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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루트리스루트 무용단’의 「침묵의 소나기」, 두 무용수의 열띤 무대 | 축제REVIEW/Dance 2009. 10. 23. 14:42
그리스 ‘루트리스루트 무용단’의 「침묵의 소나기」에서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울티마 베즈 무용단과의 무술을 하듯 팔의 주고받음의 움직임 등 비슷한 계열체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것보다 이들의 춤은 조금 더 자유로운 양상을 띠고, 몸의 탄력적 운용이 많이 완화된 한편 타악기 연주가 즉흥적으로 뒤따르는 듯했다. 둘의 긴밀한 호흡에서 기인하는 바가 컸다.
『호메로스 일리아드』의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의 마지막 만남을 현대적 배경으로 남녀 간 사랑과 전투로 상정한 작품인 「침묵의 소나기」에서 처음 등장한 Jozef Fruček는 입을 벌리고 흐늘거리듯 몸을 비우고 비교적 가볍게 시작했다. 처음부터 춤을 밀도 넘치게 펼쳐내는 대신 관객과 직면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어 여자(Linda Kapetanea)는 애잔한 정서에 몸을 싣고 여성의 목소리가 사운드로 나오는 데 맞춰 춤을 췄다.
둘이 결합해 나무 막대기 두 개를 잡고 싸우는 것은 엄밀히 말해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는 것보다 사실상 안무 차원에서 그 막대기를 맞추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별에 앞선 복잡 미묘한 감정의 분출로서 여성의 공격이 우세한 편인데, 공격은 자신의 공격권을 우세한 쪽으로 유지해 나가는 차원에서 유효한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막대기를 췄을 때 뒤로 밀리거나 괴성을 낼 때 그것의 효과는 한층 두드러졌는데, 그러한 세부적인 요소들을 잘 살리지 못한 채 단순한 파열음의 반복적 주고받음은 아쉬운 측면이었다.이날 공연 이후 관객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Linda는 전직이 체조선수였고, Jozef는 농구선수 로 둘 다 무예를 익혀 왔다고 했다.
무술과도 같은 동작 다음에는 둘의 친밀한 결합이 주를 이뤘는데, 전복적으로 둘의 이어짐을 조합한다. 두 개의 대립적 장면의 차이를 추구하며 감정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 주며 한편으로 즉흥 연주의 리듬이 거세지는 흐름에 또한 몸을 싣는 것을 강조했다.
여자는 바닥에서 밀가루를 토닥거려 갓난아이를 만들고 품고 있었다. 남자는 폭력적으로 자신을 분출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애잔한 정서는 계속해서 여성을 감싸고 있었고, 여자를 품에 안아 의식을 잃은 여자의 무의식적 슬픔의 공간을 남자가 조용히 메우고 있었다.
이어진 움직임은 남녀의 격렬한 애정전서의 형성이었다. 둘은 춤을 춘다기보다 물 흐르듯 주고받으며 강렬하게 몸의 접촉을 통해 서로의 몸을 추켜세우고 맡기는 식으로 크게 움직임을 이어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녀린 여성의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이 남성에 대한 의존에 잠기기보다는 남성이 여성의 앞뒤 옷자락을 잡고 여자를 추어올리며 거칠게 여성을 이끌어가고, 여성 역시 강렬하게 몸을 놀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더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는데, 점프를 하되 공중에서 가슴을 뒤로 활짝 젖혀 크게 안기는 동작은 굉장히 격렬했다.『호메로스 일리아드』의 역사적 광경으로 다가오는 신화의 한 장면을 현재적으로 나타낸 이 작품은 고전의 재해석보다는 두 무용수 간의 열띤 호흡으로 원작의 차용과 청의적 변용을 통해 새로이 작품을 탄생시키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둘의 에너지가 오롯하게 무대에 놓인 공연이었지만, 온전히 무대를 잠식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했다고 보인다. 아마도 단단한 몸의 탄성을 이용한 반복적 안무의 구축을 통한 점층적인 도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Phoro by Srdjan Stanojevic
관람 일시 및 장소 : 17일 5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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