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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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이방인>: 숨 막히는 시공간 속 '이방인'의 존재REVIEW/Dance 2013. 6. 20. 00:38
사회, 이방인을 만들다 ▲ 2012 국립발레단 창작팩토리 선정작 연습실 장면 [사진 제공=이고은발레단] (이하 상동) 현대인(주인공 ‘뫼르소’를 비롯하여)의 복장, 한 명(뫼르소의 어머니)의 장례식과 측면에서의 고양된 음악에 인물들의 죽음을 재상기시키는 환영적 조각들로서 몸, 의자가 사용되어 스텝이 가능하지 않게 됨으로써 상체 위주의 움직임이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강조된다. 붉은 옷과 꽃-영상, 유혹의 기표는 ‘마리’의 자유분방함은 절정을 향하고, 의자로 둘러쳐진 공간의 변전과 함께 이후 명확하게 구획을 만들며, 그 안에 갇힌 한 명의 타자(다른 옷 색깔을 통해)가 된다. 이 안에 여러 존재자들을 지배하는 이의 등장과 함께 붉은 옷의 여자는 이방인이 된다. 적막한 공기 속 긴장은 발레의 정형적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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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을 반딧불이>: ‘상처를 마주하기’REVIEW/Theater 2013. 6. 18. 03:38
인트로: 사실적인 공간과 경계 너머 ▲ 지난 1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정의신 작, 김제훈 연출. 연극 프레스콜 (이하 상동) ‘무대 바닥’을 청소하기, 실내에서 요리하기, 이에 따라 앞서 들리던 배경음악은 곧 이 극 안의 음악이 된다. 존재와 그 행동에 의해 무대는 일종의 진정한 환영적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이 태연자약한 행동은 이 비워져 있던 공간이 예전부터 그들의 집이었음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다쓰모가 언급하는 ‘특별한 장면도 아닌데 가슴에 남아’ 기억되는 영화 속 장면은 다쓰모에게 있어 일종의 ‘시뮬라르크’가 아닌 기억의, 추억의 한 장면이 된다. 그리고 이 연극이 그러한 순간이 되길 기원하는 인트로의 일부이자 자기 지시적 언급이기도 하다. 이곳은 ‘휴게소’로 불리는 버려진 보트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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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Salves)>: '지나감으로서 현현에서 열어젖힘의 정치로'REVIEW/Dance 2013. 6. 11. 09:53
'일상의 환영적 공간의 실잣기' ▲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안무가: 마기 마랭)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릴 레코더 네 대, 널빤지들과 그 사이 열린 문들, 그리고 불 꺼진 객석, 곧 실잣기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내재적인 행동을 하는 이는 관객 한 명을 무대로 불러 세우며 그 실잣기의 네트워크적 층차를 만들어 간다. 이는 예상된 절차로서 반복된 행위로써 번져 나간다는 점에서, 사전에 약속된 ‘듯한’ 적확한 지정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모두(의 과정)는 무대라는 한계를 지우고 ‘일상의 환영’을 만든다. 곧 실제로 보이는 환영으로써 무대라는 환영을 인위적으로 지우고 동시에 지시한다. 이러한 ‘과도함’의 설정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무형의 실잣기는 실제적인 행위이자 다른 무엇도 지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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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히데키 연출 <더 비(THE BEE)>: '실재의 내파, 그리고 벌이 되다'REVIEW/Theater 2013. 6. 10. 19:48
