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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로 사리넨 안무, 〈회오리〉: 본질주의와 전승 사이에서의 전통
    REVIEW/Dance 2022. 7. 12. 12:20

    테로 사리넨 안무, 〈회오리〉ⓒ김민관(이하 상동).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회오리〉는 한국 무용의 전통적인 것을 추출, 전유한 작업이다. 이는 통상 오리엔탈리즘적으로 표상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고유한 어떤 것이 어떻게 굴절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거꾸로 우리의 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 체계와 재현 질서를 인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우리 고유의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정위되어 있지 않다고 전제하는 한에서. 〈회오리〉는 ‘회오리치는’ 유사성의 움직임 계열체를 만드는 것, 흑백의 양분된 ‘색감’에 따른 상징 구도 위에 샤먼이라는 예외적인 존재가 자리하고 있음, 그리고 음악이 끊임없이 합성되고 있는 실시간성의 수행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집약된다. 

    첫 번째로 움직임의 형태는 사실 스텝을 너르게 잡고 크게 굴신하며 팔을 벌려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에 해당하는 비인간 이미지 계열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로 흑백 의상을 입은 각각 두 쌍의 무용수 그룹에 표정이 없는 나아가 근엄한 분위기를 짓는 샤먼이 더해짐은, 세계를 단순화하며 근원적인 세계의 초상과 제의적인 세계관을 합성한 신화적 서사를 담지한다. 세 번째로 단 위에 올라간 연주자 그룹은 무대 위의 존재들을 퍼포머 자체로 전유하며 그에 목소리를 정교하게 새기는 내레이터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한다. 

    움직임의 차원에서 스텝은 땅에 한층 더 붙박이게 되고 팔의 유려한 움직임은 형태적인 차원을 구성하는 것으로 수렴되며 자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형식’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한국 무용에 대한 재표상과 오리엔탈리즘적 전유에 대한 비판 사이에서 적절한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이 ‘맞지 않는 듯한 옷’에 대한 인식이 적절한지의 질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 부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반면, 이 나무와 같은 비인간의 형태가 미소를 띤 보여주기 자체의 수행성을 띤 무용수들의 표정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오는 그 자연스럽지 않음이 미학적으로 불균질하다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무용수들의 유려함은 왜 특정 패턴의 형태를 구성하기라는 틀 안에서 그 어색한 생기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회오리〉는 3막의 서사 구조를 전제하지만, 미분화된 연주의 흐름이 더 지배적이다. 동시에 흐물거리는 형태적 동형성 창출이 초점화된다. 무대보다 높은 단 위에 연주자들은 무대를 지켜보는 악사이자 이들은 관찰되기보다는, 관객의 시선 자체를 매개하는 하나의 지배적인 시선으로서 무대 위에서 시각적인 우세를 점한다. 〈회오리〉는 제의적인 제스처는 그러한 믿음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의 일상을 드러내는 극적 서사의 일부로 편입되기도 하지만, 음악이 갖는 수행성이 무대의 그것과 함께 증폭될 때 무대의 직접적인 발화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와 같은 동양의 ‘특유한’ 무형의 에너지를 가시화―“회오리”라는 개념으로 표상―하려는 안무가의 전략은, 자연주의적이고 원초적인 생명에 근간을 둔 그의 안무 개념이 적당히 옮겨갈 수 있는 명목으로도 보인다. 곧 〈회오리〉가 한국 무용의 전유가 아니라, 한국 무용이 전유하는 테로 사리넨 특유의 자연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어떤 부자연스러움은 한국 무용과의 어떤 혼동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그 혼동은 〈회오리〉가 근원적으로 한국 무용을 닮았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조안무로 위치하는 김미애 무용수가 테로 사리넨의 안무를 한국 무용에 맞게 적용, 적응시킨 어떤 과정을 추정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사실은 두 움직임 방식의 경합 과정에서의 잔여 이미지가 어느 곳에도 소속될 수 없는 경로를 상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엄하게 침묵과 무표정을 유지하며 일종의 날개-악기를 들고 회오리의 소리를 일으키는 샤먼은 그 과정에서의 움직임이 일정하게 그 기구를 동작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형태적 유려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절도 있는 제식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는 여성적이거나 양성적이기보다 다분히 남성적인 일면이 크며, 보이지 않는 왕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대리하고 있는 존재로 보인다. 그가 갖는 상징성이 다른 존재와 대별되는 점은 그가 처음 무대를 여는 신비로운 세계를 조형하는 존재―‘태초에 소리가 생겨난다.’ 곧 그 직전의 순간―이면서 어떤 국면 전환을 말없이 수행―말을 지우는 분위기에서 수행―한다는 점에서 ‘재잘거리는’ 무대를 (재)분절하는 권력 자체를 체현한다는 데 있다. 탈인간으로서 그의 형상은 수행과 제의 그리고 유희가 합쳐진 시간 바깥에 그가 있다는 것에 상응한다. 

    관객과 마주함, 특정 사물성에서 벗어난 무용수 특유의 정동은 수행에서도 유희의 형태로 나타난다. 후반에 이르러 무용수들이 추임새를 넣는 것과 같이 제의의 연희적 성격은, 형상과 상징의 순수주의와 근원주의를 벗어나며 현재성과 프로시니엄 아치 바깥의 시간을 출현시킨다. 결과적으로 〈회오리〉는 한국 무용과 외국 안무가의 움직임의 결이 묘하게 상응하며 또 불일치하는 일련의 사태 속에 ‘회오리’라는 자연주의적이고 근원적인 상징 개념의 차원이 현재성을 벗어나는 시점과 함께 육박해 오며 심미적 기호 산출로만 수렴됨을 바라보면서 국제 교류에 관한 동시대성의 의제와 어떻게 결부 지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다. 

    〈회오리〉는 움직임의 교류와 접변, 전용, 변화의 여러 단계를 흥미롭게 기술하는―다소 애매하게 드러내는―작업으로, 테로 사리넨의 한국 무용에 담긴 오리엔탈리즘적 기술의 신화를 반쯤만 수용한 채―‘회오리’라는 상징성은 안무가의 순진무구한 시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현실과 전통에 대한 첨예한 문제와 구체적 기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타협적으로 선택된 기호에 가깝다는 가설 역시 어느 정도 유효하지 않을까.―, 한국 무용의 관점에서, 가령 핸드리키 헤이킬라(Henrikki Heikkila)와 함께 조안무를 맡은 김미애의 더 체계적인 기술이 〈회오리〉에 관한 민족지적 기술을 역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매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보인다. 곧 〈회오리〉에서 우리의 것이 가진 어떤 진수를 찾아내기에 앞서, 어떻게 테로 사리넨의 안무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요청된다. 하지만 그 기술은 안무 자체의 기술(記述)이 아니라 어떤 안무와 또 다른 안무 사이의 ‘매끈함’을 구성하는 타협의 기술(技術)이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국립무용단 <회오리>
    일시: 2022년 6월 24일(금)~26일(일) 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주요 제작진〉

    안무: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
    조안무: 김미애, 핸드리키 헤이킬라(Henrikki Heikkilä)
    작곡‧음악감독: 장영규
    무대‧조명디자인: 미키 쿤투(Mikki Kunttu)
    의상디자인: 에리카 투루넨(Erika Turunen)
    출연: 국립무용단_블랙: 김미애, 송지영, 황용천 / 화이트: 이석준, 박혜지 / 샤먼: 박기환, 송설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80분(중간휴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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