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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무용단, 〈미인〉: 시대착오적, 전통의 물신화
    REVIEW/Dance 2026. 6. 19. 20:58

    국립무용단, 〈미인〉[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미인도〉의 시작과 〈신미인도〉의 맺음 사이에 아홉 개의 전통 춤을 각 막의 독자적인 표현 양식 속에 주로 무대 디자인과 그리고 드문드문 병치의 잔상으로 연결하는 방식, 전통 춤의 추출과 비정합적/자의적 나열의 방식을 택한 〈미인〉은, 그 제목이 가진 한계, 곧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전복하지는 못한다. 이는 미인의 서사의 (재)구성이 아닌, 미인으로서 어떤 이미지들을 제시함 속에서 드러나는 사실이다. ‘미인’이라는 말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면, 오로지 그것이 주체로 갱신되며 특정한 서사의 경로를 개척해 낼 때만이 미인은 자신에게 가해진 굴레를 바깥으로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시작과 끝은 이 작업이 하나의 살아 있는 그림의 알레고리 아래, 그림 속 등장인물들이 마치 현실로 빠져나와 움직인다는 상상력을 가정한다. 처음 〈미인도〉는 하얀색 큐브 막이 내려오고, 불투명한 막을 입은 여성의 정중동의 몸짓은 유영하는 속성이 부여된다. 그것은 그림 안에 속함을 또한 표현한다. 마지막 〈신미인도〉는 앞선 각 막의 존재들이 한 명씩 일렬로 등장해 좌우로 갈라지며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그 가운데 큐브 막이 다시 내려오)며, 별도의 움직임이 덧대어지지 않는 하나의 순간 이미지로 종료된다. 

    무대 앞쪽이 부상하며 등장하는 하나로 결속된 집단은, 동시에 큐브 공간이 올라가며 노란 공이 달의 상징으로 내려오는 동안, 무대 중앙을 점유하는 앞선 주체와 엄격한 대비를 이루는데, 그가 여전히 차지한 공간의 위치와 응시할 수 있는 시선으로부터 이들은 대상으로서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중심과 주변의 위상차는 〈미인〉을 지탱하는 비가시적 힘의 축이 되는데, 가령 중심 인물에게 저고리를 입힌 후 사라지는, 크로마키와도 같이 그들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사라짐을 은폐하는, 이후 3막의 첫 장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바다. 이는 무대의 수직축이 뚜렷하게 막을 구성하고 배분하는 동력이 되는 것처럼, 수평축에서도 응결된 힘은 수직축과 맞닿는 지점, 곧 중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미인〉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의거한 움직임의 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상화로서 신체는 달밤의 은밀한 여성들만의 유희를 그리는 〈놋다리밟기〉의 장면, 이는 내밀한 여성들만의 시간을 재현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눈은 감겨 있고 얼굴은 들리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신비화된다―그것은 대타자의 시선을 만들고 관객을 그와 결부시킨다. 더군다나 이들은 상체를 탈의―가슴가리개와 아래 역시 속옷으로 단속곳을 착용했다.―한 데다 앞선 그림의 차원으로 연장된다. 〈승무&나비춤〉에서 중심과 주변의 위상차는 더 명확한데, 이는 역설적으로 하나의 중심적 공간을 창출해 내지 못한다. 곧 비중앙의 나비춤 이후의 중앙의 승무는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쪼그라든다. 

     

    이어진 무대는 삼각뿔 모형의 불안정한 중심의 거대한 산의 도상 세 개가 겹쳐진 채 무대를 뒤덮고, 강강술래의 미로와 경계 영역을 설정하며 시작된다. 이 〈강강술래〉 역시 한 명의 중심된 인물을 앞에 세운다는 점에서, 〈미인도〉와 유사성을 가져가는데, 다음은 공동체로 포화되는 집단의 움직임 역학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여자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지만, 그와 그 바깥 인물 간의 대비는 적어도 명확하다. 여기에 전자적 방방거림, 껑충거림과 놀람의 인간적 소리에 대응하는 사이렌은, 음악적 힘이 인간학적 유비를 대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집단으로 정면을 향해 걸어 나오는 장면은 패션쇼의 그것과도 같은데, 곧 춤은 실종되고 재현의 몸짓만 상기시키게 된다. 