'미궁에 빠지다' ▲ 작| 노다 히데키(Hideki Noda)•콜린 티번(Colin Teevan), 연출| 노다 히데키(Hideki Noda), 공동 제작 | 명동예술극장/동경예술극장/NODA•MAP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이하 상동) 아들 녀석의 선물을 산 샐러리맨 ‘이도’는 자신의 집을 향하던 중, 길이 폐쇄되어 집으로 가는 길이 봉쇄당한 현장을 맞게 된다. “Yes No”로 변전되는, 집을 들어가는 데 구하는 허락에 대한 경찰의 대답은 기자들의 인터뷰로 어느새 바뀐다. 그는 그의 집이라는 실재 앞에서 현장에 묶이게 된다. 사건 구획을 경계 짓던 경찰들의 말이 그를 옭아매는 것에서 정신없게 그의 삶을 겨누는 카메라로 대상이 옮겨지며 남자는 그저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수동적 입장에로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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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Jean Marc 존 막>: '언어를 비껴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55
‘시선을 비껴가는 생명체’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_안무가 프랭크 샤띠에Franck Chartier(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누워서 흥건히 젖은 바닥에서 거의 알몸으로 정훈목은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격렬한 테크닉, 뱅뱅 도는 몸은 시선을 이탈하고, 또 그 ‘벗어남’ 속에 땀의 서사를 또 그에 대한 감응을 도출한다. 불이 꺼지자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할머니들이 그를 인도해 가 몸에 옷과 무릎 보호대를 씌워주는데, 이 남자는 그래서 어떤 실험 대상으로 상정된다. 그를 버려둔 채 앞으로 튀어 나온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실험 주체의 알 수 없는 현장 감식의 현실이 펼쳐지며 남자는 홀연히 의식을 잃는다(사실 죽음을 맞음에 더 가깝다). 울음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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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Entrance or en-trance 출입구 또는 몽환>: '현시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42
‘경계 너머, 비성적 존재’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_안무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순간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음은 어떤 강한 에너지를 상정한다. 이는 가상적인 배경음이 아닌 실제적 효과를 그녀를 압박한다. 희게 칠한 얼굴의 그녀는 이 파장의 사운드가 뿜어지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뒹군다. 몸의 뒤집힘이라는 사건이 체현되는 것이다. 이는 히스테리적 신체, 재난을 겪는 여성, 성적 폭행을 당하는 여성이란 젠더의 장을 상정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희생물과 같은 트릭스터로서 비성적인 어떤 존재로 드러나게 되는데 입을 벌리고 몸을 튕기고 음악이 균등하게 분배되고 정면을 마주할 때 이 존재는 완전히 트랜스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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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Swift shift 스위프트 시프트> : 내면과 외부의 혼종적 경계REVIEW/Dance 2013. 6. 10. 18:29
무대와의 경계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_안무가 하이디 비어탈러Heidi Vierthaler(독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커다란 흰 패널을 옮기러 온 스태프들, 무대로 온전히 집중되지 못한 상태에서 운반과 공사의 과정이 진행된다. 스태프 중 한 명을 체현하(고 있었던)는 무용수는 일종의 무대 바깥에서의 존재이자 그 직업적 정체성을 가진 채 무대에 스테레오타입의 사고를 기입하며 무대와 비-무대의 경계를 저울질했던 것이다. 막이 내려오며 그 틈에서 옷을 벗으며 무용수로 (되)돌아가던 그는 조명의 지지대가 되는 무대 내에서는 가려져 있던 거대한 프레임이 내려오는 가운데, 그 구조물 안에서 몸을 반전시키며 뒤틀린 신체를 보는 여러 관점을 창출한다. 이 거대한 프레임과는 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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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혜림 <Choice 초이스>: 텅 빈 기표의 실제적 울림REVIEW/Dance 2013. 6. 3. 13:39
