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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Vertical Road」 리뷰 : '초월로의 의지와 의식의 여정'
    REVIEW/Dance 2011. 10. 2. 11:57

    '초월로의 의지와 의식(意識/儀式)의 여정'

    ▲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Richard Haughton [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어둠 속에서 물의 흐름을 상정하는 사운드 기표는 동시에 공간적인 지표(촉각의 기능을 활성화)로 작용한다. 사막을 상정하는 실크 천의 무대 전면을 장식하는 일종의 윈도우/스크린은 그 가늠할 수 있는 크기로 인해 하나의 공간/무대를 입체적으로 조각하고, 이 안(관객의 바깥쪽)에 위치한 존재가 주는 강한 파동은 천으로 급격하게 흡수되며 번져간다. 이러한 강력한 힘은 강한 두드림의 박자/비트의 지정에 의해 구현되는데, 이러한 기저에 깔린 리듬은 실재(감각에의 자극)로, 또는 물질로 드러나며 무용수/관객의 의식을 모으고, 급박감을 주는(일종의 박자 기능 자체로서 시간을 측정하고 현재를 지정하는) 실재적 힘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여기에 부가되는 주선율과 의식을 방기시키는 전자 사운드는 대위법적으로 놓이는데, 집단적 의식儀式으로부터 출현하는 힘에 정서적인 파동과 충돌/분열을 불러일으킨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그 강렬한 박자에 맞춰 하나의 힘으로 표상되고, 이러한 강력한 힘의 의지로의 몸의 분출·표현·발산은 단단하게 몸을 유지하는 한편(두 다리를 벌려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_ 한편 이러한 자세는 무술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상정한다), 몸을 쫙 펼치거나 휘젓는 움직임과, 몸을 좌우로 튕기며 그 리듬을 체현한다.

    무대 전면을 덮는 비트는 그야말로 두드림 두 개의 박자로 구체화·단순화되며 물질 측면으로 조각되기도 하는데, 이 안에서 빠져 나오는 전자 사운드, 그리고 이의 소거와 바람 소리와 같은 실재의 매질은 어떻게 이어지는가의 부분은 수용에 있어 묘한 의식의 전환을 이루는 부분으로, 조금 까다로운 부분이다. 곧 단순한 봉합이 아닌 의식의 긴장과 주선율의 중첩과 이를 통한 분산과 풀어짐, 그리고 다시 자연의 사운드의 일련의 흐름은 의식에서 감정으로 넘어오며 밀착된 감각의 극점에서 현실의 공기를 맡을 수 있는 현재의 지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변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Richard Haughton [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처음 물의 기표에서 시작해서 바람의 기표가 중심이 되어 변전된 무대를 만드는 가운데 ,이 실재의 힘(박자)이 소거되고 나서 바람 소리가 무대를 잠식할 때 비로소 몸에 밀착되어 달라붙는 사운드와 환영으로서 실재는 현실의 현재를 맞이하게 되고, 이 안에서 비로소 역할과 서사가 창출된다.
    크게 세 사람이 중심축이 되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 늘어뜨린 남자가 어떤 지배적인 힘을 상정하고 있고(다른 옷의 색깔로 인해 층위를 달리한다), 무형의 힘(장악력)으로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이는 그를 제외한 다른 존재 간의 차이를, 내지는 결부된 질서를 상정한다.

    집단적 의식을 치르는 존재들은 그와 다른 남자 둘의 충돌에 하나의 자리를 보존하는데, 결국 집단과 개인/주재자/지배자의 차이를 상정한다.

    ▲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Richard Haughton [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둘은 결투를, 또 한편 남자는 여자를 부둥켜안고 뒹굴고(이는 내밀한 관계를 첫 상정하게 되고), 또 집단의 강한 비트에 맞춘 힘의 상정은 동시적으로 진행되며 움직임의 대위법을 이룬다. 이러한 혼란의 양상은 현악기의 주선율을 타고, 하나로 모아지는 힘이 분산되고, 의식의 고양을 이루는 한편 관계의 대립과 분열을 초래한다.

    여자의 의식을 놓음(죽음에의 침잠의 환유) 이후 여자를 중심으로 존재들은 원으로 둘러싼 채 의식의 누출을 감행하고 또 그것이 모아지는 초월적 층위로서 집단적 제식(祭式)을 구현한다.

    ▲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Richard Haughton [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남녀 둘의 관계가 본격적인 국면을 맞게 됨에 따라 사운드는 과잉이 되고(과잉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이는 그 비트의 단단한 힘의 질서가 흐트러트려짐을 의미한다.

    남자가 여자를 품어 올리고 빛을 받음으로써 그 의식의 누출은 의식의 수여로 전환된다.

    무대 전면의 스크린이 몇 차례 점멸을 거쳐 (수용자의) 눈의 깜빡임을 시간적으로 연장, 또 공간적으로 확장한 환유 차원으로 조각되는 가운데, 이 집단의 힘은 다시 제식/의식의 측면으로 조각된다.

    이 천 바깥에서 그림자(존재)의 등장과 그 바깥에서 관계 맺기의 과정 중에 파장이 이는 섬세한 표면의 천, 반면 불투명한 천의 속성은 매체媒體(매개체媒介體)의 촉각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한편, 시각의 매체로서는 불분명한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존재의 감아올림, 둘의 관계 쌍은 앞선 남녀의 의식이 한데 투여되던 장면을 상기시키는 가운데, 어떤 초월적 심상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곧 보이는 것으로서 현실/현세적인 것이 아닌 불투명한, 그렇지만 뚜렷한 자취와 촉각의 지점을 낳는, 이 실크 천의 매체는 소통을 직접적으로 지각/가능케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시작과 끝의 일치 같은 자리로의 돌아옴은 구도와 수행의 서사/의식에의 몸의 접합과 펼침의 측면에서 갖는, 매체를 통한 몸의 변전과 실재(감각)에서 실재(현재)로 넘어오는 전환의 접점들은 어떤 삶의 여정, 그리고 초월에의 의지와 만나고 있다고 보인다.

    [공연 개요]
    ■ 일정 및 시간  2011년 9월 30일(금) - 10월 1일(토) / 금 8pm, 토 4pm
    ■ 주최 및 장소   LG아트센터 (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 입장권 가 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 공연러닝타임   70분 (휴식 없음)
    ■ 문의 및 예매   02-2005-0114,
    www.lgart.com
    ■ 안        무  아크람 칸 (Akram Khan)
    ■ 출        연  아크람 칸 컴퍼니(Akram Khan Company) - 8명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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