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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
    REVIEW/Theater 2026. 4. 22. 22:58

    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계에서의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뮬레이션 세계와 인간 세계의 동등함, 실재의 신체로서 인공지능의 신체를 가정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존하는 안드로이드에 가깝다는 건, 적잖은 혼란스러움을 주는데, 이는 〈전기 없는 마을〉의 여러 과학적 또는 기술적 소재의 합성이 하나의 과학적 토대를 향하거나 그것을 새롭게 구성해 내기보다 각각의 과학(적 서사)‘들’로부터 분화된 상상력‘들’의 일환에 따르며, 조각 난 세계들의 실재성과 비실재성의 공존, 흡사 양자역학적 관점이 전유된 듯한 동시성이 주는 혼란을 차치한다면, 결국 세 개의 차원은 각각의 세계이면서 하나의 세계로 범주화될 수 있고, 그 자족적 영역의 경계는 변증법적 의식의 차원에서 무화된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전의 두 세계가 하나의 세계 안에서 만나게 된다.

     

    〈전기 없는 마을〉에서 시뮬레이션 안의 존재가 가상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주는 혼란은, 나아가 그 존재가 합목적적이기보다 기능적 차원이라는 사실이 그 스스로의 자각으로 이어졌을 때 생겨나는 그들의 반응에서 또한 반복된다. 그러니까 이곳이 일종의 하나의 우화이자 매트릭스이며 진실이 아니라고 할 때, 그들은 자신을 구성한 존재나 그 바깥의 세계에 대한 원한이나 감정을 갖지 않을뿐더러 어떤 충격이나 심지어 미미한 반응조차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전기 없는 마을〉은 그들이 가진 의식이 인간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세계가 가진 경계에 대한 사고를 하는 인간에 대한 알레고리 자체다―마지막 인간의 죽음은 그 세계의 경계에 대한 오랜 사고의 메타포를 견인한다.

     

    사실상 혼란이자 깨달음의 분기를 가져가는 극에서의 충격 요법은 몇 개의 겹이 씌어 있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벗겨지는데, ‘일차적’ 가상 세계를 구성하고 관찰하는 자 역시 ‘이차적’ 가상 세계의 존재이다. 전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제목의 “전기 없는 마을”로 만드는 이든(윤성원 배우)과 재이(이다혜 배우)가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사회적 자아를 갖고 있으면서 나아가 그들이 충전을 할 수 없으면 곧 전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방전되면 고철 덩어리가 된다는 사실, 곧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사실 역시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의문을 일으키는 건, 그러한 철저한 기능적 존재로서의 자각은, 자율성에 대한 갈망을 요청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일종의 노예적 삶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삶의 자율성을 충족시키려는 것, 또는 이 미션 수행의 세계 바깥의 세계에 대한 열망을 갖지 않는 것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거꾸로 우리의 실제적 삶, 상징계적 사회 안에서 지속하고 분투하는 각자의 고유한 삶의 무게를 상기시키는데, 여기서 삶의 자율성은 역설적으로 삶의 의무를 쉬이 기각하는 것―물론 쉬이 그럴 수 없지만―이 아니라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일 때 수여된다.

     

    마침내 이차적 가상 세계의 자아―재하(배우 최하윤)―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는 본인이 속한 하나의 세계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없으며 따라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는 형이상학적 명제를 포함하지는 않는 대신에, 또는 (일차적 가상 세계 안의 존재들이 가졌을 법한) 자신의 기능성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 대신에, 단순히 이 세계 바깥으로 나갈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에 대한 질문에 머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주조한 아니 구성한 인간을 만나러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고 실제 그 인간의 죽음까지를 목격한다. 이는 세계의 경계를 넘는/횡단하는 것이 가능하고, 따라서 인간과 안드로이드, 실재와 가상의 세계에 대한 구분을 과격하게 철폐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급진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낭만적이다.

     

    결과적으로, 〈전기 없는 마을〉에서 안드로이드의 의식적 지점은 인간의 의식을 상회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을 만든 주인인 인간―영란(강애심 배우)―을 찾아온다는 점에서, 〈전기 없는 마을〉은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93)를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에는 제한된 삶의 조건에 대한 비판 나아가 복수에 대한 일념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세계의 뚜렷한 경계와 경계를 넘나듦의 가능성, 곧 통약 가능성의 경계 없음이라는 독특한 전제는, 오히려 영화 〈매트릭스 2 - 리로리드〉(2003)에서 오라클과 네오의 대화 장면을 상기시킨다.

     

    매트릭스를 공동으로 만들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오라클이 이 세계를 의심하며 그 바깥에서 세계를 가설하려는 네오에게 내재적인 해답을 안겨주는 이 장면은, 공교롭게 야외 벤치에서 노년의 여성이라는 설정을 공유하는 것과 함께 그를 찾아온 인물에게 선택의 자유, 자유로서 선택을 안겨주는 공통된 위치를 갖는다. 영란이 프로그램의 버그인 재하를 기존의 방식대로 폐기 처리하는 대신, 또 다른 경계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의 권한을 주는 건 그가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수용함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의 수많은 변이들은 현실을 위한 기능적 테스트의 모의 결과들일 뿐이지만, 그것은 통제된 인간 사회의 안정적 질서 너머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무엇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충동인데, 재하가 말한 “나쁜 삶”에 대한 경험이다. 영란의 죽음과 이든의 죽음이 맞물리면서 영란은 전기를 통해 관리, 연명되고 있던 자신의 삶, 쾌적한 문명과 비참한 실재의 근거가 절합된 양가적 의미의 삶으로부터 상상적 차원에서의 해방을 맞는다.

     

    이는 무엇보다 자신의 어린 아들의 죽음 이후 아이의 성장을 가상 세계 안에서 지켜보고자 했던 영란의 동기가 애초 기술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로 되돌아가게 한다. 이 출발점은 반복 가능한 기술의 차원에서 죽음을 영속화함으로써 실은 그 같은 시뮬레이션 장치가 그의 애도를 치환하는 것이라기보다 그의 애도를 봉쇄하는 상징적 메커니즘이었음을 환기시키는데, 그 속에서는 실패가 불쾌한 것으로 치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패한 존재의 형상들이 버그로서 명명됨으로써 아들의 실재적 죽음은 균열 없고 문제없는 것으로 방부 처리 되는 셈인데, 이는 그가 그 죽음을 떠안고 있기보다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지시하지 않는가. 따라서 영란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의 아들을 진정 죽음으로부터 놓아주기이며, 동시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사유―으로, 이는 자신의 세계의 전기를 마지막으로 끊고 사라져야 하는, 죽음이라는 과제를 안은 이든의 선택으로 소급되게 한다. 이는 인간보다는 주체적인 차원의 진실을 언급하는데, 곧 자신의 죽음을 사유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라는 환원이 아니라, 아니라 비로소 인간적인 그 무엇을 성취하며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공연 개요]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공연 일시 2024.07.11 ~ 2024.08.04 평일 19시 30분|토·일 15시 (월 공연 없음)

    소요시간 80분 *변동될 수 있음

    관람연령 12세 이상 관람가(2012년 12월 31일 출생자까지)

     

    만드는 사람들

     

    작·연출 김연민

     

    무대 남경식

    조명 성미림

    의상 오수현

    영상 오죠 전석희

    음악 장승현

    음향 김정호

    분장 김근영

    소품 윤미연

     

    출연

    강애심

    윤성원

    이다혜

    정원조

    최하윤

    홍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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