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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무용단 《더블빌》, 맞춤옷의 어떤 설기들
    REVIEW/Dance 2022. 5. 10. 04:13

    차진엽 안무/연출, 〈몽유도원무〉[사진 제공=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의 《더블빌》은 색채가 다른 젊은 외부 안무가를 초대해 하루에 두 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식으로 기획되었으며, 활발하게 동시대 무용 신에서 활동 중인 고블린파티와 차진엽 안무가가 각각 안무한 〈신선〉과 〈몽유도원무〉 두 작업으로 구성됐다. 공연이 오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중극장 규모로서 그리 크거나 깊지 않게 보였는데, 이는 두 공연 모두 많은 무용수가 출연하고 움직임이 많고 다양하며 무대의 동선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대의 특징이라면, 움직임을 연장하는 글로시한 바닥 자체에 있는데, 〈몽유도원무〉의 경우 두 개의 막을 순차적으로 활용해 단조로운 무대에 변화를 준다. 

    고블린파티 안무, 〈신선〉[사진 제공=국립무용단]

    외부의 동시대 안무가와 국립무용단의 결합은 현대무용의 개념과 전통무용의 기본기가 전통의 변화와 갱신을 꾀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 데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움직임과 안무는 전통과의 어떤 거리와 간격을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미세한 느낌이 그것이다. 이는 (전통적 움직임을 잘 수행하는 어떤 수행 단위로서 국립무용단의) 본래의 움직임과 스타일이 그만큼 자연스러웠음―매끄럽다는―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현재의 움직임이 이전의 움직임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전적인 다름 혹은 자연스러운 새로움은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동시에 현재의 움직임이 무용수의 언어가 아닌 단지 움직임 그 자체로만 읽힌다는 또 다른 전제가 드러나 보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 움직임 자체에 대한 특이성은 더욱 부각되며 또한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된다. 

    결과적으로 두 공연 〈신선〉과 〈몽유도원무〉는 새로운 움직임의 옷 자체를 확인하게 하는 차원에서 여전히 신선하기도 하고, 주요한 동력을 각각 움직임적으로 그리고 매체적으로 가져가는 가운데 ‘신선’놀음과 ‘몽유도원도’라는 모티브를 서사의 중심으로 옮겨 어떤 또 다른 질문으로까지 이끌고 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준다. 두 공연을 각각 살펴보고, 이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신선〉, 인용으로서 장면들

    고블린파티 안무, 〈신선〉[사진 제공=국립무용단](이하 상동)

    수평으로 서서 술을 건네고 마시는 관계와 자장과 두 다리를 한쪽으로 포개 술을 먹는 비뚜름해진 포즈는 각각 〈신선〉의 음주가 시작되고 마지막을 장식하며, 신선놀음의 서사적 맥락을 구성하는 주요한 장면들이다. 고블린파티는 중간중간 전통적인 술자리보다는 현대의 재현상으로서 이를 연출하는데, 이는 현대에 전통을 접목하는 데 있어 일부 변용된 현대의 모습을 통해 전통을 손쉬운 공통의 것으로 추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서사의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 움직임이 특이한 경계에서 작동하는지가 조금 더 주요한 관점의 대상이 된다. 

