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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리뷰] 분주함과 쓸쓸함 :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것들을 말하다.
    REVIEW/Theater 2011. 6. 10. 03:06

     

    말할 수 없음, 곧 답답한 구조의 현실, 여기서는 한 마디의 말도 더할 수 없다.

    이것은 코드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이 안에 실존을 내세우는 것은 꽉 짜인 현실의 이 시스템이 단지 없어지는 것, 곧 그것이 없어질 수 없음을 전제하는, 판타지를 영위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는 없다.

    곧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코드 시스템을 상징하는 주방 안, 그리고 현대 문명의 분업화된 세계, 바삐 돌아가는 일-기계 존재들이 자리하는 세계의 은유적 형국을 띠는 이 주방 안에서 그것을 전복하는 힘은 단 하나의 순간, 곧 이곳을 떠나는 절차를 가져가는 것 외에는 없다.

    “뭘 더 원해!(?)”, 힘 빠진 초자아, 팔루스를 상실한 아버지의 모습, 이곳의 주인 마랑고는 “뭘 더 원해?”를 탄식처럼 반복해서 내뱉는다.

    그에게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연민과 슬픔, 외로움과 처량함이 뒤섞인 눈빛, 결국 그 어느 하나도 정확히 말하지 못 하는 눈빛으로 단지 잠시 응시하다 피터(이갑선)는 사라질 뿐이다. 분란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이곳의 내파로 작용하기 전 그는 하염없이 한숨을 내쉬고 단지 어떤 것도 보지 않은 채 혼란스런 눈빛으로 안을 뒤적거리고 있을 뿐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이 도달하지 않을 때, 공고한 현실이라 무너뜨릴 수 없을 때, 사랑이란 말이 그래서 너무나도 초라해서 초라한 자신보다 더 초라해서 그에 대한 믿음과 희망조차 잡는 게 너무 힘들 때, 그래서 결국 자신을 삶을 지탱할 수 없을 때를 인지하는 그의 허탈한 얼굴에는 피우지 않는 담배 연기가 술술 풍겨 나오고 있다.


    주문의 요구와 몇 시부터 일을 하는 최소한의 권리 간의 충돌, 조리사와 서빙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독일 나치로 비하되어 독일 종족 자체에 경멸의 옷이 입혀질 때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단초를 하나 잡았다는 듯 참았던 화를 폭발시킨다.

    1부에서는 키친의 일부가 왁자지껄한 철제 요리기구들이 부딪치고 분주하게 음식을 다듬으며 정성의 각도들을 면밀히 계산하는 수공업자로서 요리사들과 꿀을 찾는 꿀벌처럼 주방을 들락날락하는 웨이트리스 간 끊임없는 음식을 담은 그릇이라는 매(개)체의 주고받음, 그것은 정성의 요리로 포장된 음식이라는 메시지로 소멸하고 마는, 곧 전달 주체가 사라지고 마는, 어떤 엔트로피적 발산의 일방적 전달과 전유의 허무함만을 남긴 채 끊임없는 무화된 의식과 기계적 노동 시간을 휘저으며 밀도를 다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2부에서는 이제 그러한 분주한, 정말 분주함의 축적과 벗어날 수 없는 갑갑함을 선사하는 풍경이 그 저녁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이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국면을 맞게 되면서 시작된다. 꽉 짜인 현실 뒤에 이들이 삶을 위로하는 방식은 환영적인 무대 공간을 만들거나 꿈을 꺼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 대한 하나의 대척적인 지점에서의 판타지는 단지 현실의 독소를 해소하는 정도임은 꿈을 이야기하며 꿈 자체가 이미 오염되고 실현 불가능하며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의 암울한 안개 레이어가 끼며 우울함을 부르는 것으로써 그 판타지에서 이르게 깨게 만든다.
     그럼에도 갑갑하고 이 답답하고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서 홀연히 몸을 생산 없이 놀리며 스텝을 밟고 리듬을 찾아내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다.

    이는 낮에는 움직이지 않는 붙박이 장식 인형으로 자리하다 저녁이 되면 마술이 풀려 자신들만의 세계를 이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서 현실이 되지 못 하는 판타지는, 그리고 다시 현실을 용납할 수 없는 피터에게서 이 현실은 파괴된다. 도저히 이 상황에서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무엇을 말하든 그것은 자신에의 되뇜, 주절거림, 문장이 되지 못 하는 파편들일 수밖에는 없다.
     이것은 누구인가? 바로 현대를 사는 나 자신 실존을 체화 극도의 개인주의적 영역에 함몰하고 마는 현대적 자아에 대한 하나의 징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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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개요]
    공연명  국립극단 정기공연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_The Kitchen 
    일자  2011년 5월20일(금)~6월12일(일) 
    시간  화, 목, 금 8시 / 수 3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쉼  - 프리뷰: 5월18일(수) 3시 / 5월19일(목) 8시  
    장소  명동예술극장 
    작  아놀드 웨스커 ( Arnold Wesker) 
    번역  이태주 
    연출  이병훈 
    드라마투르그,윤색  이인수 
    스탭 
    무대: 박동우 / 무대협력, 소품: 김수희 / 조명: 김창기   의상: 이유숙 / 분장 강대영 / 움직임: 유진우 / 안무: 정영두   음향: 윤민철 / 보이스코치: 김혜리 / 사진: 서울사진관   그래픽디자인: TEXT 
    출연  이창직, 이정미, 한갑수, 안순동, 고수민, 김현웅, 권형준, 이찬영, 노석채, 계미경, 정나진, 김정환, 문형주, 이종무, 김백현, 이갑선, 조은하, 최지민, 주혜원, 윤현길, 최지영, 김혜영, 김경민, 이종열, 이지혜, 배우진, 강정구, 변민지  
    제작.주최  (재)국립극단 
    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 
    관람료  국립극단 다솜석: 50,000원 / R석 30,000원 / S석 20,000원 
    공연문의  3279-2233 / www.ntck.or.kr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명동예술극장 http://www.mdtheater.or.kr  |  1644-2003   

    관람일시 : 6월 8일 수요일 8시~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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