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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하녀들」 리뷰, 옷장과 시스템적 삶의 함수
    REVIEW/Theater 2011. 9. 7. 06:32

    눕힌 옷장에서 거의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옷장은 문이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벽이나 다름없다. 열 수 있지만, 엶은 닫음을 전제로 한다. 아니 닫힘이 더 자연스럽기에 열림은 닫힘에 종속된다. 그 닫힘에는 욕망이 있고 문을 통한 욕망의 통로가 있다.
    욕망은 여닫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문을 열고 빠져 나오는 것이다. 이 문 닫힌 구조는 하녀들과 마담의 관계를 상정한다. 반면 옷장을 구성하는 것은 그 욕망들 그 안에 닫힌 채 놓여 있는 것들이다.

    마담은 처음에 옷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손을 맞닿아 억누르고 있고, 이는 그 손이 곧 빠져 나올 것임을 그 탄탄한 장력이 걸린 지점에서 알 수 있고,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 하녀들의 마담 행세로 이어진다.

    하녀(하인)와 마담(주인), 이 둘의 상관관계를 옷장의 여닫음과 마찬가지로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둘은 어떤 시초,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한 위치 짓기를 할 수 있을까,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다. 둘이 서로의 이름을 통해 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

    마담이 집을 떠나고 난 뒤 마담은 곧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옴의 징후들만이 계속 되는데 이는 이들 하녀가 느끼는 것일 뿐이다.

    곧 마담은 이들의 삶에 조각되어 있고, 그 명령‧초자아는 내재화되어 있다. 마치 이 마담이 영상(거울)으로 계속 옆에 재생되며 그 속에서 웃음을 띠고 있는 것처럼, 이는 마치 이 마담이 평상시의 모습으로뿐만 아니라 그 유유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이들에게 주체의 몫으로 남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화를 내는 것이라면 이는 웃기는 코미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곧 그 모습 그대로 검열을 가하는 여전한 영원한 존재.

    반면 하녀들은 이 마담의 지위를 마담과 하녀의 평소 모습을 재현하는 역할극을 통해 전복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들은 「리어왕」에 나오는 왕 옆 광대보다 한층 더 정교하게 마담의 욕망을 재현하고 그것들을 놀리고 있다. 실제 하녀와 마담 간의 관계에서 마담은 줏대 없이 이들의 말에 동조하며 행동으로 옮기게 되고, 기실 그의 일상 움직임 패턴은 스테레오타입화된 것이기도 하고 이의 행동 경로를 하녀들이 적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옷장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아니 구획된 좁은 공간들의 다른 부분들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마치 욕망은 구획되어 있고, 분열되어 있는 듯 보이는 한편, 후반의 마담의 옷을 챙겨 입고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쩌면 이 옷장이 환유하는 집안이 실은 정리‧정돈되고 또 삶의 행동 패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매우 신경증적인 자유롭지 못 한 공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열적 욕망의 구획된 공간 아래 하녀들의 행동 역시 매우 분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움직임의 양상 역시 기계적인데 실상 마담의 의식을 전복하고 있지만 그리고 마담의 말을 구성하는 무의식의 한 단면으로 특이하게 드러나는(외재화) 양태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의식은 바로 마담의 역할 되기를 통한 것, 그리고 마담의 행동으로 인해 촉발되는, 또 그에 맞춰 구성되는 행동 이외에는 없다는 것, 이 불가분의 관계를 엄밀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역할극을 진행하는 하녀들은 마담을 그로테스크하게 전유하고, 이 안에서 자신들의 전복과 자유에의 욕망이 섞이고, 또 그 재현 자체의 욕망, 이 공간과 결부된 욕망이 섞이는 말의 공간에서 변화를 꾀한다. 마담과 하녀의 관계에서 곧 돌아오기 전의 제약 속에서 마담이 없는 가운데 자신들을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지 못 한 채.

    마치 마조히스트와 새디스트 간 관계, 이것들의 불분명한 거래가 일어나는 가운데.

    [공연 개요]
    공연명 하녀들 (The Maids)
    공연기간 20011.08.27(토)-09.10(토)  8/27-28 Preview
    공연시간 화수목금 8시/ 토 4시, 7시/ 일 3시/ 월 쉼
    공연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예매 인터파크, 두산아트센터
    공연시간 70분
    관람등급만 7세이상 (초등학생 부모동반)
    기획 아시아나우(AsiaNow), 두산아트센터
    제작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아시아나우(AsiaNow)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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