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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한국·독일 솔로 & 듀엣 Ⅰ,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
    REVIEW/Dance 2009. 10. 19. 10:39

    「스케노스, 그 아홉 개의 입」, 생명체의 여러 이름

     


     ‘댄스시어터 까두’의 「스케노스, 그 아홉 개의 입」은 신문지를 칭칭 동여매 미라처럼 보이는 존재가 무대 위에서 내려 온 길게 꼰 줄을 배에 품고 버티고 있는 데서 시작한다.
     마치 탯줄을 잘라내듯 그것들을 거두고 나서 드러난 존재는 투명하게 속살이 비치는 갈색 옷을 입고 머리를 색색으로 땋은 여자이다. 어떤 감정의 표현도 내재하지 않는 여자는 단순히 해맑음보다는 무인격화된 생명체의 탄생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흰 프레임의 장막이 무대 바닥에 자리하고 여기에 멀티미디어적 매체가 덧입혀진다. 스멀거리는 뱀 혹은 흐늘거리는 식물체가 징그러운 생명력으로 여자의 영역에 침투한다.

     

     무대를 가르고 임신한 것 같은 배를 매만지며 흰 옷의 여자의 등장은 파괴되어서는 안 되는 순결성과 섬세한 생명력을 의미했다.
     갈색 존재의 사라짐에 이어 영상은 집과 자연에 거대하게 닥쳐오는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를 가리켰다. 이어 등장한 서정선의 춤은 공간을 밟는다는 행위 자체에 어떤 정신성을 부여하며 그 밑에 흰색 사람의 자취들이 엉겨 붙는 곧 유령들이었고, 그것의 아픔을 끌어안고 전유하는 과정으로 그녀의 춤은 이해됐다.
     단순히 자연재해에 대한 인류의 무분별한 삶의 대립을 뜻하는 메시지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연을 상징하는 미지의 타자로서의 현현 이후 삶으로 돌아와서 의식치 못하는 무의식적 아픔을 극명히 드러내는 의식적 행위로 비쳐지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스케노스’는 영혼이 머무는 장소를 지칭하는 그리스어이다.

     

    「몽연」, 신체의 미시적 거점들

     


     ‘이선아’의 「몽연」은 반짝거림의 조명의 효과와 미니멀리즘적인 양태로 몸을 구조화하여 움직임을 빚는다. 잠결에 뒤척이듯 꿈틀거리며 천천히 신체 일부를 가동하기 시작한 이선아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신체로의 집중을 유도했다. 동선은 최소한도로 하되 몸의 긴장과 집중을 한층 강화시켜 깔끔한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암전과 조명의 효과 이후 얻어진 태엽인형의 상징을 몸에 입고, 끝마칠 때 조용히 작동을 멈추는 것이었다. 잠에 드는 것을 나타내거나 내지는 전체적으로 그녀는 신체에 가하는 제한적이고도 유동적인 움직임의 흐름은 무인격화된 의미 안에 표현의 힘을 생성하고 있었다.

     

    「(메이킹 오브) 디스트릭트」, 영토에 대한 퍼포먼스의 강렬한 치환 행위

     

     「(메이킹 오브) 디스트릭트」에서 마치 객석 안내원의 복장 같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김형민은 레나 순희 마이어코르트와 십여 분의 인터미션 동안 잔디와 흙을 나르고 고깃덩어리를 한쪽에 놓는 행위로 무대에 자연스레 침투한다. 이 둘이 빚는 행위는 다분히 수행적이고 의식적 행위에 가깝다.
     흙을 사지로 팽팽이 딛고 있는 레나에게 객석 쪽에 있는 김형민은 감자 두 자루를 머리에 이고 그 위에 고깃덩어리를 올리고 등장한다. 엎드려서 고개를 치켜세워 울부짖고, 감자를 휘휘 돌려 객석 쪽으로 털어버린다.
     이어 일어서서 악을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댄다. 그 위에서 온 몸을 단단하게 유지한 채 연이은 점프를 한다.

     

     역사적인 삶에 어린 정체성과 결부되면서도 감자와 고기로 연계되는 정치적인 것은 물론 특정한 알레고리의 함축이 존재할 듯하지만, 중요한 건 흙이라는 영토의 개념과 더불어 그것의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과 한편으로 현재성을 가지고 자기 획정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해된다.

     

     관객 역시 그 땅 바깥의 존재로서 정의되며 감자가 던져지며 가하는 그리고 돌연 조명이 관객을 향하는 압력은 그러한 관계성의 일환에서 비롯된다. 둘의 일치된 행위 춤을 춘다기보다 끊임없이 지기 획정의 노력이 어린 수행성의 행위로 비쳐진다.

     

     춤을 추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내비치는 김형민은 정형화된 안무의 개념을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진정 어린 의식의 치환으로 강력한 힘을 생성했다.

     

     사투 끝에 얻은 감자 위에서 그녀는 약간의 고취감과 획득된 영토의 등가물로서 푹 몸을 담그는 듯했다. 영역 안의 끄트머리를 찍으며 관객을 응시하고 다시 던진 감자들을 가지고 돌아와 그 위에서 눕는 김형민은 그것이 순수하게 자연에서 생성된 식량이 아닌 근원적으로 영토가 그것에 선행하는 개념임을 주지시키는 듯했고, 뒤돌아서 팔을 강하게 휘저었고 상체를 벗어젖히고서 행위를 이어갔다.

    (사진제공_국제무용협회)

    관람일시 및 장소 : 10월 13일 (화) 8pm,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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