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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BIN Company, 〈귀신날〉(김주빈 안무): 인간과 귀신을 또는 전통을 매개하기
    REVIEW/Dance 2026. 7. 6. 14:27

    초재적인 목소리의 권능

     

    JUBIN Company, 〈귀신날〉(김주빈 안무)ⓒ옥상훈[사진 제공=JUBIN Company](이하 상동).

    귀신날은 귀신의 비가시적 존재를 상정하기 위해 마이크로 증폭된 목소리를 사용하는데, 처음과 끝 모두 그러하듯 이때 화자의 신체는 비가시화된다. 이는 크게는 또 주요하게는 장소 너머에서 출현하는, 특정 장소에 결착되지 않는, 그곳에 근거를 두지 않는 유령적 신체성을 가정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차원을 향해, 공간의 더 많은 곳에서 편재하는 것, 변칙적으로 출현하는 것과 같이 가시성을 일부 유예하는 방식 역시 포함하는데, 그 외에도 신체를 부풀리거나 또 다른 신체를 도입하는 것으로써도 시도되는데, 이는 모두 장소를 수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된다

    곧 처음 무대 뒤쪽 전면에 높게 솟아있는, 발이 어둠에 잠겨 희미하게 보이는 귀신의 지배적 이미지와 이내 공중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부유하던 바람을 넣은 투명한  형상을 올려 띄운 드론은 무대의 시야를 수직으로 키워 현실을 전도시키고자 한다

     

    처음 객석에서 등장해 오케스트라 피트로 들어가는 한 존재, 그리고 지하철 역사 내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는데, 무대 천장에는 빨간색에서 노란색, 초록색으로 차례로 이어지는, 네모난 조명들이 일종의 신호등의 점멸 상태를 상기시키는데, “매일 지나다니던 길 낯설게 느껴지거나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그런 경험을 들어, 앞선 정면의 귀신을 그 이상한 것의 기원으로서 무대로 포함시킨다

     

    귀신날 귀신의 날이라는 제목과 같이, 귀신들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그것은 그들이 특수하게 보이는 날을 가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특수하게 본다는 시각적 반전의 상태를 가정한다. 그것은 피에로 분장을 한 화자의 첫 등장, 곧 가시화 이후, 마지막에 그가 어둠 속에서 발화하며 보이는지를 캐묻는 것에서 다시 반복된다, 한 번은 보이는 지점에서, 다른 한 번은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물음으로써

    하지만 그 둘이 모두 존재의 기원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이 물음은 본다는 것이 아닌, 그보다는 차라리 믿음과 다른 특정 감각, 곧 청각과의 조응됨을 보여주는 부분이지만, 그것은 어떤 매체의 기원을 은폐하는데, 우리가 묵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때 화자의 신체성이 곧바로 나의 신체성으로 옮겨지면서 마치 그것이 내재적인 차원인 것처럼 우리 안에서 체현되는 것에 가깝다

     

    존재에 대한 반문

     

    귀신날에서 소리 매체는 결정적이며, 곧 중요하며, 이 목소리의 화자가 누군지 불분명한 것 역시, 따라서 그가 경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경계로부터도 비가시화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세계 너머에서, 이야기는 계속 영속하며 전래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보는 세계의 반전된 차원에서 잠재한다는 것, 그리고 귀신날과 같은 시점에 그것이 증폭적으로 발생한다는 것 모두 이야기라는 원형적 질서를 체현한다는 것

    귀신날이 극장의 경계를 드러내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통의 존재가 된다는 지점은 이 모든 것이 이야기에 대한 재현성, 이야기 자체의 반복성, 이야기가 도착하는 지점에서 공동성의 차원에서 개방된 세계로서 극장이 자리함을 의미한다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귀신은 존재의 차원에서 물음시되고살아있는 걸까?”, 또한 삶의 의지 자체가 의문시된다살고 싶었던 걸까?”. 사실 화자는 처음부터 자리하고 있던 셈인데, 그는 귀신이면서 귀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그리고 앞선 물음처럼 귀신이 아닌, 인간의 입장에서 그것을 되묻는다

