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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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봄] <가곡실격: 나흘 밤>: 가곡의 해체적 전유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6. 22:45
도래할 비-텍스트에 관해 ▲ [이미지 제공=페스티벌 봄] 입장 전 하나의 텍스트를 받아 든다. 가사가 실려 있다. 애초 예술에 관한 레퍼런스가 사전에 제시될 때 이는 사전 이해를 돕는 차원이라기보다는, 혹시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감상의 측면이 공연 중에는 가능하며 공연 후에는 지식을 통한 해석의 차원에서 이해의 측면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혐의를 둔다. 앞선 텍스트에 적힌 시는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자동기술법에 따라 쓴 무의식적 서술의 무분별한 분기(分岐)로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몇몇 단어들과 그 흐름이 환유의 기법에 닿아 있고 주체의 입장이 아닌 3자의 입장에서 모호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노래로 하면 코러스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에 대한 메타 기술을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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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지신은 불완전하게 올라온다>, '지신(地神)의 리듬'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5. 05:24
'서영란 인상 비평' 서영란, 「업신여기다」 긴 얼굴에 강한 인상을 주는 광대, 확실히 남방계는 아니다. 단순히 얼굴 타입만은 아니다. 좀 더 나아가면 왠지 처용과 같은 이국적 느낌도 안긴다. 하지만 이 얼굴은 서영란이 평소 관심 있어 하고 선보이는 북방 샤머니즘과 무속을 탐문하는 것에서부터 유랑하며 노마드와 같은 삶을 구가하는 것까지 어느 정도 역사 인류학적 궤적이 어렴풋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묘하게 그에 들어맞는다. 또 다른 인상은 큰 키다. 이 큰 키는 꽤나 어정쩡하다. 뭔가 단단하지 않다. 그러니 도무지 어떤 짜인 안무의 실천을 다부지게 해내야 하는 틀 안에서는 그 역량을 온전히 다 발휘할 수 없다. 치열한 군무라든가 동작-기계가 된다든가 하는. 그러나 무엇이든 주어 담을 수 있는 용기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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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놀라운 이야기’, 연극 <FACE>REVIEW/Theater 2013. 4. 5. 01:17
인트로: 무려 46년이예요! ▲ 지난 4일 오후 정보소극장에서 열린 1인극 모노드라마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무려 46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은 20여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았고, 여기에 강제로 끌려갔던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는 화석화된 과거의 진실이 아니며, 그것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금기시되어야 할 부분 역시 아니다. 이는 현재에 지속되는 기억의 문제이며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일본의 비윤리적인 태도가 계속되는 이상, 이는 정치적인 문제이자 인류 공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한편으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을 채 감춘 채 말할 수 없는 부분인 것도 같다. 가령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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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애 <MARSⅡ>: '잠재된 것들의 수행과 리듬, 그리고 시차'REVIEW/Dance 2013. 4. 3. 15:58
프롤로그: '이상한 과학 실험' ▲ 노경애 [사진 제공=페스티벌 봄]순차적으로 탄성·마찰력 등의, 물체가 맺는 현실 구조 속에서의 힘이 작용하는 과정을 몸으로 나타내는 작업은 추상적 지표가 작용할 여지 대신 오로지 실행을 위한 움직임, 표현에 대한 표현을 감행할 뿐이다. 곧 기의와 기표의 불완전한 결합에서 오는 저 너머의 기의 찾기 대신 기표의 단편들만의 결합만이 있다. 그리고 기의는 단지 이것이 물리 법칙에 대한 수행이 있을 것이라는 짧은 렉처에서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물론 음악이라는 정서의 흐름을 가져가는 매체와 결합되어 이전의 표현들이 병치될 때 다른 양상을 가져가게 된다. 음악 없이 흰색 우주복을 입고 앙다문 입술과 무미건조한 표정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과학 실험의 구문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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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안영준 <카니발(Carnival), 카니발(Cannibal)>, '아크로바틱-카니발'REVIEW/Dance 2013. 4. 2. 12:01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 지난 3월 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안영준 안무가의 리허설 (이하 상동)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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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송주원 <환. 