‘텅 빈 기표’의 수행적 효과 ▲ (안무가 김재덕)의 솔로이스트 김혜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내레이션과 고수를 대체한 주로 현대인의 급박한 일상의 흐름을 상징하는 표지이자 모더니즘 이후에 주로 그러한 의미로 전유된 시계의 초침소리, 여기에 김혜림은 신체를 합치시키며 수신호를 작동시킨다. 내레이션은 실제처럼 작동되며 안무의 표지를 만든다. ‘열림’에 대한 메시지, 열림은 가슴의 은유이자 상품 미학과 닫음의 인접적 제시이다. 그리고 위‧아래‧옆의 환유적 표지들은 일차적으로 인생에 대한 비유 차원으로 쓰이지 않는다. 다만 이 움직임의 축자적인 해석의 구현으로 드러낸다. ‘밑으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가는 게 원래의 선택이라면 밑으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겪는 것은 어떻사옵니까?’라는 두 문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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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성용 <Mother & alien son 엄마와 낯선 아들>: 자연의 환유와 구성적 안무REVIEW/Dance 2013. 6. 3. 13:38
자연의 환유 ▲ (안무가 Gisela Rocha 지셀라 로샤)의 솔로이스트 김성용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클래식 음악, 나무, 쌓인 돌들, 그 앞에 손을 뻗은 남자는 초록색 90도 평면은 재현의 깊이를 상정한다. 돌을 들고 떨어뜨리는 것을 반복함, 그 틈에 조명도 바뀌어 나무는 마치 하얗게 그 자신을 선명한 가지들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무대로의 떨어뜨린 돌의 실제적 시간의 환영적 시간과 합치되는 것과 맞물린다. 어떤 특별한 내러티브들의 틀 안에 실제적 행위의 투여가 하나의 시간을 만든다. 자연이란 환유물들 속에 위치하기, 역동적으로 노닐며 그 안에 새로운 질서를 파생시키기, 자연적 심상을 감정의 파국들로 변전시키기, 가령 돌덩이를 헤집어 무대 사방으로 퍼뜨리기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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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지영 <혼돈의 시작 Chaos Begins>: 발레의 재전유REVIEW/Dance 2013. 6. 3. 13:36
선글라스의 재전유 ▲ (안무가 김보람)의 솔로이스트 김지영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선글라스를 낀 여자(발레리나 김지영), 발이 닿는 곳마다 불이 켜진다. 이어지는 움직임은 일종의 발레에 대한 패러디다. ‘백조의 호수’의 클리셰이면서 그것의 미묘한 변전의 장을 꾸미면서, 선글라스로 가린 시선, 약간의 우스꽝스러운 몸짓들이 내는 균열을 보라. 과연 김보람답다. 이 선글라스는 그에 대한 오마주로서, 그녀가 그것을 전유하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앞선 발레의 스텝과 움직임에 더해진 자잘한 수신호와 몸짓을 경쾌한 분절적 기계 튠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팝에 맞춰 순간순간으로 쪼개 나눈다. 이 ‘감춰진 시선’의 ‘인조-기계’의 신체의 표지로 그 선글라스가 재전유되는 순간이다. 세 번째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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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밝넝쿨 <Fighting Room 파이팅 룸>: ‘메타적으로 위치하기’REVIEW/Dance 2013. 6. 3. 13:35
메타적으로 위치하기 ▲ (음악 권병준)의 무용수 겸 안무가 밝넝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사운드 퍼포머-관료’란 절합의 존재(권병준)의 출현, 대위법적으로 울려 퍼지는 아련한 단속적 건반, 밝넝쿨의 메타-언설을 통한 ‘극장 발생’, 권병준과 밝넝쿨의 절합은 사운드 환경의 창출과 수행적으로 무대를 구축하는 두 사람의 각각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밝넝쿨은 현실에서의 그의 입장과 그것을 벗어나 환영적 역할로서의 연장 사이에서 그 역할을 ‘밝넝쿨’로서 수행적으로 임하며 환영과 현실이 전도된 공간에서, ‘환영-현실’이 어떤 외설로 그 즉시 다가오게끔 만든다. 관객의 참여를 끊임없이 독려하며 이 “여러분”이라는 그의 외침은 곧 우리 스스로의 내면에 울리는 무한정한, 불안정한 어떤 강박적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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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신화적 자연’을 너머REVIEW/Theater 2013. 5. 29. 19:33
