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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효진 극작, 〈머핀과 치와와〉: ‘인간을 가로지르는 무엇’
    REVIEW/Theater 2022. 2. 6. 21:07

    극작_신효진, 연출_임성현, 〈머핀과 치와와〉 ⓒ황가림[사진 제공=신효진](이하 상동). 사진 좌측부터, 자자 역_김의태, 니키 역_이세영, 도루 역_조의진, 사가 역_한혜진. 

    〈머핀과 치와와〉는 미래 문명의 단면을 ‘라이카’라는 인공지능의 통제 아래 작동하는 단일한 시스템―사각형의 가를 두른 검은 고무판을 하나같이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는 배우들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시스템의 부속으로서 자리한다.―으로 전제한다. 문학적 인간과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의 변이는 이 시스템으로부터 삐져나온 인간적인 무엇, 문학적인 무엇을 보여주지만, 이 같은 존재들은 반동적이거나 체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체제의 예외적 존재로 자리할 때 그 체제로부터 읽히지 않거나 증발하거나 죽는 존재에 그친다. 시스템에 대한 독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작업의 초점을 벗어난다. 시스템은 일종의 기능적인 표면에 불과하다. 라이카는 강력한 통치 장치 역시 아닌데, 타자가 아니라 자아의 연장이거나 모방 정도로 취급될 수 있다. 

