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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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과 나>: '변전의 연기술'REVIEW/Theater 2013. 8. 16. 02:43
▲ 7월 4일(목)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왕과 나」 프레스콜 (이하 상동)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는 사건의 나열, 코러스 진행은 재현이 아닌 표현의 한 평면으로 융해되는 변전술을 이룬다. 관계의 장에서 형성된 말이 순식간에 독백으로 옮겨지며 달라진 상황을 인식한다. 배우들은 어쿠스틱 기타의 주선율 아래 코러스가 은근하게 더해지며 ‘공동의 안무’를 취한다. 가령 둘의 손을 맞잡음은 ‘표현의 층위’에서 펼쳐진다. 곧 두 사람이 허공에 손을 뻗고, 이는 두 사람이 이미 손을 맞잡은 것으로 ‘서술’에 의해 표시된다. 이는 은밀한 접촉을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어 감질나게 둘의 스킨십을 표시한다. 철 지난 트로트는 시대착오적이거나 퓨전 식의 덧댐이 아닌 이전에 ‘흘러가는 시간’, ‘지나간 것과의 조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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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 <잔디 자장가>: '실시간화되는 신체-사운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2:35
▲ [탁월한 협업자들]전 포스터 [제공=일민미술관] 프레임 뒤 각종 믹싱 사운드 장치, 오르간처럼 울리는 작은 건반과 수많은 볼륨의 좌우 컨트롤 버튼으로 조정해 전자-사운드와 보컬-악기의 1차 음원을 2차 피드백으로 확장·변전하며 풍성한 사운드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정방형 큐브의 방음된 공간에 관객은 유폐된 채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 ‘부족적 의식’을 치르는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David DiGregorio)의 경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행위를 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레코딩의 실시간화 그 자체이기도 하고 리허설을 실제로 옮기는 과정에서 특유의 능수능란한 이동은 더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것이 갖는 신비함은 중간에 작은 스피커 옆 마이크와 마이크에 부착된, 또 옷에 달린 색색의 깃털과 작은 알들로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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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연극 <거짓말 게임>: '치유적인 관계 맺기'REVIEW/Theater 2013. 8. 16. 02:19
▲ 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연극 [사진 제공=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이하 상동) 무대는 어둠 속 영화의 섹스의 신음소리만을 취한다. 이는 ‘택수’(김준삼 배우)를 자극하지 못하는데, 이는 그의 신체적인 증상인 단순 발기 불능의 실제적인 문제 외에, 소음으로 흘러가는 미디어의 과잉 정보와 그것의 자극적인 일면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현대인의 모습의 궤를 이루는 가상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된다. 남자에게서 성욕은 그대로이되 발기는 일어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은 감각과 생각은 상응하지 않고, 감각은 또한 통제되지 않음을 어느 정도 도식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실제로는 하지 못하되 생각과 입으로는 무한히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행동은, 지배와 통제됨,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적 의식에 사로잡힌 남자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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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하나의 사건', 뒤따르는 '잉여적인 것들'REVIEW/Dance 2013. 8. 16. 02:00
모나드, 사건, 푼크툼 ▲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사진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칸막이 쳐진 큐브들, 이 모나드들이 이룬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그 속에는 솜이 담긴 것과 담기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상이한 양과 그 형태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의 프레임은 단 2-3초 만에 분해되며 인간의 네거티브 형태를 남긴다. 그리고 이 해체된 인간의 형상을 무대 전체 공간 구획을 만드는 것으로 이전된다. 곧 한 거대한 인간은 다시 수많은 개체의 유폐된 자아의 내면으로 치환된다. 이 칸막이 속 솜이나 간간이 띠는 붉은 실의, 일정하지 않은 양이 규정하는 큐브는 개별적인 것인 동시에 소통되지 않고 자족적이며 따라서 해석되지 않는 무엇을 의미한다. 미니멀리즘적인 이 단순함과 상이함의 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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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시아 온천>: '유토피아에서 죽음으로, 다시 두 삶의 화해적 평면으로'REVIEW/Theater 2013. 8. 16. 01:47
