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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그리 픽스달, 〈내일의 그림자〉: 간격의 공동체를 구성하다
    REVIEW/Dance 2021. 11. 8. 00:13

    잉그리 픽스달(Ingri Fiksdal), 〈내일의 그림자(Shadows of Tomorrow〉(2016) © Anders Lindén. 출처=https://ingrifiksdal.com/work/shadows-of-tomorrow/

    〈내일의 그림자〉는 공동체를 현상한다고 보인다. 이는 이 공연에 대한 거의 몇 안 되는, 그중 가장 커다란 범주의 은유가 될 것이다. 화려한 색감의 점퍼와 치마 그리고 얼굴을 두른 손수건까지 일괄적인 복장 아래 원으로 퍼포머들이 도열해 있음에서 출발하는 공연은, 간격으로부터 벌어지는 움직임의 변형태들로 나아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간격에서 시작돼 간격의 형태를 시험하고 기입한다. 그리고 그러한 간격은 공동체의 이상을 은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려진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고 감각한다. 짜인 동작들은 무리로 확대되는데, 이는 동시적이며 예외적인 선두의 리듬을 가진다. 곧 시작하는 예외적인 누군가가 있고, 이는 급속히 전파된다.

     

    시간 대부분은 이들이 군집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무릎을 살짝 접고 펴는 동작이 무리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된다. 스텝의 이동이 없으며, 그런 움직임을 상체로 옮겨갈 때 어떤 틈이 발생하는 것이 느껴진다. 곧 발은 붙어 있지만, 형태는 하나의 움직임처럼 확장된다. 이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가 군데군데 촉수를 내뻗어 숨을 쉬며 변형된 몸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마다의 개체성은 하나의 커다란 종(種)적 리듬으로 묶인다. 이는 하나의 움직임이 일괄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조금씩 집단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각에 의한 인지가 아니라면, 그리고 바로 곁과 곁의 대면 방식의 전파가 아닌 차원에서 이와 같은 확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러니까 이것은 안무적 규약의 체화로 인한 것인가, 순전히 새로운 이념의 미학적 발화인가. 간격을 상정하면서 어떻게 일정한 지연 아래 동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이 동기화는 간격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미학적 발화일 것이다. 그것은 의도된 시간의 간격을 거리의 간격과 동시적으로 구축한다. 물론 거기에는 연습을 통한 어떤 보이지 않는 사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동기화의 차원은 이 집단이 어떤 거대한 안무 기계임을 보여준다.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 이는 바깥을 볼 필요도 없지만, 안을 볼 필요 역시 없음을 의미한다. 처음 좁은 원에서 객석 경계까지 미쳐 오는 흐름은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하는 형국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관객을 보기보다는 자신의 리듬, 그보다 집단의 리듬으로 보이는 경계 안에서, 안을 향한 바깥을(안에서 안을) 보는 것 역시 없다. 타자는 타자의 타자이며 자신도 역시 그러하다. 여기서는 어떤 자아도 딱히 개체성을 내세울 수 없다. 모든 동작은 어떤 하나의 몸짓 기호를 현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딱히 더 잘하거나 못하거나 하는 정도의 구분이 되지 않는 차원으로 몸짓의 난이도가 맞춰져 있다.

     

    여기서 얼굴, 곧 보이지 않는 얼굴은 개체성의 근거를 미약하게 하는 한편, 보지 않고도 간격을 유지하는 따라서 그 집단의 부속처럼 움직이는 동기와 근거를 어떤 신비한 힘, 곧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추정에 이르게 한다. 〈내일의 그림자〉는 간격에 대한 안무이다. 여타 세세한 몸짓들은 그것이 시간 차를 갖는 동기화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체성이 소거된 상황, ‘복제’된 개체들, 그러나 고도의 복합적 공간에의 구축이 가능한 개체들의 목적과 그 개체들이 이룬 ‘집단’이라는 것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이 집단을 공동체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또는 이들은 떠다니는 섬과 같은 난민에 대한 알레고리인가. 이러한 컨텍스트를 확정할 수 없이 이 집단의 움직임은 구성된다. 간격은 부딪침의 반대말이다. 간격은 모두가 각자의 리듬을 보존할 수 있는 잠재성의 영역이다. 이들은 하나의 영토를 그렇게 일정하게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만 살아 있다. 따라서 이 집단을 하나의 유기체의 확장적 흐름보다는 잠재적 열림과 펼침을 구성할 수 있는 간격의 공동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깥을 보는 대신 안을 곁으로 두는 집단이며, 그러한 곁을 두는 행위와 함께 바깥을 응시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다양성 대신에 간격을 유지하는 운동으로 생명을 발화한다. 모든 것은 그 안에서 보존되며, 그 안에서 평등하게 움직임은 수여된다. 이를 지배하는 건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그 행위들이 하나의 이념을 구성한다. 왜냐하면 이는 동일하며 동일한 것을 향해 변화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동일한 간격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영토에서 모두가 살아 있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이것이 이 간격의 공동체라는 공산주의의 즉물적인 번역으로서 성립하는 〈내일의 그림자〉의 하나의 유일한 이념일 것이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2021.11.4.20:00, 2021.11.5.20:00, 2021.11.6.20:00*

    장소: 문화비축기지 T1

    Choreography: Ingri Fiksdal

    Light design: Igeborg Olerud

    Light technician: Phillip Isaksen

    Performer and artistic advisor in Seoul: Rosalind Goldberg

    Performers (original cast): Pernille Holden, Sigrid Hirsch Kopperdal, Rosalind Goldberg, Venke Sortland and Marianne Skjeldal

    Costume design: Ingri Fiksdal, Elena Becker and Signe Vasshus

    Producer/Administration: Eva Grainger

    Producer/Distribution: Nicole Schuchardt

    Production: Fiksdal Dans Stiftelse

    Funded by: Arts Council Norway, The Norwegian Artistic Research Program

    Thanks to: Skolen for Samtidsdans

     

    한국 버전

    출연: 양성윤, 윤경근, 이예찬, 김온, 박수영, 김세연, 전희원, 이소희, 박소언, 이준석, 이주희, 양유정, 이나리, 조준홍, 최민선, 김지혜, 김률의, 오현택, 정희은, 천현정

    리허설 디렉터: 무궁화

    협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공동제작: 국립현대무용단 × /신 페스티벌

    후원: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소개: 잉그리 픽스달은 춤과 정동의 관계를 탐구해온 노르웨이의 안무가다. 내일의 그림자는 복잡한 샘플 비트의 조합과 추상적인 가사가 특징인 사이키델릭 힙합에서 출발한다. 픽스달은 이 음악을 안무의 재료로 가져오지만, 소리를 지우고 오직 몸과 빛으로 사이키델릭 콘서트를 구현한다. 천으로 전신을 감싼 스무 명의 퍼포머들은 몸과 반복을 통해서 서로에게 비트를 전염 시키며 공간을 채워나가고, 그림자는 이를 증폭시킨다. 주체를 탈각한 몸은 자유로운 익명성과 고유의 잠재성을 오가며 근감각의 전이와 집단 전염의 잠재성을 실험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_BjiNCXg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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