    이때 드론은 무섭다기보다 시끄러운데청각적 불안정성에 입각한 공포이다., 오케스트라 피트로 떨어지는 여자의 모습, 갓 전등이 불안정하게 좌우를 오가는 모습, 그리고 전면의 수직 상승한 귀신이 내려오고, 피트 위에서 손들이 새어 나오며 연이어진 불안정한 위치적 전도 양상, 곧 세계의 삐거덕거림은, 피트의 상승과 함께 집단적 신체가 가시화됨으로써 징후들을 비로소 해소한다

     

    이때 위로 뻗은 손들 역시 어떤 타격음과 이어지는 양상인데, 이는 오케스트라 피트 벽을 치는 것과의 지각적 혼합을 잘못 일으킨다. 실은 바닥을 쿵쿵 밟았던 것인데, 이러한 혼동은 그것이 비가시화된 채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손과 소리는 분명히 어긋나는데, 그 소리의 기원을 가시화된 손으로 지정함으로써 그것은 분절되고 불안전한, 무언가 불길한 차원으로 생각된다. 소리는 오목하고 닫힌 영역 안에서 회절되지만, 성급하게 시각적 기원으로 착지한다. 그런데 그것은 점점 더 명료화되면서 믿을 수 없는 차원으로 증폭되어 가며 청각의, 그리고 혼동 자체의 임계에 도달하다 꺼진다. 소리는 커지지만 동시에 안정화된다.  

     

    현대로 이전되는 신화

     

    귀신들은 무대 위에서 장관을 이루고, 놋다리밟기로 무대를 횡축으로 가로지른다. 이 귀신 스펙터클 장면은 귀신의 날에 대한 가장 적합한 표현의 순간이다. 이후 등장한 삐에로 귀신은 이야기를 중개하는데, 이때 어떤 정념의 잔여로서, 결정으로서 자리하는 귀신의 기원을 듣게 된다. 떡을 팔러 간 어머니가 호랑이에 잡혀 먹어 귀신이 되는 해님 달님 이야기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오누이를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머리통만 남아 데굴데굴 굴러 찾는다

     

    이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고, 호랑이에 잡아먹히면 참귀가 되어 호랑이에 붙어 다음 희생자를 찾게 된다. 그러니까 인자한 어머니는 어찌 보면, 오누이에게 흉측한 모습으로 한 번 나타난 것도 모자라, 자신이 당했던 호랑이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와 이들을 같은 모습으로 복제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호랑이가 각기 다른 색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뒤엉킴으로 그 역동성과 무늬를 모두 표현했다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크기를 구현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다행히도) 귀신보다는 호랑이에 대한 압도감을 지속할 수 있었다면, 이후 이야기는 현대 사회로 건너와서,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 달라붙은 귀신으로 옮겨 간다

     

    남자가 위치한 테이블 위로 여러 귀신이 동시에 달라붙으면서, 공포는 남자의 정면으로 그의 표정에 담긴다. 곧 공포는 심리적인 것이 되고, 그 두 존재 사이의 은밀한 내통과 합성의 차원에서 표현된다. 공포와 두려움은 이제 세계의 분위기에서 한 명의 심리적 차원으로 전이된다

    호랑이가 엄마를 가장하고 아이들을 찾을 때 조명은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며, 스피커 역시 뒤에서 앞으로 한 번 쓱 훑고 간다. 이처럼 세계 자체에 서린 공포와 회한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고 또 살아가는 참귀-호랑이는 진정으로 살고 싶었어.”, 테이블 위와 아래에서의 결맞춤으로 작은 범위 내로 좁혀든다

     

    해원과 갱신

     

    남자에게 뻗쳐 오는 손길들, 그리고 아래에 들어차고 위에 쌓이며 귀신들은 공간을 장악한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요청한다. (1970~) I Want to Break Free(1984)가 터져 나오고, 둘씩 짝지은 존재들은 자유와 해방의 몸짓을 취한다

