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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해연 작, 동이향 연출, 〈밤의 사막 너머〉의 시공간: 참조 체계의 문학적 글쓰기의 공간
    REVIEW/Theater 2022. 3. 23. 21:51

    핍진한 현재

    신해연 작, 동이향 연출, 〈밤의 사막 너머〉[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여자 역의 정대진 배우.

    〈밤의 사막 너머〉는 몇 개의 플롯들을 반복하며 강화한다. 주인공은 현실과 이격된 터전 없는 세계를 부유하며, 끝이 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는 것. 세계의 종착지는 ‘지구는 둥그니까’의 논리로 지정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걷기는 끝이 없는 것이며, 단지 그 끝이 (있다면) 죽음뿐임을 지시하기 위한 알레고리다. 동시에 이 걷기의 땅은 현실의 어떤 시공간도 제대로 설명하거나 재현하지 않는다. 이 땅은 엄밀히 빈 무대도 아니며, 현실 바깥에 어떤 틈으로 현실이 뒤집힐 수 있음을 예시하는 정도로 현실을 벗어난다. 

    ‘땅’은 비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게 아니라 현실에서 이격되는 신체, 가령 “우울”을 겪고 있는 존재의 여백 같은 것이거나 현실이 어떤 참조 체제로만 들러붙는 글쓰기의 상상적 공간같이 주어지며, 무대는 각 캐릭터가 주인공의 시점과 별개로 낯설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소위 재현의 장을 벗어나지 않는 진공에 가깝다. 캐릭터들은 마치 각자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 같이 그 자체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인공적이고 작위적이다. 이는 무대 위의 인물에 대한 이입이 불가능한 방식으로서의 퍼포먼스를 도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퍼포먼스라는 인터페이스, 반면 어떤 맥락도 이입과 연결로 연장되지 않음으로써 무대는 영상과 같이 절단된 표면임을 명확하게 진동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 낙타 역의 김명기 배우.

    이는 끊임없이 영상으로 캐릭터를 반영하는 기술처럼, 무형의 무대에 실존이 반영되며 그러한 ‘반영’ 자체로 캐릭터가 수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맥락으로 녹아드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비치고 있음, 그리고 그러한 반영 너머로 맞닿을 수 없음이 중요하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한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분리의 여섯 단계 이론’을 경유한 ‘행운의 편지’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의 총체적 세계를 지정하는 것으로만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은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희미한 연결로써 모든 것이 연결되지 않은 듯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불가능한 죽음으로부터 유예되면서

    (사진 왼쪽부터) 이은정, 정대진, 김명기, 김석기 배우.

    수신자를 알 수 없는 또는 수신자가 뒤바뀌는 우연한 전달 체계를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편지의 정의에 따라 어딘가로/누군가에게로 도착은 불가능하다, 또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전제는 〈밤의 사막 너머〉를 이루는 또 다른 중심 플롯이다. 부고 편지는 이따금 계속 등장한다. 이미 편지가 전달되었을 즈음 그 편지의 현재 시점은 변경되어 있으므로, “부고”는 편지에 대한 잉여의 수식어이자 편지의 그러한 속성을 더욱 강조해서 드러내는 편지 자체의 본질적 명명이다. 

    ‘분리의 여섯 단계 이론’이나 ‘행운의 편지’와 같은 문화사적 참조 또는 인용은 조각 모음처럼 떠도는 언어 구조에서 거의 극의 유일하게 맥락을 이루는 방식이며, 결과적으로 현실의 물성을 극 자체로 지정하지 않는 작업 방식을 이룬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일종의 ‘실재의 사막’에 가깝다. 사실, 이 역시 편지가 라캉의 편지를, 영상이 일종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지젝의 경구를 넌지시 상기시키는데, 사막 역시 현실적 좌표가 아닌 현실적 좌표가 불가능한 어떤 차원을 이야기하기 위한 알레고리에 가까우며, 곧 불가능한 현실, 재현과 반영(의 관점)이 불가능한 현실 자체를 지시하기 위한 개념에 가깝다. 

    사실상 죽음에 이르렀지만, 죽음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밤의 사막 너머”는 그러한 불가능성의 실재가 결국 도착한 어떤 현실의 틈으로서 나타나는 어떤 순간을 가리킨다. 이는 사막의 반대편이 아니라, 그 사막이 “너머” 자체임을 가리킨다. 제목은 이중으로 불가능성을 지시하며 불가능성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또는 현실 바깥 존재의 관점을 부각하며 그 불가능성을 절대화한다. 이는 제목처럼 모두 언어의 파고 아래 생성되고 사라지며 그러한 매개물로서 지시될 뿐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작품명: 밤의 사막 너머

    작: 신해연 
    연출: 동이향  
    공연 일시: 03.09. ~ 03.20. 월, 수 ~ 금 19:30 / 토, 일 17:00 
    공연 장소: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관람 연령: 14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소요시간: 120분(인터미션 없음)

    ■ 출연진

    여자: 정대진
    보리, 고양이, 부고편지: 서지우
    고대 엄마: 임윤진
    고대 아빠, 아담: 안창현
    리더, 곰사람: 이은정
    기사, 낙타: 김명기
    우울: 김석기

    ■ 스태프

    드라마투르기: 손원정
    무대: 손호성
    조명: 성미림
    의상: 김우성
    영상: 윤민철
    라이브카메라: 김강민
    음악: 카입
    음향: 이현석
    분장: 장경숙
    소품: 이소정
    조연출: 민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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