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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김경화, 〈2014년 생〉: 예외적 주체의 탄생
    REVIEW/Theater 2022. 5. 22. 11:55

    신촌극장  2022  라인업  [2014 년 생  ×  송김경화][사진 제공=신촌극장](이하 상동). 백송시원 배우.

     

     

    제목인 “2014년생”인 백송시원과 이나리 배우가 출연한다. 공교롭게 2014년생이다. 백송시원은 본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송김경화의 딸이다. 이러한 배경은 세월호 참사가 연출에게는 탄생과 죽음의 전이 지대로서 위치 지어졌음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게 한다. 어른으로부터 독립적인, 어른과 같이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배우 시원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치시키는 ‘어른들’의 인식을 전복한다.

    수동적이고 성숙하지 못하며, 따라서 의사 결정을 어른으로부터 위임받아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어린이에 대한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며 자연스러운 어떤 질문을 듣는 것은 이나리 배우에 의해 매개된다. 우리는 듣는 위치에 처한다. 시원이 설명하는 ‘시민이 아닌 어린이’. 공중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수 없어 약자의 위치를 계속해서 재확인시키는 사회 구조의 한 예시는, 이를 잘 설명한다―시원은 끝말잇기 게임에 이어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고 술래가 되어 일순간 자리가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자리(‘몫’)가 없는 자를 시민으로 부를 수 있을지 질문한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다룬 혜화동1번지의 〈세월호 학교〉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 마주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야기해줘야 할 어떤 사실과 경험, 정동 들을 기성세대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틀과 관점 안에서 일방향적인 전달의 방식으로 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2014년 생〉에 해당하는 주체를 다소 수동적인 대상으로 구성하는 일면도 있다고 보인다. 반면 〈2014년 생〉은 이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는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기이한 주체의 경이로움을 확인시킨다. 이들은 애도가 실패하여 무력해진 어른의 모습과는 달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새로운 환기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세월호 학교〉와 같이 세월호 참사로의 원점으로 돌리는 방식이 아닌, 세월호 ‘이후’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와 함께 세계가 재편되어 있음으로 드러난다.

     

    시원은 예외적인 주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예외적인 주체를 마주하는 것이 낯설 만큼 우리는 관성화되어 버린 것일까. 〈2014년 생〉은 우리가 잊지 않고자 하는 까마득한 과거와 겹쳐지는 또 다른 목소리를 마주하게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는 곧 역사를 바라보는 날개를 단 어떤 천사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시원이 예외적 주체라면, 송김경화의 윤리적 책무가 그것과 별개로 시원의 자기 물음과 사유로 드러난 것이라면, 세월호 참사는 예술의 형식 안에서 구성되되 새로운 주체와의 결합에 의해 또 다른 언어로 드러날 수 있음을 지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는 어른과 아이의 분리적 심급을 다시 해체하고, 나아가 시민의 범주, 재현-대표될 수 있는 자의 범주 역시 원점에서 질문하게 한다. 〈2014년 생〉은 ‘귀여운’ 어린아이와 ‘성숙한’ 어른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재확인시키는 대신,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어른의 목소리를 그 곁에 두는 것에 멈춤으로써, 아울러 연출의 존재가 그 자연스러운 시간 안에 최대한 무력하게 지워져야 할 수밖에 없음으로써―곧 이것이 마치 외워서, 또 훈련으로써 가능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또는 생각한 대로 드러남으로써―주체의 예외성을 하나의 진실성으로 상정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주체의 진실성은 주체의 예외성으로 전환되며, 이 지점에서 예외적 주체의 진실성은 우리가 분석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이나리 배우.

    나리와 시원은 극에는 등장하지는 않는 단원고 생존자 김주희와 함께 팽목항에 다녀왔음이 언급된다. 뜻밖의 연대는 그 사건 자체를 죄의식이나 트라우마로 기억하지 않을 수 있는 이, 그래서 어쩌면 조금 더 자유롭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주체와 함께 가능해진다. 노란 리본이 낡고 끊어진 팽목항의 정경을 쓸쓸하다고 묘사하며 시원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는 관객과 하나의 긴 줄을 나눠 갖고 노란 리본을 그 위에 하염없이 다는 행위와 함께 공연을 지속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애도에 동참하는 행위, 애도의 흔적을 어루만지는 행위, 애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도록 다시 비켜 매고 교환하는 행위는, 애도의 불완전성과 멈출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알레고리를 확인시키는 대신, 애도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애도의 형태를 보여준다. 시간은 다른 형식으로 봉합되고 있다.