    그리고 무대 중앙 전면에 미러지를 붙인 원형 거울이 조명에 따라 금빛을 띠며, 이를 향해 엎드린 사람들 너머로 호랑이를 탄 남자와 집단 위에 올라탄 여자 둘이 부상한다. 이 거울은 대상을 비추기도 또 대상이 그 안에 비치기도 한다. 그것은 자기 인식의 발로이자 그 반향이다. 무엇보다 이 금빛, 노란빛 거울은 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달의 생명력, 거울이 지닌 부피감은 무대 안쪽 공간의 휘장, 곧 붉은 조명이 가해진 흰 비닐들의 펄럼임들로 변환된다. 이 비닐 휘장은 귀신의 효과를 내면서, 막과 경계의 유동함을 지지하는 클라이맥스의 지점을 만든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 모호한 지점이기도 하다. 광대-귀신은 오늘 밤 우리 이야기 들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나중에 우리 인간의 이야기도 들어준다고 하며, 열린 결말을 구성한다.

     

    그러니까 한의 기원은 소급되는 부분이지만, 그것은 현대인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연장되어 전파되고 있으며, 우리를 지배하는 하나의 숙명 같은 부분으로서, 그것은 집단적 발화와 발광의 측면을 경유해 발산되고 또 잠잠해진다. 그것은 구조적인 하나의 주기이며, 또한 그 자체로 필요하다. 그것은 결코 원인이 하나가 아닌 모든 귀신들을 규합하고 또 그들 스스로가 가시화되며 연대하는 시간으로, 이때 그것과 인간의 틈을 내는 건 무당과 같은 특별한 인간 존재가 아닌, 귀신이면서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트릭스터로서 귀신이다

     

    어쩌면 귀신은 현대인의 내면에 들어올 틈이, 정확한 매개로 전달될 가능성이 없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의 전수 가능성과 이야기하기라는 매체적 수행성을 달성하는, 인간이 아닌, 귀신이 등장하는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점에서 귀신날은 귀신의 날을 재연, 재현하는 것이면서 그것이 인간의 언어 너머의 매개가 잉여적으로 산출될 필요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곧 그 대화는 무엇보다 현재적이며, 또 무엇보다 작위적인데, 이는 곧 익숙하지 않은 전통을 전달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그러나 가장 명확한 단 하나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귀신날은 그러한 전통의 전달에 대한 동시대적 (암중)모색인 셈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6.06.16 ~ 2026.06.17 화~수요일 20:0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JUBIN Company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예술감독, 안무 : 김주빈

    연출 : 김예나

    협력안무 : 이혜준

    공동창작 및 출연 : 조한진, 선은지, 이혜준, 성주현, 오푸름, 박철순, 허미소, 김민섭, 오민주, 문경재, 강민지, 김예나

    출연 : 고지희, 권보빈, 김단아, 김미소, 김응진, 김현우, 김현정, 남달리, 문가령, 송하은, 양고은, 진수우, 서유리, 신서현, 오찬양, 우다윤, 유예리, 이가야, 이차연, 장민주, 조안지, 최서연, 한신화

    음악 : 이목 [E:MOK] 김문고, 김동빈, 배호영, 허준혁 / 황재상

    의상 : 댄스앤드림(배경술, 장지슬, 박예진)

    소품디자인 : 김태헌, 정문일

    조명 : 류백희

    무대 : 김진우

    무대 조감독 : 엄지수

    음악 : 김경남

    다큐멘터리 : 전주영, 안형준, 백배진

    사진 : 이재혁

    기록사진 : 옥상훈, 전희준

    홍보 디자인 : LSIB(이승은)

    바디컨디셔닝 코치 : 송윤진

    원작 프로듀서(2023) : 박신애

    원작 협력 아티스트 : Anna Nilsson(Petri Dish)

    프로듀서 : 한채령

    프로덕션 매니저 : 노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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