▲ 연극 : [사진 제공=국립극단] (이하 상동) 왁자지껄한, 달뜬 분위기의 현장, 연주가 더해진 과잉-공간으로 시작된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줄은 서낭당을 상정한다. 무대 가의 밴드가 대기하고 있는 ‘열린 방식’으로 연극을 구현하며, 어둠과 빛의 환영적 경계의 표지를 만들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동시에 이 확 열린 무대는 카니발로 쉽게 변화 가능하며 연극이라는 것, 메타적인 연극의 규약을 지시하며, 변전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가져감을 또한 의미한다. 이 열린 공간은 이제 의미의 숨김과 드러냄의 급작스러움이 없다. 공간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이 ‘총체적 구도’ 아래 말들은 자유스럽고, 발화는 다중의 텍스처가 중첩되고 한국과 일본 배우의 각자의 언어가 하나의 언어인 듯 통합되고 소통된다. 이 섬은 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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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용, '교란된 영화의 감각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Movie 2013. 8. 16. 00:58
▲ 김웅용 작가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김웅용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무성영화 같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불들은 점점 커지고 도깨비불 곧 ‘가상’은 점점 번져 간다. 시각을 잠식하며 시야를 상정할 수 없는 전체 스크린을 통해 촉각의 경계로 넘어간다. 이어 단편들을 전유하는 목소리는 헐거우며 그 자체로 시대-장르적 특유의 표지로써 단편들 위에 덮이고 이미지와 목소리는 불균질하게 차이를 벌리며 이 ‘확정적 견고한’ 목소리를 우스꽝스럽게 그 권위를 추락시키며 이미지들을 헐겁게 붙잡아둔다. 나아가 이미지들을 탄생시키는 현장의 분위기에 대한 포착을 또한 시차적으로 이 (진지한 것의 그 자체로의 패러디라는) 내용의 균열의 틈에서 발생시킨다. 한편 신들은 파편적이고 단속적인데 무작위적 건너뜀을 통해 유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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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귀현, '기상천외한 전유 전략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0:36
▲ 엄귀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서유기)의 주성치의 영상을 차용하고 시작하되 본 영상이 그것을 잇는가는 의문이다. 손오공이 머리에 쓰는 것은 운명의 수용인 반면 이러한 장치만 현대로 이전되어 있고, 재생된 원숭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의 끊김, 기억의 현재, 영상의 끝이 아닌 것 같은 끝, 어떤 착시나 현기증마저 남긴다. 손오공은 어디 있는가. 이것은 손오공의 망령, 남겨진 사후에 당도하는 기억의 일부인가, 아님 손오공을 가둘 역량의 망치 장치를 개발한 것에 불과한가. 는 스크림 가면을 쓴 어떤 기괴한 잉여적 존재의 출현, 곧 외부적인 것(사건)을 겪는 자동차 안의 주체로 그 시점이 이전된다. 그러나 시선으로만 있는 존재들은 그것을 장난스러운 태도로 인지하는 가운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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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은 죽어가다>: ‘죽어 있음과 죽음의 시차’REVIEW/Theater 2013. 8. 15. 23:08
▲ 연극 콘셉트 촬영 사진 [제공=극단 맨씨어터] (이하 상동) 왕의 자리에 앉는 것, 왕의 권위를 체현하는 것은 그의 신하 대리인이다. 곧 스모그와 불이 켜진 후 비로소 드러난 수족관의 기표는 왕의 등장을 알리는 효과다. 하지만 여기엔 어떤 간극이 느껴지는데, 왕은 그가 그를 보는 하지만 그가 보지 않는 그를 경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의 눈치를 본다. 이는 물론 그가 왕이 아니었음에 기인한 것으로, 이는 왕이 완성되는 방식을 사유케 한다. 무엇보다 그가 왕으로서 드러났던 처음이나 그것이 아님으로 드러났을 때 역시 왕(의 모습)은 ‘왕’ 자체에게서 내재적인 부분이 아니다. 왕 바깥에서 왕과의 직접적 관계없이 왕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서, 또 그것을 보존하는 그 ‘이외의 것’(그가 보지 않는 시선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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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8월의 축제>: ‘누군가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REVIEW/Theater 2013. 8. 15. 21:34
