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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춤회 무아, 《무의 길, 이매방에서 이어지다》: 시각적 구조화로서 안무
    REVIEW/Dance 2026. 7. 8. 13:55

    전통춤회 무아의 《무의 길, 이매방에서 이어지다》는 안정되고 정적인 움직임들은 하나의 이미지적 가시성으로 확장됨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이미지적 구상과 설계의 토대 아래 정돈된 움직임들의 화려한 세부적 기술이 운용됨을 의미한다. 악단이 무대 앞쪽에 등장해 뒤돌아 앉는 것으로 시작되는 극장의 첫 설계는 악단이 관객의 시선을 체현함을 의미한다. 그 시선을 따라 무대는 광활하게 펼쳐진다―포스트극장에서 오르는 대부분의 공연에서, 악단은 하수에 위치해서 그들이 무용수를 바라보고 있고 그에 맞추어 가며 연주를 한다는 것이 가시화된다. 이 더욱 ‘가까워진’ 무대에서 한눈에 펼쳐진 장면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들어온다.

     

    이윤혜, 김정경, 김주연, 최지은, 〈장고춤〉

     

    이윤혜, 김정경, 김주연, 최지은의 〈장고춤〉은 장구와 혼연일체 되는 기술 또한 장구의 음악적 세부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네 명의 역동적 배치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하나의 안무적 원리가 됨을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둥글게 모인 네 명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 가까워지며 중앙으로 한데 내민 손으로 그들은 일종의 연주로부터 해방되며 집단적 정동이 발현된다. 곧 원심력에서 구심력을 따르는 예외적 순간은 채편을 잡은 손의 거리 대신에 빈손으로 한 곳을 향하는 것으로써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순간 집단의 연대적 의미가 증폭되는 것이다.

     

    이와 상반되는 집단의 대열은 앞의 O가 아니라 X자 선분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서로를 완만하게, 어림하여 보는 게 아니라, 두 일 대 일의 대치가 교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쌍이 서로를 견주거나 겨냥하는 셈인데, 이때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활성화된다. O와 X 사이에는 종렬로 서서 정면성―O든 X든 기본적으로 객석 방향에서 무용수들은 사선으로 비틀린다.―을 유지함으로써 밀도 있는 이미지를 만들거나 횡렬을 만들고 나서 다음 번에는 이를 변용해 요철 어린 하나의 선분 아래 도열하거나 하며 역동적으로 대열을 매듭짓는다.

     

    임현종, 〈사풍정감〉

     

    임현종의 〈사풍정감〉은 기개 아래 미묘한 흥과 풍류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을 정감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에 맞춰 태평소가 주조음을 이루고, 징이 설핏 그에 저항하며 동작의 강단과 합치되거나 찰라적 의식의 각성을 유도한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미소는 곧 기개로 치환되는데, 징은 그 기개의 뚜렷한 표지를 점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놀라운 장면은 갓을 쓰고 오른손에 부채를 든 임현종이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부채 머리를 끼우고 부채가 사라락거릴 때 움직임으로, 이는 인형극의 기원을 담지하고 있지 않을까. 독립된 손의 미세한 떨림에 끼어 있는 작은 오브제는 고도의 분절적 양태를 보인다.

     

    도포 자락을 뒤에서 손이 살포시 젖히고 앞으로 뻗는 손은 살랑이는 바람을 기호화하는 것과 같은데, 이때 바람에 날리는 손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손으로 변화하며 기호는 연접되고 하나의 의미로서 강화된다. 이 바람의 기호학적 검출로서 무대를 지지하는 건 아마도 임현종의 미소 띤 표정으로, 이는 바람과 같이 가장 굳건한 부드러움, 유연함의 물질성을 보여준다. 이 미소는 곧 곧게 뻗은 얼굴-척추의 수직 체계의 힘을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전치시키는 마법의 효과이기도 하겠다.

     

    김정경, 김주연, 〈승무〉

     

    김정경과 김주연의 〈승무〉가 독특한 지점 역시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북과 같이 두 무용수가 종렬로 분화되어 합산된다는 것이다. 오체투지의 자세로 시작한 공연에서 이내 땅을 쓸어내리는 움직임을 피리의 주도적 선율은 애잔한 진동으로 갈음해 낸다. 두 사람의 대칭적 구도는 거의 시각적 도상의 차원에서 명료하고도 강박적으로 수행되는데, 곧 흰 고깔은 공통되되 흰 장삼과 검은 장삼의 차이로써 분별되는 것이다. 크게 긴 소매를 펼치며 펄럭이는 것, 이는 물론 동시에 일어나는데, 그것이 정면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연된 수직의 낙하 이미지가 선명하게 구분된다.

