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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니엘레 니나렐로(Daniele Ninarello)의 <쿠도쿠(KUDOKU)>: ‘움직임은 보는 것인가?’
    REVIEW/Dance 2019. 6. 16. 11:28

     다니엘레 니나렐로 안무 <KUDOKU> ⓒ조태민(이하 상동)

    무대의 불이 켜지지 않고, 한동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실 어떤 움직임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분명 음악이 주는 실재를 환영으로 치환한 결과를 가져온다. 움직임은 정위되지 않는 음악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와 같은 인트로에서 볼 수 있듯 <쿠도쿠>는 붙잡을 수 없음의 차원에서 움직임을 제시/지시하는 작업이다(‘움직임은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파편이거나 그 파편들의 끝없는 흐름이다’). 조명이 밝아지고 어떤 형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은 실제 사람의 몸이고 또한 움직임을 펼치지 않는 고정된 형태인데, 여기서 음악의 연주자 역시 일자라는 사실이 발견된다. 따라서 보이지 않음으로써 그러나 음악의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한 그런 보기의 방식으로 인해 출현하는 움직임의 환영은, 음악적 환영이기도 했음이 명확해진다. 음악은 전적인 연주로만이 아닌 리믹싱과 디제잉을 통해 존재한다.

    음악이 비어진 몸 이후에는 극장 전체에 진동이 따르는데, 우리가 집중하는 떨어진 몸은 우리를 지시하는 공간 전체의 압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한 압력은 이제 니나렐로의 몸의 분절, 흐름, 강도 등이 맞서게 되는 영토가 되는데, 그 밀도로부터 관객이 사실 벗어날 수 있는 틈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역치 값으로 음악이 지속되고 움직임의 궤적 역시 그 음악을 따라 간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이 음악과의 밀도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없는 건 음악의 전체적인 밀도가 가정 값이라면, 그 세부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건 음악가 댄 킨젤만의 보기에 따른 방식에 의하기 때문이다.

    사실 관객으로서의 경험들은 이 음악과 움직임을 명확한 순간들로 분절할 수 있기보다는 흘려 보내는 차원에 가깝지만, 이런 밀도는 이 공연의 특질에서 보더라도, 몸의 소진을 따라 서서히 꺼지기보다 외부에 의한 급격한 전환을 이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곧 인트로가 보여주듯 조명의 명멸이 가능하듯, 그리고 음악의 전환 역시 간단한 조정에 따른 것이듯, 환영이 구성되는 건 순수한 몸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다른 매체들의 조정에 의한 것이다.

    이 음악이 꺼지고 다시 공백, 그리고 니나렐로가 시작의 조건으로 돌아갔을 때―이 시작은 물론 시작‘됨’이 아닌 시작‘함’을 의미하고 거기서 오는 긴장은 오로지 그의 시작, 곧 시작의 선택이 그에게 달려 있으며 따라서 이는 어떤 예측도 가능하지 않음에서 옴을 의미한다―니나렐로는 킨젤만와의 사이에서 그리고 관객과의 사이에서 그 거리를 측정한다. 이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거나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는 음악 안에, 그리고 저 떨어져 있는 무대 안에 있던 니나렐로와의 거리를 비로소 가늠하고 무수한 다른 움직임의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시작될 것에 대한 긴장을 야기한다. 왜냐하면 음악은 이 공연에서 하나의 공간에의 밀도로 분포하게 되고 심지어 몸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작동하기도 하며 따라서 몸의 시작 전에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몸의 시작은 몸 바깥의 다른 시작을 이 공연은 이미 인트로에서 상정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음악을 하나의 공간적이고 물리적인 흐름으로 만드는 건 물론 니나렐로의 몸이다. 가령 끊임없이 도는 니나렐로는 어지러운 음악, 끝나지 않는 음악을 그 원심력적인 흐름에 그리고 동시에 그 구심력적인 힘에 정위시킨다. 여기서 음악은 긴장의 실질이 되고, 몸은 그러한 음악을 실체로서 발화한다.

    색소폰과 함께 재즈의 즉흥적 발화가 강조되는 구간에서 니나렐로의 몸은 휘어진다. 그것은 앞서 말한 전환이면서 변형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임계점을 생성하고 있는 음악의 변경에서 움직임은 다른 형태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움직임/몸의 변환은 이 작업의 즉흥성을 지시한다. 곧 클라이맥스가 아닌, 다른 밀도의 단편들이 종합되는 구성이 곧 공연인 것이다. 

    어쩌면 매우 단순한 공연의 조합, 즉흥 연주자와 안무가의 상호 반응적으로 구성되는 작업. 그러나 어떻게 각자의 위치를 이 조합에서 상정하는지의 측면에서 이 작업은 몇 가지 특이점의 뚜렷한 감각을 안긴다. 음악이 움직임으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곧 움직임이 음악을 비로소 보이는 밀도를 만드는지, 그리고 음악이 움직임에 어떻게 파고들고 그 자체로 움직임의 자장을 형성하는지, 곧 음악은 그 자체로 출현함으로써 움직임 바깥에서도 보이게 되는지를 이 작업은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공연 개요]
     
    공연명: KUDOKU (쿠도쿠)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상연작
    공연일시: 5.22(수) 8PM(재연)
    공연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무용단: 컴페그니아 다니엘레 니나렐로 / 코디드우오모(이탈리아) Compagnia Daniele Ninarello / CodedUomo
    안무: 다니엘레 니나렐로 
    러닝타임: 25분
    출연: 다니엘레 니나렐로
    공연 콘셉트: 우리의 몸 안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혼란, 상처, 생각의 내면적 소음. 소리와 몸을 이용한 실험으로 과거의 흔적들을 이곳으로 가져오다.

    [축제 개요]

    축제명: 2019 MODAFE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축제 일시: 2019.5.16(목) - 5.30(목)
    축제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아트센터 앞 야외무대, 마로니에 공원 일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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