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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소프루〉: 유령적 현존을 통한 연극에 대한 기술
    REVIEW/Theater 2022. 6. 20. 02:10

    연극 〈소프루(Sopro)〉ⓒChristophe Raynaud de Lage[사진 제공=국립극장]. (사진 왼쪽부터) 프롬프터 역의 베아트리스 마이아(Beatriz Maia), 실제 프롬프터이자 이 극 전체의 프롬프터를 수행하는 크리스티나 비달(Cristina Vidal), 예술감독 역의 비토르 호리스(Vítor Roriz).

    연극 〈소프루〉는 프롬프터를 쓰던 지난날을 현재로 복각한다. 40년 동안 프롬프터로 일한 크리스티나 비달을 인물들 곁을 맴돌게 함으로써 현재에 달라붙은 역사의 그림자는 실재적인 잉여가 되어 착종된다. 드러나서는 안 되는 프롬프터의 속삭이는 말들과 존재가 대사에 미세하게 비벼지고, 실제 ‘들리는’ 대사는 연극에 대한 메타 레퍼런스로 비달을 향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 뒤에서 비달은 앞서서 이야기를 전한다. 비가시적이고 동시에 무대 바깥의 물리적인 위치에서 연유하는 그의 위상은 언급되고 끊임없이 확인된다. 그의 존재는 이 이야기들의 내부이며 이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만든다. 

    프롬프터가 갖는 대사의 원본성에 대한 지시는 〈소프루〉의 배우들을 연기하고 있음으로 구성한다. 배우들은 재현의 경우를 제하고는 관객에게 직접 말하기 방식을 택하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시차로 앞선 프롬프터의 속삭임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어렴풋한 크기로) 전승/전송되며 (들리는 크기로) 전승/전송된다. 이를 희곡의 원본성이 발화의 재현성에 대해 우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프롬프터 역시 읽는다라는 또는 발화한다라는 구체성을 띠고 있다. 구현됨의 실재성은 구현되기 전의 문자 언어와 다름을 프롬프터 역시 예시한다. 

    연극 〈소프루〉ⓒFilipe Ferreira[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베아트리스 마이아, 크리스티나 비달.

    프롬프터의 일종의 배우로서의 특질은 완벽하게 펼쳐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것은 각 배역의 언어를 어느 정도 닮았으며 완전히 펼쳐지지는 않은 채 응축된 것에 가깝다. 그것은 역할의 ‘최종’ 언어에 비해 열등한 성질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 더 문자 자체의 성격―문자에 막 부착되어서 떨어지는 어떤 상태이다.―을 갖고 있으며 효율적이어야 한다. 몸짓과 환경 안에서의 수행이라는 컨텍스트는 불필요해진다. 또한 그것은 오로지 청자 한 명만을 향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사실상 이미 보이는 것이 되어 버린 상태라는 점이다. 

    비달이 지닌 프롬프터라는 존재의 유령성은 그가 객석을 향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배우를 향하며 그 소리가 제대로 들리는 것인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서 나오지만, 무엇보다 그런 비가시성의 존재로서 여전히 그가 무대에 존재한다는 데서 (곧 무대의 바깥으로 무대를 내파시키고 있다는 차원에서) 기이하게 프롬프터는 무대와 고착된 질긴(?) 생명력을 드러낸다. 그는극장을 떠나지 않으며 연극의 원-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적어도 연극의 원-언어와 더 가까우며, 그 원-언어가 존재했음을 존재함으로 실증한다. 특이한 〈소프루〉의 존재 산출 방식은 연극을 이루는 그림자의 방식을 기술하고 지시함으로써 메타-연극을 하나의 연극으로 연장한다. 

    크리스티나 비달.

    비달은 대부분 모두 이 모든 대사가 이미 약속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로 서 있다. 그가 예외적으로 대사를 듣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은,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발화의 방식을 멈추고 과거를 재현하는 순간으로, 프롬프터로서의 역할을 확정하기 위해 그 역시 과거의 순간 안에 있는 것이다. 사실 이는 〈소프루〉가 스스로 프롬프터의 수행성을 가진 연극의 현재성을 유일하게 포기한 순간이기도 하다, 곧 프롬프터라는 존재가 뒷받침하고 있는 살아있는 무대의 순간을. 프롬프터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그 말이 하나의 약속과 법으로 마침내 확정되는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그것이 미래가 되는 순간을 기약하기 위해. 곧 연극 〈소프루〉는 과거를 재현하거나 발화하지만 무대의 전사가 반드시 존재했음 자체 위에서 그러하다. 

    연극의 메타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연극의 본질에 다가서기. 곧 연극 〈소프루〉에서 비달의 삶은 배우에 의해 되먹임된다. 그 되먹임을 비달은 계속 지속한다, 투명하고도 건조하게. 모든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의 그림자가 되어. 그림자로서 살아가기. 그것은 환영의 생명과 명징하게 내려앉은 글자 사이의 길이 끊어지지 않음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길이며(그것이 낭독과 다른 것은 ‘낭독’은 결국 무대 위의 언어와 이전의 언어 사이에서 그 중간의 어느 하나의 언어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극의 재현이 부단한 수행의 연속이자 연계임을 보여주는 길이며, 무대 바깥의 시간과 무대 위의 시간이 따로 또 같이 하나의 지층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길이다. 

     

    크리스티나 비달.


    비달은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지막 무대에서 어떤 대사를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처 답하지 못한 상태였던 그는,  배우로서의 불가능성을 침범하지 않았던 그는, 마치  자신의 프롬프터가  , 그의 사명은 언제까지나 프롬프터인  담담하게 그가 혼자 남은 무대에서 완성한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을 타자로 경유하는 연극에 출연했고, 다시 원래의 자신에서  (자신의) 대사를 과거의 자신에게 전한다. 스스로를 과거의 유령으로 현재에 세우며 닿지 않은 시간을 매듭짓는다. 관객은 그와 함께 유령으로  무대에 서는 것과 같다. 배우가 없는 자리에  대사를 마주하며, 또는  말이 전해지지 않는 배우를 대신하며.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연극 〈소프루〉ⓒFilipe Ferreira[사진 제공=국립극장]. 〈소프루〉의 포스터를 장식한 배우인 이사벨 아브레우(Isabel Abreu).

    [공연 개요]
    공연명: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 〈소프루(Sopro)〉
    일시: 2022년 6월 17일(금) ~ 6월 19일(일), 금 오후 7시 30분 / 토·일 오후 3시 
    공연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주요 제작진〉
    연출·극본: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
    무대·조명디자인: 토마스 왈그라브(Thomas Walgrave)
    의상디자인: 알디나 제주스(Aldina Jesus)
    사운드 디자인: 페드루 코스타(Pedro Costa)
    출연: 크리스티나 비달(Cristina Vidal), 베아트리스 브라스(Beatriz Brás), 베아트리스 마이아(Beatriz Maia), 이사벨 아브레우(Isabel Abreu), 호메우 코스타(Romeu Costa), 비토르 호리스(Vítor Roriz)
    제작: 포르투갈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Teatro Nacional D. Maria II) 
    관람 연령: 14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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