각 (幻. 刻)> 리뷰, '불가해한 이미지들의 중첩'REVIEW/Dance 2013. 4. 2. 06:14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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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박근태 <I wish..짧은 사랑에 대해 지껄이다> : '몸과 말 사이에서'REVIEW/Dance 2013. 4. 2. 02:57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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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김정은 <Three>, '음악과의 충돌로 생겨나는 안무'REVIEW/Dance 2013. 4. 2. 02:52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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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아,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 혼란의 물음 뒤 달뜬 참여로REVIEW/Dance 2013. 4. 1. 02:59
전반적으로 관객을 한데 몰고 그룹을 짓기, 이어 섞여 춤추기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 춤 보여주기로 귀결되는 안무의 과정은 의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끔 ‘의도된 의도가 어느 정도 보이는 참여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안무가는 그 엔트로피적 마치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무대에서 제일 처음 세 개의 물음을 각각 순차적으로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던진다. 이를 나이브하게 축약하면 ‘여긴 어디냐’·‘춤이 뭐냐’·‘걷는 게 춤이 되냐’, 이 세 가지 정도가 핵심적이다.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여기’는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어떤 확정될 수 없는 공간이 맞다. 곧 이 질문은 무대가 원래 ‘생성의 공간’이라는 암묵적 규약을 드러낸다. 반면 춤추는 이는 이 확정지을 수 없는 공간을 관객 스스로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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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사라지기 위한 시간> : 사물화된 흔적에서 일상의 생기로REVIEW/Dance 2013. 4. 1. 02:51
최승윤의 사랑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은 사물과 하나 되어 있는 스스로를 현상화하는 차원이다. 비닐봉지라는 안전막을 쓰고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잠겨가는 모습과 시계의 흘러감 그리고 거리에 펄럭이는 바람의 매무새는 무의미한 삶의 영도에 흔적이 갖는 무의식을 정초하며 침묵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는 한편에서 무릎 꿇고 앉아 촛불을 피우고 머리에 꽃무늬 띠를 두르고 TV를 켜며 풍선을 부는 등의 행위 안에 제의적인 의식의 차원으로 흔적들을 대면하며 그 무상함을 표면으로 흘려보낸다. 처음 오페라 아리아에 입을 뻐끔거렸다면, 그리고 스크린 속 일종의 거리 두기적으로 스스로를 진공 포장 상태로 놔두었다면 무대 중앙에 이르러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노래 'Emotion'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몸은 위아래로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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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애, <뉴 먼스터(New Monster)>: 관습적 상징을 영도의 표현으로 만들기REVIEW/Dance 2013. 4. 1. 02:42
의도된 관습 정형화된 움직임들과 평면성의 규칙으로 말미암은 관습적 연극의 외양은 실은 의도된 것으로 일종의 인형-되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로부터 균열을 발견하고 참조적 변형의 지점을 만드는 게 임지애의 의도라 하겠다. ‘이미지 전이 놀이’로 표현한 그의 안무 방식은 재현적 이미지들을 펼쳐 놓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그것의 미끄러짐을 가져가며 잇기보다 균열을 발생시키고 평면에 예속된 형태로 그리고 표면을 캡처하는 식으로 몽타주하는 차원에서 진행됨으로써 달그락거리는 종이 인형의 외양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다. 자연에 대한 환유적 심상은 세 번째 전이에서 구체적이고 가상적으로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내지만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기 전 파도소리를 무대에 배치하여 방향성을 상실케 하며 그들에 대한 응시로 혼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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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봄<Q&A>, 다니엘 콕이 관객을 만드는 방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3. 27. 09:53
