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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족출입금지》_〈닥쳐 자궁〉, 〈♡〉, 〈마지막 인형〉 리뷰
    REVIEW/Dance 2021. 12. 1. 01:15

    시모지마 레이사, 〈닥쳐 자궁〉. ⓒ박수환[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배효섭, 이경구, 시모지마 레이사.

    안무가 시모지마 레이사의 〈닥쳐 자궁〉은 연극적 캐릭터성을 가진 세 퍼포머의 연기로부터 ‘흐릿한’ 현실적인 서사의 단초들을 제시한다. 휴전선 일부가 무대 중앙의 앞뒤로 자리하는 무대 배경으로부터 연장된 퍼포머의 움직임은 전쟁과 그 기억, 시련을 겪는 공동체의 형상 들을 직조한다―반면 그것은 어떤 정확한 시대 배경과 장소에 대한 정보로 수렴하지는 않는다. 말과 행위, 몸짓 등은 지독한 현실을 감내하는 실존의 양상에 어린 정동을 향한다.

    가령 배효섭이 이경구를 뉘어 거꾸로 들고 시모지마 레이사의 허벅지를 밟고 휴전선 바깥으로 시선을 향할 때, 이는 타자를 짓밟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타자를 추어올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짧은 순간을 의도된 상징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폭력이 아닐 수 있을까. 이는 그것이 인물의 의도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도로써 가져가면서 성립한다.

    다음과 같은 순간도 대동소이하다. 이경구가 접면하려는 배효섭을 패대기치고 헤어지고 다시 그를 만나 그의 품에 두 다리를 들며 올라타는 장면은 거의 순식간에 전환된다. 그것이 어떤 관계를 맺는 주체들 간의 서사로 작동하는 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움직임적 분열이 단지 밀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물의 증상만으로 드러나는 이런 움직임들은 더욱 어떤 환경적 조건에 대한 알 수 없음을 강화한다. 전자가 폭력과 치유가 장소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붙어 있었다면, 후자는 적대와 사랑이 장소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거의 붙어 있는 상태이다.

     

    사진 왼쪽부터 배효섭, 이경구, 시모지마 레이사.

    이경구의 표정과 움직임은 마치 공옥진 여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밀도 높게 유지된다. 희화화된 캐릭터 속에서 그 역시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놀랄 만하다. 그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신념처럼 주창된다. 처음 짧은 구문의 반복으로 진행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렬로 등장하는 세 퍼포머의 관계는 중간의 퍼포머인 시모지마 레이사를 가장 앞의 이경구와 가장 뒤의 배효섭이 밀치고 시치미를 떼며 대열을 흩트린 책임을 시모지마 레이사에게 전가하는 다소 폭력적인 장난을 치는 것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장난이 점차 전쟁과 같은 장면으로 확장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소한 장난의 상징성이 거대한 폭력의 씨앗임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전쟁이 이러한 작은 일상의 부분에서 상징화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데 가깝다.

     

    카운트다운되는 숫자에 후다닥 달려가는 몸짓이나 긴장된 분위기에서 분절된 움직임으로 동기화시키는 일련의 동작들의 전환은 쾌감을 준다. 현실에서 감각적 전환에 이은 장면들에서 보이는 상징성은 극단적인 대비에 따른 낙차와 추상적이지만은 않게끔 현실의 감각과 연동하며 다소 연극적인 서사의 궤적으로 어느 정도 이어가게 만든다.

    이들이 입은 의상이 기저귀라는 것은 성기를 원초적인 부분으로 강조하고, 생명의 입구를 상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손을 넣고 만지다 이를 때여 던지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런 인간 사회의 유지에 대한 극단적 분리에 대한 주장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가족"이 감내하게 하는 폭력성의 일단을 거부하는 것으로 작품이 읽힐 수도 있겠다.

     

    이민경, 〈♡〉. ⓒ박수환[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김이슬, 조현도, 임세미.

    이민경 안무가의 〈♡〉는 가족에 대한 오늘날의 의미를 문화사적 리서치의 결로써 탐구해 나가는 작업이다. 그 결과 현실적인 장면의 재현이나 이미지가 무대로 들어온다.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이 상주 일행을 만나는 장면을 미세하게 변주하며 반복하는 첫 번째 장면은,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재현을 시차를 통해 수행적으로 실천하며 기이한 기시감으로 전도시키는 부분이다. 나아가 상주 일행의 한 명이 누워 있거나 하는 예외적인 행위를 반복하여 상징계에 균열을 일으키며(‘이것이 진짜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가?’) 앞선 기이함을 증폭한다.