▲ 7월 11일 프레스리허설 장면 (이하 상동) ‘주영’(이시원 배우)의 존재를 담아내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주영은 죽었지만 아버지와 남편과 한 가족을 이뤄 생활한다. 한편으로 이는 죽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는 더 인식하려고 하는 장인으로서 ‘광현’(손병호 배우)의 모습에서 감지되는 잊기 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속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입장과 잊기 싫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죽었음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는 그의 아들 같은 사위이자 젊은 남편인 ‘영민’(김민기)의 입장의 간극과 함께 꿈과 현실 사이에 있는, 곧 한편으로는 마음의 작용, 또 한편으로는 실재라는 두 다른 신념의 차이로써 그 존재는 드러난다(처음에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장인의 권유로 그 역시 심한 부정으로 그것이 마음의 작용의 영역이라는 것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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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Salon de Factory>: '춤의 메타적 리서치'REVIEW/Dance 2013. 8. 15. 20:32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까페에서 먼저 일시적으로 체험한 이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옮겨갔다 (이하 상동) 무용수만큼의 여러 흐름으로의 무용수들은 춤을 느슨하게 추며 넓게 퍼졌다. 관객 한 명씩과 네트워크하고 중앙의 무대로 끌어오기 위함이었다. 이는 곧 관객과 중앙의 경계를 허물며 하는 자와 보는 자의 경계를 역시 소멸시켰는데 이는 몇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무용수가 순환하며 갖가지 제스처를 취해 관객의 주의를 허물고 멈춰 있음의 긴장을 해소시켰다. “나는 지금 무대에 섰다”는 것을 전제하며. 어떤 놀람의 반응이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다. 갖가지 상징적 기표들, 이는 어떻게 튀어나오는 것일까, 각종 의성어로부터 대사의 편린들은 어떤 근거로 튀어나오는 것일까. 이는 우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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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악회: 아리랑 삶의 노래-강원도 평창>: ‘삶의 노래들’REVIEW/Music 2013. 8. 15. 20:31
▲ © 노승환 [사진 제공=국립극장] (이하 상동) 생황은 이국적 울림을 안긴다. 무조격의 음계는 무미건조하게 지속되고 다양한 음계의 분절식 오르내림이 이중적으로 겹쳐진다. 이 아스라하고 강한 주선율의 생황 가운데, 구음 위주의 보컬, 해금, 거문고, 장고, 징이 작은 긴장으로 큰 낙차 없이 진행된다. 장고가 이 와중에 그 리듬의 편재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이 역동적인 또 둥글게 굴러가는 반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 일순간 멈춘다. 그러나 이 순간에 어떤 의식의 환기가 일어나며 한 차례 이 끝은 끝이 아닌 반복인 것처럼 다시 온다. 각 장소에서 소리 채집을 통해 그가 자연스레 있는 곳, 현존을 담아낸다. 연출된 것이라기보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아리랑으로 통칭되고, 곧 삶의 노래를 대표하는 형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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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물탱크 정류장>: '묘한 의식의 변용'REVIEW/Theater 2013. 8. 15. 20:28
▲ 연극 리허설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이하 상동) 의식은 방기된다. 침대 위 자유로움, 관객 자유로움은 구분되고, 서로가 서로를 닮아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 이 바텐더는 미세한 입자들로 날아간다. 분해된 섞임과 섞임의 이동, 그리고 부분으로서 치환되며, 어떤 내세울 수 없는 순차적 흐름의 일환으로 존재, 그리고 삶은 치환된다. 시작,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도 읽을 수 있는 내레이션은 마치 주체(화자)인 듯 말하지만, 극 세계를 벗어나며 일종의 매개자임을, 이 내레이션의 파악 불가능한 의미들의 흐름인 듯 그 목소리 역시 하나의 떠돎으로, 그리고 이 엇갈린 층위들의 불가능한 소통의 관계를 매개하지 않으면서 나아간다. 이 술집은 그리고 ‘물탱크 남’은 직접적으로 우연히 대응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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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스테스 3부작>: '역사로부터의 사유', '운명의 수용', '복수 이후의 담'론REVIEW/Theater 2013. 8. 15. 20:26