수집가의 영혼: 역사-사물의 조감 ▲ 5월 28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열린 연극 (연출 강량원) 프레스콜 (이하 상동) 역사적 시대 풍광을 재현하고 사물을 묘사하는 ‘소개하는 자’로 등장하는, 하나의 화자로 소급되는 샤로테는 일종의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정면’을 향하며, 관객을 역사로 향하게 하는 가이드로서 역사라는 메타-정보를 전달한다. 이는 어떤 사물의 소비, 취향에 집중해 그것을 소개하는 대신 이미 ‘지나간 것’으로서 그것을 나열식으로 하나하나 조감(照鑑)한다는 점에서, ‘당대의 것’을 ‘현재’ 어떤 목적을 갖고 전달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미니어처들로 역사의 보존물이자 수집물을 미시적인 것들로 바꿔, 거리두기의 시선을 가져간다. 이 온전한 보존물은, 그것이 역사적 파국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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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양정웅 연출): '최막심, 진리의 이념을 넘어'REVIEW/Theater 2013. 5. 29. 10:50
삶의 초극적 의지 ▲ , 원작 | 니코스 카잔차키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 번안 | 배삼식 연출 | 양정웅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이하 상동) 그리스인 조르바는 후회막심(後悔莫甚)에서의 ‘막심’으로, 한자 문화권에서의 재전유된 기표로 문화적 맥락을 원작과 교차시킨다. 그의 굵은 목소리는 술 취한 듯한 호기로움과 녹록치 않은 삶의 이력, 그리고 대기를 묵직하게 누르며 육화하는 신체적 기표가 된다. 그의 지난 이야기-재현은 이야기되는 중에 현시된다. 이는 모든 게 실제로 ‘현재’일 수밖에 없는 연극의 당연한 규칙에 따른 것이다. ‘인간은 흉악한 짐승’이라는 그의 명제에 따르면 평등‧권리와 같은 개념 따위는 개체보다 우선하는 이념적 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지 자유롭게 현 순간에 추동되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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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메디아>: 복수의 비극적 주체의 탄생REVIEW/Theater 2013. 5. 29. 09:50
코러스: 서술의 형식 야광 빛으로 덮인 암석의 표면을 확대한 영상에 호롱불을 들고 언덕을 올라 그 주변을 포위하며 오는 코러스의 노래는 단조와 같이 핀트를 벗어난 듯한 음조의 곧은 직선으로 퍼져 나간다. “이게 무슨 소리”, 등장인물의 물음에 코러스는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음성으로 내레이션을 부여한다. 이와 같은 ‘서술’의 측면은 이 작품이 일종의 극적 층위에 메타 양식이 덧붙여 있음을 의미한다. 왜 신음이 아닌 “신음 소리”라는 명확한 기표의 직접적인 지정으로 내세우는 것일까. 왜 이리 작품은 친절한 것일까. 이는 서구 극을 우리의 것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곧 ‘이야기의 시작’을 지정하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사실 그 자체의 현시가 아닌 ‘몰입 가능한 이야기’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사의 전달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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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혈맥>(김현탁 연출): '리얼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13. 5. 29. 02:48
주변부의 삶을 비추다 ▲ 지난 5월 2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레스리허설 (이하 상동) 이 작품은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에 균열을 내며 과거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접속한다. 독특한 프레임과 다양한 사람들의 절합적 만남이 우연적으로 무대에 배치된다. '다스베이더'를 가리키는 사운드 지표는 현실을 상상계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킨다. 이발을 하며 중얼거리는 털보는 객석을 잇는 경계를 지운 연결‧접속 지점을 만드는데, 이 대사들은 옹알거리는 형태로 잘 들리지 않는다. 털보의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한 극은 등장인물들 곧, 소시민들의 삶을 ‘주체’의 위치로 가로 놓지 않는데, 이는 주변인 자체의 내용에 ‘무게’를 싣지 않게끔 하는 사투리의 사용이나, 무대를 잠깐 스쳐지나가고 마는 식의 무대 선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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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안애순 안무, <In Gut Out>: '신명'나는 춤판을 향한 대중가요의 전유REVIEW/Dance 2013. 5. 28. 10:20
