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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Dance2022 HOTPOT: 후즈넥스트, ‘가깝고도 가까운’
    REVIEW/Dance 2022. 10. 26. 18:09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 〈일일운동〉
    Dantraaa 〈춤추는 여행가〉
    네이키드 프로젝트 〈생산적 활동〉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의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의 〈일일운동〉, 춤추는 여행가 Dantraaa의 〈바르게 서기까지〉, 네이키드 프로젝트의 〈생산적 활동〉 순으로 열린 ‘후즈넥스트’는, 포스트극장의 가깝게 열린 공간의 내밀하고 직접적인 특징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주로 일상적인 몸짓을 연장하거나 상징계적 자리를 유추할 수 있는 작업으로, 추상성과 모호함의 요소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현실의 양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인지 가능한 표면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안무는 표현의 밀도로써 서사의 구축을 가져가는 것으로 연장되는 것 이외의 질문을 도출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각각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Hanfilm[사진 제공=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의 〈Try Again, Fail Again〉은 두 개의 지팡이를 활용해 표현의 가능성 자체를 연장하는 한편, 연극적인 정세 속에 한 인간의 정서를 의탁할 수 없는 장소의 의미로 전가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라는 서사를 구축하려는 작업이다. 여기서 두 개의 지팡이는 초반에 세워진 채 하나의 형상으로 갈음되는 도입의 순전한 표현 자체를 제한다면, 이를 활용한 움직임 대부분은 절박하고 긴급한 상황을 맞는 인간의 실존을 재현하는 데 가깝다. 곧 이후 양승관에게 지팡이는 자연 지형을 통과하는 데 사용되는 지지대로서 그 바깥으로 자연 그 자체의 험난한 환경을 상정하며 다시 이러한 상황 자체를 인생에 대한 알레고리로 승화하려는 의도 아래 〈Try Again, Fail Again〉이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반에 구성했던 두 지팡이 머리를 맞대고 사선으로 세운 뒤 자신의 상의를 벗어 사람처럼 형상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게, 신체의 연장술로서 지팡이의 쓰임에 주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지팡이는 나무가 아닌 등산용 지팡이와 같이 단단한 장치로서, 날카롭게 선을 그으며 바닥을 휩쓸 때는 일종의 의족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지팡이를 바닥에 놓고 엎드린 채 이를 잡고 사족 보행을 하는 장면에서는 새로운 보행의 기술이 구성되기도 한다. 지팡이를 활용한 동작이 명확한 재현의 대상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퍼포머를 둘러싼 현실을 입는 연기의 다채로움으로 승화된다. 곧 구체적이지만 시각적 표지가 온전하지 않은 무용 고유의 표현 영역은 재현의 충실도가 낮다기보다는 ‘풍부한’ 변화의 기류 안에서 분명하지만 알 수 없는 대상으로 포착되는 것에 가깝다.

    정한별, 〈일일운동〉[사진 제공=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정한별의 〈일일운동〉은 일상의 루틴을 특정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무대 가를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대 중앙에 연주자 지킬이 앉아 사운드를 내는데, 이러한 구성은 사운드 자체의 특질을 변화시키기보다는 무대 배치를 일정하고도 명확하게 분절해 내는 효과를 창출한다. 뱅글뱅글 돌면서 등장한 정한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겹겹이 입은 옷을 하나씩 벗고 마지막에는 누드가 된다. 일정한 충격이 미치면 불이 켜지고 꺼지는 조명을 자신 옆에 두고 계속 점프를 통해 이를 켜지고 꺼지는 효과를 창출하는 결과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정한별은 일종의 ‘행위’를 반복한다.

    이는 그의 신체 잔여처럼 계속해서 (그의 행위에 의해) 그를 따라다니고 나중에는 이를 마주하며 직접 불을 켜고 끄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정서적 차원이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행위는 그의 표현 자체보다 그의 무의식적 심급을 들여다보려는 데 초점이 있는 듯 보이는데, 은밀하고도 제의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고 있음이 그러하다. ‘운동’으로 표현한 동작들은 일상에서 오고 동시에 일상으로 접혀 들어가는 듯 보인다. 그것은 은밀하지만 친연한 부분이다.

