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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한길 ,〈2-1-3〉, 〈1-2-3〉: 허구와 실재 사이에서
    REVIEW/Performance 2021. 10. 8. 15:14

    류한길, 전시 《③》, 인천아트플랫폼, 2021.


    퍼포먼스는 극장 천장 쪽 양쪽에 달린 스피커 두 대의 음향을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무대는 텅 비어 있는 대신, 류한길 작가는 객석 뒤편에 자리한다. 극장은 어둡고, 관객은 어슴푸레한 환경에서 스피커에 가해지는 또는 튕겨 나오는 노이즈의 강도를 그리고 그 끊임없는 변형을 한없이 지켜보게 된다. 온전히 스피커의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인천아트플랫폼 옆 동에서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는 전시 《③》의 연장이자 시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었고, 작업자의 존재가 아닌 행위를 비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음이 연원하는 소스를 알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청취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었다.
    여기서 작가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일종의 변형들의 흐름을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으로 초점화할 수 있는데, 실재의 음원의 경로를 추정하기 위해 몇 가지 과정을 가정하건대 실재 사물과의 마찰을 통해 소리를 만들든, 또는 그것들을 녹음한 파일들을 변형하며 스트리밍하든, 이미 녹음되어 배열된 파일들을 순차적으로 틀든 간에, 소리가 출현하는 곳에 순전히 관객은 시선을 두어야 했고, 그 소리가 허구가 아니라 스피커라는 실재를 구성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음원의 경로를 찾는 것은 부차적인 것에 가까웠다. 보통 그러한 행위가 실재와의 작용 속에서 구성됨으로 연주자의 진정성이 담보된다면, 여기서 실재는 보이지 않는 작가가 다루고 있을 인터페이스를 감지하는 감지하는 것으로부터 연장돼 거의 절대적인 것이 되었다. 곧 이는 연주자로 수렴하는 대신, 정면에 보이는 스피커, 그리고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리들의 변형, 변주는 의도적으로 재현의 시각성과 음악성을 벗어남으로써 그것을 사물의 특성에 상응시키거나 곧 이 소리 자체의 근원을 찾거나 어떤 악보를 구성하거나 멜로디를 구성하려는 노력 자체를 일단락시키고 있었는데, 따라서 그것은 (스피커에 가해지는) 강도 그 자체로 읽혔다. 곧 음이 최종 구성되는 위치인 스피커의 진동을 인지하게 한다는 차원에서는 음의 근원을 스피커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를 물리적 실체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접점과 연장, 혹은 마찰과 파열*―이 둘의 구분은 자의적인데, 음이 인터페이스 장치에서 연장돼 스피커에 닿는 소리와 이러한 소리가 곧 스피커 자체로 연장되며 스피커 자체의 떨림으로 확장되는 두 개의 감각을 구분하기 위한 개념의 상정이다.을 확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행위의 라이브성을 벗겨냄은 연주자의 어떤 표정이나 행위의 움직임에 대한 집중 그리고 수렴에 대한 차단이 아니라, 이미 불필요한 것일 수 있다. 
    반면 그 속에서 음원의 변형성, 소리들의 자율성은 매우 극대화되었는데, 사운드의 강도가 강한 관계로 그 단위들의 경계를 지정하기 어렵게 된다. 곧 강도를 지정하는 통주저음이 어찌 됐든 이 모든 것 아래에 깔린 가운데, 어떤 넘어감과 뒤늦은 덩어리의 인지는 그 강도가 줄어든 일시적 순간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이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미세한 간극이 없음을 전제하는데, 두 번째의 관람 이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반면 그 변형성과 자율성의 사운드들은 음원을 알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그 자체로 허용 가능한 실제의 연주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허구의 차원에 가까워진다. 반면 그 허구는 스피커를 긁어대는 실재의 마찰과 파열에 위치한다.

