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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정 〈3circles〉, 이옥경×이윤정 〈즉흥/discrete circulation〉: 가상에서 장르 간의 탄성으로
    REVIEW/Performance 2022. 1. 6. 11:16

    이윤정, 〈3circles〉ⓒ김중원[사진 제공=d/p](이하 상동).

    〈3circles〉은 흡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현실을 가정한 움직임[각주:1]은 아래로의 중력과 위로 솟구치는 힘이 조율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써 두 가지 힘의 낙차를 표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임의 그것과 유사한데, 점점 엘리베이터라는 네모난 큐브의 프레임은 우주와 같은 미지의 차원으로 연장되고 그 안에서 입의 각도를 틀어 벌린 채 고개를 숙여 침을 흘리며[각주:2] 탈진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움직임과 일련의 서사적 흐름은 다분히 연극적인 것으로도 보인다. 처음 무언가를 벅벅 찢는 듯한 건물 바깥의 소음은 엘리베이터의 파열음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보이고, 한동안 지속되다 안쪽의 스피커의 앰비어트 사운드가 겹쳐지며 점점 줄어들다 이내 사라지는데, 후반의 사운드는 극적인 분위기를 보충한다. 

    《엘리베이션/서큘레이션(elevation/circulation)》은 철제 캐비닛에 우리나라에서 최장 기간 운행된 낙원악기상사의 엘리베이터를 해체한 후 그 부품들을 하나씩 진열해 놓은 전시로, 부대적으로 드로잉,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가 따라온다. 여기서 이윤정의 퍼포먼스는 단독으로 출연하는 〈3circles〉와 첼리스트이자 작곡가 외에도 실험 음악가라 할 수 있을 이옥경과의 협업으로 구성되는 〈즉흥/discrete circulation〉 두 개로 진행되었는데, 전자가 공간 한 귀퉁이에서 진행된 데 비해 후자는 공간 전체를 다 사용한다. 

    이옥경&이윤정, 〈즉흥/discrete circulation〉ⓒ김중원[사진 제공=d/p](이하 상동).

    이옥경과 이윤정은 서로를 마주한 채 시작하는데, 첼로를 치기 전에 이윤정이 먼저 연주의 활공을 표현한다. 가장 긴장되면서 동시에 가장 미세한 자장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이윤정은 첼로가 이후 어떻게 떨릴지 이옥경의 행위가 그와 함께 어떻게 흔들릴지를 가상의 공간에 구현한다. 이옥경은 기꺼이 이러한 미래의 상에 자신을 투여해야 하는 모험을 해야 한다. 반면 음악이 투입되는 순간 그 미묘한 분위기 안에서 몸은 온전히 제어하거나 다음 장면을 가상으로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윤정의 움직임은 곧 그 선율에 포섭되는데, 이윤정과 이옥경은 서서히 거리를 벌리며 이윤정과 같이 이옥경의 움직임 역시 확장되고 각자의 독자적인 무대를 확보하게 된다. 음악의 역량은 이제 시각적인 지배―이옥경은 이윤정을 마치 첼로의 몸처럼 연주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를 떠나는 대신 바깥의 움직임이 자신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감각이 된다. 움직임은 어떻게든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반면 음악(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자유롭다. 이는 음악이 움직임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 기존의 무대를 뒤엎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옥경은 심지어 이윤정을 보지도 않고 연주하며 자신의 경로를 유유히 만들지만, 그럴수록 음악의 장악력은 절대화된다. 그 자장 아래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동하는 이는 관객이 아닌 역설적으로 이윤정이 된다. 그 음악을 가시화시키는 역량으로서 이윤정이 존재하게 된다. 

    《엘리베이션/서큘레이션》의 캐비닛은 프레임으로 돼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안에 서서히 들어가야 부품들을 더 상세히 그리고 이를 한데 조망할 수 있는 거리를 획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특이한 구성을 채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의 반대편, 캐비닛의 입구가 되는 트인 부분의 벽에는 두 대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출입문을 열자마자 한눈에 조망될 수 있도록 지금의 ㄷ자 모양의 구조를 180도 전환했다면, 관객은 바로 전시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인데, 그 반대로 적용한 탓에 밖이 막힌 캐비닛을 돌아서 안의 사물들을 보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엘리베이터의 부품들은 캐비닛 위에 올려져 임시로 구조된, 그리고 곧 행방불명될 것 같은 불안정함 속에 놓이고, 심지어 조도가 낮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심미적인 예술품과 경쟁을 피하면서 스스로를 구시대의 유물로 지시하며, 쓰임(기능)을 상실한 그럼으로써 고유한 부품의 외모로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 자체가 기괴하다. 해체와 배치는 연결과 기능, 위치를 상실하는 사물들의 전유에 가깝다. 하지만 그 배치에서도 형태적 동형성에 따른 흐름을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사물들은 그저 빽빽하다. 