     

    대금이 좀 더 청량하고 낮게 울려 퍼지며 피리의 다음을 이어받을 때 움직임은 미시적 몸짓의, 긴 소매가 엉키는 것과 같이 부단한 움직임으로 바뀐다. 양팔을 앞으로 저으며 교차하기, 앉아서 양팔을 빠르게 앞으로 휘두르기, 한쪽 팔을 모았다 펼치기 등 뚜렷한 선분은 이미지의 엉킴과 분화로 치환된다. 장구의 거센 타격 아래 피리가 그 주변을 감돌면서 움직임의 정체가 도드라진다. 곧 북으로 가는 과정을 예비하는 이 순간은 두 손에 북채를 드리워서 북을 치기 위한 몸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과 같다.

     

    북을 치는 두 팔의 움직임이 연이어질 때 악단의 연주 역시 순간 동기화되고 이내 다 멈추고 예외적으로 장구만 둘을 거들고 추임새도 넣곤 하는데, 이 순간의 물러남은 물론 두 사람의 장구 연주의 최고도의 몰입을 위한 ‘급격한 하강’이다. 두 무용수의 몸짓이 좌우 대칭을 이루면서도 각자의 좌우를 교차시킨다는 것―예컨대 상대의 오른손(왼손) 움직임에 나의 왼손(오른손) 움직임이 동기화된다는 것―은 시각적 대칭 구도의 미세한 조율의 세부로써 연주를 동시에 시각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시각으로 합산되는 움직임은 분명 ‘승무’의 고유한 지층을 구성한다.

     

    이윤혜, 〈검무〉

     

    이윤혜의 〈검무〉는 검의 찰라적 운신의 역량을 살필 수 있는데, 이 검은 우선, 손잡이에서 칼날이 결착되지 않은 구조임이 중요하다. 곧 보통 ‘검무’의 검은 칼을 찌르거나 뻗치는 것이 아니라, 휘감고 휘돌리는 것이다. 주조음의 피리와 이를 보조하는 대금 아래, 검을 잡기까지 꽤 오래 지속된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이때 검무의 칼과 같이 팔은 날을 세우지만 손은 날로서 유연하게 미끄러진다는 것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검을 들지 않은 팔과 손은 일종의 ‘검+손’이라 할 수 있는데, 팔이 딱딱한 검의 손잡이로 연장되는 것이라면, 손은 독립된 칼날로 허공을 휘젓는 형국이 된다.

     

    따라서 검이 없이도 검무는 환기된다. 무릎을 꿇고 칼을 마주하며 두 팔이 바닥을 짚을 때 칼과의 거리만큼 긴장감이 실린다. 결코 한 번에 검을 잡지 않는데, 이는 검이 특별한 대상이며, 그것이 신체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그것으로의 의식적 행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러다 순간 검을 단번에 가볍게 낚아채는데, 그것은 칼이 신체로 딸려온다, 또는 부착된다와 같은 인상을 준다. 의식이 주효했던 셈이다. 검을 위아래로, 앞뒤로, 좌우로 휘두를 때, 칼날은 펼쳐졌다 접힌다. 금새 같은 경로를 타고 복귀한다.

     

    더 정확히는 최종적인 칼날의 접힘만을 우리는 선명하게 본다, 펼쳐짐이 선행되었음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이 신속한 검의 이동은 번쩍임의 빛-이미지와 쨍그랑거리는 소리-이미지가 고정된 신체 축을 타고 넘나드는 것으로서 응결된다. 이는 포물선의 매듭을 짓는 경로를 축의 변경을 통해 반복, 변주함을 지속하는 것과 같다. 검을 뒤로 뉘어 몸에 결착된 순간을 만드는 순간을 예외로 하면 말이다. 칼날이 고정되지 않기에 그것은 소리를 내는 일종의 요란한 방울과도 같다. 이 유동하는 사물로부터 검무는 일종의 의식적 행위로서 고정된다.

     

    김주연, 〈입춤〉

     

    김주연의 〈입춤〉은 활인화 같은 또 다른 이미지의 지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처음 등장에서의 한 바퀴 회전, 그리고 두 팔을 안으로 모은 채 두 번째 한 바퀴 회전의 양상은, 기본적으로 ‘입춤’이 회전축의 궤도로부터 모든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원심력의 궤도는 사선 방향의 얼굴을 기꺼이 허용하는데, 이 비틀어진 각도는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손이 움직일 때 기하학적 이미지로서 극적 긴장감을 수여하며, 나아가 평면의 틈을 내는, 평면의 틈으로 방사되는 예각의 날카로운 절단면, 그 경계를 함께 수여한다.

