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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파뚜 트라오레 & 악셀 질랭... 즉흥 움직임 생성
    REVIEW/Dance 2009. 10. 13. 12:05

    매체와 무용의 조화, 「“그리고”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
     
     지난 1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그리고”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는 영상 막에 한글 자음과 모음의 형태들이 하나의 몸체를 이루고 화선지 안 그림이 형체를 달리하며 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돼 세계를 구축하고 지우는 과정이 펼쳐지며 시작된다.
     프레임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 그 위에 다채로운 변화의 지점들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이후 무용수의 출연에는 분명 다른 식의 재편된 감각의 시선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이승연 작가가 화선지에 붓으로 채색한 종이들을 겹쳐 놓고, 그 중 한 장을 다시 빼고 흩뜨리거나 헤집는 등의 과정이 동시적으로 하얀색의 커다란 막에 보이게 되고, 그 뒤에서 무용수 파뚜 트라오레의 춤이 진행된다. 동시에 악셀 질랭의 베이스 연주는 그림과 무용수에 시선을 보낸다.

     

     파뚜의 발과 손이 바닥 위에 깔린 흰 종이를 스치며 나는 소리가 사운드를 빚었는데, 바닥의 종이 안에서 수행해야 하는 움직임, 막에 가려 프레임에 용해되는 몸의 제한과 함께 연주와 프레임의 그림들로부터도 무용수는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베이스가 막 뒤로 사라져 직접 연주자를 마주하고 나서 연주는 재즈풍을 뗬고, 파뚜의 움직임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양복을 입은 악셀은 맨발로 같은 무대를 디디며 파뚜와 움직임을 함께 했고, 이승연 역시 맨발이었다. 즉, 이는 동일선상에서 움직임의 출발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악셀이 현을 켠 현악기에서 현을 버리고 연주하자 재즈의 느낌이 났고, 다시 악기를 두드리며 타악기처럼 베이스를 다루었다. 모든 과정은 즉흥으로 이뤄졌고, 이는 세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어 몰입이 요구됐다.

     

     이승연에 의해 프레임 자체의 끊임없는 전환과 그 안에서의 자체적인 생명력을 얻고 움직이는 사물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거나 객체로서 그 안에 하나의 움직임으로 파뚜가 일치되어 가는 단계에서 다시 이승연이 점을 찍는 그림에 반응하거나 또는 둘의 움직임끼리의 의도치 않은 만남으로 접점을 만들거나 하는 직접적인 둘의 대화적인 마주침이 이어졌다.

     

     파뚜는 이내 막을 나와서 빚어지는 그림에 흠칫하거나 실체의 그림자로 그 위를 덧씌우며 자리했다. 그다음은 이승연이 작업 공간을 버려두고 막 뒤로 와서 그녀와 만났다. 둘의 즉흥 컨택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파뚜를 따라 하던 이승연은 붓으로 흰 종이에 획을 그어나갔다.

     

     결과적으로 그림과 움직임에 반응하는 악기로의 손짓, 한편으로 사운드와 그림에 추동력을 얻는 무용수, 음악의 고저에 따라 달라지고 무용수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환경을 조직하는 붓의 놀림, 이 세 명의 각기 다른 매체는 상호조응하며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곧 「“그리고”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는 온전히 몸만으로의 무용이 아닌 다른 매체적 움직임이 무용으로서의 몸체를 획득하는 순간들을 창출할 수 있는 단초들을 마련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재즈의 흥겨운 놀이판, 「잼-무용․힙합․재즈」 

     

     이어 파뚜 트라오레와 악셀 질랭이 참여하고, 댄스컴퍼니 미디우스와 임미정 재즈 밴드의 연주가 함께 한 「잼-무용․힙합․재즈」가 열렸다.

     악셀의 베이스와 함께 피아노, 색소폰, 드럼으로 이뤄진 밴드의 합동 연주 안에서 빚어지는 음악의 조류는 그 나름대로의 발전과 변화 양상을 빚어 갔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그에 적응하거나 맞는 움직임을 찾고 동시에 마주치는 접점에서 이는 자극으로 과정이 지속됐다.

     

     개별 무용수들은 원으로 모여 하나의 몸체를 만든 것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몇몇 무용수들은 개별적 움직임들로 자신의 리듬을 찾아갔다.
     세 명의 남자 무용수는 비보이의 몸짓이 녹아 있었고, 하얀 옷의 머리를 민 무용수는 밀도 있게 자신의 움직임을 과시했다.

     

     연주는 어느 순간 정점을 맺고 판은 터져 나올 것 같은 흥분으로 점철되었다. 자극과 감각이 충만하게 맺히는 순간에 판이 관객으로 확장되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동심원적인 판을 만들고 한 명씩 침투해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과정 역시 존재했지만, 하나의 전체적인 환경을 조망하고 상대방의 움직임에 조응하거나 총체적 움직임을 빚는 데는 다소 무신경하게 느껴졌다.

     몸과 몸의 충돌과 집단적 놀이, 극적 풍경이 조금 더 강하게 자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특히나 즉흥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로서는 무대에서 잘 놀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을 잘 읽고 상대방과의 교감 작용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즉흥 춤판은 재미있으면서도 무용수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과제인 것이다.

     

    [사진제공=국제무용협회]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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