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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짝 프로젝트 〈툭〉: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에 개입하는가
    REVIEW/Theater 2022. 5. 10. 04:27

    쿵짝 프로젝트 〈툭〉ⓒ이미지 작업장 박태양[사진 제공=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지수 역의 신윤지 배우, 민주 역의 정은재 배우.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꾸준히 ‘세월호’를 주제로 매년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 이는 이를 어떤 서사로 연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차원에서 소재 고갈 같은 극작술의 시련, 그리고 지속하는 것이 옅어지고 무력화되는 가운데 작업 자체가 더 이상 가능한지에 대한 자기 윤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항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곧 지속해야만 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상징적 위치 역시 작용할 것이다. ‘세월호는 직접 드러나서는 안 된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알레고리가 단순히 죽음과 슬픔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이 같은 두 개의 원칙은 아마 세월호를 신중하게 다루는 기본적인 전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호’와 ‘나’, 그리고 ‘사회’의 어떤 긴장 어린 관계항 속에서 세월호는 사유된다. 

    {사진 상단부터) 선재 역의 정대진 배우, 민주 역의 정은재 배우.

    쿵짝 프로젝트의 연극 〈툭〉은 제주 무가에 나오는 저승길의 꽃밭인 ‘서천꽃밭’이라는 신화적 소재를 배치한다. 이는 죽음을 삶으로 봉합하는 서사 자체의 구현이 아닌 ‘무영식물원’의 일종의 문화 콘텐츠 창출 전략의 소재로 전유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알레고리는 일차적으로 애도를 쉬이 무력화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시도는 적당히 비판적인 시선으로 극 속에서 점검되지만, 극 바깥으로 보면 전적으로 비판 자체가 그 목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수한 배경을 일종의 새로운 소재 탐색의 시도라고 수용하기보다는 이러한 배경 설정이 무엇을 함의하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놀랍게도 〈툭〉은 신화적 세계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는 죽음 이후에 어떤 또 다른 삶과 관계가 있을 것임에 대한 믿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증하고자 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완전한 죽음이 아니라 ‘하늘나라’라는 또 다른 세계에 죽은 자를 위치시킬 수밖에 없는, 내재화된 언어 체계로 삶을 자연스레 연장하는 일반적인 유가족의 심리 구조―전근대적이지만 여전히 근대인의 한 속성일 수밖에 없는―역시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화를 형식으로 전유하는 무영식물원의 전략과는 별개로, 서천꽃밭에 실제로 갔다 온 죽은 자, 민주의 존재가 있다는 건 신화적 세계를 보증한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는 산 자와 달리 죽음의 트라우마도 삶에 대한 미련이나 안타까움도 지니지 않은 듯 보인다. 명랑하며 구김이 없다. 죽은 이를 기억하며 또는 죽음을 향해 가며 무겁게 이곳을 떠도는 사람들과 대조적이다. 

    민주는 신화적 세계를 증언―재현―하기도 하지만, 식물원에서 일하는 호준, 소희를 제하고는 산 자에게 모두 보이는 대상이다. 이를 ‘존재’로 수용하는 절차 역시 그리 어렵거나 지연되지는 않았다. 그와 이전의 관계, 살았을 때의 어떤 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그의 존재는 그저 처음 만나는 산 자와도 같다. 그러니까 자신과 관계 맺었던 누군가가 살아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이러한 식별됨은 산 자가 아닌 죽은 자인 민주에게만 놀라움을 안길 뿐이다. 여기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위치가 뒤바뀜을 알 수 있다. 

    지수의 애도는 죽은 이와 죽은 이에 대한 우묵한 언어로 수렴한다. 노년의 선재는 삶에 대한 별다른 미련이 없어 보이며,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이 둘의 애도 대상이 세월호를 가리키는 건 단지 어렴풋한 것이어야 한다―지수는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학교 강당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로 친구를 잃은 것으로 세월호를 은유하며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가장 세월호에 대한 메타포에 가깝다. 애도는 산 자에서 죽은 자로 향하며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의미는 오로지 산 자에게서만 발생한다. 민주의 입장에서 그 둘이 안고 있는 죽음은 명확해지지 않으며 비의적이고 풀릴 수 없는 무언가로 잠재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특정하는 죽음과는 거리가 있는 민주는 이 둘의 애도의 대상에 대한 판타지의 자리를 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는 그 판타지가 판타지로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잉여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사진 왼쪽부터) 소희 역의 한혜진 배우, 선재 역의 정대진 배우.