    사운드는 다분히 단순하게 지속되며 그럼으로써 몽환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트랜스 음악에 가까운데, 여기에 전통의 노래들을 덧붙이는 장면은 이러한 음악이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침투하는 일종의 공간학적 배경으로서, 주체의 혼란을 일으키는 술의 작용을 주제적으로 취급, 구성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매끄러운 움직임과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의 기호는 다른 한편 전통적인 움직임의 기본기를 흐트러뜨리는 안무의 전략으로도 생각되는 일면이 있다. 술은 인간의 어떤 전이 지대로서의 감성적 분화의 집단적 문화를 구성하는 매개체이면서 전통 질서를 굴절시키고 포섭한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고블린파티의 기존 안무 기술을 합리화하는 적절한 유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경계지대로서의 음악이면서 무언가를 재현하기보다 다른 움직임을 구성하기 위한 효과로서 〈신선〉의 음악을 살펴본다면, 고블린파티의 지경민 안무가가 음악을 맡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부분으로 들어온다. 반면 이러한 음악은 동시에 무대의 직접적인 환경을 만드는 노이즈로서 주어지며, 서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드라마적인 동력은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잘게 접히고 꺾이고 둥글어지기도 하며 결국 마모되어 가는 신체 자체의 서사를 쓰는 차원에서 생겨나는 고블린파티의 움직임의 고유성은, 뚜렷한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수평으로 곧게 뻗어 나가는 선분들을 구성하는 몸짓들이 주는 유려하고 단정한 매무새와는 잘 접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무의 특이성은 움직임 자체도 있지만, 그 배치와 동선 자체를 어떻게 비정형적으로 포화시킬 것이냐에서 오는 부분이 크다. 가령 두 팔을 안으로 말아서 팽이처럼 뱅글뱅글 회전하는 비교적 단순한 움직임은, 그와 같은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곧 자기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상당 부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동작, 동시에 시선을 바깥으로 향하기 어려운 이러한 움직임이 군무로 이뤄질 때, 매우 효과적인 무질서의 광경이 펼쳐진다. 소위 엄격한 ‘대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카오스적인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처음 〈신선〉은 어떠한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소개 나아가 ‘홍보’의 언어를 무용수 한 명 한 명이 돌아가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하울링 같은 효과가 덧입혀지는데, 〈신선〉의 메타 기술의 차원은 이 공연이 옛것을 현재의 것으로 전유하는 술자리의 장면들에서 그 내용을 극적 몰입을 꾀하는 것으로 연장하기보다는 어떤 장면이 인용되고 있음의 상태를 지시하는 차원이 큰 것과 연관되는데, 곧 목소리가 나오는 중에 이 목소리를 흩트리는 사운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곧 디제잉의 겹침의 효과와 같이 〈신선〉은 현재의 것이 인용되고 있음, 배경의 것에 놓이고 있음 자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엄격한 서사 창출이 아닌 일종의 패치워크식 또는 조각 모음적인 작품 구성의 특질을 살펴볼 수 있다.

    〈신선〉의 서사가 따라서 횡적인 차원으로 더해진다면, 〈몽유도원무〉의 서사는 초반에 어떤 길의 여정을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종적이다. 전자가 서사의 무질서함을 의도적으로 가져가며 여러 다양한 움직임을 전하는 것을 넘어 흐트러진 서사를 몸의 틀 자체를 굴절시키는 전략으로 연장한다면, 후자는 일정한 분기점들을 통해 무대의 극적 효과를 분명하게 출현시킨다. 

    〈몽유도원무〉, 이미지로서의 움직임들

    차진엽 안무, 〈몽유도원무〉[사진 제공=국립무용단](이하 상동)

    〈몽유도원무〉는 무대를 일종의 스크린으로 두는 관점이 전제된다. 매체적인 차원은 평면 디스플레이 TV 광고의 전유물 같은 무대 구현에 무용수들을 일종의 입체적인 선분과 색감으로 분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장막이 무대 전면 하단에 내려온 상태에서 무용수들은 일종의 그림자극을 선보인다. 덩어리로 뭉친 몸들은 선분과 음영의 변화로 나타나고, 무대 깊숙한 하단 조명이 번갈아 바뀌는 것에 따라 그룹 일부가 갑자기 나타나고 또 갑자기 사라지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몸을 이미지로 바꾸는 매체 환경은 마지막 장면에서 한 번 더 반복된다―처음의 막 역시 똑같이 내려온다. 

    한동안 지속되는, 꿈틀거리는 하나의 물결 같은 무리로서 끊임없이 해체되지 않고 재연결되는 움직임은, 실체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 이미지의 탄생 경로를 보여준다. 동시에 무대 전면에는 검은색 형체의 꾸물거림이라는 이미지 형상이 프로젝션되는데, 이는 몸을 프레임을 더해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싱크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안무의 의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반면, 이미지는 이후 극도로 해상력을 높인 또 다른 이미지로 반전된다. 〈몽유도원무〉는 출발 지점의 횡으로 연결된 신체들을 종의 대열로 재구축하는 것으로써 불투명한 이미지와 선명한 이미지 사이의 시공간을 채운다. 여기에는 길의 서사가 있는데 어떤 시간의 흐름 자체를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공간이 바뀌고 시간 역시 흐른다. 군집의 흐름에 예외적인 존재가 전면에서 더 격렬한 움직임으로 이 대열에 대한 표지로서 기능하거나 그 줄기를 파고드는 것으로써 전체의 구심력적인 동력에 대한 외부와의 접점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매개는 그에 대한 과잉 재현의 형태로 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돋보이는 움직임 자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후 한 명씩 출현하는 과잉의 집중된 움직임과의 궤를 이룬다. 
     