     

    또 한편으로 놀라운 건 수직축의 굴신으로, 이는 감춰진 치마폭이 순간 덜커덩거리는 이미지로 가시화된다. 기본적으로 차올릴 때 움직임이 열리고 굽힐 때 그 움직임은 일시 정지된다. 곧 팔의 움직임 역시 덜커덩거린다, 곧 분절된다. 이는 앞뒤의 기울기를 더해, 앞으로 펼치고 뒤로 접는 변주로써 확장된다. 앞으로 쏠릴 때 치마폭도 기우뚱하며 부푸는데, 이는 그 부피감을 비현실적으로 증대한다. 균등한 속도로 쪼개지고 일정한 밀도를 유지하는 움직임은 한편으로 일관된 표정을 통해 꿰어지며 자동인형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윤혜, 김정경, 김주연, 〈살풀이 춤〉

     

    이윤혜, 김정경, 김주연의 〈살풀이 춤〉은 특이하게도 3명이 출연하는 ‘살풀이 춤’인데, 이윤혜로부터 시작되고, 뒤늦게 한 명씩 투입된다. 기본적으로 이윤혜라는 중심으로부터 확장된 이미지 구도가 파생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중후반의 구도 역시 시각적 쾌락을 증대하기 위한 장치라 하겠다. 결연하고도 담담한 이윤혜가 첫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유연하면서도 담대한 식인데, 대금이 정서적으로 이를 갈무리하며, 수건을 머리 위로 두르고 뒤돌 때 그 정서가 응결된다.

     

    수건을 두 손으로 움켜쥘 때 한의 정서가 여진으로 남는다면, 그걸 한 손으로 옮기고 크게 펼쳐낼 때 여한도 함께 휘리릭 날려보낸다. 이 순간의 전복으로부터 대상을 경유해 어떻게 정서적 이격이 극단적으로 일어나는지가, 곧 극적이고도 담대하게 이뤄지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 명씩 무대로 뛰어들 때마다 이미지적 고양이 일어난다. 둘일 때, 과거를 자취로서 바라보는 현재의 존재가 그것을 뒤따르며 반복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한다면, 셋이 되어서는 그 진열의 구성 방식이 하나의 심미적 토대를 이루기에 이른다.

     

    둘일 때 움직임은 대칭되면서 첨예하게 대비된다. 그리고 이는 더 확장된 수평선의 기준 아래에서 분화된다. 가령 미세한 비틀림, 둘이 하나의 대열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선으로 향하는 시선은 그 경사의 예각을 더 예외적인 차원으로 현상한다. 반대로, 사선의 구도는 상대방과의 다른 방향의 예각을 강조하며 수평선을 비튼다. 대금과 함께 구슬퍼지며 구음이 등장하고, 셋이 되는데, 이때 이윤혜는 상수 끝에 위치한다. 셋의 구도는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의 거리로, 앞쪽과 뒤쪽으로 다른 각도를 구성하는 것으로, 존재는 차이의 구도로써 분기된다, 동일함의 확대가 아니라.

     

    곧 구도는 요철을 만든다. 그리하여 그 요철의 선분 아래 셋의 포석됨을 간직한다. 그 셋 중에서도 이윤혜에게는 뭔가 특별함이 있는데, 이는 사선으로 튼 고개로부터 아래로 슬며시 내려간 시선, 곧 이중의 비틀림 때문이다. 턱은 숙인 쪽 어깨에 달라붙듯 하며 멈추고 그 고개로부터 시선은 다시 앞을 미묘하게 비켜나간다. 이 시선의 비켜나감이 공중에 부유할 때 그것은 매혹의 독립 대상이 되는데, 이것만이 차이를, 강도를 형성하는 예외적인 수렴점이 되기 때문이다. 곧 이 기묘한 대상으로서 고개와 시선은 정면을 향해 활짝 열린 다른 존재들과의 뚜렷한 차이로써 증폭되어 간다.

     

    김민관 편집장

     

    2026.02.24, 02.25 19:30 포스트극장

    출연 이윤혜, 김정경, 김주연, 최지은, 임현종(객원)

    음악감독 및 연주 김태영

    타악 안태원

    아쟁 배런

    대금 박종현

    피리 최광일

    해금 김승태

    가야금 손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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