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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세계에 관한 이념 변경을 위한 심리학적 실험’으로서 서사
    REVIEW/Theater 2022. 7. 12. 12:10

    〈보이지 않는 손〉[사진 제공 = ㈜ 연극열전](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닉 역의 김주헌 배우, 바시르 역의 장인섭 배우.

    〈보이지 않는 손〉은 사실주의적 양식에 기반을 두며, 급박한 현실 정세를 소수의 인물 관계의 변화 양상으로 집약한 일종의 심리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파키스탄 무장 단체의 바시르와 이맘 살림, 그리고 미국 투자 전문가 닉을 주축으로 하며,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며 무장 단체 측에 생존 가치를 잃은 닉은 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몸값을 투자를 통해 회수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좁힐 수 없는 이념 대립을 인물들로 육화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선물 경제의 자본이 개입되며 어떻게 그 이념이 파열되고 굴절되는가에 집중한다. 이는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닉을 주인공으로 두며 자본의 힘을,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명백한 승리를 향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우파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곧 자본주의의 우위와 장악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바시르라는 존재는 이를 복잡 미묘하게 변용하는데, 그는 금융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용해 세계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사상을 세계에 전파하고자 한다. 닉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억압은 비인도적이고 야만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사람들을 속이고 이곳을 탈출하며 블랙아웃되고 조명이 들어온 후 발목에 족쇄가 차인 모습이 된 이후에 더욱 부각된다. 그의 정신은 매우 피폐해지고 그에 대한 지배력은 그를 비주체적인 대상으로 변환한다. 
    바시르는 트레이딩에 대한 원리와 과정을 닉에게서 배운 후 닉과 긴밀하게 미션을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그와 친해지는데, 그는 그 결과 생긴 자본을 사적으로 유용한 이맘 살림을 처단함으로써 단체의 사회주의적 이념을 관철하며, 자본주의의 궤도에 순전히 복속되지만은 않는다. 이때부터 생존이라는 유일한 목표를 지닌 닉, 곧 개인주의적인 세계의 닫힌 범주에 비해 그의 이상은 전 세계로의 공명을 염원하는 것으로, 이는 그의 신념과 희망에 찬 눈빛에 드러나는데, 이때부터 극에서 닉과 바시르의 주체의 위치는 뒤바뀐다. 하지만 그의 자본주의를 이용하는 것―이슬람 율법이 금하는 사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체제의 원리를 전용하는 것―과 한 개인을 볼모로 삼은 것에서부터 세계 내 전쟁을 염두에 둔 그러한 폭력과 테러의 일단을 결코 정당화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사진 왼쪽부터) 닉 역의 성두섭, 바시르 역의 김동원 배우.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의 용어로, 시장에 경제를 맡기어 놓으면 저절로 물가가 조정될 것임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경제에 대한 입장이 역사적으로 현실에서 이상적으로 구현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공산주의의 실험이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음을 언급할 수 있음과는 별개로, 경제의 영역을 순수한 인간 너머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등의 차원에서 ‘정치’적 역량에 의해 재분배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바시르의 행위는 기존 시스템을 해킹하고 교란하며 좌우해서 전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아마도 정치 아래 경제를 복속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두 체제를 모두 습득하고 이해하며 그 두 체제 가운데서 목적과 수단의 위계를 명백하게 설정하는 특이점을 갖는다. 
    사실 이미 그가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가 인간을 피폐한 모습으로 몰아세운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가 지도자 이맘을 죽이고 나머지 돈을 자신의 비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이맘과 같은 완전한 타락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다소 명확하지 않다. 그의 죄는 아직 사후적인 입증이 필요한 단계로 보인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은 바시르의 눈빛과 함께 접힌다―그를 따르는 다르는 이 이념에 의심과 회의 없이 이글거리는 눈빛과 꼿꼿한 몸으로 복무한다는 점에서 그 체제를 끊임없이 설파하는데, 반면 그러한 좀비 같은, 순전한 비의식의 존재로서 이 체제와 이념의 위험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지막은 전쟁의 혼란이 가득한 감옥 바깥의 소리가 감옥 안에 침투하는 가운데, 바시르는 닉에게 돈과 함께 자유를 수여한다. 감옥을 나가 자유를 좇는 닉의 선택은 아마 최악의 결말을 맞을 공산이 크다. 그의 생명은 물론 평등하게 존귀하지만, 이곳에서 그의 목숨이 온전히 수용 받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느낌과 함께 그는 세계로부터 ‘유실될 것’이다. 자본에 대한 지식과 경험으로 그는 위기를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시적인 이익 공동체의 관계는 무너지고 파국으로 치달았으며 그는 복구할 수 없는 현재에 직면한다. 그에게 남은 건 돈도 가족도 정신도 아니며, 그는 원초적인 삶의 의지로 좁혀진다. 

    닉 역의 성두섭 배우.

    〈보이지 않는 손〉은 닉을 가둔 방 안에서 모든 것이 펼쳐진다. 자본주의 국가의 인물은 오직 닉뿐이지만, 닉의 합리적인 세계와 관점, 그에 따른 삶의 운용방식은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관계 양상을 변화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닉은 그의 전략과 구상이 뒤틀리며 완전히 소진되어 간다. 랜턴에 비쳐 닉의 손이 거대하게 무대를 뒤덮으며 연극적 몸을 입는 ‘보이지 않는 손’은, 무대에서 실재적인 이미지로 체현된다. 
    허울 같은 욕망을 담지한 과장된 금융 자본주의의 힘이 가리키는 무대 바깥과 그것의 예외적인 실재의 몸을 대비한 이 장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은 오지 않은 미래, 곧 공고한 현실의 이면과 그것에 부합하는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폭력과 억압에 의해 조금씩 착종되는지를 자본주의의 달콤한 환상이 어떻게 실재를 감추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곧 주체적 성장을 구성하는 대신에 주체의 궁핍과 실패를 보여주는 닉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자본주의의 표층적 진실을 입증하고, 그것과 실재의 낙차를 드러내기 위한 매개적 존재인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 연 명: 연극열전9_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
    공연기간: 2022년 4월 26일(화) ~ 2022년 6월 30일(목)
    공 연 장: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시간: 화, 수, 금 8시 / 목 4시, 8시 /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티켓가격: R석 55,000원 / S석 44,000원
    러닝타임: 11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제작: ㈜연극열전
    작: 에이야드 악타(Ayad Akhtar)
    번역: 박영록
    윤색: 부새롬

    연출: 부새롬
    출연진: 닉_김주헌, 성태준 / 바시르_김동원, 장인섭 / 이맘 살림_김용준, 이종무 / 다르_류원준, 황규찬
    드라마투르그: 문일수
    무대: 김종석
    조명: 노명준
    영상: 정병목
    음악: 이승호
    음향: 권지휘
    의상: 김은영
    소품: 노주연
    분장: 현새롬
    무대감독: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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