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재영 안무, 〈구조의 구조〉: 분절된 움직임에 관한 탐구
    REVIEW/Dance 2022. 11. 10. 12:13

    시나브로가슴에, 〈구조의 구조〉ⓒaiden hwang[사진 제공=시나브로가슴에](이하 상동).

    시나브로가슴에의 〈구조의 구조〉에서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구조의 구조〉는 최소 단위의 움직임으로 분류될 만한 형태들을 쌓아 올리면서 시간을 ‘축적’한다. 이는 정지된 조각 형태로의 해체와 기본적인 선분에서 파생되는 ‘차이의 변주’와 같은 연장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쉽게 위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완전한 정지‘들’에도 어떤 일정한 반복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의 구조’는 어떤 하나의 단위를 지정하고 거기에 또 다른 것이 더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하나의 단계적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로봇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장면―이나 어떤 움직임으로 연장되는 대신 작은 신체의 분절을 통해 고정된 형체를 만드는 것―인어공주의 다리처럼 두 발을 비틀어 꼬아 동일한 무늬를 계속 형성하는 부분―이나 물리적으로 순전히 선분들을 배합하는 과정으로서의 최소한도의 관계의 차원을 유지하는 또는 관계의 성질 자체를 부인하는 선분들의 구성을 만드는 것으로써 구조의 구조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하나의 형태로서의 움직임을 하나의 구조로, 그 위에 더해지는 또 다른 형태로서의 움직임이 또 하나의 구조가 되는 ‘구조’가 〈구조의 구조〉가 그리려고 했던 것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구조‘의’ 구조는 구조 ‘위에’ 구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무대 가에서 등장한 이재영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펼치기보다 어떤 움직임이 채 펼쳐지기 전에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침묵을 안고 있는 듯한 얼굴은 실제로 말을 하려는 목적을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멈춰진 신체 일부의 한 점에 속할 뿐이다. 두 발을 꼰 이미지, 거기까지 힘이 실리는 더딘 시간(을 통한 클로즈업) 속에 신체 부분들에는 ‘표정’이 생기는데, 이는 앞선 무표정한 얼굴 그 자체와 동일하다. 물론 신체 부분들이 동등한 차원으로 분절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어떤 하나의 몸과 기본 단위의 움직임에는 커다란 간극이 아니라 극미한 차이만 있을 뿐이며, 기본 단위의 움직임이 그 이전의 몸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의 구조〉는 물론 몸의 미세한 분절들 자체를 탐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일정한 고정된 값으로서의 움직임을 구조로 본다면, 그 움직임을 분절들의 단위로 지정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시도되는 ‘구조적인’ 관찰의 특성을 극대화시킨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의 구조〉는 이전 〈메커니즘〉(2022, 참조: https://www.artscene.co.kr/1858)에서 선보인, 미세한 진동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극대화되어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단순한 형태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정보와 패턴으로 형태를 수렴하는 동시에 움직임 외적인 매체의 확장을 통해 이 정보와 패턴에 관한 폭발적인 재인지를 하는 감각과는 차이를 둔다.

    〈구조의 구조〉에서 서사의 전개 양상은 자연에서 인공으로의 변화를 겪는데, 이는 다소 이질적인 움직임의 발생을 낳는다. 오피스 환경 이후, 둘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교차하는 장면이라든가 몸들을 일렬로 쌓아 올려 하나의 물질적인 덩어리로 만드는 장면에서처럼 움직임은 몸의 가동 범위 안에서 구조의 세부적인 정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적인 차이 대신에 명확한 이미지 교체의 예시들로 변환된다. 우선 상의를 탈의한 이재영의 몸이 자연의 상징 질서를 구축한다면, 이후 옷을 입고 만드는 움직임들은 도열된 오브제들이 구성하는 오피스 공간이라는 패션 잡지의 어떤 상징에 부합한다. 여기서 움직임은 이미지로 넘어간다. 물론 반복적으로 오브제와 여러 신체를 맞바꾸는 자동 반사적인 움직임은 공장의 일률적인 프로세스에 복무하는 자동인형의 이미지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구조의 구조〉는 〈메커니즘〉에서처럼 움직임을 하나의 분절로 가정하는 한편, 작은 단위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또 하나의 이미지로 각각 실험하는 과정을 구성하며, 움직임의 자의적인 연결과 그 자체의 심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구조’로서 움직임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는 그 각각의 움직임 또는 이미지가 어떻게 접합되는지, 여전히 교류되지 않은 채 각각의 차원으로 분절되는지를 가리킨다. ‘자연에서 인공으로’라는 환경의 변화는 각각의 상징 이미지의 연관성을 띠면서도 여전히 최소 단위의 움직임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메커니즘〉의 상승의 기류 대신에, 움직임 그 자체를 실험하는 것을 더 의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공연 개요]

    2022.11.04.(Fri) 8PM
    2022.11.05.(Sat) 4&7PM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안무: 이재영
    출연: 권혁, 김소연, 김수정, 김혜진, 박서란, 변혜림, 양진영, 이재영

    〈스태프〉
    음악감독: 김현수
    무대디자인: 남경식
    조명디자인: 홍유진
    무대감독: 김인성
    음향감독: 김경남
    일러스트레이터: 김윤경
    인쇄디자인: 디자인마루
    홍보운영: 박서우
    프로듀서: 조하나

    〈배리어프리: 공연제작〉
    기획·운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자문: 페스티벌 나다 독고정은 예술감독, 이진섭 음향감독
    우퍼조끼 장비: 페스티벌 나다
    자막해설 장비: ㈜엠투비쥬얼 
    기록작가: 박다솔 
    영상제작: 임정은
    배리어프리홍보영상: 박태준 
    접근성매니저: 권지현
    현장운영 서비스지원: 황수희 극장운영부 대리
    프로듀서: 이유진 극장운영부 차장
    .
    제작: 시나브로 가슴에  
    공동기획: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공연문의: Tel.070-8276-0917
    배리어프리 예약 및 문의 010-7677-1970(전화, 문자 가능)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