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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스리허설 현장]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라이브 연주와 극중극 양식이 만나다'
    REVIEW/Theater 2012. 8. 23. 03:06

    'I love coffee, I love tea'를 기본적인 아카펠라 화음에 피아노와 건반 연주를 약간 곁들이며 오프닝 무대를 연다. 마치 무대는 열린 소통으로 관객을 맞는 콘서트장 같다. 여기에 커피숍 사장 죠바니가 돈 호세와 카르멘의 이야기를 담은 '카르멘'을 읽어주는 것으로, 극중극 형식을 안고 간다.

    극단 벼랑끝날다의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은 '카르멘'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얼마나 자주 소개되는지 등의 현재 '카르멘'에 대한 외부(메타)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레 카르멘이 갖는 예술 텍스트로서 지위를 언급한다. 이로써 극으로의 매개를 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극은 그에 맞춰 만들어 가는 형식을 띤다. 배우들은 음향 효과를 내는 악기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다리를 여럿이서 펼쳐 잡고 돌리며 등장인물이 들어가는 집의 문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무대를 즉석에서 오브제와 한 몸이 되어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말하는 화자로서 죠바니의 옷을 갈아입히며 그를 이야기 속 인물로 변화시킨다.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가 아기자기하게 변주되며 암전 중 막을 건너가는 데 적절한 배경음으로 작용한다. 이 하바네라는 앙상블의 한 배우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면서 앙상블의 다양한 악기가 살아나며, 기본적으로 극 바깥에서 위치한 연주자들 간의 합주가 무대를 누비는 급격한 시작과 풍부하게 무대를 덮는 연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미 이야기가 무대에 자연스럽게 펼쳐질 때 죠반니는 극 안의 카페의 주인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카르멘을 사랑하는 노래를 선보이며 다시 출현하기도 한다.

    카르멘은 쉽게 말하자면 극도로 매력적이지만 이성(異性)으로 하여금 이성(理性)의 끈을 놓게 만드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사랑으로 돈 호세를 몰아가는 인물이다. 카르멘은 돈 호세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서 균열의 요소와 파국의 징후들을 맞이함에도 놓을 수 없는, 광기에까지 그를 몰아세우는 치명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면, 카르멘은 작품 속에서는 곧 그녀 자체로 완결된 인물상이라기보다는, 돈 호세의 삶을 최절정의 정념에 휩싸이게 하는, 삶을 예측 불가능한 소용돌이 속으로 향하게 하는 존재로, 돈 호세가 다다를 수 없는 돈 호세의 외부이자 극 자체로 보면 극의 본질적인 추동의 힘을 만드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무엇인지 나는 그녀를 향한 혼란스런 마음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나는 정말 모른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발성으로 돈 호세는 피아노 연주자 옆에서 노래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카르멘의 남자들을 맞닥뜨리고 그들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는 절박한 상황들에서 계속해서 살아남게 된다.

    카르멘의 또 다른 남자가 되는 투우사가 등장하고, '투우사의 노래'도 덩달아 같이 나온다. 여기에 하바네라는 고음에서 저음으로 급격한 낙차를 이루며 또 다른 분위기의 하바네라의 변주가 흐른다.

    "아름다운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나는 정말 모른다"
    하바네라가 주요한 배경 음악으로 깔린다면, 이 곡은 돈 호세의 카르멘을 향한 자신의 혼란스런 내면을 토로하는 노래로, 전체 이야기의 주제를 압축하는 돈 호세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는 그녀를 향하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정의내리기조차 쉽지 않다. 그녀 마음을 완전히 알거나 또 얻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로 인해 카르멘을 향한 마음은 돈 호세의 존재 자체를 뿌리채 흔드는 혼란과 모호함만이 가중되는 가운데, 돈 호세를 부유하는 존재로 만든다.  

    이 곡은 후반부에 집단적 발성을 이루며, 돈 호세 역의 박두수의 눈물 어린 눈이 겹쳐지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은 2011년 제 23회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2012년 대학로 Arko소극장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레퍼토리시리즈 선정되어 이뤄지게 됐다. 오는 9월 2일까지.

     

     

     

     

     

     

     

     

     [작품 개요]
    작품명 :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각색/연출 : 이용주
    작곡/음악감독 : 심연주
    출연 : 박준석, 박두수, 유리나, 허란, 양성훈, 이재근, 윤영균
    공연기간 : 2012년 08월 22일(수) ~ 2012년 09월 02일(일)
    공연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공연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1588-1555
    사랑티켓 www.sati.or.kr/ 02-741-1566
    대학로티켓 http://대학로티켓.com/univticket/tuniv/main/main.do?rbsIdx=1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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