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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 탐색, <콩칠팔 새삼륙> 자세히 보기
    REVIEW/Musical 2012. 8. 18. 20:17
    지난 8월 2일 열린 <콩칠팔 새삼륙>의 커튼콜 장면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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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부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이 지난 8월 5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문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지난 3년 동안 대본 공모, 리딩, 쇼케이스를 거친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쳤으며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대본/연출을 맡은 조용신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고, 모비딕프로덕션과 충무아트홀이 공동 제작했다.

    '콩칠팔 새삼륙'은 옛 우리말로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떠든다 혹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이러니 저러니 지껄이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작곡가 난파 홍영후(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콩칠팔 새삼륙>은 1931년 4월, 영등포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그 외에는 픽션이다. 그리고 그 두 여인은 조선 최초로 의사면허를 획득한 사람들 중 한 명인 홍석후 박사의 고명딸인 '홍옥임'과 종로에서 큰 서점을 운영하던 사업가 김동진의 장녀이자 장안의 소문난 부자 심정택의 맏며느리 '김용주'다.

    <콩칠팔 새삼륙>은 이 두 여성이 속한 경성시대의 신여성이 가진 시각이 투영되는, 여성 투톱 뮤지컬이자, 8명 배우 전원이 전체 45회 차를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섰다.

    <콩칠팔 새삼륙>의 '음악극적' 특징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뮤지컬 넘버 ‘너와 나/그녀와 나’의 옥임 역 배우 최미소(사진 좌측), 용주 역 배우 신의정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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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칠팔 새삼륙>은 주로 피아노가 일종의 순일하게 작용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 나가며 인물들을 대변하는 역할로 크게 작용한다. 동시에 음악과 현실이 극명하게 나뉘기보다 은근하게 진행되는 음악이 현실을 계속해서 지배하고 있다.

    음악이 멈추고 현실의 대화들이 진행됐다, 다시 중단되었던 음악이 변주되며 다시 이어짐은 현실과 넘버의 간극을 두는 대신, 음악의 흔적이 현실을 감싸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용주와 홍옥임의 하모니를 통한 내밀한 대화 형식을 진행되는 넘버, <너와 나 & 그녀와 나>는 거기에 옥임의 약혼자 류씨의 시선이 더해지는 중첩된 구조를 이룬다. 옥임과 용주, 둘은 손을 감싸고 바라보며 노래를 하며 그 외부의 시선을 떨쳐내고 둘만의 노래로 마무리 짓는다.

    다시 이 피아노가 무대에서 현실로 돌아와서 사람들의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겹쳐지는 게 특이하다. 음악적 긴장감을 잃지 않는 진행이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동성애 이야기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용주 역 배우 신의정, 지난 5월 29일 오후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뮤지컬 넘버 ‘너와 나/그녀와 나’를 부르고 있다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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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숙이 물드는 너의 마음", 신여성 학교의 시절의 우정, <내 안에 스며든 그림자>에서 표현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을 분간할 수 없는 강렬한 끌어당김으로, 어떤 미래의 꿈과 부푼 가슴을 서로 공유하는 것 같다.

    이 두 여성의 우정 같은 사랑은 그 두 존재가 지닌 신여성의 특수한 정체성과 결부되며, 그와 관련한 맥락은 복잡해진다. 보통의 신여성은 연애가 더 이상 기존 가부장제도적인 결혼으로의 '절차적 과정'으로 흘러감에 동의할 수 없는 가운데, 동등한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여성으로 남성에 종속되는 것 역시 수용할 수 없었다.

    두 여자의 실제 동반 자살이 일어났던 1931년에는 전국적으로 여학교의 개수가 20개가 채 안 되던 시절이었고, 그들은 서로간의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는 한편, 그 속에서 공공연하게 자유 연애의 환상이 생겨났고, 이는 '안전한 연애'의 차원으로 사회에서 장려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반면 전통적 의식의 정체성이 신여성과 경계의 간극을 그리는 가운데, 사회는 실제로는 이들을 모순적인 존재로 수용한다. 그래서 이 두 여성의 사랑은 단순히 동성애적 취향의 문제로 한정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문제로 보기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사회적 층위와 시대적 배경과 결부된 해석을 요청한다.

    경성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대비적 구성

    <콩칠팔 새삼륙>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뮤지컬 넘버 ‘아메리카’의 류씨 역 배우 조휘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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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카>는 당시 경성에서의 미국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는 곳, 자유와 낭만이라는 이름 아래 허영이 덧씌워지는 환상의 영역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미국이 아닌 경성의 부풀려진 자유와 그 허상을 패러디한다.