▲ 안애순 무용단, [제공=강동아트센터] 초록색 레이저의 방출, 이는 무언가 신성한 곳을 가리킨다. 5000년 역사를 ‘침략 당함의 역사’, ‘평화의 성향을 지닌 민족’으로 표상하는 가운데 기운다. ‘진짜 사나이’,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 ‘밤차’,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때 그 사람’ 등의 대중가요가 한국적 정서의 표층을 배회하고 있는 음악들을 배치한다. 이는 시대상이 반영된 대중 풍속도의 유형학을 구축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사실상 이 역사의 시간을 현재로 호출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허무하면서도 실은 어느 정도 읽는 데 실패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신’이 든 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말하는데 손가락을 어떤 기류처럼 자유롭게 놀리며, 영상에서는 나무뿌리가 생겨나고, 웃으며 음악의 “아름다운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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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빠뜨리스 티보, <Fair Play>: '상징과 상상의 간극을 확장하며'REVIEW/Dance 2013. 5. 28. 09:37
▲ 빠뜨리스 티보(Patrice Thibaud), [사진 제공=모다페] 빠뜨리스 티보는 일종의 고깔모자를 가지고 무대 양옆으로 등퇴장하며 이것은 성화봉처럼 들고 이동하는데, 이어 이것을 허공에서 무형의 껌을 주고받는 식의 연기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껌 탁구’를 연출하며 상상적이고 상징적인 영역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다. 곧 그것(껌)이 있음을 상상하게 하되, 그 소리의 흉내의 비슷함으로 인해 그것이 껌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마술적 상관물이자 다양한 현실을 상정하는 변용의 도구가 된다. 그의 보조 겸 파트너 필립 레이냑(Philippe Leygnac)은 피아노 위에서 재등장하는데 이어 피아노를 치는 가운데 빠뜨리스 티보는 피아노 속 공간의 공명의 떨림에 실제적인 가격을 당하게 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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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정현진 안무, <뒤바뀐 새벽>: '관계의 시차적 생산'REVIEW/Dance 2013. 5. 28. 09:03
▲ 정현진 지난 작품 [사진 제공=모다페] ‘두 사람의 동일자적 모사와 말없는 연대’, 클래식 구문에서의 이들의 간극은 조명이 그린 프레임의 중첩된 기호의 복잡함 속에 절제된 양식으로 빚어진다. 이 조명의 막들이 일순간에 걷어지고 밝은 평면으로 재편됐을 때 음악 역시 일순간에 확산된다. 이 속에서 움직임은 넓어진 평면, 제약 없는 환영적 영토에서 머물게 되는데, 한 명이 정체된 움직임에서 돌연 이탈한다. 형식적 전환에서 실질적 전환이 첫 발생한 순간 음악은 닫히고, 조명도 사그라지고, 끈적거리는 몸의 관계 맺음이 이뤄진다. 클래식이 재출현하지만, 이 우스꽝스러운 맞물림 속에 둘의 생생한 관계 맺음을 엮고 한 명은 순간적으로 계속 그 흐름을 이탈한다. 그럼에도 어떤 모던의 질서는 영속되고 유효하며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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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니콜라스 아페인, <Monkey see Monkey do>: '관객의 감각이 체현되는 신체'REVIEW/Dance 2013. 5. 28. 08:54