    또 다른 〈몽유도원무〉의 막은 종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병풍과 같은 막이다. 여기에는 프로젝션이 투사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며, 후자의 경우에, 불투명하게 움직임에 덧씌워지는 프레임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막의 존재와 함께 무용수들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앞선 길의 서사 역시 그친다. 한편으로 무대에 투입된 심은용의 거문고가 한 현씩 무대에 투척되며 서사의 기조가 달라짐을 분명하게 나타내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무용수 한 명 한 명을 일종의 원색 계열로 ‘보정’하며 일종의 스크린 안의 이미지로 이를 전유하는 안무 전략과 맞닿는다. 하임의 전자음악이 전반적으로 공연 아래에 깔려 있는 반면, 〈신선〉과 다르게 〈몽유도원무〉는 음악 사이의 경계를 시험하기보다 차라리 음악 자체의 존재론적 지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 심은용의 움직임이 그러하다. 

    에필로그, 차이의 기술들

    고블린파티 안무, 〈신선〉[사진 제공=국립무용단]

    〈신선〉이 자유로움의 질서를 표상하며 실제 어떤 움직임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자 했다면―물론 술 먹는 모습의 재현이라는 행위적인 움직임들이 나옴에도―〈몽유도원무〉는 군집 안무를 매체적인 차원에서 이미지로 변형하며 더욱 단단한 움직임의 ‘궤적’ 자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반된다. 후반의 한 명씩 등장하여 화려한 몸짓들을 선보이는 것은 스크린으로 변한 무대 위에서 일종의 장식적인 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닥의 특성 역시 흐릿하게 변형되는 신체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신선〉은 〈몽유도원무〉가 일종의 서사적 긴장과 극적 몰입으로서 선형적인 시간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탄탄하게 짜여 있는 데 비해, 음악적 측면에서도 더 자유롭고 실험적이며 내용 자체를 표상하려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변형의 여지들을 갖고 있으며 또한 장면 간의 유격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몽유도원무〉가 완전히 안무의 형식 안에 전통무용의 기본기를 재조립하는 차원에서 완전히 변형시키고자 했다면―개별적인 1인 시현의 차원을 제외하면―, 〈신선〉은 전통무용과 고블린파티의 안무를 절합하면서 솔기를 남긴다. 

    차진엽 안무, 〈몽유도원무〉[사진 제공=국립무용단]

    두 작업 모두 전통의 소재를 현대적인 차원으로 각색 또는 구성하고자 한다. 반면, 〈신선〉이 전통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 축 옆에 두는 것으로 재현한다면, 〈몽유도원무〉는 하나의 규정할 수 없는 서사적 시간―비의적 시공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몽유도원무〉가 초반에 움직임의 본질적인 차원을 향한다면, 〈신선〉은 움직임을 변용될 수 있는 어떤 잠재성의 기호로 표면화한다. 전자가 과거의 시간을 현대적으로 또는 현대와의 어떤 간극으로 재현한다면, 후자는 현재의 시간 안에 과거를 가리키는 움직임이 놓이며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고도 하겠다. 둘은 물론 다르지만 전통과 현재의 간격에 대한 물음을 집요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일차적으로 움직임의 실험적 양태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이후 작품이 연장된다면, 전통을 일종의 변형 가능성―〈신선〉으로 두거나, 또는 매체적으로 전환―〈몽유도원무〉―하는 어떤 과정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메타적 기술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어떤 전혀 다른 새로운 옷을 입게 될 때 그것이 어울리는지 또는 왜 입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자기 물음이 작업에서 함께 드러나느냐의 물음인 것이다. 〈신선〉은 자기 기술을 내용이 아니라 효과로 전환한다는 점―하나의 레이어로 구성―에서 처음부터 시종일관 매시업의 기술을 지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이 어떤 차원에서 현재의 것으로 유의미해지는지를 보여주기에는 두 작업 모두 스타일적인 전유와 변용을 조금 더 좇은 것은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국립무용단 신작 〈더블빌〉
    공연 일시: 2022년 4월 21일(목)~4월 24일(일) 목·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공연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100분(중간휴식 포함)

    〈몽유도원무〉 
    안무·연출: 차진엽 
    음악감독: 하임‧심은용
    무대디자인: 이혜진‧김지명‧신진아(프로젝트팀 신미옥) 
    의상디자인: 최인숙
    미디어아트: 문규철‧황선정
    출연: 국립무용단_김미애, 김은이, 박지은, 조용진, 박혜지, 황태인, 박준명, 최호종, 이도윤

    〈신선〉
    안무: 고블린파티(지경민‧임진호‧이경구)
    작곡: 지경민
    의상디자인: 한현민
    출연: 국립무용단_장윤나, 전정아, 황용천, 송지영, 이요음, 조승열, 박수윤, 이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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