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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극작, 〈클래스〉: 메타-문학, 그리고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 혹은 경로
    REVIEW/Theater 2022. 11. 16. 12:44

    연극 〈클래스〉[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학생 B 역 정새별 배우, 교수 A 역 이주영 배우.

    연극 〈클래스〉는 학생 B(정새별 배우)와 교수 A(이주영 배우) 사이에서 진행되는 극작 수업에서 고조되는 갈등의 양상을 좇아간다. A는 시종일관 B의 희곡에 대해 지적하지만, 마지막에는 B의 희곡에 참여하는 배우가 되며 자신의 개입을 멈춘다. 동시에 A의 교수이기도 했던 원로교수와 그와 역시 사제 간이었다가 고인이 된 B의 친구의 이야기가 수면에 오르고, 이에 대한 A의 방어는 희곡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희곡을 쓰는 작가의 태도에 대한 지적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에 대한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함, 친구의 결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로 기입함은 B가 A를 찾은 진짜 이유이기도 할 것이지만, 〈클래스〉는 원로 교수와 친구 간에 있었던 교류와 창작에서 사실 친구의 창작을 교수가 표절한 것이라는 결론으로부터 교수에 대한 죄를, 기득권이 가진 도덕적 해이와 타락으로 향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어떤 모호함의 특질이 있다. 대화는 사실상 모호한 하나의 중심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러한 중심의 지점은 시차에 따른 공유될 수 없는 각자의 관점으로 수렴한다. 

    〈클래스〉는 삶과 예술이 뒤섞이는 상황에 있으며, 삶과 예술이 뒤섞이는 상황 속에서 삶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끔찍한 기억을 재현하는 건 문학의 영역이며, 그것이 실패하며 변형될 수밖에 없음에서 출발하는 것 역시 문학이다. B와 A의 논의는 그 문학과 삶에 대한 오랜 관계에 대한 재질문이며, 바로 그러한 논의 구조 아래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문학과 그것으로부터 객관화하는 작가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는, A에 따르면 거리를 두는 데 실패한 작가의 실패가 나의 내밀함을 간직한 문학의 실패―삶과 구분되지 않는 차원―로 이어짐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전달되지만, 이는 거꾸로 그 반대편에서 문학의 실패를 축적하는 지난한 연장선상에서 자기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음을 B는 증명하는 데 이른다. 결국 A의 말은 정설이었음이 드러나지만, 고통과 울체된 감정의 파고가 문학으로 향하는, 또한 그것을 멈추지 않고 마주해야 한다는 진리를 간과한 셈이다. 나아가 A는 자신이 갖고 있는 매끈한 기억에 실재의 반증이 침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부터 완전히 거리를 두지 못했다. 

    B는 A를 통해 친구와 관련된 자신‘만’의 진실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A를 향해 끝없는 독자-되기의 수행을 요청함으로써 마침내 A가 그 안으로 들어서며, 한쪽의 진리가 깨어지는 경계선상에 서게 만든다. B는 A를 자신의 글에, 또 극에 개입시키고 그 안에서 이를 수용하게끔 만든다. 이는 A의 자발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문학 또 극의 속성을 그 스스로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객은 그 안에서 바깥으로의 출구를 찾는다. 따라서 주체에 관한 초점은 처음 친구를 조금이나마 복권하며 애도하는 글쓰기의 행위, 동시에 대화와 설득의 행위를 하는 A의 정념―사실 이 역시 모호한 부분이다.―에서, B의 흔들림과 변화의 기로로 넘어간다. 