     

    또는 어른들의 신화를 정신분석적 심급으로 재상정하기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모아나가 그것인데, 모아나 아빠가 자신의 친구를 바다에서 잃고 모아나를 바다에서 역시 잃을까 걱정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집을 상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세월호의 가만 있으라라는 당시 세월호 내의 어떤 부정적인 지시사항으로 각인되어 온 언어와도 연결되는 듯한 이 부분에서, 모아나는 바다에 대한 열정을 점점 같은 가르침의 반복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시원은 세상이 위험하므로 자신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고려했어야 함을 마치 유머인 듯 이야기하지만, 바깥의 자유로움을 줘야 할 어른과 사회, 자유로움을 향할 자유가 있는 어린아이의 욕망과 삶의 쟁투를 결합하며, 세월호의 정치성에 약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이분법적 분리를 공고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의 정언명령을 해부한다.

     

    시원은 어린이다움과 어린이의 어른다움을 비교하며, 어른에 의해 책정된 어린이에 대한 모순된 두 심급을 이야기한다. 어린이다움은 어린이에게 귀속된다면, 이를 비판하는 한편 전유해야 할 것은 어른다움이다. 어린이는 따라서 미성숙한 존재로 어른에게 각인되며 예외적으로 그것을 벗어날 때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할 논거를 자신의 사회적 인식 체계로부터 가져오는 단초로 작용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3조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는 것으로 공연은 끝맺는다. 아동을 독자적인 주체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이 같은 권리의 주창은 일반적인 예술이 감추고 있던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공연이 어린이 공연임을 또는 어린이다움을 스테레오타입으로 수용하거나 어린이의 표현이나 사고 체계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 어떤 어른다움의 체계에 따른 양태들이 출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2014년 생〉은 아마도 어른들과 아이가 같이 세월호 참사를 더듬어가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여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애도와는 다른 것으로서 세월호 이후 세월호와 함께 살아갈 윤리에 대한 부분이다. 어린이다움, 어린이가 으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어른다움으로서의 어린이의 관점도 아닌, 그러한 분류 체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그리고 어른과 대별되는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로서 쓰이며, 〈2014년 생〉은 어린이를 주체로 상정하며 그의 발언을 말하는 자의 몫으로 상정하는 동시에 어른다움을 재고하게 하는 공연으로 기능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신촌극장  2022  라인업  [2014 년 생  ×  송김경화] 포스터[사진 제공=신촌극장].

    공연명: 신촌극장 2022 라인업 [2014년 생 × 송김경화]

    공연 일시: 2022년 4월 28일(목) - 5월 7일(토) 전일 17:00 (총 10회 / 약 50분 / 8세이상 관람가)

    공연 장소: 서대문구 연세로13길 17 4층 옥탑 신촌극장

    구성/연출: 송김경화

    협력: 김주희(단원고 생존자)

    출연: 백송시원, 이나리

    조명: 문동민

    음악: 루브

    영상: 이영대

     

    〈출연진 소개〉

    시원이와 주희와 나리는 4월 벚꽃이 만개하던 어느 날 세월호의 장소들로 함께 떠났습니다.

     

    •백송시원 / 2014년생

    시원이는 여러해 세월호와 노란 리본에 대해 물었습니다. 주희 언니와 언제부터 알게 된 것인지도 아주 궁금했습니다. 언니가 시원이에 대해 아주 많은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시원이도 언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습니다.

     

    •김주희 / 단원고 생존자

    주희는 시원이에게 세월호를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세월호를 말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주희는 언젠가 해야 할, 품고 있던 질문에 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나리 / 8년째 노란 팔찌를 끼는 배우

    나리는 8년째 노란 리본 팔찌를 매일 매일 끼고 다닙니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잊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습관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진 것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시원이와 주희와 나리는 마지막으로 목포신항에 가서 세월호를 함께 보았습니다. 서로가 아니었다면 언젠가 가야 할 곳으로 남았을지도 몰라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으로 떠난 길 위에서 세월호보다 세월호 앞 펜스에 묶인 노란 리본에 대해 더 말 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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