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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 해링 <Deep Dish>: 이미지-스크린-사운드의 비동기성
    REVIEW/Dance 2019. 6. 16. 11:06

     크리스 해링 안무, <Deep Dish>ⓒ조태민(이하 상동)


    극소를 잡는 카메라에 의해 사물들은 스크린에서 꽉 채워진 풍부한 세계를 구성한다. 실제로 미시적인 세계는 거대한 세계로 옮겨지는데, 이는 우주적 차원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묘사 차원의 알레고리가 아니라 이 공연이 이를 알레고리로 제시하려는 의도 차원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곧 행성들이 이루는 검은 그리고 적막한(아마 우리의 상상의 차원에서) 세계는 확대된 스크린에 의해 거대한 움직임-속도를 이루며, 현실 차원과 다른 세계를 지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유래, 아니 현실로부터 즉각적으로 추출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것이 실재의 반영이라는 것과 매체에 의해 전이된 현실이라는 것이 양립하며 공연이 진행된다. 우리는 실재를 ‘거쳐’ 또 다른 실재의 상을 본다. 실제 우리는 저 화면에 배경처럼 그 앞의 실재를 어렴풋하게라도 본다.

    결국 이 공연은 이런 세계의 재반영, 다른 반영의 차원이 갖는 흥미를 주는 차원에서 진행되는데, 여기서 움직임이란 부차적이거나 불필요하다. 아니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옮기고, 카메라 앞에 미시적인 사물의 일부로 자리시킬 때 움직임은 필요하다. 그밖에 움직임이라는 건 우리가 무용 공연이라고 할 때 상상 가능한 것, 기대하는 것은 여기서 매우 불필요하거나 이상한 것이 되고 마는데, 왜냐하면 그 무대는 저 테이블 위에 놓인 오색찬연한 사물들을 비추는 안정적인 카메라에 포획되는 세계이며 그 테이블 바깥은 애초 무대 바깥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굳이 특수 카메라가 아닌 일반 카메라에 의해 매개된 움직임으로 소극장에서 실제 움직임을 매개할 필요 역시 없다. 이는 앞선 미시 카메라와 달리 질적 차이를 가져오지 못하고 해상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여기서 카메라의 반영성이 현실을 재반영하기보다 세계를 구성하는 차원이라면, 그 사물이 스크린에 집적되며 그리는 움직임에 동기화하는 사운드는 외부 테크니션의 중복되는 움직임에 따른 것인데(이 미시 카메라가 소리까지 확장시켜 잡을 수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곧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만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사운드는 카메라의 확대처럼 증폭되어 드러난다. 그리고 외부 음성이 퍼포머들에게 도달하는데, 이는 아마도 각 퍼포머들의 사전 목소리 녹음, 그리고 그것과의 일치를 다시 훈련한 이후 재현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형식적인 실험 차원으로 수렴되기보다 사실 코미디에 가깝다. 자신(의 목소리)을 억지로 흉내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선 그 흉내의 이유가 불분명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목소리 없음의 주체는 마치 스크린으로 실재가 수렴되는 것처럼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스크린이 된다. 곧 이런 소리의 분리, 실재로부터 직접 가시화되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뮤트시킴으로써 실재는 표면 곧 스크린이 되고, 여기서 출현하는 영화의 스크린은 재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 동기화의 간극에서 몸은 간신히 운신하고, 그 간극을 증명하는 대상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소리에 묶인다. 그리고 2차원의 스크린으로 박제당한다―그것은 가급적 그 입의 모양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입을 제외한 다른 신체를 정지시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Deep Dish>는 실재를 매체를 거쳐 다른 실재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며 그 과정 자체를 전면화하지만, 여기서 소리는 외부의 또 다른 적용을 통해 가시화됨으로써 드러나지 않는 지배의 한 축으로 남겨둔다. 그 전자의 메커니즘에서 카메라는 대상을 지배하고, 대상은 이 카메라를 통해 세계를 형성한다. 반면 이 행위의 이면에 또 다른 소리가 개입되고 그에 따라 세계는 신비한 이미지를 이루는 것과 함께 그 행위는 소리로 번역된다.

    여기서 가시화된 과정과 함께 드러나는 알레고리(적 세계)와 비가시적으로 이에 부착되는 감각 곧 그 가시화된 과정인 행위의 번역은 어떻게 만나는가. 사실 이 부분이 또 다른 실험의 대상이자 자의적인 표현을 이루는 셈인데(입모양의 소리와의 동기화가 아닌), 이 소리가 곧 스크린 이미지의 배경음이 되면서―동시에 그것을 실패시키는 차원에서―그 스크린 바깥을 끊임없이 지시하기 때문에 이 스크린은 사실상 온전하지 않은 환상의 영역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두 가지 매체의 번역은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위적으로 이어지며 스크린과 현실을 잇고 그 사이에서 교차되며 온전히 정위되지 않는 것이다, 행위-현실로도, 이미지-스크린으로도.

    p.s. 이런 차원에서 이 공연과 ‘모다페’가 갖는 관계를 모다페의 프로그래밍의 기준 자체에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모다페는 블랙박스 안에서 완벽히 훈련/연습된 어떤 전형적인 춤들을 여러 다른 주제, 그리고 무엇보다 연령적 안배의 기준에서 종합한 것에 가깝다면(사실 주제 측면에서 그리고 여타 다른 거슬에서 어떤 엄격한 기준이 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이 공연은 사실 크리스 해링(Chris Haring)이라는 안무가가 모다페에서 이전에 공연을 했다는 것이 연계된 것 이외에 테크놀로지 차원의 공연이라는 게 프로그래밍의 주안점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연 개요]
     
    공연명: Deep Dish(우묵한 접시)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상연작
    공연일시: 5.19(수) 3PM, 8PM 중 3PM 공연 관람(재연)
    공연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무용단: Liquid Loft(리퀴드 로프트, 오스트리아)
    안무 및 출연: 루크 바이오, 스테파니 커밍, 카타리나 메베스, 안나 마리아 노박
    예술감독: 크리스 해링
    작곡 및 음향 디자인: 안드레아스 버거
    드라마투르기: 토마스 옐리네크
    무대미술: 토마스 옐리네크
    조명디자인: 토마스 옐리네크
    유기조각: 미셸 블레이지
    컨설팅: 미셸 블레이지
    무대 매니지먼트: 로만 하러
    국제 업무: 라인 루소, A PROPIC
    프러덕션 매니지먼트: 말리스 퓨처
    러닝타임: 65분
    공연 콘셉트: 모험적인 놀이기구로 변한 저녁 파티! 무용수들이 휴대용 카메라로 연출한 라이브 이미지를 통해 유기물들의 기괴한 평행 세계로 초대하다!

    [축제 개요]

    축제명: 2019 MODAFE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축제 일시: 2019.5.16(목) - 5.30(목)
    축제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아트센터 앞 야외무대, 마로니에 공원 일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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