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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기이한 연결의 정동’
    REVIEW/Theater 2022. 7. 12. 11:51

    배해률 작, 이래은 연출,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사진=국립극단 제공](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수달 2 역의 경지은 배우, 구슬 역의 김광덕 배우, 수달 1역의 백소정 배우.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목격된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이하 〈작은발톱수달〉)는 통합적인 장, 통약 불가능한 존재들의 공-현존과 그 연결에 주목한다. 비인간 생명과 인간 생명 외에도 기계와 인간의 관계, 여러 다른 시공을 겹쳐 놓는다. 하나의 시간에 다른 시간이 파고든다. 동시에 모든 존재는 그 시간 안에서 다른 시간을 향해 열려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의 시간만이 주어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이는 하나의 존재가 시간을 옮겨 다니며 두 시간을 간신히 통합하면서 하나의 의식을 구성하거나 다른 시간으로 발신을 하는 존재와 소통하는 식의 시간 여행 서사 장르물의 일반적인 성격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수많은 존재가 각자의 멀티 유니버스 ‘안에’ 거주하고 있음 자체를 드러낸다. 이는 하나의 삶이 다른 하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모두의 생명이 고유한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타낸다. 

    〈작은발톱수달〉은 구슬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재와 다른 세계, 곧 “평행우주”의 세계를 상정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세계 A와 세계 B 각각의 일회적 현존이 각자의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음이 아닌, 세계 A와 세계 B가 어떤 세계 C 안에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A와 B 두 세계가 완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동화를 쓰는 ‘영원’이 그 이름에서부터 영원히 끝이 나지 않는 문학의 영원함에 대한 알레고리 자체로 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도룡농이라는 명확한 존재를 지시하고 있음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영원이라는 물리적 존재가 그려지고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바람이 동시에 가시화된다. 그 두 세계는 언어를 통해 연결되며 종합된다. 

    (사진 왼쪽부터) 기계 역의 이미라 배우, 지혜 역의 백소정 배우.

    영원은 신체 재생 기능을 지닌, 따라서 ‘영원’을 향하는 동물이라는 상징성을 띠며, 죽음이 단지 사실 차원으로 전달될 뿐인 등장인물들의 황망하고 허무한 어떤 삶들과 대비된다. 죽음은 강조되지 않고 흐릿하다. 물리적인 고통 대신에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정동만이 주어진다. 그들은 마치 이 세계를 홀연히 사라졌다. 폐암으로 죽은 소방관 정현은 불을 끄다 연기에 질식돼서 죽은 것인지 담배를 평소에 많이 피우던 습관으로 인해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의 삶은 비극적이나 그것이 온전히 비극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정보량’이 적다. 그의 삶 전체는 다른 인물들처럼 파편으로 흩어져 있으며 일부만이 제시된다. 

    〈작은발톱수달〉은 한 중심인물의 비극이 아니라 죽음이 산재한 세계에서 존재들의 애도―적극적이지 않으며 우울과 저하된 정신이 삶에 배여 있는 광경―를 비춘다. 이상한 연결들을 가능하게 하는 구슬은 나의 세계 바깥을 보여주며 애도하는 존재들 간의 연대 역시 꿈꿀 수 있게 하는 판타지적인 산물이다. ‘죽음이 일상화된 세계’는 단순히 죽음의 수적 증폭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죽음과 죽지 않은 존재 간의 결합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죽음은 너무나 쉬운 것이라는 사실이 삶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죽음이 너무 쉽게 일상에 부가됨을 이야기한다. 

    사진 중앙의 왼쪽부터 구슬 역의 김광덕 배우, 수달 2 역의 경지은 배우.

    분절된 각자의 세계는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통해 의미를 얻는다. 그 희미한 연결은 흩어져 있음을 통해 종합되지 않는다. 세월호 이후, 관련한 특정 피해자에 주목한 작업에서 세계의 수많은 죽음에 대한 인지와 연장됨을 지향하는 것, 곧 연고 없고 이름 없고 의미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로의 애도와 멜랑콜리가 확장, 산재 그리하여 수렴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을 〈작은발톱수달〉은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그것은 중간 단계이다. ‘우울이 감돈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공연 일시: 04.20.-05.01. 월, 수, 목, 금 : 19:30 / 토, 일 17:00 * 매주 화요일 공연 없음
    공연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관객 연령: 14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소요시간: 100분(인터미션 없음)

    ■ 출연진
    정현, 수달 2: 경지은
    동화, 구슬: 김광덕
    주영: 김수량
    영원, 수달 3: 김시영
    지혜, 수달 1: 백소정
    민재, 기계: 이미라

    ■ 스태프
    드라마투르기: 이오진
    연기자문: 장재키
    움직임: 손지민
    무대·소품: 장호
    조명: 신동선
    의상·오브제: 김미나
    음향: 임서진
    분장: 장경숙
    조연출: 심지후
    접근성매니저: 김태령
    한국수어통역: 김홍남, 최황순, 이수현
    한글자막: 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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