공연의 컨텍스트화 라는 공연이 공연 후 Q&A가 덧대어졌다. 누군가는 (짜인 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과정화하는 작업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좀 더 정치한 설문조사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조언 섞인 말을 건넨다. 전자는 이 작품이 관객의 개입이 효과적이었음을(그래서 작가의 만들어지는 작업에 참여했음을) 전제하며 후자는 작품을 만든 다니엘 콕의 설문조사의 차용 방식이 관객을 적확하게 반영하고자 한 목적 아래 진행되었음을 전제한다. 하지만 오히려 작가는 관객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듯한 가운데 실은 관객이란 것의 맥락 그리고 무용 공연이라는 것의 맥락을 형성할 뿐이며 관객의 개입으로 전적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이상으로, 그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에서 작품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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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단지 세상의 끝>: ‘중첩된 현재’REVIEW/Theater 2013. 3. 26. 00:48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시간들 ▲ 연극 , 지난 22일 열린 프레스리허설에서(이하 상동), 루이 역 김은석 배우 ‘단지 세상의 끝’이란 제목은 ‘세계의 끝’이라는 종말론적 사고의 만연함의 풍조에 더해 그것을 약간은 긍정의 자세로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인 것 같았다. 사실 이 연극은 매우 개인적인 동시에 한 가족에서 일어나는 좁은 테두리 안에 한정된다. 그리고 연극을 보고 나면 이 제목은 주인공의 내면의 탄식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어쩌면 꽤나 긴 언어와의 싸움에 던져진 느낌인데 독특한 듯한 어투들도 그에 한몫한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지난 작품 은 돌아오지 않은 오빠의 삶을 끊임없이 회상하며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며,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현재와 미래의 서사를 써내려가는 가족들의 갖가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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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팔스타프>, '팔스타프'의 볼록한 배란?REVIEW/Theater 2013. 3. 25. 13:57
인트로: 부재의 유형 ▲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드레스 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팔스타프에는 특기할 만한 아리아가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레치타티보 형식의 주고받는 대화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그에게는 특별한 주인공만의 자리가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비장해지거나 극적인 고양의 흐름이 결코 크게 급격하지 않다. 희극적 기조 이 작품을 구성하는 것은 희극적 정서이며 앞서 영웅의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 식의 비극에 관련된 관람자의 의식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그간 접해 왔던 여러 비극의 양식과는 궤를 달리함을 의미한다. 약간은 애매한 부분이 단지 팔스타프가 제일 먼저 등장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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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독기] <아르센 루팡>을 관통하는 해석의 코드란REVIEW/Musical 2013. 3. 24. 11:41
'스페셜 인트로' ▲ 지난 2월 27일 열린 프레스콜(이하 상동), 루팡-김다현, 넬리-배다현 은 본격적인 막을 열기 전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에 해당하는 영상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짧은 실제 장면의 삽입에 따른 전환이 있다. 일단 전자는 '입체적으로 지도 보기'에 해당하는데, ‘능동적인 시선과 촉각’에 해당한다. 이는 시간을 공간화하고 동시에 역사의 조각들에 기초한 특정 지점을 찾는다는 식의 추리의 코드가 덧붙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추리의 코드 그리고 이 능동에 해당하는 활력이 뮤지컬 전반에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가늠하는 시작 지점이 된다. Intro: 두려움의 존재, 루팡 루팡의 정체와 관련해 한 수도원에서 간절하게 루팡의 출현에 두려움을 떨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통해 당시 세상에 그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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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위치>를 관통하는 '토시키 오카다'식 불안으로서의 형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3. 22. 05:03
