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후-하!〉포스터.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장면은 재현의 범주를 넘어서면서 해석의 단초를 만들어 내지 않는 ‘기이한’ 풍경으로 고착되었다. 곧 직접적으로 우리와 연루되기보다 국내에 일시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응대라는 문제는, 그 책임 소재가 순전히 정부냐 지자체냐 하는 물음 아래 혼란스럽고도 애매모호하게 국가에 귀책되는 사태에서, ‘국가’의 한 일원으로서 개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바깥의 조건으로 역시 밀어두었던 셈이다.
여기서 이는 국가에 대한 수치심은 한국 사회의 국격을 외부적 시점에서 상승시켰던 몇 개의 장면들과의 간격 아래 믿을 수 없거나 시대착오적인 장면으로 연장될 것이다. 곧 이러한 경험은 또 다른 경험,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던 국가의 위상과 그것과 연결된 국민의 자부심이 한국 사회에 대한 동시대적 진단의 수면으로 올라왔음을 의미한다. 〈후-하!〉는 일반적인 국민의 한 시점보다는 사건의 정면을 향함으로써 정부 당사자와 스카우트 청소년을 곧장 호출해 온다.
이는 재현적이기보다 표현적이고, 상상적이기보다 실재적인데, 〈후-하!〉는 그들의 발화가 그들 자신의 불편함에 대한 호소로 소급되기보다는 우리 안의 치부되었던 것의 부상이라는 지점에서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상기시키는 효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발화의 고유한 방식은 이들이 사건의 당사자임을, 동시에 사건에 연루되어야 하는 것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2차 재현의 증폭된 서술자임을 가리킨다.
제목 “후-하!”는 1부와 2부로 나뉜 극에서 등장하는 존재들이 계속해서 내뱉는 기호화된 숨인데, 1부의 잼버리 당사자들에 이어 2부 간척지 개간을 위해 갯벌 매립을 통해 죽어 나가는 각종 동물 역시 이를 반복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앞에 붙여, 그것이 인간의 관점에서 식별되지 않는 존재들임을, 실제의 차원에서 그리고 재현의 차원에서도 거듭 비가시화되는 역설적 존재임을 강조하는데, 이들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된 것을 재확인함으로써 우스꽝스러운 숭고로 전용된다.
절합된 1부와 2부를 종합하면, 1부의 명목상의 성과 중심적 행정의 과잉 수사적 측면의 공허함과 2부의 실재의 비가시화된 곤궁으로 연결되는 행정의 실질적 차원의 공포라는, 행정의 명암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연결되는데, 1부에서 겪는 타자의 임시적 차원의 곤궁이, 2부의 인간 자체를 재고하게 하는 비인간 생명체의 코러스로써 드러난다는 것, 곧 사실에 입각한, 형식적 차원의 부조응적 연결이 악화를 거듭하며, 예측 불가능한 세계의 언어로, 효과로 드러난다는 것, 곧 인간에의 모순을 인간이라는 것의 모순으로 거듭하는 것을 통해 〈후-하!〉는 “후~하!”라는 과도한, 증폭된 한숨의 차원으로 소급되어 가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공연 개요]
프로젝트명 역사시비(歷史是非, 또는 역사12) 공 연 명 후-하! 일 시 2024년 8월 2일(금) ~ 11일(일)
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장 소 예술공간 혜화 만드는 사람들 공동창작
연출_주은길
출연_김용희, 박정근, 이승훈, 정연종, 조문정
조명_김주희
기록 촬영_한문희
그래픽디자인_워크룸
기획_김세희, 나유진, 노지상
공동기획_창작주체 예술공간 혜화공동주최주관 그린피그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 관 람 연 령 전체 관람가 소 요 시 간 80분 'REVIEW > Thea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 (0) 2026.04.22 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 (0) 2026.04.10 창작집단 세 사람, 〈멸종위기종〉: 욕망의 시선 그리고 무심한 시선 (0) 2026.03.12 배해률 작, 윤혜숙 연출, 〈시차〉: 사건을 연결하고 재발명하기 (1) 2026.03.11 이경성 연출, 〈P와 함께 춤을〉: 피나 밖에서의 현전 (0)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