▲ 게릴라극장 포스터 1막 극의 시작 전에 문지기가 자리한다. 그는 자신에게 부과된 쓰레기들과 함께 노숙자의 형상을 띠고 있는 한편, 신문(정보)의 무용함을 알리고, 극에 들어가기 전의 경계를 침묵으로써 비워 둔다. 현실의 힘듦을 체현하는 한편, 시간에 대한 집중과 그 경험, 발화를 직접 관객에게 건네는 형식을 가져가며 관객과 그 사이에는 침묵만이 있는 것이다. 나룻배의 사공이 되고 또 (관객의 사유를 대신하는) ‘사유하는 배우’로 분한다.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계에서의 위치는, 두 참전 용사의 관객 속에서 진행하는 대화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시간의 경계로, 이전의 이야기를 회상하고 사유한다. 이들을 통해 들여다 본 (트로이)전쟁은 이기고 죽고의 문제가 아니라, 곧 적과 동지의 문제가 아니라, 유예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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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졸데>: '고전과 매체적 실존 사이에서' (빌 비올라 with KBS교향악단)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5
▲ 빌 비올라, 불의 여인, 2005, 영상설치, 가변크기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 조명의 어둠 속 현악기들은 ‘지옥’으로부터의 서 있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현상시킨다. 오히려 하나의 선분이 그어졌다는 것, 탄생했다는 것이 일종의 실험적 성격을 가져가는 것 아닐까. 위태로움과 그에 대한 매혹이 또 다른 위기를 낳는 시작, 반면 전원적이고 이상하게 풀어헤쳐지는 음악의 너른 흐름과 장관의 경관을 사유함은 앞선 시작의 매혹에 대한 공포와 함께 흘러 나간다. 중에 불길이 솟아오른다. 남자의 그림자는 그대로 유지된 채 이는 무화되어가는 소용돌이 반면 정신의 또렷함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내면에의 불타오름을 상정하는 듯 보인다. 불은 일종의 파도 같은 지속되고 반복된 움직임을 ‘말 그대로 불-바다’들의 기호를 만들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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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현, '사물과 인간, 게임과 일상의 절합된 현실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4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김웅현의 이나 같은 비디오는 게임 형식을 전유한다. 총 아이템을 주움으로써 일종의 에너지의 외화된 형태, 게임 세계 속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마지막에는 경기장을 향해 바주카포를 발사해서 가상의 폭발과 그것에 대한 타격을 가정할 때 현실에서의 (또는 비디오 속 가상이라는 매체 형식에서의) 불가능한 싸움의 영역을 상정하는 측면이 있다. 사물과 자연이 절합된 환경 역시 특이한데 이 사물화된 프레임, 프레임으로 짜인 인위적 공간 안에 캐릭터가 들어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물은 캐릭터가 쉬이 절합 가능한 도구이다. 도구적 존재로서 역량을 드러내는 것은 게임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원동력이 된다.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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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터 RPG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게임, 군중, 재현'의 엮음REVIEW/Theater 2013. 7. 30. 00:38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포스터, 씨어터 RPG 은 마로니에여름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관객은 입장하는 게 아닌 한 군데 ‘모인다’, 이는 다시 흩어질 것임을 그리고 다시 모일 것임을 전제한다는 의미를 가리키고 있고, 한편으로 여기에는 군중 내지 무리의 어느 한 부분의 속성을 띤, 관객의 재전유된 위치를 상정한다. 곧 입장하고 연극을 보는 하나의 집단이되 개별적인 감상자로 자리하는 기존의 연극에서 관객은 주체로 호명되며 그룹화의 선택의 기로를 겪게 된다. 먼저 시작 전 반복되는 매뉴얼을 접하며 공연이 아닌 잉여 시간에 공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자음(이를 화면에 나타나지 않되 그 내부로부터 그 존재를 가정하며 흘러나오는 ‘아쿠스트메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으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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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한, 그 금기 너머의 영화들REVIEW/Movie 2013. 7. 29. 20:32
11일간의 판타스틱한 여정을 마무리하다 ▲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축제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이라는 말 자체에는 금기 너머의 느낌이 담긴다. 일상은 평평하고 단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라면, 그래서 일상을 넘는 것 자체를 일탈과 도발이라 일컫는다면, 판타스틱은 그 일상 너머의 것인 동시에, ‘금기 이전’의 내지는 ‘금기 너머’의 무엇과도 같다. 축제(festival) 역시 일상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판타스틱과 축제의 만남은 꽤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피판)로, 그 상영작 하이라이트를 보면 피 튀기는 엽기적인 장면들, 좀비를 비롯해 ‘비인간’의 형상을 띤 괴물들이 등장하거나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 장면들 등을 주로 볼 수 있다. 실제 그것들은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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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친숙하면서도 낯선 봉준호의 영화'REVIEW/Movie 2013. 7. 27. 01:50