    A의 친구의 죽음을 정의의 문제로 다루기에는 A을 비롯한 주변 당사자의 트라우마의 차원에서 문제는 복잡한 감정과 갖가지 내면의 동요 등에 휩싸인 채 그러한 언어 자체가 온전히 규명되지 않는 부분이 크다. 〈클래스〉는 약자의 위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민과 정의로의 등가를 경계하는 B의 입장과 약자의 위치를 무시하고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강자의 위치에 대한 내재적 비판을 요청하는 A의 입장 사이에서 정의의 차원을 구현하려 하기보다 이러한 입장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 둘의 입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지 그 둘이 어떤 변증법적인 종합과 변화를 끌어내는지에 주목한다. 이는 결국 한 명의 작가와 독자로 정리되며, 후자인 B의 입장에 관객이 동조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 둘의 말은 합치되지 못하며 평행선상에서 닿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약간의 굴곡을 가져갈 뿐이다. 

    〈클래스〉는 이러한 입장들을 하나의 평면 위에 두고 바라본다. 그것은 어떤 결론도 명확히 내세우지 않으며, A의 본래적 입장과 B의 변화된 내면 자체도 모호한 상태로 둔다. 네모난 프레임 안에 갇힌 또는 닫힌 A과 B를 바라보는 건 다분히 관음증적이다. 이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나는 건 A이 고인이 된 자신의 친구에게 꽃을 주기 위해 옆모습을 노출할 때들뿐이다. 이는 그의 말과 분리되어 있고, 문학으로의 연장 또는 변형 행위의 이전 혹은 이후에 속한다. 
    〈클래스〉는 이러한 현실 너머 글을 위한 말, 설득을 위한 말, 예술과 삶 사이에서 확정 지을 수 없는 말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 둘의 대화는 일종의 진공상태에 놓인 글 위에 ‘덮이는’ 진실을 향한 또는 진실을 유예하기 위한 말들이다. 또는 삶과 예술의 명확한 분리를 가로지르기 위하거나 거꾸로 구성하기 위한 말들이다. 삶의 반영이자 그 삶과 마침내 거리를 두게 되며 완성되는 글 자체보다는 아마도 진실을 증명하는 대신 진실을 조각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돼 내면의 변침을 요청하는 말로서, 이러한 말은 B에서 A로 흘러간다. 그리고 주체의 경로가 마침내 확정된다. 이는 결국 동등한 수업이 아니라 불평등한 계급, 계층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 계급이 어떻게 영속하는지가 아니라 내파되고 와해되는지에 대한 ‘실험’과도 같다, 언어를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환경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어떤 진공상태, 문학장인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작품명: 연극 〈클래스〉
    일시: 2022년 10월 25일(화)~11월 12일(토) 화수목금 8시, 토일 3시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관람연령: 14세 이상
    러닝타임: 100분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작: 진주
    연출: 이인수
    드라마터그: 하워드 블래닝 Howard Blanning
    출연: 이주영, 정새별
    조연출: 양수진
    프로덕션 무대감독: 김영주
    무대디자인: 박상봉
    무대디자인 어시스턴트: 김종은
    무대제작: 에스테이지(s-TAGe 대표 이윤중)
    제작팀장: 정우상
    제작팀: 김세진, 김용선, 남기상, 이승용, 이종민, 정병문, 정우근, 정재현, 차승호
    작화팀장: 이남련
    작화팀: 신혜원, 박윤경, 박지원, 조정숙
    조명디자인: 김성구
    조명디자인 어시스턴트: 지소연
    조명크루: 김민지, 김은영, 김형준, 김형진, 윤진선, 정주연, 조화영, 홍주희
    조명 오퍼레이터: 권서령
    조명 대여: 파이어 라이트(대표 도진기)
    음악·음향디자인: 이승호
    음향 오퍼레이터: 양수진
    의상 디자인·제작: 옷장(대표 이윤진)
    분장·소품 디자인: 장경숙
    분장팀: 남혜연
    소품팀: 박진경, 임민정 
    희곡 영문 번역·통역 코디네이터: 김지혜
    심리자문: 장재키 
    그래픽 디자인: 박연주, 전하은
    영상기록·촬영: 업플레이스(대표 오득영)
    사진기록: 정희승(포스터, 프로필), 만나사진작업실(대표 김신중)(연습, 공연)
    인쇄: 으뜸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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