    전시 《③》의 세 개의 스피커가 마치 각각의 존재를 드러내며 다른 존재가 줄어드는 이양의 변증법―이것이 전환이 아닌 것은 소리의 줄어듦은 소리의 구간이 있던 물리적 위치, 곧 관람자의 옆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을 시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준다면, 그리고 어떤 러닝타임의 지정도 없이 감각적 차원에서 소리들이 부둥켜안은 채 전환되어 가고 있다면, 퍼포먼스 형태의 〈2-1-3〉은 너른 공간 안에서 대부분 관객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에 치우쳐 관람하고 있게 되는 것처럼 한쪽의 스피커에 기대어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빈 공간, 곧 왼쪽에 치우쳤을 때 오른쪽의 공간, 또는 오른쪽에 치우쳤을 때 왼쪽의 공간이 강조될 때 줄어든 소리의 구간, 나아가 빈 소리의 구간에서 이 소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감지는 그 공간만큼 그 크기와 시차가 확연해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째 연주 관람에서 통주저음의 배경이나 역치값의 강도로 인해 저하된 디테일한 사운드에 대한 감각은 아마도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첫 번째 감각을 부정하기에는 두 연주가 이미 제목이 다르기도 하지만(〈2-1-3〉, 〈1-2-3〉) 무엇보다 언어보다 감각 자체, 그보다 정치하게는 감각으로서의 언어적 전환을 이 공연이 시도한다고 보이며, 이는 감각 그 자체로부터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선 감각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비교 차원에서 놔두는 것이 낫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분절되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 배경으로서의 감각은 이후 공연의 감각에 대한 강도와는 다르면서 또한 강렬했다는 점을 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스피커와의 위치에서 연원하는 분명한 감각의 차원은 아닐까.  
    허구에 대한 개념 역시 음의 다양성 또는 특이성과 같은 음 자체의 내용에서가 아니라 비어진 중앙이라는 공간에 대한 개념으로 연장되었다. 이는 치우친 자리가 아니라 중앙의 관람자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후와 연관되는데[물론 인체 자체의 불균형과 기울어짐으로 인해 완벽한 중앙 공간이 불가능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강도에 대한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으며, 소리의 시작이 그러한 허구의 중앙, 곧 스피커 사이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착각(?)과 이 소리가 스피커로 옮겨 가는 가운데 파열음을 낸다는 것, 그 파열음 직전의 소리가 허공에서의 마찰에 가깝고, 빈 공간에서의 울림이라는 감각으로 ‘인지’된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허공에서의 음의 시작이 있었고, 그 앞의 빈 구간이 분명 있었다. 마찰이 길고 파열이 짧든 짧은 파열만 있든 마찰이 짧고 파열이 조금 길어지든 마찰과 파열의 길항, 또는 허공에 체류하는 음이든 실재를 긁어대는 음이든 허구와 실재의 길항으로 서사의 흐름이 변화되며 쓰이고 있었다. 〈3-2-1〉을 보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세 번의 퍼포먼스는 순서를 바꾸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퍼포먼스가 세 개의 단락을 갖고 있었는지, 관람자에 의해 그렇게 나뉠 수 있는 것인지는 알기 어려운데, 이상적으로는 곧 그 총합은 같다고 할 것이다. 〈1-2-3〉은 대체적으로 점점 음의 크기와 밀도가 상승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1, 2, 3은 크기나 밀도에 따른 구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2-1-3〉과  〈1-2-3〉은 분명한 차이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스피커와 관객의 다른 위치에 따른 부분일 수도 있는데, 곧 공연을 하는 극장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과 달리 각 관객의 위치에 따른 차이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마찰(음)과 파열(음)은 작가의 전시 도록 안의 주요한 개념어이기도 한데, 작가는 마찰을 파열의 반복으로 설명한다[마찰은 Pulse, 파열은 Impulse로 두고, “파열”의 “내재적인 반전의 성질(im)”이 제거되면 “마찰”이 된다. 동시에 “반복은 특정한 주기를 가질 때, 인간의 인지 감각 앞에 물리적이고 청각적인 현상으로 경험될 수 있다.” 곧 마찰에서 파열이 나오고, 파열을 통해 마찰을 감지할 수도 있다. (류한길, 『③』, 인천아트플랫폼, 2021, p.6.)]. 반면 이 글에서 마찰과 파열은 일상적인 언어 차원에서의 사용을 고려한 것에 가까운데, 마찰은 스피커와 소리가 닿는 물리적인 맞닿음, 접촉, 또는 그 닿기 직전의 허구적인 공간에서의 울림으로, 파열은 그로 인해 시차적으로 발생하는 소리, 곧 스피커 자체에서 발생하는 허구적이고 실재적인 소리 모두를 전제했다. 이러한 구분은 다분히 자의적이며, 작가의 개념 사용과는 물론 관련이 없다.

     

    김민관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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