    움푹 캐비닛으로 들어간 엘리베이터 부품들이라는 구조, 그리고 그에 따른 이동은 퍼포먼스에 고스란히 옮겨 오는데, 오히려 퍼포먼스를 통해 극대화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캐비닛 구조물 안쪽에 위치한 관객을 벗어나는 것, 또는 그 안쪽을 완전히 점유하지 못한 바깥쪽의 관객의 시선 등이 그것이다. 각각 캐비닛 전시를 벗어나려는 시선, 그리고 캐비닛 전시에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시선이 거기에 해당한다. 
    중간에 캐비닛이라는 장애물은 관객을 가두거나 바깥을 향하게 하며 퍼포머를 그 바깥에서 유영하게 하거나 안에서 갇힌 채 움직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캐비닛의 안과 밖을 유일하게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캐비닛 바깥과 벽 사이의 끼인 틈에서 서로를 곁으로 두며 끝을 맺는다. 캐비닛의 뚫린 틈 사이로 둘의 얼굴이 잡힌다는 점에서, 캐비닛 자체가 엘리베이터의 틈 일부라는 프레임으로서의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클라이맥스의 이 만남이 매우 더디고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에서(서로에게 기댈수록 또는 정향될수록 이옥경의 연주는 그리고 이윤정의 움직임은 조금씩 사그라들게 된다.) 생겨나는 애련한 정동은 오히려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작동이라는 알레고리를 적시에 포착해 내며 정서적 제스처의 감상주의적인 면모와 거리를 확보한다. (엘리베이터라는 거대한 개념과 물리적 구획/한계는 오히려 둘의 퍼포먼스를 실험을 위한 무한한 자율성의 토대에 세워두지 않게 만드는데, 그 결정적 요소가 이러한 마지막 장면으로서, 장르와 콘셉트가 합산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윤정, 〈3circles〉ⓒ김중원[사진 제공=d/p].

    결과적으로 〈3circles〉은 혼자 춤추기라는 점에서 탄력적인 긴장은 사라진다. 중력과 반작용의 힘이 조율하던 공간에서의 움직임은 결국 허공에서의 유영 공간 속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 이는 완벽한 가상과 실제 엘리베이터가 주는 기괴한 현상학적 체험의 자장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3circles〉은 일종의 미스터리 같은 극적 분위기와 미시적인 감응이 신체 전체로 확장되는 체험 사이에서 판단을 유예한다.[각주:3]

    〈즉흥/discrete circulation〉은 상호 간의 유영이라는 점에서, 가상의 프레임 대신 실제의 프레임 안팎을 교환하며 움직인다는 점에서 전시의 이동 경로를 구성하는 일종의 ‘난폭한’ 가이드 퍼포먼스이면서, 그 둘의 끊이지 않는 속박과 그 안에서의 자율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퍼포먼스이다. 따라서 연대의 비릿한 정서를 생산한다. 〈즉흥/discrete circulation〉은 처음 장르적 재현과 균열으로부터 출발해 지배와 지시, 또는 자율과 무대의 중력의 수평적 조율로 지속되며, 결과적으로 엘리베이터의 그 근대적 힘을 명확하게 체현하며 사라짐을 영속화한다. (아마도 사라질) 기억은 그런 존재 간의 마주함으로 대체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전시 개요]
    전시명: 엘리베이션/서큘레이션
    전시 기간: 2021. 12. 15. - 12. 31. 
    전시 장소: d/p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악기상가 4층 417호)

    참여작가: 송호철, 아홉, 이옥경, 이윤정
    기획: 김지연, 이민지, 이영준
    협력: 신경섭, 조혜진, 남성택, 이자연
    그래픽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공간 디자인: 공간의 기호들
    자문: 황재빈
    주최: d/p
    주관: 소환사, 새서울기획
    후원: 우리들의 낙원상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1. 1. 보도자료를 참조하면, 이윤정 안무가는 “혈관과 신경계에 따른 혈액과 호르몬 전달 과정을 안무화”했다고 한다. 이 공연은 《엘리베이션/서큘레이션》이라는 전시에 포섭되는 한편, 전시는 “엘리베이터를 건축과 인체를 연결하는 메타포로 활용”했으므로, 이윤정의 메타포는 물론 엘리베이터로서의 신체 또는 엘리베이터 안의 신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이윤정의 움직임을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신체로 가정했다. [본문으로]
    2. 2. 이는 특정 부위의 움직임으로 신체 전체를 조율하고 변형시키는 메소드를 보여주는 그의 지난 작업 〈설근체조〉(2019)를 떠올리게 한다. https://www.danceprojectppopkki.com/blank [본문으로]
    3. 3. 〈설근체조〉의 신체 기술 방식과 서사의 조응과 같이, 조금 더 긴 지속을 통해 그 양자를 저울질하며 서사-표현이 정교해지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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