지옥도 닮은 다양한 알레고리의 중첩들 '실재의 사막' ▲ 스틸 ⓒ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를 관통하는 알레고리들은 꽤나 서구적이다. 이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의 가장 큰, 그리고 단순한 차이일 것이다. 끝없이 달려 나가는 기차는 금속으로 완전히 쌓여 있고, 어떤 시선도 없다. 이는 마치 눈 먼 상태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러나 그 끝이 없는(죽음이 없는) 무한 동력의 괴물을 은유한다. 뱀파이어는 죽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삶이 없는 존재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죽기에 유한한 생명은 소중하다. 오존층 파괴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 대거 CW7이라는 물질을 살포하여 발생한 지구의 빙하기는, 그 기차에서는 단지 창문을 통해서만 보는 게 가능하다. 이는 지젝이 말한 “실재의 사막”의 꽁꽁 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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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세 가지의 메소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7. 26. 06:36
첫 번째 목을 잡고 이동하기, 두 번째 한 명은 상대방의 시선 바깥에 있으며 시건 바깥의 시선을 동시적으로 느끼기, 상대방은 그 사람의 시선의 경계에 있으며 그 시선을 증거하며 세 번째 한 명은 신체의 일부를 보기, 상대방은 그 전체를 보기. 이러한 3항조의 사건들, 동시에 세 가지의 메소드에 대한 서술을 더하고자 한다. ▲ 7월 20일 오후 3시경, [백남준 탄생 81주년 기념공연] 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이하 상동) 먼저 뒤엉킨 신체에서 나의 목을 잡은 너의 손은 내 신체 감각의 경계점이다. 내 시선을 상대방은 보고 굴절되어 자신과 상대방이 아닌 경계 곧 검은 영역을 보게 되어 시선은 외부를 향하는 대신 확장된 경계 안에 있다. 두 번째 내 시선은 내 뒤에 나를 비껴나는 데 있다(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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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VaQi <연극의 연습-인물 편>: '연극 너머로부터 연극으로'REVIEW/Theater 2013. 7. 16. 00:13
현존과 재현의 시차 ▲ 크리에이티브 VaQi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의 시작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현존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현재 너머의 역할을 궁구하게 한 채 이것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환영으로의 프레임으로 넘어갈지에 대한 부분을 미지로 남겨 두고 있다. 그리고 의자에 앉고 치루는 워크숍-공연은 일종의 낭독 형태로 재현 연극의 외피를 입는다. 그리고 환영적 빛 아래 한 명씩 부각된 채 연극의 일부를 내지는 삶의 일부를 재현한다. 굳이 재연으로 다시 들어가 둘(현존과 재현)의 간극을 크게 벌리는 이유는 뭘까. 이는 연극에 대한 패러디 자체인 것인가. 각자 맡았던 연극의 인물이자 역할로 돌아갈 때, 거기에 가해지는 연출가인 이경성과의 인터뷰식 진행은 바뀌지 않는 대사의 일부를 모종의 의식의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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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걸판 <그와 그녀의 옷장>: ' 정치·사회적 기표로서의 옷'REVIEW/Theater 2013. 7. 15. 23:33
▲ 연극 (오세혁 연출, 극단 걸판) 포스터 옷: 분리 불가능한 '한' 사람의 몫 말 없는 포즈들·움직임들의 인트로는 사회의 특정한(신분 내지 지위를 가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특정한(대표성을 지닌 누군가라는 점에서) 현실을 재현하며 경쾌한 음악 속에 전경화(前景化)된다. 옷은 신분·지위·삶의 내력을 상정한다. 이는 패션이 아니다. 굳이 패션을 대입하자면 스테레오타입화된 패션이다. 같은 업종에 있는 친구이기도 한 강호남과 김영광은 한 명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말에 모자와 옷을 하나씩 나눠 갖는다. 온전한 작업복 한 벌은 두 사람의 분리불가능한 몸을 따라 분절된다. 의상은 이제 단순히 지위를 상정하는 것을 너머, 일종의 표피로서 본질을 점거하고 가상으로 바꾸는 데 이르며, 일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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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의법정>: 원점에서,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REVIEW/Theater 2013. 7. 12. 04:06
