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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편입생〉: 진리를 향한 질문들
    REVIEW/Theater 2022. 7. 28. 23:08

     

    연극 〈편입생〉[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클라런스 매튜 역의 김하람 배우 , 크리스토퍼 로드리게스 역의 최호영 배우.

    연극 〈편입생〉은 면접을 앞둔 두 인물의 모습에서 시작해, 이들이 면접을 거치고 어떤 삶의 변화로 수렴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물의 전사와 이 인물들이 외부의 시선을 통과하며 한 개인들의 삶은 사회적 실재의 한 예시가 된다. 닫힌 공간에서 인물의, 또는 인물 간의 발화는 매우 집중력 있게 진행된다.

    뉴욕 슬럼가에서 자란 두 인물이 장학생 추천을 받고 명문대 편입생 후보가 되어 시민단체 직원 데이비드 데산토스(조의진 배우)와 모의 면접을 치루가 되기 위해 한 모텔 방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편입생〉이 ‘편입생’이 되기 위한 클라런스 매튜(김하람 배우)와 크리스토퍼 로드리게스(최호영 배우)의 살아온 환경과 트라우마와 같은 강렬한 기억에 의존해 그 둘의 고유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후 조지아 딘(이지현 배우)과 클라런스, 로지 맥널티(공상아 배우)와 크리스토퍼가 각각 실제 면접을 치르면서 그 말들의 내용이 흥미롭고 또 그 둘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함에도 그를 둘러싼 현실은 당락으로부터 유예되고 말들은 면접의 ‘형식’을 따르며 긴장 아래 놓인다.
    다음은 데이비드와 조지아와 로지가 참여한 토론에서 데이비드와 로지가 심사기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며, 관객에게 공정에 대한 치열한 질문을 노정하는 부분이다. 마지막 장면은 면접 결과 희비가 갈린 크리스토퍼와 로드리게스가 만나면서 유예된 미래가 명시되지만, 비극적이고 기약 없는 미래의 상이 클라런스에게 드리워지며 해소되지 않는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부담하는 부분이다.

    〈편입생〉은 무대 세트를 관객 우측에서 좌측으로 밀어젖히는 것으로 치환되는데, 사실주의적인 감각, 구체적으로 ‘현재 그 장소에 위치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라는 느낌을 주는 무대 세트 활용 방식은, 실재하는 인물 간의 대화로 거의 구성─데이비드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나눈, 무대 위에서 상대가 등장하지 않는 대화를 제한다면─된 연극의 전개를 가장 밀접하게 뒷받침하는 부분이면서 그 내부 공간을 심리적 구획으로서 형성하며 안정감을 준다. 또한 시공간의 변화를 명시하면서 연극의 순수한 재시작과 끝의 분기에 대한 감각을 실천한다, ‘소극장’ 안에서.
    사실상 〈편입생〉은 음향적인 부분만 존재하며, 장의 변화, 곧 암전에서 약간의 음악적 전환 역시 가해질 뿐 일상은 투명하게 놓여 사실적인 현재성을 지울 어떤 근거나 요소는 철저히 차단된다. 그 전환의 순간에서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인 복면을 쓴 스태프의 투입과 암전은, 일시적으로 허용되는 암묵적 규약이자 연극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침묵이기도 하다. 순전히 텍스트에서 발화로의 전환에 초점이 맞춰진 〈편입생〉은 중후반 공정에 대한 질문을 가시화하는 데 집중한다. 

    (사진 가장 오른쪽) 데이비드 데산토스 역의 조의진 배우.

    대도시와 다른, 교육 환경으로서 부적합하거나 열악한 상황에 대한 핸디캡을 수용하는 게 가능하다면, 따라서 전제가 다른 출발선상에 놓인 이에게 별도의 이점이 부여된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를 갈음하는 게 수용 가능하다는 게 일종의 특기자 전형이라면,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에게는 그와 같은 기회가 놓여 있다. 하지만 SAT 점수가 부족하다는 것 또는 부족해도 괜찮다는 것, 곧 데이비드의 의견이 (평소 그렇지 않음으로부터 더 강조되는) 다분히 감정적인 차원으로 흘러 적절한 논거로서 유의미하게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는 것과 조지의 의견이 시스템에 구멍을 내는 예외를 자의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마치 시스템을 비켜 나는 개인의 일탈로서 먼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에 이르는 듯한 것은, 마치 좁힐 수 없는 대립 양상을 빚는 듯 보인다. 

    이 차이가 결국 클라런스의 탈락으로 이어지는데, 데이비드의 논거라면 클라런스에 대한 잠재성이다. 그가 “결핍”에서 시작한 것은 문학적 알레고리로서 그가 이를 자양분으로 성장할 수 있음까지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반면 현재 보이는 그의 성적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편없다. SAT 점수는 레슬링 외에도 인문학 교양을 두루 아는 전인적 유형을 기르기 위한 근원적인 좌표가 될 수 있는가. 더 근본적인 건 일정 정도의 SAT 점수를 이미 클라런스가 충족했다면, 단지 상대방에 비해 낮다는 이유가 결격의 사유라고 결정하는 건 한 개인의 지나친 결정이 아니냐라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레슬링 실력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그의 교양과 지적인 품위는 애초에 어떤 의미도 될 수 없었던 것인가. 
    흑인으로서 인종 차별과 상관없이 실력으로만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조지의 논리는, 자신의 우월함이 사회적 기준에 맞춘 어떤 정석의 예시일 뿐, 환경과는 상관없으며, 개인의 순전한 노력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는 인종 차별을 명백히 가시화할 정도로까지 그의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지 않았고 동시에 그의 실력이 그 예외적 성취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는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비백인 인종이지만 소위 명예 백인(-남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왼쪽) 로지 맥널티 역의 공상아 배우.

