝까지 공고한 진리로 남는다, 아무리 의자가 유동하는 지각판을 구체화한다고 해도. 대신에 우리는 음악을 춤을 통해 본다. 음악은 춤에 붙잡힌다. 이양희는 음악을 춘다. 하지만 음악은 지속적으로 춤을 빠져나가고 다른 상상을 부추긴다. 하우스가 발을 뻗으며 앞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의 어떤 활기로 구체화된다면, 트랜스는 이 춤이 실제 펼쳐지고 있음 자체를 환영 같은 기시감으로 개념화하는 추상적인 활기로 휘발된다. 그 사이에 드럼 앤 베이스의 구체성이 몸에 실린다.

    스텝이 기반이 된 춤에 팔의 동작이 조금 더 초점화되는 데서 첫 번째 쉼 전에 이양희는 비어 있는 관객 의자 하나를 극장 구석에 자리한 후 앉아서 두 손을 모아 좌우로 흔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여기에는 스텝의 구체성이 빠진 대신, 두 팔의 빠른 이동이 정교한 차이의 집적을 낳는다. 여기까지 생성된 하나의 춤의 단위는 이제 반복을 예비한다. 음악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춤의 변주는 아마도 같은 음악을 다르게 반복한다. 대전제는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춤의 쉼의 표지를 만드는 건 매우 현실적이다. 스테이지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식으로 열리고 춤은 안무와 다르게 그 음악에 따라 에너지를 조율하기 때문이다. 춤은 소진을 위해 달려나간다.

     

    〈A Hedonist〉는 춤의 반향만으로 쉬는 시간 포함, 80분을 채운다. 어떻게 이는 춤일 수 있는가. 음악과 춤 모두 장르적인 양식을 닮았기 때문에? 곧 스테레오타입으로서 문화 경험이 이식되었기 때문에? 반복하지만, 음악과 춤이 서로를 향하기 때문이다. 춤으로 열릴 수 있는 음악, 음악으로 접힐 수 있는 춤. 여기에 사유의 형상과 움직임의 자율적인 권리는 주창되지 않는다. 음악에 따른 움직임, 소진을 향해 가는 무한한 그러나 ‘정돈된’ 몸짓의 욕동만이 자리한다. 이러한 무대의 규약이 관객의 스테이지가 주어지지 않음에도 지속되는 건 음악으로부터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이 같은 춤의 열망이 관객에게 이전된 결과이다.

    음악의 양식은 결코 난잡한 움직임의 난도질만으로 도배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곧 완전한 자유로움이란 그 틀에서 벗어나기가 아니라 그 틀 자체가 주어짐에서 시작한다. 음악이 없이, 음악을 떠올리지 않고 춤을 출 수 있을까. 〈A Hedonist〉는 문화적 양식, 문화적 기억으로부터 비교적 쉽게 춤을 추출해낸다. 그러한 춤은 거대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언어를 설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음악의 경로를 순순히 따르되 음악과 접지되지 않은 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은 소진한다. 우리의 시선 역시도.

     

    후반의 세 번째 수행은 스텝의 정확성에서 점점 이탈된 수준으로 나아간다. 팔과 팔의 간격은 유려하고 길게 이어진다. 팔과 다리의 분절은 조금 더 자의적이고 유연하며 컴비네이션의 복잡성을 띠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무용의 어떤 형상에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춤으로의 분절된 기관들의 조응은 그 춤의 양식을 현시한다. 반면, 이러한 흐름 가운데 몸짓은 간격과 단위를 특정 짓기 어려운 상태로 나아간다. 애초 음악의 트랜스 구간과 끊임없는 음악과 몸의 반복이 그러한 경계 없음의 감각을 주었다면, 이제는 명확한 단위를 건너뛰는 편집의 힘이 작용하기 시작한다고도 볼 수 있다.

    〈A Hedonist〉는 안무가 춤의 역량을 시험하고 현시하는 가정을 실천한다. 춤은 극장에서 처음으로 드러나고 다시 출현하기를 거듭한다. 향락은 안무가에게 주어진 것일까. 다시 극장의 경계로 들어서는가. 그럼에도 아마도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연과 동기간에 열린 전시는 공연을 보족하는 또 다른 평면이다. 공간 역시 다르다. 이는 영등포에 위치하며 안무가의 작업 공간으로 평소 사용된다고 한다. 전시 《A Hedonist》는 이양희의 움직임 단편 영상 여섯 개를 파티션된 별도의 스크린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한편, 함께 공연과 함께 발간된 음반 《HAIL》의 음원과 90년대 한국 클럽에서 찍은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액자, 식보이 프로덕션이 아카이브한 각종 클럽 팸플릿, 신문 스크랩 등의 파일로 구성된다. 이양희의 움직임 소스가 공연 〈A Hedonist〉에 대한 환기 작용, 또는 레퍼런스 자체로 적용할 수 있는 점 외에도 90년대의 정동으로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과 클럽 팸플릿 등의 디자인 소스도 일부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는, 무엇보다 〈A Hedonist〉의 춤이 이양희의 문화적 경험으로부터 도출되었음을 부기한다. 이는 문화적 정동 외에도 개인의 체현된 기억과 체험의 충만함 따위를 증언하는 역할을 한다.