    익숙한 ‘시리’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언어를 매개하는 라이카는, 기본적으로 정보 검색 엔진으로, 또한 라이프 사이클을 관할하는 사물 인터넷의 두뇌부로 자리하며, 시스템과 연동되어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효율성과 합리성에 기반해 통치하고 관할한다. 극단적으로 정치와 경제라는 개념은 여기서 실종되어 있다고 보인다. 초점은 어떤 인간들 각자의 실존적 양상에 있다. 따라서 시스템은 극 속에서 인간을 지배한다고 전제되면서도 어떤 특이한 정보 값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라진다. 초점은 (물론, 아마도 당연히) 미래보다는 현재에 있는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역량을 대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의 지능이 인공지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전제는 이 작품의 출발선상에 위치한다고 보인다. 라이카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스템 자체가 곧 미래인데, 〈머핀과 치와와〉에서 그 미래는 현재의 부족분의 상상력을 드러내고 보완하기 위한 현재의 기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인간은 머핀과 치와와를 구분 짓는 것과 같은 라이카의 알고리즘을 강화하기 위한 무기력하고 의지 없는 잉여의 노동―‘도루’(조의진 배우)는 옆으로 누워 심드렁한 표정에 손 하나만 까딱이는 몸짓으로 머핀과 치와와를 섞어 놓은 이미지들을 하나씩 넘겨 가며 치와와 이미지가 나왔을 때 클릭하는 수행을 한다.―을 수행할 뿐이다. 이러한 노동이 특수 계층의 삶인지 보편적 차원에 해당하는지를 언급하는 것에 따라 미래인의 삶에 대한 이 작품의 설정을 조금 더 첨예화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다양한 직업군의 세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루’ 외에  택배 노동자인 ‘니키’(이세영 배우)도 있다. 니키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이 세계 환경과 물리적으로 잘 맞물리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 택배 노동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에서 논의는 진척되지 않으며, 만약 후자라면 육체적인 노동은 대부분 상실된 것이며, 인공지능의 딥러닝 같은 보이지 않은 특정한 노동만 존재하는 것이 될 것인데, 그 바깥의 양상, 곧 이 시스템과 지구인의 관계성의 경로, 그리고 이 시공간(과 바깥)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부재하다―‘사가’(한혜진 배우)가 이 구역과 다른 또 다른 구역이 아마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타인이 된다. ‘사가’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어쩌면 가장 잘 번역되지 않은 실패한 캐릭터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작품 세계관의 불투명한 또는 한정된 정보는 아쉬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실존적 양상은 문학의 형상을 유비한다. 이는 분석 가능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는 사태에 인물들이 처함을 의미한다. 호수의 물을 커다란 빨대로 마치 술처럼 들이키고 끊임없이 슬픔을 토로하는 ‘도루’의 상태는 라이카로 연장 불가능한 사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가진 ‘니키’는 작품 전체를 매개하고 개괄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인데, 그의 호기심 역시 라이카가 매개해주지 못한다. 그에게 발견된 갑작스러운 인어로 변모해 죽은 사람들의 소식은 그의 세계에 대한 인지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모험적 지식의 형태이다. 시종일관 인어라는 ‘사람+동물’의 알레고리는 세계 바깥의 상상력, 곧 문학적 상상력으로 자리하며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기호가 된다. 이 구역이 삶의 환경으로서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온 ‘사가’는 라이카와도 그 스스로의 목소리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머핀과 치와와〉는 미래 사회의 인간의 권태를 예기하는 듯하다. 가령 치와와와 머핀을 우리는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에게는 어려운 과제로 생각되어 왔다. 반면 인류의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머핀과 치와와〉에서는 여전히 이를 극복하지 못한 인공지능에 대해 주목하기보다 이러한 과제에 심드렁하며 때로 실패하는 도루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감각 자체가 기계의 그것을 위해 동원되는 주객이 뒤바뀐 상황의 아이러니와 기계의 감각으로 연장되며 인간의 그것이 퇴화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통합되는 언어 환경에 맡기고 또 그로부터 연장되는 세계에 적응하며 잉여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은, 감각과 감정의 어떤 것들을 분명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과제 자체가 사라지고, 실존적인 삶의 의미를 구성하지 못한 채 현재에 허덕이는 (탈)인간적인 모습으로 거기서 이탈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머핀과 치와와〉는 정치와 공동체―여기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결정하고 판단하는 언어는 필요없다.―, 나아가 예술(적 사유와 질문)이 사라진 어떤 미래에 문학적 알레고리가 실재화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산출보다는 고전적 신화에 대한 믿음이 근대화된 인간이 갖는 그에 대한 불신의 반대편에서 재구성되며 지속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듯하다. 반인반수의 인류의 또 다른 형상은 공고하고 안정적인 현실에 대해 이질적이고 예외적인 형상으로 대립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전자의 사회와 적대하기보다 믿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며 반대편에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현실은 여전하고 여전할 것이다. ‘도루는 정말 인어가 되었는가.’ 어쩌면 우리는 시스템과 그 바깥의 괴소문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머핀과 치와와〉는 미래 인간의 적응과 편안함 뒤의 권태와 방황, 바깥으로의 동경과 같은 여러 인물의 심리 상태를 통해 ‘결여’라는 물리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을 직시하고자 한다. 충족될 수 없는, 통합될 수 없는 언어는 바깥에서 주어진다. 인간의 변태는 인간의 바깥으로부터 주어진다. 동시에 인간의 변태는 인간의 바깥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고 인간의 바깥으로부터 인간을 재구성하게 한다. 인어라는 존재는 낭만적 메타포에서 두려움의 그것으로 변화한다. 이는 내 신체의 절반이 동물의 그것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감각하는 것에서 연유한다. 
    결과적으로 〈머핀과 치와와〉는 미래의 어떤 부적절한 동시에 부조리한 환경에서의 삶의 불가능성으로부터 상상력과 바깥으로의 이동, 실존적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써 인간의 내재적인 좌표 구축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래라는 가상의 트리거를 통해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적인 무엇을 환기하는 효과를 낸다.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미래, 그리고 조금 더 급진적으로 달라진 무엇을 가정하지 않은 미래는, 이미 우리가 가정할 수 있는, 동시에 우리의 내재적인 어떤 분기를 체현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이 〈머핀과 치와와〉의 어떤 실험, ‘미래라는 가정법’이 노정하려는 것일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2.01.21~2022.01.30 평일 8시 / 주말 4시 / 월 쉼
    공연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공연시간: 90분
    관람연령: 12세 이상

    작: 신효진 
    연출: 임성현 
    조연출: 오기택 
    기획: 나희경
    무대디자인: 조경훈 
    조명디자인: 고귀경 
    사운드&영상: 목소 
    무대감독: 박진아
    출연: 니키役_이세영, 도루役_조의진, 사가役_한혜진, 자자役 김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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