▲ 니콜라스 아페인(Nicholas Aphane) [사진 제공=모다페] 관객들을 바라보며 두 발을 붙인 채 몸을 순간 재편하고 이러한 움직임은 일종의 관객에게 수신호를 제시하는 표현의 형식과 몸 저네를 재편하며 얼굴로까지 그 몸짓을 확장시키는 순수한 표현의 형식 자체로 변해 나가는 두 가지 층위를 분절‧접합시킨다. 전자에서 얼굴이 그 자체의 문화적 지표로서 기능한다면, 후자의 얼굴은 그 자체로 신체 일부로 무화된다. 이 얼굴의 사용은 관객을 향한 인터액티브적 영감의 풍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데, 여기에 깔리는 내레이션은 “평화” 어쩌고 하는, 중첩된 그래서 옹알거림으로 나타나는 덧 층위로 제한된 수용의 범위를 이룬다. ▲ 니콜라스 아페인(Nicholas Aphane) [사진 제공=모다페] 어쨌거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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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숨 무브먼트 국은미, <Walking>: '걸음'의 산포와 변용REVIEW/Dance 2013. 5. 28. 08:44
▲ 숨 무브먼트 국은미 ⓒ 황진 [사진 제공=모다페] 여럿이서 하나의 방향으로 정위되지 않는 혼돈과 중첩의 배열이 만들어지며 그저 편안하게 팔‧다리를 옮긴다. 이는 걷는 것의 형태적 유사성을 갖는 듯하지만 실상 어딘가에서 다른 어딘가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적이 없으므로, 그 걸음의 기호를 전도한다. 이 중첩은 조금 더 빨라지고 강도를 높여 간다. 최대한 힘을 빼고 거닌다, 노닌다, 몸짓을 만든다. 반복된 춤의 재편 구도 속 유연한 진폭과 스쳐감의 관계 맺음, ‘자국의 선분’과 그것의 회복을 지닌 움직임들은 음악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과 맞물려 그 시간의 변화된 이를 확인하거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변화 없는 오고 감, 펼침과 딱 그 만큼을 상쇄하는 접힘, 반복됨의 주술은 움직임의 기본기 자체를 재형식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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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안지형, <나무=존재의 무거움>: '무덤덤하게 현실의 시련과 만나기'REVIEW/Dance 2013. 5. 28. 07:37
▲ 안무가 안지형 [사진 제공=모다페] 옷이 걸려 있음, 조명을 받아 환영으로 반짝이는 옷을 입은 남자의 환영과 검은 옷의 실질, ‘옷’이라는 상징적 외부 층위와 정을 드러내는 검은 옷의 존재는 구분되며 대립된다. 결핍이 없는 마네킹과 인간이 가진 결여에서 갈망하는 인간의 비동기적 동기화의 양상이 빚어진다. 둘의 같은 방향을 보고 목을 감싼 채 자리를 벗어난 첫 번째 움직임에서 ‘마네킹’의 표정은 굳건했음이 드러나고 둘은 오히려 현혹되어 있음의 현실을 벗어난다. 낮고 무겁게 내리깔리는 내레이션은 현실의 깊은 체증을 이들에게 전이시키며 일견 거리를 둔 채 이들의 현실을 파고드는 게 당연하다. 움직임의 연쇄 고리는 멈추지 않고, ‘당연하게도’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이어간다. 이 무기력해 보이는 이 음악과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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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Spark place #2> 리뷰(안무 신아람·차형도·주선희·정수동)REVIEW/Dance 2013. 5. 28. 06:53
신아람 : '파도에의 환유' ▲ 안무가 신아람 [사진 제공=모다페] 어둠 속 클래식은 ‘재현’의 장을 어느 정도 지시한다. 핀 조명의 수직 하강의 부재하는 자리는 이 이중의 재현에 대한 징후를 드리운다. 세 명은 파도의 환유물이 되어 출렁거린다. 이는 어떤 특별한 표현을 만들기보다 앞선 ‘부재의 자리’를 확대시켜놓은 자리에서 그 파도를 몸으로 감각하며 파도의 일부가 되는 그래서 표현 자체를 형식적으로 무화시키고 내용적으로 합치시키는 노곤한 시작 지점을 제공한다. 앞서 빛의 자리가 부재의 자리였던 것처럼 그곳은 어떤 내면의 빛과 같은 초월적 지점이 되는데, 애초 그것을 먼저 제시하고도 한 차례 현실의 등가되는 자리로 확대시켜 제시한 후, 현실과 함께 현실에서의 없는 자리로 제시함은 이상향의 의미를 상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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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스토커씨어터 <인코디드>: '영상과 신체의 결합과 그 시차'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28. 06:30
