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파크플레이스 #1> 정규연, 김성현, 정소희 안무 작업 리뷰
    REVIEW/Dance 2019. 6. 15. 16:24

    정규연 안무, <Never-Never Land>
     

    ▲  정규연 안무 <Never-Never Land>ⓒ조태민[사진 제공=모다페]


    고깔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는 등고선의 형태를 이룬다. 이러한 배경은 몸과 분리된 사물에서 나아가 사물들이 이룬 하나의 거대한 환경, 곧 자연의 상징물로 보이는데, 두 명의 무용수 사이에서는 의태 과정이 발생한다. 곧 한 명이 이를 쓰고 다른 한 명이 따라 쓴다. 이는 본다는 것, 그의 행위를 의식하고 내 몸에 입력하는 과정을 동반한다. 사실 이러한 공간에의 관계 맺음과 적응, (사물-몸의) 적용 과정은 공간의 반향에 대한 효과 차원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이를 하나에 다 접어 한 번에 다 쓰고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이는 어떤 사물들을 가지고 노는 의미 없음의 견지에서 상상에서 비롯된 유희로도 보인다.

    그러니까 여기서 프로그램북에 따른 설명―제목이 호주 퀸스랜드 북쪽 불모지를 가리키듯 유토피아 혹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사막을 형상화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을 참조하지 않는다면, 이 작업은 그러한 해석을 벗어나기에는 추상적인 상태에 있다. 달리 말하면 작업은 구체적 행위들의 나열로만 이뤄져 있다. 그러니까 이 작업은 사실 어떤 가정된 상황에 대한 막연한 대응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것이 어떤 메시지를 인위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할 수 있다면, 그러한 대응이 이 환경 내의 내재적 분화를 충분히 갖는지의 측면에서 이 작업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성현 안무, <거북섬>

    ▲  김성현 안무 <거북섬>[사진 제공=모다페]

    한편으로는 ‘별주부전’을 모티브로 하며, 다른 한편으로 카메라를 통해 무대를 반영시킨다. 등이나 배를 붙여 땅을 헤집고 뒤집는다. 이러한 형태는 거북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60도 돌아가는 카메라가 바닷속 환경을 가정한다면, 여기서 전적으로 반영되는 김성현은 동물 거북이에서 용왕에게 상소를 하는 별주부로 변화되고, 관객 일반까지 비추게 되며 말하는 이와 그 상대방을 상정한다. 이로써 카메라는 확장된 공간과 특정 관계성을 노정하게 된다. 사실 그가 별주부가 되는 상황은 연기에 기반을 둔 퍼포먼스로 보이는데, 그것은 동물이 목소리를 가진 인간이 된다는 지점에서 갑작스럽게 주어진 것이고 좀 엉뚱하거나 놀랍기도 하지만, 그 말하는 신체 자체가 말 그대로 일종의 언어(의 의미)가 아니라 말을 하는 신체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기는 일종의 사전 입력된 언어에 이런 퍼포먼스가 기반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직립해 말하는 신체는 서서 추는 춤으로 곧장 이어진다. 말과 양립하는 신체는 이전 김재덕 안무가의 춤 양식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만 그 안에 몇 가지 변신이 있다, 동물에서 말로, 말에서 신체로.

    정소희 안무, <미.로.식.사>

    ▲  정소희 안무 <미.로.식.사>[사진 제공=모다페]

    남자(주성진)는 복장과 발표를 통해 잡스 흉내를 내고, 여자(정소희)는 찹쌀떡을 먹지 못하며 그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반면 여자는 말이 없다. 이런 풍경은 매끈한 현실과 지옥도의 대조적 종합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둘의 관계는 대척점을 형성하면서 유착된다. 말이 없는 비정상적 여자의 지위는 극히 정상인 그러나 반복 구문을 통해 기괴해지는 남자의 지위와는 차이가 있다. 동시에 몸의 지위로 등치되는 여자의 지위에서 말이 없음 역시 작품의 내용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미끄러지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기형적인 자아 둘을 쌍생아로 봐야 할까.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욕망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관계성에 부딪힐 때,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가 욕망이란 이름 아래 자율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면 그 딜레마의 고독함 속에서 존재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공연 설명에 따르면, 이 작업은 욕망이 아니라 ‘존재할 수 없음’ 자체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성공의 표상과 먹기라는 욕망의 허덕임이 맞물리는 지점은 실상 끊임없는 미끄러짐의 간극이었던 것처럼.

    [공연 개요]
    프로그램명: [Spark Place #1]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상연작
    공연일시: 5.16(목) 6:30(초연)
    공연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공연명: Never-Never Land
    안무: 정규연
    출연: 정규연, 김명선
    음악: 도재명
    러닝타임: 13분
    공연 콘셉트: ‘Never-Never Land’는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과도 같은 불모지를 말한다. 요즘 같이 급변하고 복잡한 현실과 대비되는 공간은 오히려 나에게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극한의 공간임을 자각하게 해준다. 결국 ‘Never Land’는 환상적인 공간으로써 이상향 혹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며 사막의 뜨거운 기후를 내뿜듯 사라질 것이다.

    공연명: 거북섬
    안무: 김성현
    무대 조일경
    작곡 김형민
    출연: 김성현
    러닝타임: 13분
    공연 콘셉트: 거북이는 매우 작고 느리지만 한결 같은 충성심과 차분하게 아주 오래 바닷속에서 버텨내는 강한 힘을 가졌다. 그것은 너와 같으며 거북이의 지혜와 꾸준함에 너를 빚대어 본다.

    공연명: 미.로.식.사
    안무: 정소희
    출연: 주성진, 정소희
    스태프: 이정섭
    러닝타임: 13분
    공연 콘셉트: 정신과 육체가 욕망이란 이름 아래 자율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면 그 딜레마의 고독함 속에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축제 개요]

    축제명: 2019 MODAFE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축제 일시: 2019.5.16(목) - 5.30(목)

    축제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아트센터 앞 야외무대, 마로니에 공원 일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