프롤로그 : ‘디스토피아가 만연한 사회’ 현위치(現在地), 이 말을 단순하게 ‘현재’로 바꿔본다면, 종말론은 그것을 믿는 자의 어리석음, 나아가 광기의 표식으로서 부인하며, 건강한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의하는 시기에서 우리는 아무래도 한 발 더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종말론은 이미 ‘세계의 끝’이라는 말이 친숙하리만큼, 매체의 파급력을 입어 디스토피아에 관한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창의력 없는) 상상력’으로 우리 의식의 일부로 들어오는가 하면, 소통과 힐링(healing)을 부르짖는 사회 현실 속에 그 외피를 살짝 벗기면 거기에 한층 가까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듯 보인다. ‘대재앙’이라 불릴 만한 대지진을 비롯한 일련의 실제 사건들이 토시키 오카다의 의식을 강타했던 것일까. 한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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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리뷰 : ‘비와 술 사이’, 안은미 유형학적 아카이브 시리즈 대단락REVIEW/Dance 2013. 3. 19. 03:55
그간의 작품들은? ▲ 2월 28일 열린 프레스 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안은미 안무가의 는 그녀의 특정 세대 집단의 춤을 아카이브하고 이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 식의 유형학적 시리즈의 세 번째, 곧 대단원이다. 그래서인지 이 춤은 다시 지난 춤들과의 비교를 어쩔 수 없이 요구하게끔 한다. 할머니의 춤은 일종의 아키타입, 곧 원형으로의 접근과도 같았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비치는 그 원형의 시뮬라르크적인 가상 현존이었다. 곧 원형이 있는 것처럼 현재 보는 것을 그렇게 믿으며 거기에서 감응을 얻는 것, 시간을 뛰어넘었다는 초월과 그저 형용할 수 없어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 사이에서 판단이 흔들렸다. 여기서 할머니들의 몸은 일종의 역사와 삶을 고스란히 투과시키는 투명한 매개체로 드러났는데, 여기에는 문화적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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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싸움꾼들> 리뷰 : '출구 없는 현실'REVIEW/Theater 2013. 3. 13. 01:32
▲ 연극 [제공=극단청우] 제목이 참 도발적이다. 싸움꾼들은 싸움꾼들의 역동적인 싸움 광경을 자연 상기시킨다. 실제 이종 격투기라기보다는 프로 레슬링에 가까운 싸움이 몇 차례 무대에 등장한다. 퀵 서비스 기사를 하는 불특정한 다수로서의 이름,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무매개적인 이름을 지닌 퀵27호는 철인 28호가 되기에 하나가 부족하다. 이 하나의 결여는 지령을 받고 달리는 퀵 서비스 기사에서 목적지에 당도했을 때 전달할 사람이 없는 경우를 맞는 곧 목적지를 상실하고 마는 구멍으로 나타난다. “더 빨리 달려라!”는 실제 누군가에게서 기인하지 않는 그 자신의 내면으로부터의 (초자아의) 명령은 “죽고 싶어 환장했어.”라는 미친 사람 취급당하면서도 그것을 기꺼이 무시하고 달리게끔 퀵27호를 몰아갔다. 곧 속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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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 집 여자> 리뷰 : '폭력의 일상이 갖는 함의'REVIEW/Theater 2013. 3. 13. 01:20
▲ 연극 프레스콜 장면(이하 상동) 사실적인 무대, 더 정확히는 사실인 무대에 달뜬 시어머니와 뭘 자꾸 숨기고 감추는 며느리를 맡아 두 명의 배우가 열연한다. 딸의 수련회에 함께 할 시어머니의 짐을 싸며 떠나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대화와 사건이 곧 이 연극의 다다. 진행되는 과정은 이른바 실제 시간의 흐름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완전히 가까워질 수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어색함 정도로 여겼던(사실 그래서 꽤나 집중할 수 없었던 극은), 한 명은 조증에 한 명은 울증으로 생각되던 두 사람 사이는 실은 남편에게서 기인하는 폭력의 고리가 연결한 드러낼 수 없던 진실의 배면이 있었던 셈인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의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정적의 분기점 이후인 중반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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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세대안무가클래스 쇼케이스 리뷰REVIEW/Dance 2013. 2. 5. 17:06
유희주 : '환영 속에 허덕이는 신체' 환영으로서의 몸을 포함해 세 개의 프레임이 있다. 스크린, 내레이션이 나오는 다림질 방, 나방이 불빛에 퍼덕이는 것을 연상시키는 춤의 사각 프레임이 그것이다. 무용과 연극, 그리고 무용과 영상 드라마의 접합은 이 몸이 환영화될 수 있는가의 기술적·매체적 물음을 낳는다. 곧 이 접합이 합치를 지향할 때, 이 합치는 가능한지의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물음은 늘 상존한다. 말 없는 무용의 신체에 말하는 주체의 등장에 이 몸의 불일치에도 일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의 수용의 태도에 있어 생겨나는 물음이다. 조명의 달라짐은 세계의 변환 내지 심상의 전환을 꾀하며 이 말들이 지닌 삶에 대한 흔적들의 언어, 곧 흔적을 따라가는 나만의 언어가 음악 장 속에 기입됐지만, 여기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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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세대안무가클래스> 쇼케이스 리뷰REVIEW/Dance 2013. 1. 31. 16:51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의 쇼케이스 공연이 지난 27일부터 오는 2월 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고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관하는 에는 총 13명의 차세대 안무가들의 작품이 각각 무대 위에 오르며, 준비 기간 동안 다양한 강좌와 워크숍, 그리고 멘토들의 참여가 함께 진행되어 왔다. 몸은 말을 잃어버리다 : 최명현, 초원의 배경과도 같은 어떤 공간도 잡아두지 못한 ‘의식의 실존’의 흐름, 처음 시작에는 일종의 구김이 있었다. 이는 일순간이고, 대체로 몸은 흔적이라기보다는 정체됨의 은유로 작용한다. 의식의 흐름을 만드는 내레이션에 몸이 따라 붙는 방식, 문학을 재현하는 방식으로서 몸이 존재한다. 어둠 속 검은 마스크들을 쓴 존재자들은 무의식적 자아들이라 부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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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안은미컴퍼니 신인안무가전'REVIEW/Dance 2013. 1. 23. 23:47