    〈북춤〉은 객석에서 북을 치며 등장함으로써 크로마키 존재들의 비의를 들추는데, 새의 부리 모양으로 머리에 쓰인 모자와 함께 전체 검은색으로 통일된 의상은 정체불명의 존재를 강조하면서 존재 자체를 그 의상으로써 은폐하는 효과를 가져간다. 주변 효과의 강렬함은 곧 이후, 중앙의 초록 산 하나만 남은 가운데 무대 중앙의 북춤이 갖는 특성, 무속적 제의의 극렬함을 내비치는 현장의 재현성이 자리 잡히기 위한 사전 조처에 가깝다. 

    〈부채춤〉은 기타 연주와 초록색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부챗살의 삼각형 무늬가 전체 그림의 반절을 차지하는 문양을 지닌, 검은색 계열의 절반의 문양과 흰색 계열의 절반의 배경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부채를 통해 투박하고도 강렬하게 형상화된다. 이는 마치 플라멩코를 추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는 전통의 변용이나 퓨전적 결합이라기보다 전통에 플라멩코를 대입한 결과에 가깝다. 그것은 플라멩코이지만 플라멩코가 아닌 그 무엇이다. 

    음악이 돌연 멈추고, 어둡게 조명이 깔리면서 일렬로 선 상태에서, 좌우로 오가면 부채를 휘적일 때 빈 무대의 공포와 낯섦은 점증되는 음악이 주는 불안정한 동요로 연장된다. 부채 소리는 선명하게 무대를, 음악을 뚫고 나오는데, 이는 그것을 추동하는, 정돈되지 않은 차원에서의 움직임의 혼란함과 비정제됨을 보는 것과 정확히 조응한다. 

    〈칼춤〉은 위 형광등이 내려오고, 조명을 들고 등장한 검은 존재들―일종의 주변적 인물들―로부터 시작되는데, 음악은 오래 된 스릴러 장르의 효과를 재현한다. 좌우의 열이 교차하고 양쪽 가로 분화되고, 중앙에서 갓 쓴 두 사람이 등장하고, 이 둘의 대비 속에 나머지는 조명을 세워 바리케이트가 된다―이 지점 역시 중앙과 주변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부분이다.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물에서 광선검의 유비를 차용한 것인데, 앞선 〈부채춤〉이 전혀 다른 문화의 옷으로 바꿔 입는 것과 같이 〈미인〉에서는 형식적 유희, 그것이 전체 서사의 유기적 질서를 그리지 않는 가운데, 포스트모던적 차용의 어법이 자유롭게 구사된다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아이디어의 차원에 놓인다. 

    여기서도 지배적인 건 하얀색 달 위에 내려온 그것을 대부분 덮는 검은 원의 철물 구조물에 어둡게 배경을 설정함으로써 후자가 전자와 일체화되며 생성되는 어둠의 입구를 지닌 입체 공간은 일종의 우주선 공간과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아가 음악은 움직임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하는데, 이에 따라 움직임은 전혀 다르게 보이고 들리게 된다. 신체는 음악의 배경화된 이미지가 되고, 칼춤의 이전 움직임은 완전히 사라지지만, 실제 바뀐 것을 찾아내기는 힘들다―정작 칼춤의 기본적 움직임의 양식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베가르기〉는 천 들고 나온 크로마키-주변 등장인물들과 앞장선 하얀색 면포를 쓴 여자의 대비 속에, 검은색 원은 우측으로 이동하고 조명이 밝아지면서 달은 그로부터 분리되고 어둠 속 초승달이 뜬 것과 같은 모양이 만들어지며 배경이 설정된다. 그때 방대한 천은 오른쪽 상단에서 경사지며 무대를 커다랗게 가르고, 그 앞에 치렁치렁한 의상과 함께 탈을 든 존재들―몸 중앙을 차지하며 덜그럭거리는 신체의 절합적 양상이 강조된다.―이 등장 자체로 움직임을 대체하고, 무엇보다 미스터리의 마취를 시전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완성한다. 

