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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바즈, 〈아메리카의 밤 É NOITE NA AMÉRICA〉: 징후적이거나 잠재적인 도시의 표현REVIEW/Movie 2026. 2. 24. 19:47

아나 바즈의 〈아메리카의 밤 É NOITE NA AMÉRICA〉(2022)[출처=https://kadist.org/work/e-noite-na-america-it-is-night-in-america/](이하 상동). 아나 바즈의 〈아메리카의 밤 É NOITE NA AMÉRICA〉(2022)는 영화의 주조색인 남색과 보라색의 어느 사이에 있는 어둡게 물든 도시 빌딩의 한 옥상에서 360도 패닝하는 영상으로부터 시작된다―아마도 이 영화를 오랜 시간 후에 기억한다면, 아마도 이 색의 대비일 것이고, 실제로 그러했다. 매끄럽지만은 않은 덜컹거리는 이미지는 흔들리는 카메라의 존재를 반증하는데, 이와 같은 영화의 눈은 전반적으로 현재를, 상황을, 도시를 또는 존재를 체험하고 감지하는 자의식적 반향이 영화를 지지하고 있음으로 연장된다. 여기서 옥상의 환경 자체가 사건의 발생 장소가 아니며, 주체가 직면한 “아메리카의 밤”으로서 하나의 메타포적 대상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하는데, 배경으로서의 잉여가 아닌, 잉여로서의 이 도시의 이미지가 마지막에 반복되며 차이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도시를 채운 문명의 흔적으로서 이 도시의 이미지는 제시되었던 것이고, 그것은 비가시적인 존재들을 산출하고 있음의 자각으로 옮겨 가는 걸 바즈는 의도한다. 장중한 선율에서 팡파레 같은 북소리로의 이전이 감도는 가운데 카메라는 말 그대로 드라이브 속 풍경으로써 도시를 유영하는데, 사실상 바즈의 고고학적이든 아카이브 계열을 이루든 이미지 데이터들의 연결은 매끄럽기보다 자유로우며 일정한 단위의 ‘숨’[〈손, 네거티브 LES MAINS, NÉGATIVES〉(2012)의 경우, 숨과 멈춤으로 이미지 전개의 단위를 만든다.] 혹은 리듬을 이루는 건 바로 사운드트랙의 효과―이는 〈나무 A ÁRVORE〉에서 인터뷰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주로 자신의 영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아온 아버지 길례르미 바즈와의 긴밀한 협업의 결과로 보인다.―, 영화는 드라마의 편집술이 아닌, 이미지의 아카이브를 더듬더듬 키워나가는 방식에 따른다.

브라질국립공원 근처에 사는 누군가의 고슴도치 구조의 요청은 현장의 이미지를 누락한 과거의 실재이고, 그것을 깁는 건 나무여우 한 마리다. 곧 아카이브적 추출에 따른 (자의적) 영상 구성은 도시라는 경계에 진입하고 상처받고 로드킬 당해 죽거나 사라지거나 구조되는 야생동물이 맞닥뜨리는 도시 환경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방만하게 흩어져 있는 구체적인 사건‘들’로 헐겁게 잇는 것으로 대체한다. 클로즈업으로 막 구조된 나무여우의 얼굴 주위를 지연시키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나무여우의 무기력한 반응을 강조하는 한편, 촉각으로 대체된 시각상을 지시한다. 나무여우의 시선이 그의 주관으로서의 시선을 언뜻 강조한다는 착각을 줄 정도로, 카메라는 반복적으로 나무여우를 거리를 두지 않고 향하며, 그것의 타자성을 불거지게 한다.마스크를 쓴 수의사의 손에서 출발한 얼굴로의 도달까지, 선행하는 얼굴 없는 카메라, 곧 감독의 목소리는 인간과의 ‘접촉’을 유예하고 그것을 동물에 관한 시점의 연장선상에서 처리한다. 디스템퍼는 인간의 영역에 들어올 때 야생동물에게 발생하는 병이며, 그들의 지위는 난민의 그것과 같다고 수의사는 말한다. 동물원은 도시와 도시에 불거져 나온 생명체의 모습 사이에 있다. 또는 도시와 동물원 사이에 야생동물의 난입이 있기도 하다. 영화는 도시-동물원-동물의 계열체를 이룬다.
동물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대체하고, 도시는 동물원으로 존재화되며, 도시는 동물의 목소리로 재가시화된다. 이는 마지막의 동물 소리로 가득 차며, 불길한 도시의 첫 번째 이미지가 마침내 과잉의 생명체들로 집적되는 풍경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교란된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곧 이러한 풍경은 도시를 누비던 처음의 시선이 그것을 장악하기보다 그 안에 불길하게 종속되던 자아의 징후적인 차원이 곧 잠재적인 차원이 비로소 또 다른 존재로 결절되며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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