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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로미오와 줄리엣」, 아름답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REVIEW/Dance 2009. 10. 23. 14:36
신예 ‘에드워드 클루그’ 안무, ‘슬로베니아 국립 마리보르 발레단’의 춤을 통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엇보다 몽환적이고 아름답다는 느낌으로 현혹을 선사하는 데 모든 촉수가 뻗어 있는 듯하다.
탐미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여성 신체를 향하는 영상 속 카메라에 이어 조명의 빛을 입고 남성들의 신체가 등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낭만성과 고전미, 극적 고양의 세계는 신체를 향한 관음증적이고 찬미적 시선으로 치환된다.
영상의 활용은 단순한 차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 실재적 묘사와 실재의 영상미적 도출로써 그 둘을 접합 시킨다. 영상 이외에 사운드는 효과적 측면의 사용이 아니라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말 그대로 팝적인 분위기로 가득 무대를 메우고, 안무의 스타일을 창출하고 그것에 매몰되게 하는 순간적인 분위기의 직조를 통해 사오 분의 시간만큼의 집중을 허용하는 측면이 있다.
음악은 집중에 적절한 효과를 제공하고 나아가 안무는 아름다움을 선언하는 듯하지만, 춤은 표면에서 휘발되고 잔상을 남길 여유도 없이 곧 표현은 내용의 측면에서 상상력의 통로를 차단한다.우선 발레를 일견 닮은 듯한 안무는 그것보다 빠르고 동적이다. 고개를 곧추 세우고 관절의 유연한 흐름과 내뻗음과 함께 그것을 다시 거둠 없이 활개 치듯 팔다리의 관절을 유연하게 놀리는 안무 스타일은 에드워드 클루그의 독자적인 안무법에 기인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아름답고 견고하고,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 두 명의 번갈아 안무를 펼침과 만남 이후 거세지기는 하지만, 사실상 처음의 장면이 극치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안무는 사실상 조금 지루하거나 양적 팽창, 그리고 반복에 가깝다.
여러 명의 로미오가 등장하지만 단지 수적 확장에 가깝고, 안무의 치열한 각축장을 만들기 위한 그리고 속도전의 적절한 잔상 효과를 남기기 위한 수단에 가까운 의미로서 존재한다. 하얀 스크린 앞에서 그것만의 빛을 받으며 검은 잔상으로 사랑의 언약을 치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곧 스크린으로의 흡수를 가리킨다.
단지 춤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환상으로서 유효하고 다원적인 요소들, 즉 영상과 사운드가 접합됐지만, 메타적 시선이나 현실 세계가 끼어들 틈은 없다. 사유보다는 감상을 부른 작품으로 결과적으로 그 지루함이 감각됨으로 인해 그것은 온전히 유효할 수만은 없음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마지막에 애잔한 정서를 띤 줄리엣의 모습, 그것은 그동안의 움직임의 약동에서 그것이 서서히 주는 것으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주제를 표현하기에 미약 해 보이고 힘이 줄어드는 가운데 무미건조하게까지 느껴졌다.
박수 칠 시간도 없이 공연은 한 시간여를 급박하게 이어갔고, 이후 큰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춤이 주가 된 공연의 표현 양식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체를 단단하게 형성하기보다 환영적으로 나타내는 데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에서 안무의 미적 가치는 심층적인 그림까지는 보여줄 수 없었던 듯하다.
(사진제공_국제무용협회)
관람 일시 및 장소 : 15일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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