지난 17~18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2013 두산아트랩(주최: 두산아트센터) 두 번째 프로그램인 '안은미컴퍼니 신진안무가전 편을 찾았다. 안은미컴퍼니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3명의 젊은 안무가들이 각자의 공연을 펼치고, 무료로 관객이 사전 신청해 볼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됐다. 김혜경의 '밥풀'은 그야말로 맨몸으로 현존하기, 동시에 콘텍스트 만들기다. ‘밥풀과 뒤엉켜 한 몸 되기’로 축약 가능한 김혜경의 ‘밥풀’은 무모한데, 밥에서 구르다 밥을 떼어 먹기에 이른다. 처음 음악은 단속적으로 끊겼다 시작되며 배경이라기보다 인터액션적인 측면에서 춤과 맞물리는 측면이 있고, 등장 이후 포즈들은 모델 포스를 방불케 한다. 보자기를 뭉치고, 의식儀式적인 마음가짐을 다잡은 이후 일견 스티로폼으로 느껴지는 하얀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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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 19일 공연 리뷰REVIEW/Dance 2013. 1. 23. 11:33
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이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중이다. 육완순은 1963년 한국 최초로 미국 현대무용을 도입하고, 그해 9월 25일 제1회 육완순현대무용 발표회를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가졌다. 이후 국내 무용계의 일익을 담당해 온 육완순의 50년간의 활동을 기념하며 이번 페스티벌이 마련됐다. 특별히 한국을 빛낸 국내외 현대무용가의 작품들의 5개 정도의 묶음 공연이 27일까지 계속된다. 참고로 모든 공연은 만원에 불과하며, 공연이 끝난 직후 육완순은 직접 무대 인사를 하며 관객을 맞이한다. 대부분 국내에서 공연된 것들이지만, 서로 다른 개성의 안무가들을 한데 만나는 기회로는 긍정적이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안무가들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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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19금 퍼포먼스", '외설의 경계에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1. 1. 20:46
"19금 퍼포먼스"에 대한 단상들 19금(禁)이란 말은 미성년자는 불가한 외설(obscenity)의 영역을 보여주는 대신, 단지 상상케 하는 데 그친다. 이 19를 19분의 공연 시간의 제한으로 바꾼 게 곧 '19금 퍼포먼스'다. 이른바 상상의 영역(상상계)을 상징의 금기(상징계)로 치환해 룰의 세계(정확히는 ‘빈 형식의’)로 바꾼 게 ‘19금 퍼포먼스’다. 그렇다면 '19금 퍼포먼스'에 리얼(실재계)은 있는가. 우선 19금 퍼포먼스는 바깥에서 보자면 꽤나 모호하다. 예술 치고는 대중적이면서도 여전히 외설적인 부분이 있다. 일종의 대중문화(pop-culture)의 음화 버전인 동시에 예술(art)의 양화 버전이라 하겠다. 19금이 모두를 포섭하지 않는 대신, 또한 예술이 프레임화되는 대신 일종의 19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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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이중적 기호로 전개되는 <햄릿6>REVIEW/Theater 2012. 11. 12. 00:17
역할이 아닌 존재 붉은 빛을 띤 공간 아래 위스키, 와인 등의 술 종류가 진열되어 있고, 커피메이커, 주방을 가려 놓은 커튼, 나름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한 지금은 구식으로 감각되는 어느 풍광이다. 여기서 오필리어는 낭만주의적 떨림을 한가득 안고, 대사를 외고 있는 것만 같다. 철저한 말들의 잉여로 점철된다. 80·90년대 시대 배경에서 이러한 역할 놀이 속에 드는 기시감은 재현보다는 사라진 것에 대한 정취를 도출해 낸다. ‘연기가 주는 과잉의 진지함은 그 시대의 무게’이다. 오필리어의 이름은 무엇일까. 사실 이 극에서 오필리어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이 진지함은 실상 역할이 정체성이 된, 진지한 대사를 삶의 의문으로 치환할 수 있었던 시대의 무게까지 재현되는 가운데 출현한다. 따라서 우리의 옛 젊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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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고문을 소재로 한 전례 없는 영화'<남영동1985>REVIEW/Movie 2012. 11. 6. 10:52