    세월호가 아닐/아니어야 할 어떤 죽음과 세월호일 수도 있는 어렴풋한 죽음은 서천꽃밭이라는 신화적 세계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천꽃밭으로 재현된 현실 세계에서 만나며 그리고 그 현실 세계의 존재, 그리고 현실 세계가 표상하는 죽음은 세월호를 염두에 두지 않는 듯 보인다. 곧 애도 불가능한 죽음과 애도를 진공 처리하는 자본주의 아래의 심미적 플랫폼, 현실의 슬픔은 통합되지 않고 따로 노닌다. 이를 통합하려는 또한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극의 의지 역시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툭〉은 죽음을 다루는 여러 층위를 언어보다는 존재의 차이로 수렴시키는 듯 보인다. 그 층위는 긴장과 간극 아래 따로 놓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죽음을 보는, 또는 다루는 관점의 다양성이 이 작품의 주제를 구현한다고 볼 수 있을까. 죽음을 애도하며 죽은 자와 소통하(려)는 자의 어떤 견고함―그것은 삶을 단지 낙관하지 않으려는 우울한 정서로 또는 죽음을 놓아 버리지 않으려는 의지로 드러난다.―,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의 일관된 행위―그는 애도 대신에 산 자와의 거리를 부인하며 이전의 삶을 유지한다.―, 죽음의 의미가 대중에게 소구되는 지점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기획, 이 세 표면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각각의 모나드를 이룬다. 
    애도를 일정한 하나의 서사로 통합하는 게 신화라면, 〈툭〉은 애도보다는 애도를 하는 존재와 현실, 그리고 그 간극을 펼쳐놓는다. 이는 직접 대립하지 않고 각자의 차원에서 평행선을 달린다. 그렇다면 이는 세월호를 여전히 다루고 있는, 다뤄야 하는 예술가의 어떤 무의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또는 애도하는 이들의 증상을 보여주며 애도의 불가능성을 존재의 지속으로 다시 한번 구축하려는 것일까. 

    입장 시 표를 수령하는 관객에게는 꽃 모양의 스티커 역시 주어진다. 이 꽃 스티커를 공연 이후 붙이고 싶은 곳에 붙여도 된다는 옅은 미션이 주어진다. 곧 (세월호를 포함한 대상에 대한) 애도 행위가 공연 이후 연장되는 것을 제안한다. 극장 전체에는 꽃명이 정렬되어 있다. 그리고 꽃 스티커는 바닥 곳곳을 채우고 있다. 무영식물원의 의도가 죽은 이를 적당히 예쁘고 자신이 선택한 꽃에 대입해 개인의 애도를 심미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의 코드로 수렴시키는 것이라면, 이러한 몇 가지 형태로 나뉘어 무작위로 주어지는 꽃 스티커는 관객의 수행성으로 각자의 애도의 윤리를 산출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일까. 

    {사진 상단부터) 기영 역의 양대은 배우, 민주 역의 정은재 배우.

    〈툭〉은 희미하게 죽음이 깃든 일상의 존재 둘을 현실의 한복판에 동시에 현실에서 고립된 위치로 둠으로써 지워지지 않는 애도와 그 희미한 윤곽 자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유예된 시간에 붙은 우울 같은 것으로도 보인다. 동년배의 학생으로서 친구를 잃은 지수가 세월호를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낸다고 해도 그가 갖고 있는 슬픔과 우울이 어떻게 사회와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툭〉은 ‘툭’ 튀어나오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라 가정하지만, 이러한 말이 어떻게 개인의 범주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력한 편인데―지수와 선재 간에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따라서 민주는 죽은 자를 담은 산 자를 매개하는 역할을 유일하게 한다. 

    그는 신화적 세계를 담보하기보다, 신화적 세계의 공현존을 보여주기보다, 나아가 죽은 자를 대신하려 하기보다 죽음과 삶의 양립할 수 없는 현실과 죽음을 품고 있는 삶 자체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그는 하나의 주체라기보다 유령이며 죽음에 대한 매개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는 세월호 미수습자 시신을 대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일하게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교정 장치가 든 자신의 유골함을 지수와 함께 흔들어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타자의 형상을 띤다. 이분화된 그의 존재와 그것을 통합하는 지점을 우리―지수―에게 요청한다는 점에서 이는 기이하다. 
    그의 시신의 위치는 결국 발견되며, 이는 일차적으로 그가 이승을 떠도는 것을 벗어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그를 볼 수 있는 존재 따라서 그러한 행위를 함께할 수 있는 지수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구원을 향해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수는 우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죽은 자에 대한 매개의 몫은 사실 지수가 아닌 민주―민주는 두 사람에게 발견된다기보다는 두 사람에게 나타난다.―라는 점에서 신화의 모티브는 판타지의 영역에 있다. 이는 다시 산 자의 결단과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의 빛에 가려진 지수의 어둠이 동시에 조금씩 민주의 빛에 이끌려 나오는 순간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곧 〈툭〉은 민주를 통해 죽음이 아닌 어둠 속의 우리를 본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2022∞세월호, 쿵짝 프로젝트 〈툭〉

    공연 일시: 2022.04.22. - 05.01. 평일: 8pm, 토•일: 3pm, 월: 쉼
    공연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출연진
    신윤지, 양대은, 이우람, 정대진, 정은재, 한혜진

    🎗제작진
    작: 신효진
    연출: 임성현
    무대: 조경훈
    조명: 정채림
    사운드: 목소

    🎗[2022∞세월호]
    기획: 김진이, 한민주, 혜화동1번지 7기동인
    그래픽디자인: 김유나 
    일러스트: 박지윤
    티켓매니저: 고은지
    티켓: 공연관리솔루션 공기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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