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경재, 〈검은 눈〉에 대하여: 표면과 접촉의 시각적 기술
    REVIEW/Visual arts 2022. 2. 6. 21:10

    조경재, 〈검은 눈〉 이미지 ①@김민관(이하 상동).

    조경재 작가는 자투리, 부스러기 같은 주로 목적성을 상실한 이름 없는 사물들을 조합, 배열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는데, 나아가 이를 다시 설치로 구성하고, 다시 사진을 이 공간에 배치하는 확장과 수렴의 유희를 수행하는 식으로 전시 공학의 특이한 경로를 구성해 왔다. 먼저 사진의 경우, 완전한 결착이 아닌 (아마도 애드호키즘적 작업 방식에 따른) 패치워크, 임시적인 사물들의 절합들, 곧 사물과 사물, 틈새와 빈 공간을 구성하는 임시적인 구조물이 지닌 입체적인 공간성이, 평면의 매체 안에서 압축되면서 그 안의 사물들은 이미지의 틀어짐과 착시로 나타나는 한편, 다중 레이어의 초점화되지 않은 자리들, 곧 비가시적인 초점들이 겹쳐져 있는, 어느 하나의 온전한 초점을 구성할 수 없는, 기이하고 정리되지 않은 시선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를 공간으로 구현하면 그것은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 될까. 곧 ‘온전한’ 시선들의 자리를 형성할까, 관객들의 이동이 따른다면. 아마도, 〈검은 눈〉은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히려 그 불가능성을 직면하거나 즐기는 방식으로서 존립하는 작업이다. 체험의 조각들은 수없이 생성되고 흩어지는 유희와 탐구가 뒤섞인 행위로써 종합하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궤적에 따른다. 

    이미지 ②

    〈검은 눈〉은 임시적인 가설물이다[각주:1]. 사진과 비교하면 부피가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입체는 가변적인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사물들의 실험이 갖는 용이함으로부터 잠재적인 실천의 영역이 제한되게 된다. 동시에 작업에는 관객의 자리를 포함해야 한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목재들의 짜임은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적 얼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초적인 집의 외양을 닮아 있지만, 물론 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이미지 ③

    다시 사진으로 돌아오면, 사진(③)을 보는 행위는 이 전체를 짧게 조망하며 복잡한 다양체로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개별 사물들이 겹치는 선분의 양쪽으로 색과 원근의 상이함을 분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압축’은 그 선분으로부터 사물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려는 시도에서 ‘실패’하는 일부의 부분들, 곧 매끈한 선분으로 분배되는 일종의 회화적 순간이 탄생하는 지점에서, 곧 설치의 사진으로의 변용에 대한 이유를 거꾸로 찾게 되는데, 그러니까 작가는 사진을 단순히 찍는 게 아니라, 어떤 사물의 조합을 찍는 것이며, 이러한 사물의 조합은 굳이 사진으로 찍혀야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역설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를 구성한다. 이러한 작업의 특별함은 사물‘들’의 이상한 조합―조형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합성으로서의 연결이 불러일으키는 매끈한 평면을 가시화하는 것에 있다. 

    이미지 ④
    이미지 ⑤
    이미지 ⑥

    〈검은 눈〉은 일차적인 집으로서의 외부(②), 곧 내용물을 둘러싸고 있는 내부의 상관항으로서의 외부를 간직하고 있다. 반면 완전히 밀폐된 곳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안의 그림과 오브제를 보는 건 바깥의 뚫린 창문, 또는 겨우 이어진 공간의 열림에서 오는 시선을 또한 감지하는 것(⑥)이라는 점에서, 내부와 외부는 엄밀하게 나뉘는 건 아니다. 외부를 지나면 떨어져서 대칭된 성격의 구조물(⑤)이 자리한다. 또 다른 외부로의 공간이 열리며 외부는 바깥을 향해 안으로 자리 잡는다. 
    이 구조물은 반쯤 바깥으로 열리고 반쯤 안으로 닫히는 기이한 오브제에 가깝다. 수평축으로 길게 자리 잡은 하나의 토대 위에 수직축으로 구조물 일부가 뻗어 나가는 형상이다. 사실상 이는 이 구조물의 중심 외양이지만, 그 아래 판이 옆의 공간과 어느 정도 비슷한 크기로 자리 잡음으로써 이 구조물은 그 공간의 연장선상에서 독립적인 가치를 발현한다. 이것은 구조물(의 특이한 돌출)이자 그 안의 독립된 조각으로 자리 잡는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끝이 라운딩된 긴 세로로 된 판들의 조합으로써 어떤 문양과 기하학적 공간 사이의 세부의 차이를 드러낸다. 

    또한 구조물의 수평적 토대를 이루는 판에 칠해진 페인트(⑥)는, 일정한 톤이 아니라 회화의 흔적들을 담는다. 그것은 신체를 싸고 있지 않은 열린 표면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잘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 될 때 지탱하는 부차적이고 종속적인 지위의 표면은, 그 자신의 심연의 은유를 갱신한다. 다른 표면들. ‘안과 밖이 합성되는 표면’, ‘표면 위의/너머의 표면’, 이상한 횡단선으로 연결되거나(④) 오브제의 용기로서 존재하거나(①/⑦, ②) 표면으로 합성되는 오브제 자체(⑦)처럼 다양한 ‘표면의 분기들’과 함께, ‘표현하는 표면’이 드러난다. 곧 그것은 스스로의 내재적인 표현을 간직한다. 

    이미지 ⑦

    전체적으로 〈검은 눈〉은 투박한 덩어리 판의 구멍, 조각으로서 구조물과 그로부터 돌출되는 오브제, ‘전시’되는 사진과 오브제 들을 통해 공간 안의 전시, 공간과 조각 사이의 혼동―조각으로서의 공간―, 공간과 회화와 사진 사이의 착각, 안팎이 전도되는 공간을 통해 메타 전시―이 작업을 하나의 전시처럼 별도로 다룰 수 있는 이유이다.―, 조각과 설치의 매체적 중첩, 현상학적 공간 안의 시각 체험을 각각 실험하고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은 눈〉은 무엇보다 속으로 포개지는 표면의 무한한 체험, 조망되지 않는, 세부의 변화들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체험을 주조한다―‘공간은 어느덧 바뀌어 있다.’. 이는 조경재 작가가 공간 자체를 설계하며 그 안에서 동시에 그 표면 자체를 시각으로서 상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전시 개요]
    전시명: 2021 경기 시각예술 성과발표전 생생화화 生生化化 《seeState(between);》
    참여작가: 김동기, 나미나, 박윤주, 박윤지, 방앤리, 오재우, 윤지영, 이웅철, 조경재 
    전시 일시: 2021.12.3.(금)~2022.1.23.(일) 평일 11:00 - 18:00, 주말 및 공휴일 11:00 - 18:30, 휴관일 없음 
    전시장소: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주최: 경기문화재단,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주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후원: 경기도

     

     

    1. 1. “2021 경기 시각예술 성과발표전 생생화화” 《seeState(between);》(21.12.3~22.1.23,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