'이것은 연극일 뿐' 배우들은 역할 이전의 상태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건 그저 연극입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연극은 어떤 경계를 긋고 들어간다는 것인가. 아님 이 말은 이미 적용되고 있는가. ‘크레타 섬 사람들의 거짓말 논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연극이 자문을 구한 이광철 변호사는 검열이 너무 강압적이라는 의견을 전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소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계속 진행되는 연극은 일종의 상투적인 통과의례 형식 먹는 게 가능하다며 여타 극장에서 통상 허용되지 않던 금기가 가능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대로 돌아가도 된다며 책임지지 않을 것임을 ‘공지’하며, 어떤 개인적인 자아로 소급되는 영역으로 연극을 한정 짓는다. 공연은 국가보안법의 야만성, 곧 헌법이 공연예술의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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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꽃프로젝트 <파인 땡큐 앤드 유>: '개인적 (비)주체 너머로'REVIEW/Theater 2013. 7. 12. 03:26
▲ 달비꽃프로젝트 포스터 '묻지마'=의사소통체계의 단절 는 서울로 첫 상경하는 인물들의 삶을 드러낸다. 그리고 ‘서울’에 갖는 편견이 실제 서울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서울 사람으로서, 서울 사람 바깥으로 사유할 수 없던 지점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만든다. ‘묻지마 범죄’에서 ‘묻지마’라는 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죄 이전에, 그 말의 기원에 균열을 일으킨 이후, 극은 전화상담원과 그녀를 수동적으로 지배하는 폭력적 언사들, 무조건적으로 그 말을 ‘휘두르는’ 모습, 그리고 그에 (비)대칭적으로 친절한 전화상담원의 모습을 상반적으로 선보인다. 여기서 전화상담원은 잉여 존재 같은, 자동응답기계의 모습이다. 이는 그녀를 유능한 직원 승진의 기회로 이끄는 통과의례의 지점이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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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방연극제 개막작] 연극 <숙자 이야기>: 모나드, 거리두기, 개입, 그리고 미래REVIEW/Theater 2013. 7. 7. 16:19
▲ 7월 03일(수) 오후 7시 30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숙자 이야기’[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재현 너머 현시의 자리에서 화투로 점쳐보기, 혼잣말하기, 빈 무대에 각자의 자리를 점유한 할머니들에게는 이중의 자리가 부여된다. 이는 역할 너머 ‘존재 자체의 자리’로, 역사의 궤적이 체현되는 동시에 이들의 삶의 영토가 현시되는 순간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이는 연극이라는 프레임 속 재현되고 있음으로 드러난다. 반면 연기(演技)는 소통되지 않는 모나드들의 과잉으로 인해 연기(延期)되고 있다. 이들을 정치적 영역의 개체로 놓는 현실 정치에 의해 ‘권리-주체’이자 정치적 대상이 된다. 이후 이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는 두 여자의 돌발적인 비난으로 이어지고 그리고 한 할머니는 눈물을 훔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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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웅>: '삶과 죽음의 경계 넘기'REVIEW/Theater 2013. 6. 26. 00:35
▲ 6월 19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극단실험극장의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순철 역 오영수 배우(사진 좌측), 봉팔 역 이영석 배우 나이 지긋한 두 노인의 병실 뒤편에는 해바라기와 나무 한 그루와 정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무슨 초현실주의적 조합인가. 마치 죽음 직전의 열차에 탑승한 대신 활짝 열린 야외로 바캉스를 떠난 것 같은 두 노인, 순철(오영수 배우), 봉팔 역(이영석 배우)은 그 자연과 여행을 환유한 채 병원의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탈출한다. 마치 만담을 펼치듯 간호사와 의사에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삶의 활력을 구가하는 두 노인이지만 이는 삶의 무료함을 극복하려는 삶의 애씀 그 자체이다. 아침이 오기를, 또 이어지는 식사를 기다리며 더딘 새벽의 시간은 죽음으로의 더딘 속도를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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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명랑 시골 로맨스 동백꽃>: 원작 '동백꽃'을 생생하게 되살리다REVIEW/Theater 2013. 6. 26. 00:11
