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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
    REVIEW/Dance 2022. 11. 16. 00:33

    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BAKI[사진 제공=collective A] .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연장하며 반영하지만, 정면성을 띠지 않은 채 중앙의 이미지에서 멀어지면서 중앙의 이미지를 보조하는 차원에 가깝다. 군무의 차원에서 그것은 ‘완벽’하고, 결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림자-이미지이지만 동시에 마주할 수 없는 평행 세계의 신비로움 역시 간직한다.

    그것은 오히려 등의 피부를, 그것이 가진 현존을 더욱더 명확하게 보조하며 나아가 하나의 존재들로 현현시킨다. 동시에 그 존재들은 우리의 시선에 ‘진정으로’ 무심하다. 따라서 이러한 반영의 기술은 가장 투박한 미디어 아트의 일종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현존을 그리고 유일하게 현존을 뒷받침한다. 이는 일정 부분 움직임 자체를 파장의 이미지이거나 고립된 공간 안의 고독한 실존의 형상으로 연장시킨다.

     

    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류진욱[사진 제공=collective A](이하 상동).

    이러한 거울은 사실상 그 배경과 이미지, 개념 모두 완전히 다르지만, 〈리버런: 불완전한 몸의 경계〉(2017. 참조: https://www.artscene.co.kr/1647)에서 커다란 미디어 스크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두고 그 앞에서 유유하게 현존하던 차진엽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다. 곧 차진엽은 미디어에 잠식된 것이 아닌, 미디어 자체로 연장하는 움직임을 조직한다. 이전에는 그 이미지와 존재의 ‘경계’가 명확했다면, 〈원형하는 몸〉에서는 존재가 그 이미지의 시작점이 된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의 구분은 명확하다. 미디어-이미지가 몸의 무늬가 된다면, 몸의 무늬는 그 경계의 경계를 지정한다. 파장은 주변부까지 현란하지만 파지할 수 없는 채로 곧 전체의 변화를 가늠할 수 없게 퍼져나가지만, 몸은 몸 전체의 움직임을 순식간에 그리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선택한다. 차진엽은 그 자리에 있다.

     

    〈원형하는 몸〉의 첫 번째 국면이 이미지-움직임의 거대한 파고에서 차진엽의 현존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탐구를 요청했다면, 그 두 번째 국면은 실재하는 것에 대한 더 세밀한 집중을 요청하며, 사물의 기원을 사운드로 수렴시키고 즉발적이고 유희적으로 몸짓을 구성하며 그 몸짓 자체를 지켜보게끔 한다. 김이슬, 두천륜, 최진한 이 세 퍼포머는 처음에 천장에 걸어놓은 얼음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컵에 대고 받거나 흘려보내며 그 소리를 탐지하게 한다.

    이 소리는 그 앞 마이크에 의해 증폭된다. 또한 김이슬은 얼음을 씹어 먹는 가운데 몇 가지 문장들을 발화해 발음을 의도적으로 새게 한다. 이는 비의식적인 말들로서, 문장이 갖는 기의 대신에 일종의 재료에서 연장된 차원인 물질화된 말이라는 기표로서 충실하다. 영상의 투사에 따라 바닥이 사분면으로 나뉜 무대에서 통통 튀며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재현하거나 서로에게 의존해 군집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은 다분히 현장성을 띠며 앞선 차진엽의 무대에 비해 현재의 시간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원형하는 몸〉은 ‘원형’을 수행하는 몸의 예시들로서, 물리적인 형태 차원의 원에 그치기보다는, 시원이나 근본적인 차원으로서 원형적인 것에 접근하려는 의지가 내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차진엽이 간단하면서 힘이 있는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벌어질 때 갖는 힘을 그 곁의 배경 무늬와 함께 감축하고 또한 어느 순간 증폭했던 것과 같이, 김이슬, 두천륜, 최진한이 물의 질감으로부터 연상되는 몸짓을 여러 양상으로 구조화하려 했던 것처럼, 〈원형하는 몸〉은 매체와 연접되는 몸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매체의 최소 단위 구성에 따른 몸짓의 기본 단위를 재조직하는 식으로 움직임의 ‘기원’을 원초적인 것으로 구성한다.

     

    마지막에 극장 천장이 열리는 것과 같이 하늘과 물-땅, 신체의 천지인적 연결에 관한 메타포가 부상하는데, 이는 극장의 구조적 특성을 장소 특정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차진엽이라는 존재에 의한 처음과의 맞물림을 통해 그 끝이 지시된다. 이는 원형적인 몸에 관한 매체적 성찰이 원형적인 세계의 알레고리로 통합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숨을 쉬는 인간의 기본―‘원형’―적인 활동은 숭고한 의식 세계로의 고양을 가져오는 것으로 도약하는 지점이 된다.

    여기서 차진엽의 몸에 관한 원형이 시간을 무화하는 연속과 포화의 이미지의 향연 아래의 몸의 정립으로서, 기원에 대한 간극 없는 지시라면, 김이슬, 두천륜, 최진한은 현재 발생하는 몸의 자율적이고 모험적인 변형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원형하는 몸〉은 몸의 원형을 다루되 서로 다른 태도와 시간성을 가지고 이에 접근한다고 할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2022-11-10 ~ 2022-11-11 목·금 17:00, 19:30

    장소: 하늘극장

    장르: 무용

    관람시간: 60분

    주최: collective A

    관람연령: 48개월 이상

     

    〈출연 및 제작진〉

    콘셉트/연출/안무: 차진엽

    출연/움직임 연구: 김이슬, 두천륜, 최진한, 차진엽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이병엽

    음악: 하임

    미디어 아트/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유난샘

    협력 미디어 아트: 문규철, 황선정(oOps.50656)

    미디어 아트 오퍼레이팅: 문규철

    의상디자인: 최인숙

    기술 감독: 이도엽

    조명 디자인: 김익현

    무대 구현: 조일경

    음향 감독: 장명규

    프로듀서: 김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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