    옥임과 용주의 키스 장면으로 이어지게 되는 <눈뜨면 사라질까>라는 넘버는 애타게 서로를 향하는 마음의 긴장을 표하는 넘버다. 이는 영원은 순간으로만 성취됨을 이야기한다.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드라큘라의 영생의 삶은 실상 축복이 아닌 극렬한 형벌이다. 이들이 세상을 벗어나 순간의 달콤함과 소중함,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에 빠져들며 이 순간의 영원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순간이 달콤함과 그 지속될 수 없는 달콤함의 절망을 동시에 함축하는 것과 같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옥임 역 배우 최미소, 지난 5월 29일 오후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뮤지컬 넘버 ‘너와 나/그녀와 나’를 부르고 있다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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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사랑의 단절과 그로 인한 두 여성의 세상을 초월하고자 하는 강렬한 내적 감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의 여행은 세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이자 자신들의 이름을 완전히 지우는 일종의 세상 밖으로의 탈주의 성격을 지닌다. 곧 <콩칠팔 새삼륙>은 기본적으로 경성이라는 특정한 시기가 주는 매력과 그 시대의 보편상의 그 반대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또는 이해되지 못하는 '소수자의 언어'가 교차하는 형국이다.

    "잘 가거라 경성의 봄아", <경성의 봄아>는 경성이 풍미한 화려한 시대의 종언과 그에 대한 아스라한 향기를 안기며, 딸을 잃은 옥임의 아버지 홍석임(배우 최용민)의 슬픔의 연기를 보여준다. 노래라기보다 울부짖음을 섞어 음악으로 표한 것에 다름 아니어서 꽤 절절하게 그의 연기가 노래에 앞서 자리한다.

    곧 두 여인의 죽음 이후 제시되는 앙상블의 노래는 내밀함의 서사에서 보편적인 역사의 서사로 자리를 옮긴다. 그 두 서사의 충돌은 그 개인들의 죽음을 미약한 차원으로 만들며 픽션의 자리를 역사의 자리로 만드는 한편, 두 여주인공의 사라짐에 대한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콩칠팔 새삼륙>이 남긴 것

    <콩칠팔 새삼륙>의 작곡?작사를 맡은 이나오 작곡가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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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칠팔 새삼륙>은 주로 피아노라는 악기를 주축으로, 단순히 그 멜로디만을 선취하지 않으며, 다양한 분위기의 서사를 쓰는 피아노의 역량을 발휘하는 한편, 동성애라는 내밀한 이야기를 사회의 시선으로 감싸인 채 진행하며 두 다른 관점의 층위를 대비시킨다.

    한편 대사와 함께 음악의 부단한 이어짐, 시대를 반영한 독특한 발성의 노래들을 시현함으로써 '이국적 광경으로 보이는 역사'의 구현을 보는 재미를 갖췄다.

    다시 이 작품이 무대에 쓰일 때 대극장으로 만약 무대로 옮길 때 실험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내지는 소극장에 다시 오를 때 인물들의 동선이 역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대안들이 생각될 수 있을 것 같다.

    <콩칠팔 새삼륙>의 극작을 한 이수진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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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경성과 비극적 사랑의 대비와 그 둘을 오가는 온도차는 거의 두 개의 서사축이 병렬적으로 놓이는 형국이다. 두 여인의 죽음과 시간이 흐른 뒤 경성의 모습은 그래서 꽤 봉합될 수 없는 간극을 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높은 음악적인 완성도에 더해 개인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대비시켜 이를 묶는 하나의 관점을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강화될 수 있지 않을가 싶다.

    여러 사람의 힘이 더한 3년의 준비 기간은 두달 여의 시간 동안 관객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람과 다시 만나고 사랑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 본다. 지나간 것에서 다시 올 것을 보고, 현재의 것에서 그 과거적 미래의 것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갖추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을 다시 꺼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콩칠팔새삼륙> 공연개요
    일시: 2012년 6월 29일(금) ~ 8월 5일(일)
    평일 8시/토·일 3시, 7시
    장소: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극작: 이수진
    작사/작곡: 이나오
    연출: 주지희
    주최/제작: 충무아트홀, 모비딕프로덕션
    주관: 모비딕프로덕션
    문의: 충무아트홀 명당찾기 02)2230-6601
    클립서비스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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