▲ 지난 6월 19일 열린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 의 프레스콜(이하 상동) 왁자지껄한 시작, 관객석을 가로질러 무대 뒤편에서 등장하는 배우들, 제4의 벽을 열어젖히고 대화를 시도하는 배우들, ‘명랑 시골 로맨스 동백꽃’은 『동백꽃』에 대한 전적인 재현 대신에 관객이 역할 이전에 배우들에 동화되며 극의 환경에 적응하는 통과 의례적 과정을 비교적 길게 둔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며 너무나도 유명한 우리의 고전이기에 대강의 내용은 모두 속속들이 아는 터, 어떻게 이야기를 생생하고 또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악은 무대 하수에 배치되어 시종일관 배우의 움직임과 함께 공명하는데, 놀랍게도 배우들의 몸짓은 단순한 동작이 아닌 우리의 장단을 순간순간 구현하는 측면이 있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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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순이 삼촌>: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물음들'REVIEW/Theater 2013. 6. 25. 23:07
'들리지 않는 침묵' ▲ 지난 6월 6일 열린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프레스콜 시연 모습(이하 상동) 영혼들을 소원하는 방식, 단조의 아티큘레이션을 두기, ‘위기’를 단속적으로 구현하는 완성되지 않는 사운드. '음악의 위태로움'으로 시작되는 은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내 아버지의 삼촌” 곧 순이 삼촌에 관한 이야기다. 무대는 모던하고 자연지형을 상정한 듯한 튀어나온 계단과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로 형상화된다. 이 딱딱한 자연 지형은 어쩌면 현재적 삶으로 녹아들어 그 기억들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무대 공기는 건조하고, ‘침묵’들은 들리지 않고, 무겁게 현실의 말들을 내리누른다. 여기 음악이 끼어들 틈은 없다. 진정한 현재로부터 출발은 불가능한가. 제사에서 영혼들의 밥과 순이 삼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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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작가의 풍경 같은 전시 <Bird Eat Bird> 소식REVIEW/Visual arts 2013. 6. 22. 13:13
정지현의 세 번째 개인전 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다. 전시장 천장 공간에 다락방을 마련해 오브제를 설치했던 첫 번째 개인전 (갤러리스케이프, 2010), 전시장 내에 가벽을 둘러 오두막을 지었던 (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2011)에 이어, 지하층에 미로와 벽을 향한 객석을 설치한 이번 개인전의 제목은 새가 새를 먹는다는 ‘Bird Eat Bird’이다. 개인을 무감각에 처하게 하는 날마다 속출하는 사건과 사고에 관한 말들이 그의 작업의 주제라면, 생산과 소비, 폐기의 빠른 순환을 거치는 자본주의 세계의 어느 틈에서 버려지는 오브제들은 그의 작업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정지현은 이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의미를 이루기도 전에 증발하거나 흩어지는 말들에 대한 안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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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현실에의 다양한 표지들'REVIEW/Dance 2013. 6. 20. 09:55
분류된 구획 안 유희 ▲ 지난 5월 24일 국립현대무용단 리허설 장면 (언론 리허설 관람은 6월 5일)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솜털 같은 흰 물체들을 층차를 둔 투명한 상자들의 합산이 무대 뒤쪽에 쌓여 있고, 무대 가를 두르고 있다. 색소폰 소리가 아련하게 한 더께 걸쳐 들어온다(참고로 리허설을 봤을 당시 음악은 완성되지 않았고 아직 준비 중에 있었다. 참고로 음악‧조명 등의 사용은 홍승엽 예술감독의 안무 이후 그에 맞춰 들어오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들은 유영하듯 그 분위기에 침잠해 있고 그 안에서 논다. 누워서 헤엄치고 ‘각자의 내재적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무엇보다 유아적이고 현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듯 보인다. 개인적이고 비사회적인 인물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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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림파혈전>: 정치의 불가능성과 미학적 표현의 자유로움 사이REVIEW/Theater 2013. 6. 20. 09:11
'만화와 무대의 혼종적 경계' ▲ 연극 (작 홍석진 / 연출 김제민 / 주최 극단 거미)_혜화동1번지 5기동인 2013 봄페스티벌 ⓒ혜화동1번지 5기동인[사진=이지락] (이하 상동) 애니메이션 화면은 아래에서 위로 한 화면씩 역동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속에 인물이 무대에 “등장한다”라는 메타 규칙과 함께 등장한다(곧 무대는 만화에서의 현현이며 만화의 설명이 무대의 내레이션으로 연장된다. 그리고 이 ‘등장’은 만화와 무대의 경계를 허물며 또 전환하는 것이다). 모래로 덮인 바닥, 애초 프로시니엄 아치로 경계 짓는 것이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이 작은 공간을’ 공유하고, 모종의 참여가 전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한 인물은 콧구멍에 ‘국보법경’을 숨기고 다닌다. 만화적 상상력은 화면에서 무대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