     

    영상의 경우, 크게 나누면 실내와 바깥에서 찍은 작업으로 구분되는데, 야외에서 구성한 한 작업은 음악이 (잘) 들리지 않으며, 〈A Hedonist〉의 후반부 춤동작을 상기시킨다. 놀랍게도 장르적 양식성을 지닌 동작들이 아니라, 현대무용적인 몸짓의 즉흥적 전개로 보인다―실제 다 즉흥으로 한 것들을 담은 영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춤은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인시킨다. 이는 다른 의미로 춤과 음악의 관계를 지시한다. ‘음악은 춤을 사로잡는다.’와 같은.

    실내의 경우, 음악이 따르는데, 영상에 음악을 따로 입힌 게 아니라, 영상(카메라) 너머에서 튼 음악이 공간 전체의 반향 대신에 카메라의 수음에 노이즈와 간섭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더욱 선명하지 않은데, 이 음악이 몸을 분절하는 효과 역시 크다(는 걸 인지하게 한다). 〈A Hedonist〉와 유사성을 갖는 움직임은 뭔가 낡고 둔중한, 또는 둔중하게 들리기도 하는 음악을 잘못 입은 것처럼 들리는데, 이는 장르의 변화―수용성의 시대적 격차―를 확인시켜 주는 것 아닐까 하는 흥미로운 가설을 구성하게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전시의 움직임 영상은 움직임을 움직임 자체로 연구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음악의 유무, 음악의 차이에 따라 음악과의 관계성도 살펴볼 수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신촌극장 2021 라인업

    [ A Hedonist × 이양희 ]

    공연 일시: 2022년 1월 19일(수) - 1월 30일(일) 수-금 19:00. 토일 15:00(약 80분 / 새션별 5회씩 총 10회)

    공연 장소: 서대문구 연세로13길 17 4층 옥탑 신촌극장

    춤: 이양희

    오리지널 음악: 모과

    사운드 디자인: 홍초선

    조명 디자인: 노명준

    무대 디자인: 공간의기호들

    오케스트레이션: 김진우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박소희

    공연 촬영: 영픽쳐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reboot지원사업

     

    *공연 소개

    〈A Hedonist〉는 뮤지션 모과(Mogwaa)와의 협업으로 발매되는 앨범 《HAIL》의 다섯 트랙을 기반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이양희와 모과는 이양희 개인전 《HAIL》(2020, d/p)에서 만나 협업을 지속했다. 훵크와 트로피칼 하우스를 기본으로 모과는 특유의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트랜스의 각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양희의 신체 리듬, 템포, 변주 그리고 90년대 클럽 문화를 경험한 정서로 피처링된 트랙은 음악의 스코어와 춤의 스코어가 교차된 시간의 결과물이다. 〈A Hedonist〉는 전시 《HAIL》의 도록이자, 이양희 움직임의 음악적 정체성과 순수한 근원이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목적 없는 찰나의 행위에 한 번쯤 끄덕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쥔 것 하나 없이 하늘을 향해 충만한 마음으로 들어 올린 양손이, 음악을 ‘몸으로 듣는’ 오롯한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 〈A Hedonist〉는 동명의 전시 《A Hedonist》(@코레오그라픽)와 음반 《Hail》 발매가 함께 기획된 공연입니다.

     

    [전시 개요]

    전시명: A Hedonist

    전시 일시: 2022년 1월 19일(수) - 1월 31일(월) 12:00~18:00 (휴관 1월 24일)

    전시 장소: 코레오그라픽(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6 1층)

    개념, 기획: 이양희

    오리지널 음악: 모과

    사운드 디자인: 홍초선

    공간 디자인: 공간의기호들

    그래픽 디자인: 강문식

    오케스트레이션: 김진우

    프러덕션 운영: 양윤희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박소희, 백재민

    자료: 슈퍼모디파이(식보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upermodified Agency(Sickboy Production)

     

    *전시 소개

    《A Hedonist》는 뮤지션 모과(Mogwaa)와의 협업으로 발매되는 앨범 《HAIL》과 함께 동명의 공연 〈A Hedonist〉(@신촌극장)과 동시에 진행되는 전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스튜디오와 오픈 에어에서 이루어진 이양희 즉흥 움직임을 담은 6개의 영상과 90년대 한국 클럽의 파이오니어, “Sickboy Production”의 비주얼 콘텐츠 아카이빙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1. 1.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참고로 공연을 다른 매체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공연 이미지를 포스터 이미지로 갈음한다. 실제 본다는 것보다 느낀다는 것이 더 중요한 공연이기도 했다. [본문으로]
    2. 2. 각 음악은 장르로 구분되어 있다. 반면, 각 음악의 속성들이 여러 곡의 종합을 통해 하나의 음악 안의 분화로 감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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