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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 오써」: 표현으로서 실험, 이념으로서 텍스트의 미지근한 배합
    REVIEW/Theater 2011. 6. 6. 01:11



     배우들이 관객 틈바구니에 섞이는 것,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무대가 따로 없고 관객석에 녹아 있는 것, 마치 토론을 벌이듯 배우들이 대사를 비선형적으로 주고받는 것, 연극 속에 연극이 있되 극중극이 아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궁극적으로 연극의 사회적 기능 곧 예술의 비정치성의 정치성에 관한 역설로 귀결된다는 것.

     하지만 이와 같은 연극 형식의 파격과 함의는 실제 예상치 못 한 차원에서 문제점들을 노출시킨다.

     배우의 목소리. 번역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언어. 차용된 현실의 문제. 형식의 단순한 이전移轉.

     우선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통해 산출되는 배우 목소리의 울림, 그 거리가 깨어질 때 산출되어야 하는 배우의 목소리란?


     객석에 관객으로서 배우가 등장하고 입을 열어 연기를 할 때 같은 입장에서의 출현, 그리고 배우인지 관객인지 혼동을 주는 지점을 마련한다는 의미 부여는 ‘과장되다!’
     오히려 입을 열기에 그는 배우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대와 객석 간 거리의 산출을 세심하게 고려치 않은, 그리고 배우 그 자체를 드러내는 이 상황에서는 스테레오타입화된 배우의 목소리일 뿐이라는 것.


     그것의 울림은 몸의 감각을 불쾌하게 자극하게 되고, 이는 마치 배우로서가 아닌 무형의 어떤 상황 속에 곧 질문을 받은-또는 질문에 감화되어 자연스레 입을 열게 된 것 같은 청중으로서 존재, 곧 배우와 어떤 무대 내 주체가 주어지지 않는 게 아닌, 그것이 생략된 채 신비감에 감싸인 채 청중들이 그 연결고리를 자연스레 잇는 것 같은 트릭을 통해 진행되게 되는데, 이 때 이 대답의 감도는 그 무형의 어떤 주체를 향한 게 아니라 곧 무대 내 주체의 한 목소리를 보존하고 있고, 그것의 강도가 치미는 주변의 사람들은 사실상 제외시키고 있다.

     매우 묘연한 경계 같지만, 실은 청중인 듯 말하는 것 같지만, 목소리는 주어져 있고 섞여 있는 게 아니라 홀로 떨어져 있으며 미치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 미침을 세세하게 조율해야 함에도 그 목소리는 새삼 너무 크고 직접적이며 무엇보다 연극배우의 어투이다-이것의 상투성은 특수한 국내 지형의 것일지 모른다.

     작가役 서상원과 전미도가 같은 쪽 청중석에 앉았고, 반대편에 김주완과 김영필이 위치하는데, 관객으로 상정된 김주완을 제하고, 세 명의 배우는 작가와 배우 둘로 이전에 있었다고 하는 연극 당시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이 세 명의 사람조차 어떤 주고받는 역할로 임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러한 흐름의 단절과 이야기의 시작은 어떤 탄력적 흐름이나 리듬 체계를 양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곧 청중과 배우의 경험이 기묘한 대위법적 구도의 주고받음의 양상을 보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기꺼이 포기한 채 이 연극은 우리의 현실이 가닿지 않는 전쟁과 폭력을 은유하는 어떤 참혹한 현실의 이면을 포착되게 하기 이전에, 단지 번안의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고 있는 데 그친다.

     이는 미디어 속 재편되고 사라진 리얼이 우리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조금 더 당면한 현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만큼 번안극의 내용 자체가 고수했어야 하는 것에 대한 과정상의 문제제기의 일면일 뿐이다.

     시간은 그렇게 지루하게만 흘러가는데, 미디어가 갖는 현실의 부재와 진실의 죽은 애욕,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연극을 은유함으로써 오히려 연극의 힘을 되살아나게 하는 「디 오써」 원작의 힘과 함의를 단지 지적으로 포착하기 이전에 이 연극에 연출의 목소리는 어떤 부분이었을까?

     폭력을 전유함으로써 수치심과 억울함, 치미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는 전미도에게서 지우는 조명은 이 연극이 가지는 깔끔하게 정제하는, 곧 정해진 대사의 부분을 벗어나지 않는 차원에서 얼마나 더 많은 작품의 운용 가능성을 가져가지 않느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아닐까!


     자신을 따라 온 관객에게 폭력과 욕설을 선사한 경험이 재현되는 영필에게서 폭력의 내재화가 갖는 일상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있지만, 그의 경험 자체가 그리 공감이 가는 부분은 아니다. 이는 매우 우발적이고 다른 이들의 경험 역시, 아니 말 자체의 튀어나옴 모두가 우발성에 기초한다. 그렇지만 이는 앞서도 말했듯 통통 튀는 흐름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안전하지 않은 세계에서 안전한 관객의 위치를 점유하고, 거기에 안전함의 상태를 유지시키는 극 자체에 관한 성찰은 연극과 연극 바깥의 경계-이번 연극 자체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예술의 비정치성의 정치성-곧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개입을 감행하는 ; 실제 이 연극이 연극 바깥의 현실을 이야기해도 결국 연극 안에서의 일일 뿐인 것은 이 연극 역시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다시 이 연극의 비정치성의 정치성, 감화를 통한 변화로서 모종의 정치성을 획득한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간접적인 직접성으로 이야기하는 배우들은 그 내밀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하나의 배우로서의 발화로 기능케 하기 이전에, 오히려 무대를 상정하지 않고 간접성으로 침투하여 하나의 목소리로 이전되게 하는 기능 주체로 자리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무대를 지우려는 노력, 조명으로 단지 말의 순서를 지정하는 정도로만 기능케 하려는 듯하지만 무대는 여전히 너무 또렷하다.

     결과적으로 배우는 살 떨리는 일반적인 사람으로서의 고백 주체라기보다는 호흡을 한 단계 늦춘 표현 주체로 여전히 자리한다.

    [공연개요]
    • 일시 : 2011년 4월 26일(화) ~ 5월 28일(토) / 화수목금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월쉼)
    •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제작 : 두산아트센터
    • 작  : 팀 크라우치
    • 번역, 드라마투르기 : 손원정
    • 윤색 : 김은성
    • 출연 : 서상원, 김영필, 김주완, 전미도
    • 무대디자인 : 여신동 • 조명디자인 : 최보윤 • 음악감독 : 변준섭
    • 문의· 예매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ww.doosanartcenter.com , 인터파크 1544-1555
    • 가격 : 전석 30,000원 / 두산아트센터 회원 24,000원 / 경계인시리즈 패키지 40,000원(2공연 1장씩)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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