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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령 안무, 〈떨림과 울림〉(PaAp LaB): 장소, 소리, 움직임의 공진
    REVIEW/Dance 2022. 2. 6. 21:02

    정주령 안무가, 〈떨림과 울림〉

    정주령 안무가의 〈떨림과 울림〉은 동명의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업으로, 정주령 안무가와 정재우 무용수 두 사람이 세 개의 막을 구성한다. 첫 번째 막은 ‘떨림과 울림’에 대한 가장 정교한 움직임들로 구성된다. 업소용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서 움직임 대부분이 진행된다. 〈떨림과 울림〉의 첫 번째 막은 장소(사물)[각주:1] 특정적인 안무 작업이다. 정주령과 정재우 사이에는 저울이 자리하고, 둘은 발목에 방울을 달고 준비 태세를 마무리한다. 정주령이 저울 위에 머리를 올리고 이를 정재우가 돌려놓는 것으로 첫 움직임이 열린다. 방울 소리가 움직임에 따라 필연적인 것인 반면, 대부분의 소리는 신체에 내속적이지 않다. 

    움직임은 소리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며, 따라서 조심스럽다. 방울 소리, 덜컹거리는 스테인리스 소리 등을 배제하기 위한 기조를 띤다. 움직임은 움직이기 위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듣기 위해 움직임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전적인 제한이 아닌, 속도의 기울기를 조절하고, 숨과 이미지, 사고를 조율한다. 백색소음과 같은 소리가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끊임없이 바깥의 소리가 외삽된다. 얼음이 채워지는 소리, 천장에서 역시 소음이 발생한다. 또한 움직이면서 불가피하게 예측할 수 없는 소음이 발생하는데, 방울 소리와 같이 신체와 밀착되어 어느 정도 신체 움직임을 따르는, 따라서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불가피한 소리와 달리, 이 같은 외부에서 오는 또는 외부로 연장되는 소리는 예측할 수 없으며 또한 사건과 같이 충격을 주는 소리이다. 존재는 놀람을 표시한다. 또는 놀람에 젖는다. 
    후자의 경우로는, 정재우가 최대한 발소리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찬장 위치의 스테인리스 창고를 짚는 움직임을 취하는데, 창고가 딸각하는 소리, 그리고 이후 물뿌리개가 앞서 사용하고 나서 신체 근처에 있다가 집중된 움직임과 함께 그 바깥으로 곧 중심된 시각 권역을 벗어나 떨어지는 순간이 그러하다. 의도적으로 외삽되는 바깥(으로부터)의 소리는 실제 일상에서 주어지는 노이즈다. 이러한 노이즈는 분명 구성된 인공물로 보이지만, 일상에 대한 의사-사실로서 자리하며, 그것이 들리게끔 움직임을 구성한 것에 따라 들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물의 진동―“우주는 떨림이며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에 의해 형성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역설적으로 몸의 소리를 제어하는 움직임이 구성된다. 이 몸의 소리는 방울을 통해 연장된다. 발목에 달린 방울은 움직임을 ‘떨림’의 부산물로 구체화한다. “인간은 울림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는 존재들이다.” 물리학자인 김상욱의 책의 구절은 현상학적인 차원으로 매개된다. 

    인터미션 이후 정재우와 정주령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독무는 창고에서 내려와서 공간 중앙을 사용한다. 정재우가 접지선이 있는 종이 상자를 가지고 양 손가락에 끼거나 해서 어떤 형태들을 조합하는 가운데, 이를 신체의 유연한 분절적 움직임으로 연장한다면, 정주령은 정서적 차원에서 흔들림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스타일리시한 정재우의 움직임에 비해 조금 더 투박하고 내밀하다. 정주령의 움직임은 또한 앞뒤로 몸의 방향을 바꾸며 기우뚱하는 신체를 드러낸다. 이는 신체를 일부 던지는 것이기도 했고, 또 내려놓는 것이기도 했다. 곧 의도적으로 매끄러운 제어 대신에 몸의 어떤 실존적 상황을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표현했다고 보인다. 물론, 정주령의 서사는 조금 더 연장되고 세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재우의 움직임이 정주령의 그것에 비해 개인의 서사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리고 1부와 2부 사이의 매개점을 조금 더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후의 또 다른 버전의 공연이 시도되는 것이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움직임이 멎고 두 명의 퍼포머가 내려와서 관객 귓속에 자리로 돌아가 달라는 말을 함으로써 자리에서 내려와 있던 관객은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지연이 발생하고, 자연스레 쉼과 함께 공연이 재개되면서 자연스레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이처럼 〈떨림과 울림〉은 장소를 활용한 무대, 그리고 관객과의 구분을 상기시키는 식으로 임시적인 무대를 가설함으로써 퍼포먼스적인 시공간의 공유를 만든다. 단순히 극장과는 다른, 극장이 아닌 공간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결과라 하겠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2022년 1월 21일(금) 오후 7시, 1월 22일(토) 오후 3시, 오후 7시, 1월 23일(일) 오후 7시 
    장소: PaAp LaB(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5길 41, 1층 PaAp LaB) 
    안무:정주령
    공동창작: 정주령, 정재우
    음악/영상: 임정은
    오퍼레이터: 문형수
    그래픽디자인: 장홍석
    사진: 정주령
    주최/주관: PaAp LaB

    공연 소개:
    이 공연은 김상욱의 책 『떨림과 울림』에서 시작되었다. 정지한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지만 무수히 떨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보이지 않는 떨림의 유산이다. 우주는 떨림이며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떨림 속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 미세한 떨림으로 나의 말이 상대의 귀까지 전달된다. 인간은 울림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는 존재들이다. 전율은 대표적인 인간의 떨림에 대한 울림의 반응이다. 춤은 우주의 떨림을 극대화하는 매개이며 도구이다. 그 떨림과 울림은 우리 일상에 무수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극히 일부인 가시광선을 제외한 일부만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떨림을 예술과 춤을 통해 느끼기도 한다. 이 작품은 떨림과 울림을 몸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이미지화하였으며 두 무용수의 떨리는 움직임들이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1. 1. 파아프 랩(PaAp LaB)은 파아프 템페(PaAp tempeh)라는 템페를 만드는 주방이 같이 자리한 공간―“성수동에 위치한 파아프의 발효실험실”―으로, 안쪽의 주방까지 한눈에 트인 공간을 이룬다. 이번 공연의 경우, 하얀색으로 클래식한 바닥에 두꺼운 하얀색 완충재가 깔렸었는데, 이러한 구성을 통해 움직임을 갖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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