    춤추는 여행가 Dantraaa, 〈바르게 서기까지〉[사진 제공=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춤추는 여행가 Dantraaa의 〈바르게 서기까지〉는 프레임만 있는 의자를 가지고 자리다툼을 하는 것에서 시작해 점점 지탱하기 힘든 몸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간다. 전자의 시간 동안 온전하지 않은 의자는 경쟁과 욕망의 오브제로 기능한다면, 후자의 시간 동안 의자는 움직임을 상실한 채 단순한 형체의 그림자에 가까워진다. 의자들을 주소진이 정소희 위에 하나씩 쌓아 가두는 장면과 같이, 또한 무기력한 신체가 순순히 그림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남자 무용수와 여자 무용수의 관계 맺기는 후자의 파토스적 차원이 가감 없이 발현되는 것에서 엔트로피적 질서에 따른 소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어느 정도 구성될 수 있는 건 전자가 일종의 조력자로서 그의 바깥으로의 시선과 가까워지는 차원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남성의 내면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주체의 양상에 더 근접한 이는 누구일까. 결과적으로 의자가 상징계적 위치를 이야기한다면, 그 바깥으로 빠져나와 선회하는 이들은 욕망으로부터 미끄러지고 나아가 영원히 그에 붙들려 탈진하는 존재로 또는 그를 마주하는 존재로 거의 구분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네이키드 프로젝트(임소정, 김범중, 문형수)의 〈생산적 활동〉ⓒHanfilm[사진 제공=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네이키드 프로젝트(임소정, 김범중, 문형수)의 〈생산적 활동〉은 전기로 작동하는 일상의 여러 기기와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활동을 재현의 양상으로 보여준다. 어떤 에너지가 발생하며 그러한 에너지로 작동하는 어떤 기기와 인간의 움직임은 결합한다. 그것은 분리가 되지 않되, 어느 정도 둔탁한 연결로 드러나며 이를 재현하기 위한 몸부림과 우스꽝스러움이 극대화된다. 강력한 물질문명의 소비가 갖는 엄중한 비판적 의식과 억압은 그러한 웃음 뒤에 감춰지는데, 여기서 ‘생산’은 기계로 전이될 부분을 인간의 신체로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다소 어설프게 드러나며 따라서 오히려 초점은 비판이 아닌 전유에 있다.

    이는 물론 우리의 일상이 온전한 우리의 통제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하나의 시스템적 종속으로 보는 것은 즉물적인 작품의 형상을 알레고리로 추어올리는 과정을 전유한 결과일 것이다. 이것이 곧 ‘생산적 활동’이라는 제목이다. 일상의 미시적인 생산 환경을 전유한 이 필사적인 연기는 생산적 활동과는 가장 거리가 먼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역설로서 무용과 그것이 ‘드러내는’ 일상이 중첩된다. 심미적이지 않은, 곧 ‘생산적이지 않은’ 움직임 속에서.

    〈Try Again, Fail Again〉과 〈바르게 서기까지〉는 각각 어떤 실존의 양식을 보여주지만 그 결은 매우 다른데, 〈Try Again, Fail Again〉이 실존의 지지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삶의 투쟁의 양태―땀의 정동―를 보여준다면, 〈바르게 서기까지〉는 상징계에서 탈락되며 잔여되는 욕망의 양태에 정서적인 차원―소진과 결핍의 의식―으로 다가가는 데 가깝다.

    〈일일운동〉과 〈생산적 활동〉은 각각 일상의 리얼리즘을 구축하는 일면이 있지만, 그 리얼을 상대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일일운동〉이 일상의 시간 자체를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무대가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의식과의 경계를 풀어헤치려는 일종의 주술적인 의식이라면, 〈생산적 활동〉은 일상을 복기하면서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생산적인지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정서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움직임 차원에서 완결성을 띠면서 동시에 흥미로웠던 건, 곧 그것이 연장된 신체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Try Again, Fail Again〉과 오브제 사용 및 두 사람의 의존적이거나 지배적인 관계의 상대성 자체를 보여주는 〈바르게 서기까지〉였다. 반면, 〈일일운동〉과 〈생산적 활동〉은 움직임 자체보다는 삶의 단면을 복원하거나 지시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서사의 구체성은 다시 질문되어야 했다―〈Try Again, Fail Again〉이 인지되어야 하는 형상이라면, 〈바르게 서기까지〉는 해석되어야 하는 양태였다. 〈일일운동〉이 그럼에도 무대를 삶의 양식으로 전유하며 무대를 현전시키려는 몸짓이라면, 〈생산적 활동〉은 이러한 일상이 내파되는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며 일상으로 우리를 재위치시킨다. 따라서 〈생산적 활동〉은 심미적인 양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지만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그런 작업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09.27(Tue) 8:00pm 
    공연 장소: 포스트극장
    주최: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관: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크레디트〉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

    안무: 문형수
    출연: 임소정, 김범중, 문형수 
    음악: 허준환 
    사진: Hanfilm

    정한별 〈일일운동〉

    안무 및 출연: 정한별 
    사운드 디자이너: 지킬 

    Dantraaa 〈춤추는 여행가〉

    안무: 정소희 
    출연: 정소희, 주성진 
    음악: 박지혁 
    소품: 노재철 

    네이키드 프로젝트 〈생산적 활동〉

    안무 및 출연: 양승관 
    기획: 박신애 
    프로젝트 매니저: 한채령 
    음향 오퍼레이터: 서희지 
    음악: 양승관 
    사진: Han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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