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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왕성에서>: 책임질 수 없는 판타지!
    REVIEW/Theater 2019.06.20 21:41

    ▲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포스터

    <명왕성에서>는 세월호 당시를 정리하고 죽은 자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차원에서 징후적이다. 이제는 그것을 거리를 갖고 볼 수 있는 시점에 이른 것일까. 결론에 이르러 ‘명왕성’은 그 죽은 자들의 발신지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로부터 그들의 안부가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애도 불가능성’이 소실되어 가는 작품은 그 자체로 비정치적이며 무지의 판타지를 구현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안긴다.

    그러한 판타지를 통해 이 작업은 신파에 도달한다. 저 작업을 보며 울고 있는 당사자들을 부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반대로 이 작업의 발신 방향이 즉물적으로 당사자성에 쉬이 기대고 있음으로 되돌이켜 그 의도를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그러한 위로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그 방식과 형식에 대한 무비판적 양태에 대한 비판이다. 마치 이 연극의 종교적 위로주의는 당사자성에 기대 쉬이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게끔 다른 판단을 유예시키며 제시된다(그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으랴).

    대체로 <명왕성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타임라인적으로 재현하고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로 옮기는 데 치중한다. 그 가운데 유가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서 활동하던 잠수사, 기자, 자원봉사자 들을 복원하고, 나아가 세월호 선체에 타고 있던 아이들까지 출현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개별적인 당사자성은 일원화된 집합, 불화 없음의 세계로 수렴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이 작업에서 가령 고인을 모독한 일베나 잘못된 언론의 당사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월호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소수의 선생님만이 고인으로 종합됨을 의미한다.

    이들의 죽음은 참담하게 슬픈 것임에 틀림없지만, 세월호에는 학생 말고도 다른 주체들, 가령 외국인(참고로 베트남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직접 베트남에 있는 유가족을 찾아간 정말 예외적 작업 역시 존재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이 있다. <명왕성에서>는 소위 세월호의 ‘역대급 끝판왕’으로서 그것의 최종 정리자로서 인준을 받으려 하지만, 거기에는 주체와 다른 입장의 누락이 있다. 당혹스럽고 착잡한 마음에 극장을 나서는 길에 연출이 (아마도 자신의) 아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실상 공연의 판타지가 티 없이 맑은 연출의 순수성의 연장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분명 공연 외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공연에서 비교적 즉각적으로 연장된 판단인 것 역시 사실이다.

    명왕성에서 우리가 그들(‘아이들’, 곧 애도의 가시권에 속한 존재들)을 그토록 애타게 불렀을 때 그들이 일일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는 것, 세월호 전에 교내방송처럼 그들은 (아마도 늙지 않고) 거기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런 판타지는 사실상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문제를 비정치적으로 봉합하는 것보다는, 결국 그 수신자를 세월호 유가족으로 삼았다는 전제 아래, 이후의 외상 자체를 사건 당시의 시간대로부터 봉합하고 지금의 현실을 부인하며 앞으로의 평행우주 같은 현실을 그들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의 내기를 걸어 이길 수 있느냐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아닐 것이고, 누군가의 입장을 그렇게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다는 확신 역시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확신이다.

    [공연 개요]

    공연명: <명왕성에서>
    기간: 2019년 5월 15일(수) ~ 5월 26일(일) (월요일 공연 없음)
    시간: 평일 오후7시30분 / 토・일 오후3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주최: (재)서울문화재단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극단 코끼리만보
    제작: 남산예술센터, 극단 코끼리만보
    관 람 료: 전석 30,000원 / 학생 18,000원
    관람연령: 만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예정)
    예매: 남산예술센터 www.nsac.or.kr /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출연: 강봉성, 강연주, 김문식, 김솔, 김은정, 김청순, 백익남, 윤미경, 윤현길, 이동영, 이상홍, 김동휘, 이우현, 이은정, 이지원, 최지연, 최지현, 최지현, 최희진(총 19명 출연)
    스태프: 박상현(작/연출), 손원정(드라마투르그), 권연순(제작PD), 손호성(무대 디자인), 남경식(조명 디자인), 윤민철(영상 디자인), 이율구(음악감독), 고혜영(의상 디자인), 이동민(분장 디자인), 강민재(액팅 코치), 홍예원(움직임), 김예진(조연출), 이철용(조연출), 문성복(무대 진행)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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