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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지 연출 〈누구와 무엇〉: 현실은 이념을 장악한다!
    REVIEW/Theater 2022. 7. 28. 23:11

    박현지 연출, 그린피그 제작, 〈누구와 무엇〉[이미지 제공=그린피그]

    그린피그의 박현지 연출이 연출한 연극 〈누구와 무엇〉은 미투 이후 지금 여기의 차원에서 보면 가부장적인 가정에 복속된 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관념이 어느 정도 형해화되었는지 또 그것을 뚫고 나오는 현재의 목소리가 어떻게 여전히 지난 관념과 타협하거나 병렬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실적이고 또한 비판적이고 메타적인 시선의 규준을 마련하며 유의미한 지점을 구성한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 에이아드 악타(Ayad Akhtar)는 서구 근대와 아시아 전근대의 경계에 위치한 동시대인의 질문을, 〈누구와 무엇〉에서 파키스탄계 미국인 무슬림 가족, 곧 절실한 무슬림 신자인 아버지 아프잘과 페미니즘을 경유해 선지자 무함마드와 그에 대한 상을 재구성하는 소설 작가인 딸 마위시의 관계 속에서 던진다. 종교에 관한 지난날의 믿음과 현대의 비판 사상의 대립은 해소할 수 없는 격차와 갈등을 유래하지만, 동시대적 질문은 전통적 현재라는 유물론적 현실과 함께 공존할 것임을 보여준다. 결국 마위시와 아프잘은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으로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누구와 무엇〉의 현실은 갑자기 둥글어지고 우스꽝스러운 ‘가족애’의 단면으로 봉합된다. 


    마위시의 소설이 출간 전에 아프잘에 의해 발각되어 읽혀 관계가 악화되고 그 이후는 블랙아웃 상태로 처리되는데, 단숨에 마지막 장면에 도달한 〈누구와 무엇〉은 그 소설이 가진 파급력을 무슬림 사회에서의 논란이 발생했고, 그와 별개로 많은 무슬림 여성에게서 마위시가 격려의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정도로써 희곡 안의 현실에 미칠 가상의 효과를 괄호로 묶고 경감시킨다. 그 전에 마위시의 소설 역시 파편만이 아프잘에 의해 전유되는데, 무함마드가 여자였으며 성욕을 지닌 인간이었다는 정도로 신성 모독 혹은 풍기 문란의 B급 로맨스물 정도로 인식될 수 있음 자체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따라서 이 소설의 문학성이 그 자체로 발현되기보다는 이러한 문학이 지닌 위험성, 현실과의 충돌 가능성, 그리고 이를 직접적으로 부정의 증거로 읽는 이전 세대의 신앙인의 현전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띤다. 

    〈누구와 무엇〉은 아버지의 허락과 주선을 통해 결혼할 수 있는 무슬림 가정의 현실을 전제로, ‘무슬림러브닷컴’에 딸 사진을 올리고 대신 자신이 맞선 자리에 나가는 아프잘의 모습을 희화화한다─이러한 희화화는 비판적 거리두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동시에 이를 가능하게 한다. 딸보다 그의 아버지를 먼저 만난 백인 무슬림 엘리는 이후 자리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 일련의 전사에 대해 둘은 적잖이 겸연쩍어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투영하는 지난날 아버지의 덕목과 현재의 문화적 플랫폼이 절합한 현실이 어떻게 자신들의 현재에 자국을 남기는지를 인식하면서 그 둘의 호감 역시 커진다. 곧 현실에 대한 파악과 공유는 호감의 단서로 작용한다. 

    〈누구와 무엇〉은 비워진 무대 중앙에 소파와 테이블 2개가 산재하는 가운데 인물들은 장면마다 인물들은 장소를 이전하며 발화한다. 정면성을 벗어나는 무대 배치는 적잖이 인물들과 그 관계를 고립된 영역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가장 극심한 정념을 드러내는 아프잘과 대화가 어긋나는 그와 자녀들의 면면을 어떤 한 명의 중심인물로 치환되지 않는 장치가 된다. 애틀란타시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아프잘은 신전을 짓는 데 쓰라는 명목으로 간간이 사위를 통해 자신의 돈을 쾌척하고는 하는데, 그의 모슬림은 외부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자리나 역시 소설을 쓰면서 별다른 외부 활동을 통해 수익 창출이 어려우므로 아마도 이들에게 아버지는 자본의 토대가 된다. 물론 극이 이를 더 첨예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이는 신념 체계가 다른 아버지와 딸과 사위의 대립이 봉합되는 근거로 작용하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와 무엇〉은 제목이 추상적이고도 명료한데, 시대와 환경에 따라 주조되는 인간의 신념과 의식, 동시에 시대와 환경에 따른 이전 신념 체계의 과도기적 상황과 비판 및 전복, 그 둘의 이념적 대립이 물리적인 현실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주목한다. 이 속에서 하나로 절단할 수 없는 과도기의 두 세대의 의식─존재론적 양식─과 고착되는 전통으로서의 신앙과 비판으로써 재질문되며 갱신되는 재기원으로서의 종교─유물론적 삶의 근거─의 대립이 수면 위에 부상한다. ‘누구’와 ‘무엇’은 다른 존재의 의식과 그와 연결된 현실과의 관계를 각각 가리킨다. 
    어떻게 믿음을 배반한 딸은 그 신앙의 전면적인 갱생을 통하지 않고 용서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어떻게 전근대의 신앙적 체제를 비판하면서 존중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은 언어적으로 정립될 수는 없지만 자연스레 해소 가능해진다. 결국 현실은 복합적이면서 또한 무른 토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  연  명: 연극 〈누구와 무엇 : THE WHO THE WHAT〉
    일      시: 2022년 7월 7(목)~7월 17일(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      소: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출  연  진: 구자윤, 박수빈, 정연종, 조은원

    〈스태프〉
    원작: Ayad Akhtar
    번역: 김현지
    연출: 박현지
    공간: 김혜림
    조명: 김소현
    의상: 김경희
    음악: 박고은
    오퍼레이터: 정유진
    진행: 주은길
    도움: 우다원(Shoaib Ifshan)
    그래픽 디자인: 박성원(Arden)

    홍보 · 티켓: ㈜스탭서울컴퍼니
    주최 · 주관: 박현지, 그린피그
    후      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관 람 연 령: 만 12세 이상 관람
    소 요 시 간: 110분 (인터미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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