    〈산조&살풀이〉는 정가가 흐르는 가운데, 빨간 머리의 마네킹 모델들이 등장하고, 디제잉 베이스의 전자 음악이 부가되면서 단체로 관객을 등지고 고개를 기울인다―표피적인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차원에서 곧 합리화의 차원에서 정가의 양식이 희미하게 보존되는 것일 수 있다. 이전보다 내려와서 (아래로 그리고 마치 앞으로도) 위치 이동하며 (비교적 평평한 달의 형상에서 벗어나) 부풀어 오른 듯한 매끈한 공의 사물성이 강조되고, 거친 질감의 지지 아래 주름의 잔상들을 조직하는 흰 의상의 확장성은 배경 이미지로 구조화된다. 

    이들이 산조의 춤을 가시화한다면, 이는 색채의 대비, 주변과 중앙의 변증법적 전환의 흐름 아래 이전되는데, 혼자 남아 검은 천을 든 채 ‘살풀이‘를 보여주는 것이 뒤따르는 것이다. 살풀이는 이 대비의 흐름 속에, 배경의 과잉의 장악력 속에 몸짓은 공간에 담기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의 요소가 된다. 곧 살풀이가 가진 맥락을 이탈하면서, 몸짓이 어떻게 징면으로 전유되는지 그리고 축소되는지를 보여준다―그것은 다분히 허상에 가깝다. 

    〈탈춤〉은 앞선 뚜렷한 포스트모던적 유희의 양상 아래, 양정웅 연출만의 재기발랄함이 모든 걸 뚫고 나오는 장으로, 무엇보다 광대의 얼굴이, 그 얼굴의 표정이 비로소 드러나며, 활성화된 인물의 현재성이 두드러지게 된다. 예외적으로, 또 최초로 캐릭터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탈을 독립시켜 인형극을 만들거나 직사각형 스크린 안에서 패닝되는 회화의 장면 등은 인상적이다. 

    극단적 클라이막스의 기울기를 보이는 건 고개를 까딱이며 희번덕거리는 현 존재의 미소와 표정이 비로소 처음 드러남으로써 그러하다. 그러니 이는 검은색 마스크의 해방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클라이막스의 봉합 장치로서 마스크가 자리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니 열번 째 장에 이르러서야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반응의 정도가 일치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그 전까지 모든 것은 비조응되고 비조화되는 가운데 각각이 산출되었다면 말이다. 

    〈미인〉의 하나의 형식이라 하면, 곧 ‘나열’이다. 아 나열의 방법론은 각각의 움직임들이 단자적으로 분절된다는 점에서, 안무의 역량은 각 막을 처리하는 데 있고, 각 막이 전통의 이름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닫힘에 따라, 전통이 움직임의 차원에서는 근본적으로 갱신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유한 움직임의 짜임이 전체를 관통할 수는 없으며, 각각의 전통은 재현을 위한 재현에 그친다. 이미지상의 전개라는 더 큰 전개의 틀은 무대 디자인의 구조적 이미지와 음악의 절합적 양태를 의미하며, 그 아래 종속되는 움직임은 철저한 적응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인〉은 무대도, 의상도, 몸짓도, 음악도 모두 화려하고 유려하며 각자가 분투하지만, (이것이 하나의 극으로서) 미인의 이야기도, (무엇보다 무용으로서) 움직임의 고유성도 도출하지는 못한다. 그에 따라 시대착오적 키워드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어쩌면 이는 위상이 높아진 K-콘텐츠에 대한 세계 시민의 관점으로 기꺼이 환원될 때 긍정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2025.04.03 ~2025.04.06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종덕
    연출 양정웅
    안무 정보경
    의상·오브제디자인 서영희
    음악 장영규
    무대디자인 신호승
    조명디자인 원재성
    음향디자인 이상현
    분장디자인 박효정
    의상·오브제제작감독 김지원
    헤어피스제작감독 박규은
    조안무 송지영·송윤주
    조연출 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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