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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 음악이 되기 위한 움직임
    REVIEW/Dance 2022. 8. 5. 00:38

    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안무: 최진한, 출연: 주하영, 신상미, 정소희, 조연희, 이경엽, 김현호, 이소진, 최진한,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 ⓒRYU[사진 제공=댄스스토리](이하 상동).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이하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Arnold Sch nberg)의 동명의 곡 ‘위’에 펼쳐진다. 말 그대로 움직임은 음악에 얹어지며 음악에 ‘감염’된다. 음악은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미디어로, 몸은 그것을 지지한다. 또는 그 몸을 지지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악에 감염된 주체를 위해 최진한은 특별한 움직임 메소드를 창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은 음악의 파동과 같이 진동하는 것이자 음악의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감염’은 이러한 두 매체 간의 상호 접촉과 전이의 상태에서 움직임에 해당하는 한 측면을 가리킨다. 

    걷기의 변형태로서 존재하는 기본 단위의 움직임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한껏 가슴을 뒤로 젖힌 채 두 팔을 휘황찬란하게 흩날리며 걷기는 끊임없이 반복되며 다른 움직임으로 곧 연장된다는 점에서 〈정화된 밤〉이 지닌 움직임의 메소드를 응축하는 일면이 있는 한편, 시노그라피로서 안무, 극적인 시간의 지형과 맞물려 복합적인 도상의 의미를 얻는다. 곧 이러한 ‘걷기’는 특별한 시공과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응시의 공간으로 포박당하는 움직임이자 미래로 현재를 유예하는 수행이자 온몸이 펼쳐지고 있음을 체현하는 도취와도 같다. 

    걷기의 실패는 〈정화된 밤〉의 시작이다. 하나의 점에 포박된 누군가의 뒷모습이 무대를 지배한다. 걷고자 하나 걷지 못하는 모습, 걸음의 시작점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는 일관되게 지속되다 그 이외의 모든 무용수가 무대에 제자리를 찾아갈 때 그리고 어떤 움직임을 시작할 때 그리고 그 이후의 어느 순간 거기에 합류하며 그러한 ‘긴장’은 사라진다. 다시 말해 그러한 긴장이 유지되는 동안, 그의 포박됨 바깥의 모든 힘의 장력은 이 묶여 있음의 몸을 어쩌지 못하며 처음의 순간에 계속 묶여 있는 셈이다. 이는 그가 ‘보통의’ 움직임에 귀속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하나의 국면이 변화함을 나타낸다. 예외적 순간이 평범한 현실로 돌아감은 분명히 특별하면서도 허무하다.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뉘엿뉘엿 이동하는 어떤 단편적 움직임으로서의 걷기 이후, 무용수들은 단체로 뒤돌아서 무대 뒤쪽으로 다시 뉘엿뉘엿 사라진다. 이때 마치 그 그룹은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대체로 키가 작은 순으로 앞에서부터 위치하며 예외적으로 키가 큰 무용수가 오른쪽에 자리하는데, 전자는 마치 점점 키가 줄며 사라지는 착시를 안기는 것이다. 그림자극처럼 무용수들의 그림자가 밝은 조명에 따라 일렁이며, 두 그룹의 기울기를 더 급격하게 벌린다. 이어 무대 오른쪽을 향해 걸어가는 옆모습들이 비친다. 

    탈행위적인 걷기, 곧 사실적인 움직임이 아닌 극적인 연기, 느슨하게 설렁이는 팔과 움푹 파이는 역-응시의 시선, 골반의 흔들림 등은 신체 특징이 일관되지 않은 조합─키나 체구가 의도적으로 불일치하는 무용수들의 집합화─이 각 무용수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각 무용수는 자신만의 휴먼스케일 안에서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진한 안무가가 기존에 보여주던 자신의 움직임을 음악에 따른, 더 정확히는 음악의 간격을 구성하는 움직임으로 분배한 것이자 음악에 따른 신체 이완과 접합의 동시적 역량을 각자의 속도로 체현할 것을 아마도 요청한 결과가 아닐까. 두 그룹의 배치를 통한 시노그라피적 연출─그 외에도 신체를 가로지르며 비켜나가는 핀 조명, 무대 중앙에 종으로 투사되는 빛이나 무대 바닥과 전면의 시지각적 공간 창출─이 무대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면, 군집을 이루는 움직임 자체는 그 안의 개별적인 속도와 자율적인 신체의 가동을 통해 뭉뚱그려지지 않는 독특한 것들의 크기로 만들어진다.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배경을 〈정화된 밤〉은 더 적극적인 모티브로 곡에 대한 입체적인 서사를 만들기 위해 공연에 부가한다─이는 브로슈어를 나눠주는 것에 이 텍스트가 동반되었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텍스트가 극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비틀거리며 걷는 움직임’은 이 안에서 분명히 구현되는 듯 보인다. 이 이야기들은 최소한의 감정에 대한 근거와 ‘극’의 정서를 나타내지만, 구체적인 캐릭터에 대한 재현을 구동하려 하거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의 실패로부터 공연을 벗어날 유인을 가져갈 필요는 없다. 〈정화된 밤〉은 하나의 음악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
    공연 일시: 2022년 8월 3일(수) ~ 8월 4일(목) PM 8시
    공연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안무: 최진한
    출연: 주하영, 신상미, 정소희, 조연희, 이경엽, 김현호, 이소진, 최진한
    음악감독: 최혜원
    조명디자인: 김철희
    의상디자인: 최인숙
    무대감독: 곽용민
    영상감독: 송주호
    사진: 류진욱
    홍보물디자인: 허희향
    기획: 이보휘
     
    주최/주관: 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60분
     
    예매: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인터파크 
    문의: 댄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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