    〈편입생〉은 한 개인들에서 모순적인 삶의 양태 또는 생각을 도출해 낸다. 가령 클라런스는 그의 주변의 “시체”들을 적어도 인지하고 살아왔으며, 그런 외양 역시 그것을 감추기 위한 또는 중화하기 위한 일종의 연기일 수도 있다─그가 ‘매끈한’ 경쟁 체제와 비참한 현실로부터 ‘각각’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것을 모른 척 지나쳐 온 것이 평소의 활발하고 과잉된 그의 에너지 너머로 이따금 공황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지의 면접에서 보인 모습과 면접 이후에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은 서로 화해 불가능한 모습처럼 보인다. 조지가 자신 주변을 포함하는 사회 전반이 공정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결과론적인 차원에서 그가 살아온 환경이 참작될 수 없다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그것은 기준과 환경 지표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또는 그것을 인정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 두 개가 심사 기준과 사회가 유기적인 역학 관계를 맺으며 사회 전반의 공정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 일부로 수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효와 조건을 갖고 있다는 데 문제가 사실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조지의 비타협적인 태도로의 돌변과 데이비드의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다급한 의견 개진과 감정의 조울 상태는 온전하게 통합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사회의 한계와 거기에 작용하는 개인의 절대적인 힘(에 대한 아이러니), 그에 따라 좌우되는 개인의 운명과 결부되는 (두 다른) 부침(이 주는 허무함과 냉정함)의 결론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편입생〉은 사회 시스템의 결락과 한계를 드러내며 그에 관해 질문을 유도한다. 곧 캐릭터의 고유성─고착된 캐릭터─과 한계가 충돌하는 지점으로부터 캐릭터 너머를 상상한다.

    또 다른 면접관, 로지 맥널티(공상아 배우)는 크리스토퍼와 마주하며, 크리스토퍼의 과잉된 에너지와 열정을 식히기 위해 더 강한 언어와 그에 상응하는 제스처 일반을 활용하는데, 조지와 마찬가지로 로지 역시 엘리트로서 살아왔고─현재의 학교 자체의 특성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그가 코치로 있는 럭비라는 스포츠가 목표(goal)를 향해 전력 질주 해야 하는 기본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데다 이는 나아가 면접에 있어서 곧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크리스토퍼에게도 명심해야 할 덕목─지금은 절체절명의 “기회”─으로 지시된다. 곧 이 면접에서 질문이 아닌 일종의 충고가 예외적으로 구성되는 이 순간은, 일종의 럭비 경기를 함께 뛰고 있는 경쟁하고 있는 두 다른 팀 또는 경쟁 상대를 마주한 같은 팀에 대한 환유로서 존재한다. 면접이 럭비 경기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보다시피 두 면접의 양상은 완전히 다른데, 그러한 특수성과 구체성이 주는 극의 재미와 완성도와 별개로, 결과적으로 주어진 합격의 당락 여부의 두 가지 양상은 현실에 좌표를 분명하게 찍는다. 로지 역시 게임의 룰 안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수행하고 과시하는 것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고 또 그 최대치를 행해온 사람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심판의 몫에 절대적인 반기를 들지는 않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편입생〉은 사회의 한 단면을 해부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다─데이비드와 조지아 모두 면접 이후의 모습이 그 전이, 로지 역시 면접 당시와 그 바깥의 모습이 다르며,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는 각각 자신의 전사와 관련해 트라우마나 심한 고통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 구축 아래 드러나는 인물의 균열, 또는 인물 간의 균열은 사회를 다시 세공하는 데 있어 섬세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구성한다. 

    결과적으로 명제적 진리와 인물 사이의 공간을 만들며 인물로부터 빠져나오는 〈편입생〉은, 극 초반에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의 개성과 고유성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가져가며 공통되면서도 두 다른 예시를 빠르게 구성하는데, 거기서 인물에 대한 매혹이 생겨난다. 곧 이는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의 전사가 튀어나오는 초반을 지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특히 클라런스를 연기하는 김하람 배우의 존재감은 그 역할을 편입에 있어 공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한 예시로 수렴시키지 않게 한다. 명제적 진리를 뚫고 나온다. 이는 어쩌면 그 역할이 지닌 한계를 넘어 배우 자체에 대한 매혹이 아닐까. 

    [공연 개요]

    일시: 2022년 7월 5일(화) ~ 7월 23일(토) 화수목금 8시/토일 3시 *월 쉼 (총 17회)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작: 루시 서버(Lucy Thurber)
    번역: 한원희
    연출: 윤혜숙
    출연: 공상아, 김하람, 이지현, 조의진, 최호영
    무대: 송지인
    조명: 성미림
    음악: 박소연
    음향: 임서진
    의상: 김미나
    분장·소품: 장경숙
    접근성매니저: 김태령
    문자통역 자막 제작: 이청
    음성소개 제작: 김태령
    터치투어 제작: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 서수연
    무대감독: 이뮥수
    관람연령: 14세 이상
    러닝타임: 120분(인터미션 없음)
    문의:   두산아트센터 02) 708-5001 doosanart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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