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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테 잉바르첸, 〈to come(extended)〉: 누드를 매개하거나 탈각하는 법
    REVIEW/Dance 2022. 10. 26. 17:36

    메테 잉바르첸, 〈to come(extended)〉[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덴마크의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이 안무한 〈to come(extended)〉는 적나라한 신체 움직임에 대한 엄격한 통제이다. 이는 전신을 가린 옷을 입었을 때와 하얀 신발만을 신었을 때는 이미지적 분기를 구성한다. 먼저 파란색 계열의 보디 수트를 입은 퍼포머들의 옷은 크로마키 수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배경과 구분되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의상을 배경막 없는 가운데 착용함으로써 일종의 움직이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의상을 입은 신체들은 하나의 피부색을 갖고 얼굴과 표정을 지운다. 섹스의 제스처가 끊임없이 발현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집단의 움직임은 움직임을 멈춘 채 하나의 거대한 조각을 구현하는 것으로부터 경계를 이탈하는 한 명의 움직임이 (이 조각의 차원이 언제까지 정지된 상태일 것이라는 의식의 고착을 여전히 가져간 채) 착시를 주는 것으로 나아간다거나 소란스럽게 뒤엉키며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며 하나의 조각으로 정위됨의 실패를 보여주거나 불가능한 섹스의 자세들을 성취한다. 섹스는 그야말로 음란한데 그것은 용인된다. 살갗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촉각적인 건 유효하다.

    이들이 옷을 완전히 벗어젖히고 나기 전에 옷과 같은 색의 배경막이 쳐지는데, 이들이 비로소 배경 안에 흡수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하면, 누드는 오브제 되기나 접촉 자체의 행위에서 멀어지며 전혀 다른 양상의 의미를 흡수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무용수들은 일정 정도 오브제의 모습을 취하는데, 가령 이어폰을 끼고 단체로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 채 신음을 내는 장면에서 이들은 헤벌쭉 웃고 있으며 눈은 희번덕거린다. 성적인 제스처는 들리지 않는 사운드와 함께 개인적인 것도 그들 간의 관계의 차원도 아닌 관객의 방향으로 고스란히 옮겨지는데, 관객과의 사회적인 결속이 구현되지는 않는다.

    이는 안팎으로 타자로부터의 전염이 이뤄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하며 구경꾼으로서 관객은 구경거리로서의 퍼포머의 시선과 표정에 흡착되기를 거부해야 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일견 전복된다. 관객의 신체는 벌거벗겼기를 요청당하지만 거기서 기꺼이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는 게임의 차원으로 변한다. 어떤 의미도 오가지 않는다. 곧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그 바깥으로의 소리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송신과 수신의 관계는 불일치하고, 불명료하다.

    다음으로 이들이 둘씩 짝지어 가며 스윙의 일종인 린디 합의 춤을 출 때 무대는 포화 상태가 되는데, 자동인형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또한 오브제 타입이 된다. 표정은 정면을 향할 때 관객을 응시하는데, 여기서도 소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춤을 추고 있음 외에 다른 주의와 집중을 갖지 않는다. 그러니까 춤으로써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춤이 드러나고 있음, 반복되며 관객의 눈을 스쳐 지나가고 있음, 따라서 어느 순간 마주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춤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그것은 소통을 결락하며 스치는 동안 발생하는 의미의 지연, 곧 춤이 관객의 열광으로 곧장 직행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키며 진행된다. 춤은 소진됨을 향해 가지만 소진되지 않음을 연기함으로써 연기(延期)된다. 계속 반복되고 무언가가 쌓이는 것이 체감된다. 땀과 숨이 고스란히 작동한다. 이는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기치 않은 진정성의 결실이 된다. 드러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는 춤이다. 곧 춤의 실질이 그 자체로 초점이 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규칙에 따른 사회적 관계 맺음이라는 표층의 질서, 그 무한한 절차가 누드를 상쇄하고 있음이 춤의 의미를 분절하고 있을 뿐이다. 춤은 사회적 약속 가운데 있고, 누드 역시 그러하다. 그렇게 누드는 춤과 함께 사라져 간다.

    여기서 발가벗은 드러나지 않은 신체의 첫 장면은 비가시적인 것을 만지는 것은 가능하다는 암묵적 법의 회피를 통해 누드보다 더한 외설을 낳는다. 반면 두 번째 장면은 외설을 응시와 가시화 전략을 통해 건전한 사교 문화의 일단으로 봉합한다. 누드는 존재하지만, 누드가 갖는 외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얀 신발을 통해 차단된다. 미끄러지지 않고 유연하고 무한한 춤을 가능하게 하는, 곧 바닥의 마찰면과 신체를 감추어 움직임 자체만으로 시선을 수렴시키는 그 구두 말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09.21(수)-09.22(목) 8:00pm
    공연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소요 시간: 60분
    주최: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관: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크레디트〉
    콘셉트 및 안무: 메테 잉바르첸(Mette Ingvartsen) *2005년 초연된 to come의 확장 개정판
    출연: Clinton Stringer, Katja Dreyer, Bruno Freire, Bambam Frost, Julia Rubies , Maia Means, Gemma Higginbotham, Thomas Birzan, Jacob Ingram-Dodd, Olivier Muller, Calixto Neto, Danny Neyman, Norbert Pape, Hanna Hedman
    2005년판 출연자: Mette Ingvartsen, Naiara Mendioroz,: Azkarate, Manon Santkin, Jefta van Dinther, Gabor Varga
    조명디자인: Jens Sethzman
    편곡: Filip Vilhelmsson
    2005년판 의거 편곡: Peter Lenaerts
    세트: Mette Ingvartsen & Jens Sethzman
    블루 슈트: Jennifer Defays
    드라마투르기: Tom Engels
    린디 합 강사: Jill De Muelenaere & Clinton Stringer
    기술감독: Hans Meijer
    음향기술: Filip Vilhelmsson
    제작보조: Elisabeth Hirner & Manon Haase
    사진: Jens Sethzman
    후원: 주한덴마크대사관, 덴마크예술재단, Flanders State of th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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