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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은정, 〈Lump of rice〉: 트랜스라는 파편들
    REVIEW/Dance 2023. 11. 6. 15:24

    임은정, 〈Lump of rice〉 @Creamart[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임은정의 〈Lump of rice〉는 서울남산국악당 극장이 아닌 야외 남산골한옥마을 마루에서 진행되었다. 세 명의 무용수는 의식을 지운/비운 상태로 누워 있고, 트랜스 상태를 예비한다. 임은정은 엄밀하게 동작을 구조화하기보다는 분위기의 구조를 구성하려 한다. 그 안에서 퍼포머의 역량은 제각각의 개성과 고유의 시간성을 띠고 드러나게 된다. ‘쌀더미’라는 뜻의 제목은 이런 뭉뚱그려진 몸이 파편적으로 차이의 몸으로 확산되어 갈 수 있음을 잠재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에 맞춰 영상 작업인 〈우리세계〉(임은정, 〈우리세계〉,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가 야외에서 상영되고 있었는데, 죽은 듯한 더미와 나지막한 움직임과 사운드를 광각의 배경 아래 얹힌다는 점에서, 그것은 다분히 숭고함과 침범할 수 없음의 견고한 정서를 만들어 낸다. 이에 비해 퍼포먼스는 관객과 매우 직접 닿고 상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진행된다. 

    퍼포먼스가 구성되는 무대에는 구부러지고 뭉뚱그려졌으며 비뚤어진 퍼포머들이 몸과 같이 기하학적으로 비정형성을 띤 패브릭 오브제들이 몸의 돌출과 변위라는 독특한 위상 기하학의 계열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얼굴과 몸의 수직적인 위계가 아닌, 몸의 한 부위가 전체적인 몸의 강도를 재구성할 역량을 지닌 것으로 특정되는 사건을 상정하는 어떤 철학적 고안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신체는 알 수 없는 곳으로 튕겨 나가고, 의식적이지 않게 움직여지고, 주체의 통제를 벗어난다. 또한 몸에 매달린 종은 소리를 내며 몸의 반경을 따른 입체적 궤적의 소리를 구성하고, 퍼포머들은 소리를 내며 악기로서의 몸을 구성한다. 소리는 몸의 곡률과 의식 없는 몸의 연장과 같이 또는 그 몸의 연장을 통함으로써 독특한 것으로 발생하며 또한 종소리처럼 단속적인 것으로 발생한다. 세 퍼포머의 관계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소리의 전체 구간 안에서 보면, 또는 입체적인 조직 구성의 얼개에서 보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 그것은 비가시적으로 나타난다. 

    〈Lump of rice〉는 “트랜스” 상태를 신비하고 초월적인 무엇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재현하고자 한다. 트랜스 상태의 창출이 아니라 그 상태에 즉각 도달하기 때문에 그것은 트랜스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 트랜스의 수행에서 잠 혹은 비의식상태 유지하기, 의식을 비우거나 지우는 특정 주파수로서의 소리내기, 떨리고 진동하는 신체를 구성하기 등이 사용된다. 의식의 횡단에 가까스로 ‘도달’하기보다는 도달 단계에서의 다른 형식들이 계속 출현하며 트랜스 상태임을 강조한다. 

    임은정, 〈우리세계〉 @Creamart[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사실 트랜스 상태는 트랜스라 불릴 형식의 어떤 차이들을 세공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따라서 트랜스는 과잉의 형식 속에서 쾌감으로 대리되거나 잡음들로 빠져나간다. 〈Lump of rice〉는 움직임의 출현이 특정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것임을 주지한다. 소리와 정지가 모두 움직임의 한 방식임을 또한 주지한다. 〈Lump of rice〉는 움직임의 메소드를 새롭게 창안하려 하면서 동시에 그 움직임이 소리와 비의식과의 독특한 합선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움직임의 시작점을 새로 정의하려 한다. 황수현 안무가의 〈검정감각〉(2019)이 보이지 않는 감각을 향해 소리-신체의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면, 임은정 안무가의 〈Lump of rice〉는 마찬가지로 소리-신체의 메커니즘을 구성하되 그것을 다소 파편적인 성취로써 운용한다. 곧 그 파편들이 갖는 들쑥날쑥함의 신선함과 동시에 불균형적 요철이 갖는 효과는 결코 진정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간다. 
    이는 역치에 대한 반향으로서의 효과들이 사실 〈Lump of rice〉에서의 트랜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한 구간에서 점점 가속되는 것이다. 계속 그것은 상승하고 그침으로써 진정되고 상대적으로 다시 상승의 효과를 얻는다. 〈Lump of rice〉는 결국 구조의 경계를 발생시킨다. 그것은 계속 깨어지고 갱신되지만 되돌아오는, 기본값과의 간극을 상기시키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 발생은 구조적이지는 않다. 트랜스를 구조화하는 것. 아마도 〈Lump of rice〉의 다음 과제는 그것이지 않을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및 영상 개요]

     

    쌀 더미 Lump of rice〉
    기획 및 안무: 임은정 
    드라마투르그: 윤재희 
    퍼포먼스: 송유경, 정언진, 조주혜 

     

    우리세계

    기획 및 안무: 임은정

    드라마투르그 & 프로덕션 매니징: 윤재희

    퍼포먼스: 김현진, 송유경, 정언진, 조선아, 조주혜

    영상: 김창구

    음악: 김기정

     

    | Narrative Crew |

    연출: 김창구

    조연출: 유채정

    촬영: 공원준

    촬영팀: 이찬열, 김하영, 임예준

    음악: 김기정

    편집, 색보정: 김창구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23) 개요] 

    ⬛ 일시: 2023년 9월 1일(금) - 9월 17일(일) 

    ⬛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울남산국악당, 연희예술극장 

    ⬛ 규모: 한국포함 총 9개 국가 참여, 국내·외 무용단 26개 작품 소개 

    ⬛ 후원: 서울특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주한 호주대사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 협력: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서울남산국악당, 서울무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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