    2막으로 공연을 분류한다면, 후반의 가상게임 속 장면 연출은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동체에 올라탄 떨어져 남아 있는 개인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 전에 사람들은 서로 스쳐 지나가며 작은 목소리로 질문이나 인사를 건네는데, 이는 여러 개의 노트북 자막으로 중계된다. 소소한 말들은 일상을 재현하는 리서치 단편들을 지시하면서 파편화된 인간관계, 문자로 치환되는 말의 매체적 전용 등을 나타낼 것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움츠러든 모습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이 일상의 몸으로 연장되었음을 가설로 설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퍼포머 김이슬.

    움직임보다 몸짓을 통해 일상을 재현하는 〈♡〉는 춤의 심미적 표현 방식이 아닌 사회를 다른 방식으로 가시화하며 그 사회를 내파하는 움직임을 구성하는 것이 안무임을 보여준다. 앞선 조문은 초상 사진이 아닌 무대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발레 바에 절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현실 일부가 생략된 나사 빠진 현실에서의 의례적 행위는 의례적 행위로서 조문의 특성을 비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애도로서보다 그 행위 자체가 조문 장소에 온 행위의 의미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상적 첫 번째 장면에도 불구하고 후반의 가상 환경 속 인간 군상은 새로운 매체 환경에 대한 재현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퀵쉬분, 〈마지막 인형〉. ⓒ박수환[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정채민, 이경진.

    안무가 퀵쉬분의 〈마지막 인형〉은 이경진과 정채민이 쌍생아처럼 복사를 통해 또는 연장되는 관계를 반영한다. 서랍에서 “마지막 인형”을 꺼내는 배경 설정은 현실에 대한 힌트이면서 이후 움직임과는 분절되는 짧은 장면으로서, 안무가의 어렸을 적의 자전적 이야기가 무용수의 몸짓에 정서적인 분위기로 배어 나오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움직임은 분위기와 결합한다). 〈마지막 인형〉은 A에 대한 B의 재현, 또는 A에 대한 B의 관찰과 같은 둘의 관계의 변화 양상을 보는 것이 주가 된다. 〈♡〉가 현실 기반의 행위를, 〈닥쳐 자궁〉이 연극적 장면들로 몽타주된다면, 〈마지막 인형〉은 일반적인 춤의 양식의 형태이며, 2인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작업에 비해 리서치의 언어가 간략화되고 생략되거나 빛을 발하지 못한 작업은 아쉬움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움직임의 형태에 대한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우리가족출입금지’는 아시아 안무가를 초대해 “가족”을 주제로 한 안무를 요청했다. 한국인 무용수들이 결합했는데, 이는 공동 리서치 과정의 명목 아래 한국적 컨텍스트가 작품에서 매개될 수 있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족이라는 주제 자체가 아시아 문화권의 유교주의를 다루기 위한 주제 선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공통된 기반과 그 차이를 탐사해보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교의 관습 너머로 해체되어 가는 가족, 구습이 되어 가는 의례와 같이 오히려 문화의 전환과 새로운 사회 풍경 속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하나의 토대 위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p.s. ‘우리가족출입금지’는 “리서치”, “국제교류”, “가족” 등의 개념 속에서 3개국의 3 작업을 도출한 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야기를 프로그램북으로 기록하는 데는 다소 실패했다―다만 그 과정 자체를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따라서 세 개의 작업 모두 상이하고 각각의 흥미로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컨텍스트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살피기에는 프로그램북의 짧은 설명만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 프로그램을 통해 도출된 세 개의 작업에 대한 흥미로움과 그 개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형태의 교류작업이 갖는 매개 과정에서의 이상한 오해와 아이디어 들을 담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1.11.19(금)-21(일) 금 7:30PM 토 3PM·7:30PM 일 3PM
    공연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명: ♡
    안무 | 이민경
    출연 | 김이슬, 임세미, 조현도, 이민경
    음악 | 최태현

    공연명: 마지막 인형 
    안무 | 퀵쉬분
    출연·움직임연구 | 이경진, 정채민
    음악 | 징 응

    공연명: 닥쳐 자궁
    안무 | 시모지마 레이사 
    출연 | 시모지마 레이사, 배효섭, 이경구
    음악 | 김재덕

     

    공연 정보: https://kncdc.kr/ko/performance/detail?boardMasterSeq=1&boardSeq=1310&pgm=info 

     

    국립현대무용단

    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국립현대무용단 소개, 온라인 상영관, 공연정보, 티켓예매 등 안내

    www.kncd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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