우주를 유영하는 존재들 ▲ 스토커씨어터(Stalker Theatre) [사진 제공=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UIMTF] (이하 상동 The rest is the same as above.) 어둠 속 하얀 점들, 곧 은하수였다. 이는 더 정확하게는 이 스크린의 검은색 곧 야광처럼 드러나는 흰색의 선분들‧점들의 배경이 되는 ‘검은색’이 암흑으로 느껴졌음을 또한 의미한다. 그 속으로 파고들며 끝없는 우주를 사유케 하는 영상이 나타내는 제한적 시야의 공간의 표층에서 발생되는 오로라 같은 양상의 궤적이 밀려간다. 무한한 가시성의 영역, 곧 '비가시성의 형식' 앞, 곧 스크린 앞에 처음 한 명의 존재, 그리고 이어 두 명의 존재가 춤을 춘다. 이 존재들은 곧 '가시성의 현존'으로서, 생명의 유일한 표지임을 자처하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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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지구댄스시어터 정석순, <Blue>: '너무 많은 의미들의 열림'REVIEW/Dance 2013. 5. 28. 04:49
▲ 지구댄스시어터 [사진 제공=모다페] (이하 상동) 마치 어둠에서 급작스레 치솟아 부재를 포화 상태로, 혼돈의 뒤섞임들로 채워 넣음은 이 부재의 환영을 현실로 확장하게 한다. 여러 문장들로 분쇄되어 제시하는 순간에서 두려움으로 옮아가는데, 그러한 정서의 변환은 문장들이 '그리고'라는 덧붙이기의 형식을 통해 이어지는 것처럼, 결국 '비논리의 논리' 형식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하다’에서 ‘불안하다’로 치환되는 두 단어의 절합은 말하다가 불안해서 이미 불안함은 말을 부른다는 연쇄 논리를 상정한다. 이 불안은 삶의 사회적 질서가 가로 놓이는 것을 따라 삶과 연계된다. 이들은 아케이드 게임의 음악에 맞춰 부산스럽고 단출한 움직임들을 선보이며, 군무를 춘다. 중간 중간 말들이 현대인을 표상함은,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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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김경영 안무, <THE STIMULATING MOMENTS>: 판소리와 '의미 없는 것들'의 절합REVIEW/Dance 2013. 5. 28. 04:41
▲ 김경영의 안무 작품 [사진 제공=모다페] 연지곤지를 찍은 검은 옷의 여자, 덤 타입 음악의 확장되어 가는 목소리 구문과 사운드, 붉은 응원용 치마를 입고 나타나 제3세계 언어의 우렁찬 기표들을 뱉고 한 바퀴 돌고 들어가는 검은 피부의 남자, 이러한 기표들은 중첩의 불안정한 기조를 만든다. “당신이 나의 곁에서 떠나기 전부터 이 어둠 속에” 먹을 것을 들고 관객석으로, 곧 ‘무대 바깥’으로 빠져 나감, 이국인과의 엇갈린 층위, 무대 위에 나무 세움을 통한 외부적 상관물의 도입, 이러한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층위는 끌어당기고 접합해 돌연 의미를 현재적인 낯섦의 어떤 것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노래에 유연하게 잔걸음으로 흘러가는 여자와 남자의 이별 공식에 조우한 사랑 놀음의 떨림으로 주어질 때 통속적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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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최문석 안무, <Inst.Act>: '비-존재 되기의 불완전한 양상들'REVIEW/Dance 2013. 5. 28. 04:24
▲ 최문석 [사진 제공=모다페] 붉은 천에 검은 색 옷의 꿈틀거림과 치솟아 오름, 기이한 생명체의 탄생, 머리에 보통의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얼굴은 하얀 풍선으로 덮인 우주복 입은 존재가 풍선을 터뜨리고 기이한 존재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이들은 어떤 기괴한 생명체의 출연을 인위적으로 감행하거나 부유함과 사유 이전의 유기체 덩어리 자체를 나타내는데, 변종보다 채 형성되지 않음의 전 단계로서 변용을 예고하는 데 가깝다. 비-존재 되기는 어떤 중심도, 차이 짓지 않음, 의미화‧기호화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마이크를 매개로 하여 감정들이 드러나고, 관계의 주고받음 이후 비로소 존재의 모습을 갖추고, 손과 발을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 존재가 된다. ▲ 지난 5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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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홀연했던 사나이>: ‘영화라는 매체로의 꿈꾸기’REVIEW/Movie 2013. 5. 28. 03:55