고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인 『남영동』을 원작으로 한 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5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영화에서 고문을 받아야 했던 김종태 역의 박원상 배우는 버틸 수 있는 체력만 갖고 촬영장에 가겠다고 감독에게 사전에 말했고, 영화 촬영 중에는 그저 최선을 가지고 버텼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혼자서만 고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미운 감정이 느껴진 적도 있었다. 남영동대공분실 VIP룸 책임자 박전무를 연기한 명계남 배우는 자신이 연기한 ‘수구꼴통’의 연기가 알 만한 수구 신문을 떠올리면 자연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근대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나라에서 가 근대사의 이면을 조명하는 영화라며 영화의 의의를 전했다. 남영동대공분실 총책임자 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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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환경으로서 무대에서의 환영적 이야기, <소아페라>REVIEW/Dance 2012. 10. 30. 17:32
시작 전부터 거품이 분출되며 무대를 채우고 있다. 조명이 차츰 밝아지며 거품은 부풀어 가며 반복의 소리를 낳고, 거품 전체의 미세한 변화를 낳는데 이 와중에 가해진 거품의 얕은 부피의 점증과 무대 바깥까지 배어드는 향기는 정확한 거품의 성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잠재적인 것으로 이것들은 감각되며 표면적으로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이 잠재된 것과 환영적인 것은 양립하지 않는다. 뭔가의 폭발과도 같은 출현, 동시에 매우 느슨하게 어떤 존재가 이 안에서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런데 이 비눗방울을 하나의 막처럼 분리하며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몸은 한편 투박하면서도 이 환경에서 실재의 춤추는 존재자로서 이질감을 준다. 이는 이 몸들이 주 무대를 덮고 있는 기계음의 긴장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출구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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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리밍] 우리 맛 살린 창작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REVIEW/Musical 2012. 10. 26. 09:38
문화적 원형 : '풍류' 처음 는 자유로운 유랑극단과 운현궁의 삶이 대비되며 시작된다. 이러한 두 세계의 병치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른바 두 주인공 소리광대 진채선과 고종의 사랑은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유목민과 중심을 상정하는 지배체계의 수장이 만나 피어나는 매우 이질적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 대립적 만남은 팔팔한 진채선과 유약해 보이는 고종의 만남이어선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왕이 감화되는 진채선의 매력의 근원은 바로 소리다. 곧 는 이념과 정치를 떠나 풍류로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세계를 전제하고 있다. 네 글자로 나타낸 우리 말의 맛 계속 반복되는 중요한 어구는 다 네 자로 완성된다. 처음 춘향가의 “갈까부(보)다”는 고종의 왕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고자 하는 정서를 잘 반영한다. 이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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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춤',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REVIEW/Dance 2012. 10. 24. 12:18
▲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알제리-프랑스)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의 무대는 눈을 감은 것이 더 편하다. 눈을 감지 않아도 절로 내리 누르는 힘에 의해 감은 것과 같이 되는 어둠, 시선이 분간되지 않는 시간, 이 어둠은 끝나지 않는다. 눈은 끝나지 않는 어둠에 휘말리는 가운데 팔을 천천히 올리는 동작은 매우 속도를 지우고 단지 약간의 변화만을 두는 것으로 무용수들은 암흑 공간에 잠재성의 일면을, 그 잠재성에 동화됨을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친다.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우리나라 말놀이로 보이는 노래와 유사성을 띤 노래가 돌림으로 계속되고 북을 비롯한 타악이 아프리카 세계를 그려내는데, 외부의 접합이다. 곧 의식과 내면의 근원적 박동이 균열을 갖는 대위법으로 진행된다. 이 소리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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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분절된 구문으로서 움직임', <S는 P다>(안애순 안무)REVIEW/Dance 2012. 10. 23. 02:28
▲ 9월 10일 쇼케이스 장면 [사진 제공=강동아트센터] (이하 상동) 실로폰의 음계는 곧 음악이 되지 못한 분절된 음들에 불가하다. 따라하는 모방의 움직임들은 춤의 마디가 되지 못한다. 놀이에 따른 규칙들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 같지만, 말이 되지 않는 놀이라는 암묵적 규칙과 (관객의) 언어와의 간극이 계속 맴돌며 이방인 내지 타자로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불규칙적인 규칙이 관객에게서 이화 작용을 일으키는 두 가지 규칙이 작용한다. “나에게 쓰는 너”, 나와 너라는 텍스트의 두 단어는 사실상 등가 되고 순서에 따라 치환된다고 할 수 있다. 현존 주체를 지정하는 대신 이 등가 될 수 있는 텍스트의 순간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애초에 무슨 의미를 갖지 않는 이러한 언어 치환의 공허한 놀이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