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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연극 삼등병 : 현실의 바깥에 있는, 현실의 유예된 은밀한 철책 공간에서.
    REVIEW/Theater 2011. 7. 21. 07:13


    삼등병은 표면적으로, 이등병이 하나의 계급적 진단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군대라는 문제가 하나의 풍자적 시선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군대는 하나의 계급 놀이라는 진단에 동의할 수 있는가? 놀이의 규칙, 연극의 규칙은 그 안에서만 성립한다. 그 안의 온갖 진지하고도 엄숙하며 깨부술 수 없는 규칙들은 군대 바깥에서는 무용담이나 추억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군대가 갖는 초자아의 명령, 아득히 먼 ‘고참’(선임)의 명령, 가까운 선임의 피부에 닿는 명령까지 그 둘의 간극이 줄어들수록 생각의 여지는 생겨나며 사회와도 조금 가까워진다.

    적이 쳐들어오지 않는 철책을 지키는 두 명의 보초병에게 닿는 추운 공기는 내지는 적막한 공기는, 시간의 부피를 떠안은 가없는 공기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실재의 밀도가 지정하는 시간은 그에 맞서 온갖 공상이 될 수밖에 없는, 단순한 보초의 임무와 이후 잠의 임무, 깸의 임무, 온갖 임무에 대한 적절한 마취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현재는 너무나 뚜렷한 것이지만, 보초에 있어서는 때론 몽환적이거나 시간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묵중한 눈을 가린 짐 덩어리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매우 우스운 서 있기 게임을 하는 동안 관객들에게서는 이들의 놀이가 하나의 재밌는 장면, 생생하고 현재의 시간을 체험하는 것과 동시에 현실과 먼 또 다른 현실로 치환되는 데 그치는 것같이 느껴진다. 즉 제 4의 벽이라는 연극적 규칙은 존재하면서 그 은밀한 철책 공간을 통해 벗어나게 되지만, 이미 군대라는 하나의 폐쇄적 시공간이라는 현실과 유리됐다는 심리적 거리는 이것을 보며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철책 바깥은 군대가 아니다. 그들은 그 군대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다. 휴가나 외출 업무  상의 몇몇 공식적인 이유를 제하고는, 그러니까 군대라는 코드 시스템을 허물거나 바꿀 수 없다는 것,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그래서 시간의 간격을 통한 시간을 아주 간간히 느끼는 가운데 이것이 2년 정도의 시간이라는 가장 상위 규칙에 대한 희망으로, 그 규칙마저 강한 신념으로 끌어안고 가는 것이다.

    어쩌면 군대가 갖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규칙의 장, 그 특수한 장을 느끼지 못 한 반절 이상의 여자 관객을 포함해 이것은 하나의 슬랩스틱적 코미디에 더 가까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등병의 순진함과 연약함과 병장의 은신하기, 시간에 엉겨 붙어 적절히 권위의 모습들을 내려놓는 뒤안길의 모습은 그 간극이 크다.

    또 다른 이등병이 그 순진함과 연약함의 모습에서 탈옥하려 하며 이 코드 시스템 자체의 전복을 꾀했다면 그리고 그로써 저 아무 것도 없는, 곧 사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이 막막한 불통의 사회 바깥의 장에서 그래서 함부로 사회와 맞닿을 수 없는 오로지 이곳에 귀속된 채 그것을 견뎌야만 사회로의 삶을 다시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여받으며 있는 이들의 모습에 비추어 저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보이지 않게 된 이등병의 모습은 사실상 공포다.


    사실상 탈영은 곧 징역, 사회로의 처벌을 받으며 군대 바깥으로 벗어나 삶의 연장선상에까지 따라 붙는 오점으로 기록되게 된다. 곧 코드는 안전함을 준다. 규칙은 따르면 처벌을 주지 않는다. 이들은 철책을 지키는 게 아니라 철책 안 자신을 가두며 규칙에서 벗어나는 걸 스스로부터 지킨다. 곧 코드를 생각 없이 지키지 못 한 것이 된다. 곧 삼등병, 이등병이 되지 못 하는 병사가 되지 못 하는.

    그래서 탈영병을 고발하고 자신은 보고의 임무를 수행하고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가고자 하는 병장의 노련함과 비열함의 어느 한 가운데 있는 행동은 순수함의 모든 것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무서운 시선을 낳는다. 그 순수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연개요]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공 연 명 삼등병
    공연일정 2011. 6. 23(목)~7. 10(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일 3시/ 월 쉼
    공연장소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작 / 연출 성기웅
    출     연 김태훈, 박혁민, 김성현, 이현균
    입 장 료 평일 22,000원, 주말 29,000원
    제    작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주     최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여유작, 학전
    후    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문의 학전 02-763-8233 /
    www.hakchon.co.kr

    [사진제공=여유작]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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