과거와 현재의 혼종적 경계 ▲ 연극 (오세혁 작, 이윤주 연출) [사진 제공=연희단거리패] 은하수다방, ‘너구리’ cf 선전이 흐르는 어느 한낮의 하릴없이 게으른 풍경, 이것은 의고적 스타일로 그 시대를 알리는 시대-정보로서 흘려보낸 것이다. 그러나 곧 ‘한지붕 세가족’의 화면이 나오고 여기에 대사들을 지우고 그를 대신하는 화면과의 동기화를 이룬다. 이 동시성의 알레고리는 패러디의 기호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엄밀히 순돌이가 아닌 승돌이라는 점에서 패러디적 차용인 셈이고 일종의 ‘중첩된 기호’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장기하의 ‘싸구려커피’가 첫 무대 장면을 가리키고 지배하는 음악이자 타이틀이 되는데 이 복고 스타일의 곡은 과거의 (현재에 기입된) 흔적과 현재와 분리된 또 다른 현재로서 과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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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김철승 연출) : '시차적 배치'와 '엄마의 환유'REVIEW/Theater 2013. 5. 28. 03:01
인터미션, 극적 시간을 일상으로 연장하다. ▲ (김철승 연출) [사진 제공=LIG아트홀] (이하 상동) ‘엄마가 사라졌다’는 말은 엄마가 현재 어디에 있음을 말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는 엄마가 사라졌음의 지점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며 현재를 재구성하는 누빔점 역할을 한다. 테이블을 두고 모든 이는 만난다. 이 속에 엄마는 함께 위치하는가. 이십분 정도의 짧은 시간 뒤에 극은 인터미션을 갖는다. 엄마가 사라졌음을 알리는 콘텍스트는 이제 엄마의 외부성으로서 위치를 관객이 전유하며 과거를 기억의 지점으로 바꾸는 전제로 기능한다. 엄마가 사라진 공간에 덧붙여진 일상의 시간이라는 잉여를 통해 그 사실이 공통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언어 텍스트가 아닌 배치의 몽타주를 통해 중요한 건 텍스트는 이후 크게 기능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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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안신희‧이윤경‧차진엽, <Three Lips>: '무용수의 개성'과 '무거운 서사'의 낯선 조우REVIEW/Dance 2013. 5. 28. 02:43
신화 모티브 속 개개인의 돌출적 지점 ▲ 이윤경 [사진 제공=모다페] 두 여자는 머리를 빗겨주고 받는 관계로 일상의 영토를 그리고, 그 바깥에 느리게 다른 한 명이 이를 가로질러 궁극에는 그 앞으로 나가게 되며, 전체적으로 비극적 전운이 감도는 의미의 재편이 서두를 장식한다. 세 ‘여인’의 만남은 필연적 전개이고, 서로 간의 뒤엉킴 이후 앞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남은 미래에 대한 예지적 기호를 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윤경은 하나하나 단단하게 움직임을 정초하는데, 음악과 구음이 뒤섞이는 황홀경 속에 춤꾼 그 자체가 된다. 신화의 내용적 표현 대신 살풀이 같은 절절함의 음악에 침잠된 이윤경은 무희 그 자체로 음악 자체에 대한 신명을 부여한다. 이는 춤 자체가 역할이 갖는 의미를 발생시킴에 다름 아닌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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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데미안 잘렛, <바벨> : ‘타자로의 연대와 접속’REVIEW/Dance 2013. 5. 28. 02:37
소통으로서 언어의 역사를 조망하다 ▲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데미안 잘렛Sidi Larbi Cherkaoui & Damien Jalet, BABEL(Words), ⓒ Koen Broos [사진 제공=모다페] (이하 상동) ’단순한 제스처들이 발전되어 소통의 언어 형식을 이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언어는 곧 오해와 이해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동한다’, 일종의 언어에 대한 메타적인 탐문과 그러한 시원적 제스처로부터 끌어내는 언어를 춤의 기원과도 결부지어 생각하게 하는 내레이션과 몸짓들이 서두를 장식한다. 이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인조 로봇 같은 여자의 목소리는 이 역사에서 현대로 오기까지의 시간들을 체현하고 전달하는 매체 자체가 된다. 이는 신성함(과거)과 평범함(현대)의 의미를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