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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애순 안무, <HereThere>: 개별적인 것들과 뒤섞임의 무늬
    REVIEW/Dance 2019. 6. 15. 16:06

    안애순 안무 <HereThere> ⓒ조태민(이하 상동)

    <HereThere>에서 우리가 보는 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강강술래의 ‘전통적’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통이라는 건 과거와 현재의 분리주의적 입장보다는 현재에 잔존하는 파편적인 과거를 상정할 때 유의미한 진단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형태는 현재에 있어 재탐문됨으로써 동시대적 위상을 갖는다. 이러한 현재는 그 자체로 다성부적인 존재들의 구성에 의거한다. 이것이 <HereThere>의 독특함의 한 차원을 구성한다. 하나의 원이 있고, 이는 하나의 방향으로 일정하게 돌며 피치를 올리기 시작한다―강강술래의 ‘전통적’ 형태. 하지만 다시 하나의 원이 있고, 그 원에서 한 명이 나와 다른 한 명을 향한다. 이것이 바로 <HereThere>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채워짐을 비움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뒤따르며 원은 자의적 간극과 교환을 생성한다. 

    이 교환의 과정, 간극을 채우는 과정에서 개별적인 몸짓의 특이성이 드러난다. 가령 구부정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갖추지 못한 불안정한 몸짓으로부터 시작한, 결국 하나의 보폭을 하나의 단위로 바꾸는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첫 번째 강호정의 움직임은, 작품의 모티브를 체현하는 것일 수는 있으나 다른 이에 의해 반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단편적인 움직임들의 특이성은 개별자로 수렴된다. 그것은 반복될 수 있으나 이는 단지 그가 다시 등장했을 때 가능하다.  

    파동, 무늬, 간섭 효과

    <HereThere>는 마치 물 표면에서의 움직임을 상기시키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처음 강호정의 보폭이 실제적인 지형 지물과의 맞닿음으로 상정하는 것도 가능하다―7부 정도나 반바지 정도의 의상을 살짝 위로 걷고 움직이는 것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연상이 가능하다. 하나의 움직임은 다른 것들을 도미노적으로 일으키는 것으로 연장된다. 그리고 이는 원이라는 구획 아래서 비평형적으로 실천된다. 사실 이 안에서는 각자의 실천만이 존재한다. 군무 형태를 띠지 않고, 직접적인 관계 맺음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원 안의 개별적인 실천은 복잡계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일부, 네모난 박스의 극장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효과에서 기인하는데, 곧 A에서 B로 감, 그리고 B에서 C로 감,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방향의 평등성을 상정하는 원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 관객과 직접적으로 맞닿게 되지 않게 된다. 

    사실 이런 움직임들의 전환 방식은 특정 움직임 체계로 종합되기보다 단편적인 데 머물며(곧공간적으로 흩어지고 시간적으로 사라지며) 한편으로 병치의 방식에서도 여기의 움직임과 저기의 움직임은 따로 놀면서 한 축을 다른 축이 감싸고 잇는 식으로 분화되고 종합되어 일정 패턴들의 변화 과정으로 읽히게 된다. 마치 각 움직임은 일시적인 파동 아래 생겨나는 어떤 무늬를 형상화하는 것처럼 감각된다.  

    강강술래의 원형적 상은 집단적 형태의 돎을 통해 분명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가속도를 이용하면서도 몇 가지 다른 변주를 준다. 왼쪽과 오른쪽이 중간 방향을 향해 모이는 지점과 같이 힘은 팽팽함과 그 이탈, 분화를 가정한다. 그리고 일렬로 된 배치에서 무용수들의 표정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앞을 향하는데, 작위적으로 얼굴을 찌그러뜨려 병신(춤)의 외양을 하기도 한다. <HereThere>는 강강술래라는 모티브를 차용하지만, 집단의 힘으로 수렴되지 않고 각자의 반응과 우연적인 상호 간섭의 원칙이 무대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다결정적인 입체 방정식에 따른 여러 파동과 무늬로서 드러난다. 


    [공연 개요]

    공연명: HereThere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상연작

    공연일시: 5.25() 7PM

    공연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무용단: ACC Asia Dance Community(아시아댄스)

    안무: 안애순

    출연 한국: 한상률, 강호정, 박관정, 이혜상, 이화선, 차다솜, 한아름, 황다솜

    말레이시아: 달릴라 사마드

    인도: 메그나 바르드와지, 아닌디타 곳

    라오스: 솜완펭 케올루앙라트

    대만: 야위안 창

    싱가포르: 조이 왕

    태국: 칸다이스 분주아, 파크하몬 헤마찬드라

    베트남: 칸 친 후인 트란

    드라마투르그: 김재리

    리허설디렉터: 황수현

    음악감독: 김기영

    작곡, 사운드디자이너: 피정훈

    의상 디자이너: 임선열

    조명 디자이너: 후지모토 타카유키(Kinsei)

    무대감독: 김상엽

    제작PD: 김보슬, 심온

    러닝타임: 60

    공연 콘셉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무용수들 중심으로 원무 중 하나인 강강술래를 차용하여 지금의 춤과 전통,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작품

    [축제 개요]

    축제명: 2019 MODAFE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축제 일시: 2019.5.16(목) - 5.30(목)

    축제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아트센터 앞 야외무대, 마로니에 공원 일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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